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0화 〉 스위치 이단심판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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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실 소유 저택, 이제는 하르트 백작가가 되어 버린 집에서 머물며 나는 휴일을 알차게 보냈다. 매일 밤마다 여인들과 성애를 나누고 끈적하고도 달콤한 밤을 보내고, 아침이 되면 공작가 별장에서 그랬던 것처럼 자기단련에 애를 썼다.
앨리스의 검술은 미미하지만 꾸준히 발전 중이었고 아르잔느는 내가 성화를 다루듯 성뢰를 제어하는 숙련도를 쌓았다.
의외인 건 아비 누나마저 수녀의 메이스 전투법을 숙지하고 있다며 또 성배를 꺼내들고 내게 달려들더라.
'뒤지는 줄 알았지.'
이제 성욕도 마음껏 풀 수 있는 아랫도리 건실한 남자친구가 있으니 언제든 전력을 다 하겠다는 것처럼 바로 격세유전을 개방하고 부서지지 않는 성유물인 성배를 들고서 휘두르는 아비 누나는 무서웠다. 그 팔뚝에서 나올 수 있는 괴력이라고 믿기지 않는 위력이 펼쳐지며 내가 쌍검을 교차시켜 막아보았는 데 팔이 다 떨리더라.
홀리 오러도 쓸 줄 모르는 아비 누나의 순수 근력으로 이뤄지는 몽둥이질은 오러의 극의에 도달한 나조차 기겁할 법한 위력을 내포하고 있었던 거다.
한 번은 피했더니 그대로 헛스윙을 하며 연무장 바닥을 때렸는 데 그대로 거미줄 치듯이 연무장에 금이 쩌적 생겼었다.
일하면서도 구경하던 사용인들이 그걸 보고 입을 쩍 벌리며 바보 같은 표정을 짓던 게 아직도 생생하다. 앨리스와 아르잔느는 그걸 보고 아비 누나와는 대련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결국 그녀의 수련에 도우미이자 대련 대상이 된 건 남자친구이자 가장 강한 나뿐이었고 덕분에 나 또한 어깨가 뻐근했다.
'몇 대만 막아도 근육이 삐그덕거리니, 원. 누나는 사실 성녀(물리)였던 게 아닐까.'
지구에서는 기도로 용을 굴복시킨 성녀가 있다지만 사실 철권으로 때려눕혔을 지도 모른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럼 우리 누나도 폴리모프 풀고 용인 된 나를 힘으로 제압하는 게 가능한 걸까?
생각해 보니 최근에 부부덮밥을 했을 때 폴리모프를 해제했는 데도 힘으로 제압당해도 림잡을 당했었던 경험이 있다.
어쨌든, 둔기술을 사용하기에 아비 누나는 그냥 카운터와 회피를 가르쳐줬다. 가장 큰 장점인 괴력을 사용하지 않을 이유도 없고 그 방대한 신성력은 단번에 주검이 될 위력적인 공격이 아니면 죽지 않는 탱딜러가 탄생하니까.
오늘도 그렇게 애인 셋을 단련시킨 뒤에 레온은 자기단련의 시간을 따로 가졌다.
'더 강해져야 해. 지금으로도 충분히 강하지만 이 세계의 기반이 게임이고 세 번째 스토리 퀘스트가 뭔지 모르는 이상 더 단련하는 게 훗날을 대비하기에 좋겠지.'
가장 좋은 건 아무런 일도 안 일어나는 거지만 그랬다가 정말로 선배와 아르미사엘이 말했던 대형괴수가 등장한다면 대륙에 크나큰 위기가 찾아오는 셈이다. 실력자들은 모조리 차출될 거고, 성녀인 아비 누나나 황도의 영웅인 내가 빠질 일은 없을 테니까 내 여자를 위해서라도 준비는 해야 했다.
그리고 키메라 드래곤과의 싸움에도 보완할 점도 어느 정도는 짐작했고.
왼손에는 아르미사엘을 쥐고, 오른손에는 엑스칼리버를 쥔다.
계약자여. 이도류인가?!
아르미사엘이 환호성 가득한 외침에 일순 눈쌀을 찌푸렸다. 아니, 검을 두 개 들면 쌍검술이지 왜 굳이 이도류라고 하는 건데. 네 오른손에는 흑염룡이 잠들어 있는 거냐.
그래도 굳이 지적하지는 않았다. 아르미사엘과 오래 대화할 수록 내 산치만 낮아질 뿐이니 대충 받아 주면서 빠르게 넘기는 게 낫다는 걸 몸소 체험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 그런 의미에서 아르미사엘, 너나 엑스칼리버를 어떻게 쓰는 건지 좀 알려 줘. 쌍검술은 그냥 하다 보면 알아서 터득할 거 같거든."
실제로 내 재능이라면 검에 한해서는 앨리스와 맞먹는다 자부하니 쌍검술 정도야 좀 단련하면 쓸만해질 거고, 시간을 투자하면 무쌍을 찍게 되리라. 그러나 문제는 그게 아니라 엑스칼리버와 아르미사엘 둘 다 사용법을 모른다는 점이다. 성흔을 갖고 있긴 하지만 스킬일 뿐이지 아가사의 인정을 받은 게 아니기에 성배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아비 누나와 달리 나는 성검의 용도를 제대로 발휘 못하고 있었다.
후후후. 본녀의 사용법은 간단하도다.
대사가 개변태 같아서 짜증 난다.
어둠의 탐구자인 본녀에게 상반된 기운인 신성력을 불어넣으면 된다. 성검의 사용법은 그게 전부이니라.
"…진짜?"
그렇느니라. 성검에 신성력을 불어넣으면 홀리 오러가 일어나는 데 그 효율이 굉장히 높도다. 그러니 그대가 사용하던 그 '겁화의 종언검'도 성검을 통해 발동한다면 굉장히 효율이 증폭할 거다.
………겁화의 종언검?
'그게 뭔데, 씹덕아.'
그 말이 입가까지 올라왔지만 간신히 다시 삼켜 목구멍 아래로 꾸역꾸역 눌러담는다.
"너 설마, 성화무형검을 말하는 거냐?"
그렇다!
마조성검 아르미사엘은 당당했다. 짜증 나서 바닥에 내팽개쳤다.
아아앙~! 계약자여, 본녀를 함부로 다루다니. 허억. 허억. 마검을 타락하지 말라고 이런 고통을 줄 필요는 없지 않느냐.
말은 그렇게 하면서 신음부터 흘리고 2D 캐릭터 코스프레한 미녀를 본 씹덕 아재처럼 헉헉거리는 숨소리가 기분 나쁘다. 다시 주조해 버리고 싶은 욕구가 솟구친다.
진짜로 하기 싫었지만 다시 성검을 주워들어 대화를 시도했다.
어지간해서는 사용하기 싫은 아르미사엘이었지만 내 최강의 무기인 성화무형검의 효율이 대폭 증가한다면 안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대의 화 속성 오러는 정순하여 신성력과 합쳐 아예 검을 만들어 내더구나. 아마 그것이 계약자의 깨달음이겠지. 분명 위력적이긴 하나 그건 통상에 쓰는 것보다는 필살에 집중할 때만 사용하는 게 낫다는 게 본녀의 판단이도다. 그러니 그때까지는 본녀로 그 성스러운 불꽃을 일으키며 적을 유린하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인 전투로 이어질 수 있을 거다.
확실히 내 성화무형검의 위력은 보증됐지만 연비 또한 극악에 가까웠다. 그런데 그와 비슷한 위력을 뿜을 수 있는 명검이며 효율마저 증가한다면 내 고질적인 문제였던 전력전투의 지속력이 올라가 조루스러운 단기결전형이 해결되는 거다.
하지만 명색이 교단의 삼대 성유물 중 최강이라 불리는 성검인데 그게 전부이면 아쉽지 않다고 거짓말할 수 없었다.
"성검의 기능은 그게 다야?"
더 있느니라. 신성력의 주도권을 본녀에게 맡기면 알아서 전투를 펼칠 수 있도다! 지금 한 번 해보겠느냐?
이기어검이 가능하단 말인가. 의외로 아르미사엘은 유능한 기능이 딸린 성유물이었던 듯하다.
로망을 느낀 나는 성흔에 잠재된 신성력의 절반을 그녀에게 넘겼다.
우우웅.
그러자 성검이 진동하더니 내 손을 떠나 혼자서 슝슝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자기 혼자 연무장을 날아다니는 성검의 모습에 저 멀리서 사다리를 타고 큰 가위로 정원을 손질하던 정원사 할배가 입을 쩍 벌리며 가위를 떨어뜨렸다. 으음. 본의 아니게 노인이 사다리를 오르락내리락 하도록 만들어 버렸다. 조금 미안한걸.
아르미사엘은 혼자 움직일 수 있다는 게 신이 나기라도 한 건지 허공에다 현란한 검술을 펼치며 활공했다.
생전에 사용했던 검술을 써 보는 건가?
하하하! 계약자, 본녀가 사용했던 검술을 쓸 수 있구나! 검이 좀 가볍긴 하지만 다시 사용하니 기쁘도다! 황혼이 드리운 줄 알았던 본녀의 운명에도 여명이 달콤한 빛줄기를 비추는 구나!
"완전히 신이 났네."
아예 홀리 오러까지 줄기차게 뽑으며 제대로 된, 제법 위협적인 검초가 허공에 수놓는다.…그나저나 저 검술, 묘하게 앨리스랑 비슷하네. 생각해 보니 검신이 가볍다고 했는 데 앨리스가 양손대검을 쓴다는 걸 생각하면 상당히 비슷한 구색이 있었다. 생긴 것도 그렇고 닮은 게 참 많은 조상후손지간이었다.
실컷 즐기다가 신성력이 바닥이 났는 지 연무장 바닥에 떨어진 아르미사엘을 다시 줍는다.
양손에 아르미사엘과 엑스칼리버를 들고 쌍검의 기본을 터득하도록 자세를 잡는다. 엑스칼리버는 한손검과 양손검 사이에 있는 어중간한 크기의 검이었지만 사용하기에 무리라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냥 쓰다 보면 익숙해지겠지. 며칠 전부터 사용하고 있어서 그런 지 이제 동시에 휘두르는 데 있어 위화감은 없을 정도다.
그렇게 쌍검을 휘두르려고 하는 데 뚜벅뚜벅 소리와 함께 전신망사 본디지 서큐버스가 연무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마르가리타 씨? 여긴 무슨 일로 오셨죠?"
"후후. 성자님께서 요즘 쌍검술 연습을 한다고 하셔서 어떻게 식객으로서 밥값을 하려고 왔어요."
"밥값요?"
"네, 밥값."
마르가리타의 손에서 마력이 뭉치더니 그 마력은 그대로 피로 변환되었다. 시뻘건 핏물이 갑자기 생기는 상황에 내가 당황했지만 그 핏덩어리가 꿀렁거리더니 적당한 크기의 한손검이 되는 걸 보고 감탄했다. [화안금정]으로 보니 내 성화무형검까지는 아니어도 바로 한 단계 아래 정도 되는 위협적인 혈검이 굉장히 적은 마력의 소비로만 만들어졌다.
그러고 보니 이 세계의 음마는 내가 아는 뱀파이어의 설정도 섞여 있는 종족이었지 참. 그래서 종족권능으로 피의 검을 만들어 내는 건가.
쌍검을 쥔 음마 이단심판관이 자세를 잡는다. 아직 화안금정을 유지하고 있어서 상당히 방어적이며 카운터를 노리는 듯한 자세라는 걸 간파할 수 있었다.
"쌍검술은 원래 방어적인 면모가 강한 검술이에요. 하지만 저는 그중에서도 더욱 방어적인 면모가 강하답니다."
"어째서죠? 쌍검술이 방어적인 검술이긴 해도 공격횟수를 늘려서 극단적인 공격을 가할 수도 있는 검술이잖아요."
"제가 가슴이 너무 커서 그게 안 되거든요."
"……."
출렁.
살짝 움직였을 뿐인 데도 격한 율동을 펼치는 밀프 서큐버스의 맘마통을 본 나는 격한 기동성을 보여야 하는 공격적인 검술을 그녀가 펼치기에는 무리라는 걸 납득하고 말았다.
수박을 두 개나 달았으면 어쩔 수 없지.
"성자님이 원하시는 건 공격적인 쌍검술인 듯하지만 그래도 기본기에 있어서는 공격이나 방어나 비슷하기에 저랑 대련을 하신다면 많은 걸 얻으실 거랍니다."
"그렇긴 하겠네요. 좋아요. 그럼, 갑니다!"
그렇게 나와 마르가리타 씨의 훈련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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