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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쇼타의 변태목록-105화 (105/142)

〈 105화 〉 스위치 이단심판관 (8)

* * *

"그딴 괴물이 정말로 있다고? 그린스킨도 아니고?"

이 세계 몬스터는 그린스킨인 고블린, 오우거, 트롤밖에 없다. 아라크네의 실이란 물품이 있긴 한데 그건 가끔 거미줄을 뛰어난 제작 마법사가 마법으로 공정을 가한 것이기에 그런 것이고 실제로 아라크네라는 몬스터 또한 없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 게임에서 '거대 괴수'가 뜬다고?

'아니, 무리는 아닌가. 게임사에서 이 게임은 총 세 번의 시련이 들이닥친다고 했으니까.'

야겜이라 지극히 자유도가 높고 위험도 그리 많지 않지만 그래도 게임인 이상 시련 비슷한 퀘스트가 크게 세 가지가 존재했다. 그리고 이 게임을 아직 사전정보를 사이트에서 찍먹만 해 본 나는 첫 번째 시련인 오크 웨이브와 두 번째인 흑마법사 조직 소탕만 알고 있다.

오크 웨이브를 내가 막지 않았으면 막말로 엔티알 영지는 함락되고 그를 시발점으로 그린스킨들이 산맥에서 우르르 내려와 본격적인 전쟁이 벌어진다.

거기서 유저가 개입하지 않아도 결국 인류가 승리하게 되겠지만 피해가 막심하다고만 알고 있다.그리고 흑마법사 조직은 잘 모르겠지만 내가 지금 막고 있는 중이고.

즉, 세 번째 퀘스트(시련)의 등장이 내가 게임 아바타에 빙의하기도 전에 사이트에 올라오지 않아서 나는 모른다. 그러니 아르미사엘이 말했던 것처럼 거대괴수가 세 번째 퀘스트로 등장해서 이 성검이 필수 아이템일 지도 모른다는 거다.

­저 성검은 무조건 챙겨야 하느니라. 광명의 가르침을 주는 저 성검은 그야말로 거대괴수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유일한 무기니 말이다!

책을 펼쳤다. 선배를 깨워 여태까지의 사정을 설명하고 건국제의 비밀공간에 있던 성검을 보여주었다.

"선배. 성검의 말이 사실이야?"

­안타깝게도 사실이야, 후배.

이런 젠장. 선배의 말이라면 믿을 수 있지.

­본녀도 열심히 말했는데 이 차별은 뭐지…?

아르미사엘의 투정은 무시하도록 하자. 괜히 양치기 소년이 거짓말쟁이라 불리며 양들을 이리 무리에게 잃은 게 아니다. 중2병의 말을 쉽게 신뢰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다른 때라면 모를까 저렇게 성검(??)을 직접 마안으로 봤으니 어찌 가볍게 넘길 수 있을까.

­본녀 속상해! 차별 대우의 개선을 요구하는 바이니라!

"시끄러. 검집에 다시 들어가."

­빼애애애액─────!

저항을 무시하고 검집에 다시 납검했다. 그제야 조용해지는 잔잔한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동시에 그만큼 진중한 분위기가 새롭게 이 공간을 지배했다.

­후배. 성검은 사실 위기의 때에만 등장하는 법이야. 그래서 폐하께서 이 검을 여기에 놓은 거지. 자기 취미를 안 들키려고.

"그런 거였나."

왜 희대의 검을 이딴 마니악한 공간에 보관했나 싶었고 동시에 어째서 이 공간이 들키지 않았나 의구심이 들기는 했는 데 이제야 이해가 간다. 아니, 열쇠를 안 들킨 것부터 청소하는 시녀들이 건국제를 본딴 변태 석상의 구멍을 못 봤을 리가 없잖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국의 건국 이래로 들킨 적이 없었다.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 싶긴 했는데 역시 성검에는 묘한 비밀이 더 있는 모양이다.

­생전에 주신이 저 검을 줬을 때 이렇게 말하더라고. 성검은 운명의 때가 되면 알아서 가장 강하고 어느정도 선한 이에게 소유되는 검이라고 했어. 그리고 성검은 오롯이 사용할 때는 거대괴수가 찾아올 때뿐인 거고. 사실상 평소에 쓰는 건 거대괴수를 상대할 이로서 사용법에 익숙해지라는 것과 그 고생을 인정해서 보상의 의미로 사용하게 해주는 거랄까. 소유자가 죽으면 다시 모습을 감추고 세상에 나오지 않게 되는 데 폐하는 그걸 이용한 거지.

잔머리는 참 잘 돌아가던 여걸이셨어.

­그걸로 괴이쩍은 성벽을 숨기는 건 물론 건국하기에 이르기까지 대륙을 돌며 모았던 보물을 전부 이곳에 보관하는 데 쓴 모양이야.

한 마디로 건국제가 존나 똑똑했다는 거지. 나라면 저런 발상을 하며 죽은 후에도 이용해 먹으려고 하지 못했을 거다.

단, 한 가지 의문이 아직도 풀리지 않았다.

"그런데 새로운 위기가 찾아오고 성검의 주인이 나타나면 그거 들키는 거 아니야?"

­그렇지. 하지만 죽은 후 굉장히 시간이 지난 뒤겠지.

실제로 몇백 년이 지나긴 했다. 십 년이면 강산이 바뀐다는 데 그게 무려 수십 배가 되는 시간이 흐르는 강물 마냥 지나버렸으니 들킨다 하더라도 크게 문제가 될 일은 없겠지.

건국제의 이상성욕에 대한 문제로 수많은 역사학을 전공하는 학자들이 갑론을박을 늘이며 물고 뜯고 난리가 나겠지만 그것까지 신경 쓸 사람은 여기에 없었다.아무리 역사가 중요하다지만 수백 년 전에 죽었던 사람의 성벽 따위 알게 뭔가. 지구에서 프랑스 백년전쟁의 영웅이자 성처녀라 불리는 잔다르크가 사실 쇼타콘이라고 해도수많은 풍문과 동인지가 제작되겠지만그리 놀랍지는 않을 거다.

한창 교단에서 성녀로 추대받고 있는 후보 중 한 명인 우리 아비 누나는 보추콘인데 뭘.

­그런 의미에서 내가 보기에 후배가 엑스칼리버를 챙기는 게 좋을 거 같아. 성검을 여기다 두고 그대로 나갔다간 나중에 상당히 고생할 것 같거든.

"논리적이어야 할 마법사가 감으로 말해도 되는 거야?"

­마법사는 직감 믿으면 안 되는 법이라도 있나.

"없긴 하지."

똑똑한 이들은 그 직감도 분석해서 깨달음을 얻는 법이다. 뉴턴이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직감적으로 뭔가 있다 판단을 내리고 분석하여 중력을 발견한 것처럼 말이다.

­어쨌든, 그 외에도 이 방에는 폐하가 남긴 장비나 보물이 더 있을 거야. 엑스칼리버를 챙기는 김에 다른 것들도 챙기자고. 저 자물쇠 초크목걸이도 마니악하긴 하지만 상당히 뛰어난 성능을 지녔고.

선배가 엑스칼리버 옆에 있는 가죽목걸이에 자물쇠 초크를 단 장신구를 지적했다.

좀 매니악하긴 했다. 우리 마누라들은 안 어울리고, 마르가리타가 쓰면 어울릴 것 같긴 하네.

"효과가 뭔데?"

­저 초크목걸이의 이름은 '아이언 메이든'으로 착용하는 순간부터 착용자의 의사에 따라 자신에게 고통을 주입시킬 수 있어.

"…저주 아이템이세요?"

­끝까지 들어 봐. 물리적 부상은 없고 통증만 있는 데 그 크기에 비례해 신체능력을 상승시키는 효과도 있다고. 폐하는 저걸 MAX로 발동시키면서 항상 적들을 쓸어버렸지. 성벽을 벴을 때는 나도 깜짝 놀랐지.

"오우."

나도 하고자 한다면 성벽 베기 정도는 할 것 같은데 얼마나 힘 빠질지 모르겠다.그나저나 장비 이름 참 잘 지었네.

­그 외에는 착용자에게 목숨의 위기가 찾아오면 한 번 보호해주는 기능도 있어. 충전식인데 한 달에 한 번이야.

"뭐야, 그거. 개쩌는 효과잖아……!"

자해로 인한 강화효과가 없어도 충분히 사기적인 아이템이었다. 목숨을 구해주는 기능이 딸린 장비는 여벌의 목숨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부르는 게 값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또……­.

그 이후로는 선배의 설명을 들으며 건국제의 비밀공간에 있는 장비들을 쇼핑했다. 내 여자들에게 어울릴 법한 것들이나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효과가 뛰어나서 안 챙기면 후회할 것만 같은 것들도 골랐다.

나? 나는 이미 엑스칼리버 한 자루만으로 충분했다. 아니, 오히려 내가 가장 이득을 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엑스칼리버 휘두르면서 비이이─────임!이라고 외쳐볼까?'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을 할 때였다.

­그러고 보니 폐하가 내 고향에서 세계수의 과실을 몰래 훔쳤던 적이 있었지.

선배가 난데없이 폭탄을 터뜨렸다. 세계수는 요정왕국에서 신으로 모시는 신목이고 그 과실은 보물로 취급되는 데 아무리 황제라 해도 그걸 훔칠 수 있는 거였을까? 애당초 그걸 왜 훔친 건데.

황당하다는 심정을 감추지 못한 얼굴로 선배를 응시하자 껄껄 웃으며 짐작했다는 듯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그때 한참 내분이 있었거든. 그걸 정리해주면서 몰래 스리슬쩍 했던 거야. 마침 아군 진영의 적들이 방화를 저질렀는 데 그게 세계수의 과실까지 보관되던 왕실보물관이었거든. 살짝 타긴 했는 데 그걸 역으로 이용해서 몰래 훔치고 그놈들한테 덤태기를 씌운 거지.

"와아아. 사탄도 한 수 배울 기세네."

­응? 사탄이 뭔데?

"그런 게 있어."

그럼 그놈들이 일을 저지르긴 했어도 실제로는 피해를 입힌 게 아닌 데 누명을 쓴 것도 모르고 담담히 죄를 받아들였을 거 아닌가. 존나 불쌍하다.

그나저나 선배는 고위요정 씩이나 되면서 어째서 세계수의 과실을 훔친 걸 입 싹 씻고 닫았던 걸까.

나도 제국에 충성심이 크게 있는 건 아니지만 국가의 보물을 옆에서 대놓고 훔치려고 들면 막으려 했을 것 같은데.

"근데 선배는 잘도 고향 보물을 훔치는 걸 묵비해줬다? 이유가 있던 거야?"

­후배. 남자는 양보해서는 안 되는 게 있는 법이야.

세계수의 과실에 효능이 뭐뭐 있더라. 수명 증가에 마력 증가에 미모 상승에 또 남성이 먹으면 절륜해지고 여성이 먹으면 모유가…… 이거 혹시?

"설마 건국제 모유 먹으려고 입 다문 건 아니지?"

­…….

"…진짜냐."

건국제의 모유플레이를 즐기기 위해 고향의 보물을 훔치는 걸 보고도 입 다문 고위요정.

그에 대한 나의 평가는 이랬다.

"그럼 어쩔 수 없지. 여황제 모유를 먹을 수 있다는 데 입 싹 닫아야지."

­역시 후배는 배운 사람이구만! 이해해줄 줄 알았어!

모유는 킹정이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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