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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쇼타의 변태목록-113화 (113/142)

〈 113화 〉 스위치 이단심판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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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서큐버스 미망인을 꼬시라는 제안은 자지가 떨릴 정도로 매혹적인 제안이었다. 그것도 내 여자인 아비 누나가 하는 거라 그런 지 더더욱 그랬다.

몸매만 따지면 격세유전 아비 누나와 맞먹는 가파른 곡선을 그리며 실력 또한 출중하고 휘하에는 정보조직까지 따로 있단다. 그런 여자를 꼬시는 게 어떻겠냐고 묻는 데 꼴리지 않으면 그건 고자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수컷으로서 그걸 바라고 내 여자가 바란다 해서 함부로 시도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애당초 내 여자는 아비 누나만이 아니라 앨리스와 아르잔느까지 있다. 그리고 오늘 오후에 도착할 예정인 티타니아까지 고려하면 좀 기다렸다 한 번에 모아서 물어 보고 허가를 받는 게 낫겠지.

티타니아가 있을 때 앨리스랑 이어진 건 신분의 문제가 있었고 아비 누나는 사고에 가까웠고, 그리고 아르잔느는 본인의 노력으로 다른 여자들도 내가 받아들이기도 전에 인정하게 만들었고.

하지만 이렇게 순전히 육욕과 필요에 의한 헌팅은 처음이었기에 어지간해선 연인들의 허가를 받고자 했다.

­아니, 가장이 그런 걸 그리 우유부단하게 따져서 언제 여자를 꼬시고 언제 일가를 이룬단 말이더냐?! 계약자여. 본녀는 여체여서 아이를 많이 못 낳았지만 그대는 씨를 뿌리는 입장이지 않은가!

'아니. 좀 닥쳐, 제발.'

분명 좋은 검인 건 맞는 데 마조히즘을 가진 건국제의 영혼이 담긴 성검 아르미사엘의 개소리는 쿨하게 무시하자.

그래서 모두에게 밤에 얘기할 게 있으니 모이라고 했다. 그리고 예정대로 오후가 되자 몇 개월 만에 보는 내 요정 연인이 하르트 백작가에 찾아왔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요정과의 재회에 절로 입가에 만개미소가 걸려 사용인들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기쁜 건 나보다 티타니아가 더 했는 지 날 보자마자 달려오면서 외쳤다.

"주인님!"

"……."

"……."

"……."

사용인들의 눈이 시꺼매진다. 눈이 어두워지고 있다고!

아름다운 새하얀 백발에 초절정 미인 요정이 금태양 합법쇼타 귀족을 상대로 주인님이라 외치며 달려오는 모습을 제3자가 보면 뭐라고 생각하겠는가. 뭐라 생각하긴 뭐라 생각해? 음습한 취향이 있는 개변태라고 생각하겠지.

실제로 사용인들의 눈빛 속에서 날 보는 호감도가 뚝뚝 떨어지고 있는 게 실시간을 보일 정도였다.

아니, 저 여편네는 두 번째지만 정식 백작부인까지 됐으면서 왜 아직까지 노예 시절의 호칭으로 날 부르냔 말이다. 그것도 내 사람들(사용인)들이 많은 곳에서!

"보고 싶었어요."

"……나도 보고 싶었어."

그래도 진심으로 기뻐하며 날 격하게 포옹하고는 안도하는 티타니아의 눈빛을 보니 뭐라 할 생각이 다시 목구멍 아래로 쏙 내려갔다. 설녀 체질인 그녀는 닿기만 해도 냉기가 서려서 방심했다간 주변에 인간 모형의 얼음 동상이 몇 개 생겨 날 거다. 그런 그녀가 유일하게 살을 맞대고 체온을 느끼며 사랑을 속삭일 수 있는 상대가 나뿐이니 말이다. 그녀가 안도하는 모습을 보니 그동안 마음고생이 알게 모르게 심각했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조용히 안아 주며 똑같이 애정을 속삭인다.

절대 고위요정의 오백 년 산 폭유맘마통이 내 얼굴을 부벼져서 넘어간 게 아니다.

가슴으로 가려져 옷감밖에 안 보이는 세계에서 사용인들이 뒤통수를 얼마나 흘기는 건지 뒷골이 찌릿찌릿 했지만 꾹 참고 모른 척을 했다.

그녀를 데리고 저택으로 들어간다.

사용인들은 모세의 기적처럼 좌우로 벌어져 길을 만들었다. 마치 알아서 들어가라는 듯이 말이다. 내가 미리 그녀의 체질에 대해 설명한 것이기에 다행스럽게도 티타니아에게 닿아 동상에 걸리는 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공작가 별장에서도 무심코 만져서 동상에 걸린 이가 몇몇 있었기에 각 잡고 닿지 말라고 교육한 보람이 있는 듯했다.

세계수처럼 커다란 가슴에서 아쉬움을 간신히 감추며 얼굴을 떼고 별장 사용인들의 안부를 물었다.

"별장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

"모두 잘 지내고 계세요. 최근에는 형님이 들어와거 기거하는 중이고요."

"형님? ……설마 형수님 말씀하는 거야?"

"네."

티타니아의 언급에 지금까지 잊고 있었던, 엔티알 백작령에서 만나 인연을 맺은 아이 숏다운을 떠올렸다. 내 여자들처럼 매력이 넘치지는 않지만 귀족가 영애답게 아름답고 순진하면서도, 음습한 성벽을 가진 여인.

평소에는 겉으로 보자면 기품이 넘치는 데 밤에 속을 까보면 완전히 우물인 여자였다.

어찌나 색을 밝히는 건지 레콘이 보는 앞에서 대놓고 섹스를 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으며, 결국 그가 보는 앞에서 임신까지 했다. 아무리 고자가 된 남편이 미워도 그렇지 그렇게까지 하는 여자는 없다시피 하니 아이가 얼마나 발랑 까진 건지 알 수 있었다.

"남편이 고자가 되기 전에 임신했다고 공작님이 잘 챙겨 주시는 건지 사용인들이 신줏단지 모시듯이 동행하더라고요."

"……."

나중에 태어날 아이가 연갈색 피부일 지도 모르니 미리 마법사를 섭외해 피부색을 바꾸는 아티팩트라도 하나 장만해야겠다.

'아버지한테 들켰다간 파국이다.'

소추 종족이었지만 세계수의 과실로 거근이 된다는 발상을 한 선배한테 조언을 좀 구해야겠다.

"그래? …나중에 한 번 가 봐야겠네."

"후후후. 잘 선택하셨어요. 아이도 분명 기뻐할 거예요."

"……그래."

은근슬쩍 '형님'이 아니라 '아이'라고 호칭을 바꾸며 자신의 아래로 취급하는 티타니아. 비공식적으로 내 여자들은 나이로 순위를 정했기에 아이가 밴 아기가 내 핏줄이라는 걸 아는 요정 여편네는 그녀를 동생 취급해서 그냥 이름으로 부른 거다.

아이 형수님은 내 여자의 범주에 넣기 애매했지만 내 핏줄을 배 속에 품고 있는 건 사실이니 관대하게 넘어가기로 했다.

그녀는 반쯤 내 여자니까.

티타니아는 날 만나 기쁘다는 감정을 감출 생각이 없는 건지 길쭉한 한 쌍의 귀가 새의 날개처럼 위아래로 파닥거리며 감정을 피력했다. 요정의 담백하고도 솔직한 애정표현은 보고 있는 내가 다 부끄러워 얼굴을 가리고 싶어졌다. 이때만큼은 연갈색의 태닝 피부라 잘 안 보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앨리스 동생, 아니……. 엘리자베스는 잘 지내나요?"

주변의 시선을 의식한 건지 앨리스를 본명인 엘리자베스라 부르며 안부를 묻는 고위요정. 성노예를 그만두고 정식으로 둘째 부인이 됐으니 평범하게 대해도 될 텐데 날 배려해 그렇게 말하는 티타니아였다.

"물론, 잘 지내지."

"당연히 잘 지냈겠죠."

날 쳐다보는 티타니아의 눈매가 새초롬해졌다.

"'아가씨'가 된 말 수인 성기사부터 미망인이라고 알려진 성녀 윌리엄스 씨까지 꼬드겨서 여럿이서 화목하게 지냈는 데 못 지낼 이유가 없었겠죠."

"……."

"저는 주인님이 여자를 얼마나 꼬시든 상관없어요. 결국 마지막까지 주인님의 곁을 지킬 여자는 저니까요. 하지만 저만 빼놓고 넷이서만 잘 지냈다고 생각하니까 따돌림을 받는 기분이더라고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순전히 내 잘못이었으니까.

나도 이번 포상건이 그렇게 장기행이 될 줄 알았다면 검 같은 건 때려치우고 진작에 점쟁이로 전직을 바꿨겠지.

"저 혼자 별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주인님이 곁에 없어서 얼마나 힘들었는 지 아세요?"

"미안. 신경 써 주지 못한 내 잘못이야."

티타니아는 특유의 체질을 품었으며 강력하기까지 해서 극양지체인 날 제외하면 '평범한 일상'을 보내기조차 힘들다. 타인과 악수를 나누고 스스로 요리를 하는 일조차 내가 없으면 그녀에게는 불가능한 현실이다.

토끼는 외로우면 죽는 동물이라고 한다. 하지만 고독한 인생을 보내느라 애정결핍에 걸린 이 고위요정은 외로우면 진짜로 죽을 지도 모른다.

"그럼 오늘 하루 동안 주인님 독점할래요. 이제는 정식으로 둘째 부인 취급이니까 이 정도 요구는 괜찮죠?"

"넌 얼마든지 그렇게 말해도 좋은데."

"……정말 주인님은­"

덥썩.

말을 하다 만 티타니아가 허리를 살짝 숙여 다짜고짜 내 귀를 앙 문다. 그 광경을 본 사용인들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진다.

요정에게 있어 귀를 무는 행위는 교미를 요구하는 애정행위의 일각이었기 때문이다. 대놓고 섹스를 요구하는 고위요정의 모습에 사용인들은 남사스러워 하면서도 이해한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는 데 나이 든 요정은 성욕도 쌓여서 남자를 밝힌다는 걸 다들 알기 때문이다.

예전의 나만 모르던 사실이지 알 사람은 다 알더라.

……진짜 나는 왜 몰랐었지.

귓볼을 오물오물 물던 입술을 뗀 티타니아가 열기가 감도는 백안으로 이쪽을 쳐다본다. 설산의 눈처럼 새하얀 눈이었기에 흥분하면 더 눈에 띄는 반응을 내비쳤기에 여기 있는 누구도 그녀가 발정 났다는 걸 모를 수가 없었다.

"너무 사랑스러워서 이대로 죽을 때까지 껴안고 있고 싶지만 불가능하겠죠?"

"…제발 이상한 거에 눈을 뜨지는 말아 줘."

이미 이상성욕으로 가득한 내 저택에서 그 수를 더욱 늘리지 않았으면 하는 건 이뤄질 수 없는 소원일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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