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어떤 쇼타의 변태목록-104화 (104/142)

〈 104화 〉 스위치 이단심판관 (7)

* * *

선배를 깨워서 이 마조 건국제가 뭘 했던 건지 물어볼까 싶었지만 스트레스를 줄 것 같아 그만두기로 했다. 때마침 세하스의 저택 설명도 끝을 맞이했다.

"………이상입니다. 혹시 더 궁금한 건 없으신지요?"

"없어. 없어. 그보다 나 혼자서 조금 더 둘러보고 싶으니까 저녁식사 준비에 착수해 줄래?"

"알겠습니다."

예법을 취하며 공손히 물러나는 세하스. 세바스랑 판박이로 보일 정도로 절도 있는 예법에 절로 쓴웃음을 나올 지경이다.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걸 기감으로 확인했지만 기막까지 쳐서 엿들을 가능성마저 차단하고 아르미사엘의 검신을 검집에서 반쯤 뽑은 채 대화를 나눴다.

"제단이라고?"

­그렇다! 본녀의 원대한 비밀을 감추기 위해서라도 그걸 감추기 위한 은폐 기지가 필요했지. 그래서 만든 게 이 저택이노라.

즉, 완벽하지는 않지만 번역하자면 자신의 마조 성향을 숨기기 위해 비밀스러운 공간을 만들었고 그게 이거란 건가.

아니, 건국제 씩이나 되는 제국의 주인이 마조라면 개인적인 문제로 끝나지 않기는 하지. 국가의 명예가 실추될 지도 모르는 위상의 손해를 감수해야 하니 어떻게든 숨기고자 하는 게 당연한 거다. 내가 당시 건국제 옆에 있던 신하였다면 비밀공간을 직접 만들어 줬을 지도 모를 정도로 심각한 문제다.

사디즘이라면 모를까 마조히즘이라니. 그게 초대황제의 이상성욕이라는 걸 어떻게 까발릴 수 있겠냐고.

­잘 보면 업무실하고 침실 사이에 묘한 간격이 느껴지지 않느냐? 그 사이에 본녀의 암흑연구를 위한 제단이 있노라. 들어가는 방법은 간단하도다. 일단 업무실로 들어가거라. 그리고 그곳에 있는 책상의 첫 번째 서랍과 두 번째 서랍 사이에 묘한 텀이 있는 데 그걸 조금 세게 당기면 열린다. 그곳을 열면 열쇠가 하나 있을 거다.

굉……장히 가기 싫었지만 아르미사엘의 말대로 업무실로 들어갔다. 다양한 서류와 그걸 보관하는 책상이 있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서랍 사이를 여니 그곳에 들었던 대로 열쇠가 하나 있었다. 거의 새끼손가락만한 크기의 두께를 가진 원통 모형의 열쇠를 집자 아르미사엘이 바로 이어서 설명한다.

­그리고 침실로 가면 본녀를 똑 닮은, 마도를 걷는 이답게 훌륭하고도 위엄 넘치는 작은 상이 하나 있을 거야. 가 보거라.

"하아아……."

이걸 내가 해야 하나 자괴감을 느끼면서도 침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현 황제인 폐하의 성별에 맞춰 리모델링한 건지 여성스러운 부분이 하나도 없는 침실의 한 쪽 면에는 아르미사엘이 말했던 대로 앨리스를 닮은 작은 상이 하나 있었다.

열쇠를 들고 다가간 뒤에 이제 어떡하냐는 듯 순백의 검을 바라보았다.

­상이 입은 옷은 실제로 쇠하지 않는 아라크네 실로 짠 옷이다. 영겁불후의 내구성을 자랑하는 옷이지!

……왜 비비 인형 옷 입히기가 떠오르는 거지.

"그래서. 이걸 어떡하라고."

­치마를 들추면 앞구멍과 뒷구멍이 있도다. 앞은 빛의 길을 걷기 위한 구멍이고, 뒤는 어둠의 길을 걷기 위한 구멍이지. 하지만 본녀는 마도를 걷는 암흑의 탐구자! 그러므로 앞구멍에 꽂는 순간 저택이 무너지니 꼭 뒷구멍에 꽂거라.

'………진짜 개미친.'

저택 관리인들에게 미안하지도 않을까. 아니, 그나저나 건국제 시대부터 있던 저택이라고 자랑스럽게 관리하던 사용인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무슨 표정을 지을지 충분히 상상이 간다. 아마 동물원에서 비버의 집 짓기 본능을 유지하겠다며 사육사가 망치를 들고 와 기껏 지어놓은 자신의 집을 부수는 광경을 본 비버와도 같은 표정을 짓겠지.

지금은 아르미사엘의 주인이 나인 만큼 괜히 내가 미안해진다, 쩝.

그렇게 비비인형처럼 보이기도 하는 작은 상의 치마를 들추자 성검의 말대로 보짓구멍과 똥구멍이 열쇠 크기에 맞춰 딱 벌어져 있었다. 청소를 하는 시녀들이 이걸 보고 얼마나 충격을 받았을까.

아마 이 상을 만든 조각가가 미친 개변태 새끼였다면서 욕을 했겠지. 괜히 변태 건국제의 부탁을 들어주느라 개변태가 된 조각가에게 애도를 빌어주자. 그나마 내가 주종관계에서 주여서 다행이지 종이었다면 그 조각가처럼 이 미친 마조 성검의 성벽에 휘말려 얼마나 귀찮은 일을 겪었을 지 모른다.

상을 돌려 뒷구멍에 열쇠를 쑤셔넣자 묘한 마력이 뿜어지는 걸 감지할 수 있었다.

드르르륵.

그 마력이 침대로 향하더니 묘한 끌리는 소리와 함께 침대가 이동하기 시작했다. 옆으로 이동하는 침대의 등받이 뒤로 내 신장보다도 작은 입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입구를 보며 아르미사엘이 중얼거린다.

­그립구나. 본녀가 저 심연을 통과할 때는 가슴과 엉덩이가 껴서 힘들었지.

"그야 그렇겠지."

시체박이 네크로 새끼가 일으킨 생전의 건국제의 육신은 앨리스와 거의 비슷했고 그 몸매라면 저 작은 입구를 통과하기 힘들었을 테니까.

기사답게 자신의 몸을 잘 관조하고 어떤 움직임이 최적의 검로를 자아낼지 잘 알 텐데 그걸 알면서도 입구 크기를 저 따위로 해놨다는 게 난 더 믿기 힘들었다.

­헤으응. 저곳에 껴서 언제 집사장에게 들킬까 봐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가슴을 졸이던 것도 본녀에게 있어 그리 없는 유희거리였지.

"시발."

모르는 게 나았네. 들킬까 봐 가슴을 졸이던 게 마조의 본능을 자극해서 기분 좋았다는 거 아냐. 거근쇼타인 나도 한 변태 한다고 생각했는 데 그건 건국제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하늘 위에는 하늘이 있다더니, 과연 천외천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존재라는 감상이 들었다.

내가 왜 이 변태의 말을 듣고 있는 걸까.

이유? 간단하다.

'나중에 저택에서 폭탄이 나오면 내가 덤탱이 쓸 게 뻔하잖아!'

건국제 시절부터 있던 저택이지만 여태 안 들키다가 툭 나오면 누구에게 화살을 돌릴까?

모두의 존경을 받는 조상 건국제? 아니면 여러 여자를 꼬시고 다니는 거근쇼타 변태성자? 당연히 후자가 되는 법이다. 과거의 조상을 까는 것보다 현재를 살아가는 이를 까기가 더 흥미를 끄는 법이며 건국제보다는 성자의 타락 비슷한 비밀이 물고 뜯고 하기도 좋은 가십거리니 말이다.

그러니 아르미사엘의 말대로 확인하고 내가 처리해야 한다. 다 태워 버려야지, 시부럴.

­어서 가 보거라! 어서!

마조성검의 재촉을 받으며 그녀의 은밀한 비밀기지로 들어갔다. 내 신장은 건국제랑 달리 입구에 낄 일도 없이 순탄하게 입장이 가능했다.

"……얼레?"

­어떻느냐? 이곳이 본녀의 비밀기지노라!

그렇게 마조히스트의 비밀기지에 입장한 나는 예상하던 광경(?)이 보이질 않아 의외라는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몇몇 도구는 내 예상에 적중하는 물건이었다. 고간, 정확히는 보지 균열을 자극하며 성고문을 하기 위해 삼각 목마라든지 신축성이 좋은 밧줄이라든지 몇 개 있기는 했지만 그 외에는 예상을 벗어나는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본녀가 연구하던 암흑의 탐구 말고도 생전에 사용하던 무구와 소소한 보물 몇 개를 이곳에 보관했지. 엣헴!

당장 [화안금정]으로 간파해도 성검 아르미사엘을 뛰어넘고 어지간한 신검조차 명함을 내밀기 힘든 보검이 벽에 걸려 있었다.

성검이 순백의 검이라면 저것은 황금의 검. 인간의 인지를 뛰어넘은 존재가 만든 듯한 신비가 집약된 저 보검이 과연 인류의 손에서 태어날 수 있는 물건인가 싶었다.

망치로 두드린다고 저런 물결치는 검신이 나올까? 명인이 두드린다고 저런 미검(美?)이 나올까? 그 안에 담긴 힘은 아다만티움도, 오리하르콘도, 어떤 마법사도 담을 수 없는 검인 게 분명했다. 왜냐하면 여태까지 그 무엇도 간파하지 못한 화안금정이 일부를 보는 것조차 못하고 가로막혔으니까.

"저게…… 뭐야?"

­성검(??)이니라!

성검. 성스럽다의 성(?)이 아니라 별을 상징하는 성(?)의 검. 별빛을 단련해 만든 검이라는 소리였다.

그런 내 의문에 아르미사엘이 자랑스럽게 외쳤다.

­성검(??) 엑스칼리버. 본녀가 암흑을 탐구하며 헤매던 때, 주신 아가사께서 암흑보다도 상위의 격인 광명을 찾아다니라는 의미에서 하사하신 검이니라. 그래봤자 본녀는 끝까지 암흑을 탐구했지만!

"이런 미친. 주신이 하사한 검이라고? 그럼 아르미사엘 너는 뭔데?"

­성검(??)은 말 그대로 교단의 성유물이로다. 오로지 교단'만'을 위한 검이지. 하지만 성검(??)은 다르니라.

어느새 진중해진 아르미사엘의 목소리에 나는 빨려들어가는 기분을 맛봤다.

­성검(??)은 대륙을 위한 검. 본녀가 제국을 세웠을 당시에는 단 하나의 존재만을 상대할 수 있는 무기였느니라.

말하자면 대륙멸망급 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주신 아가사가 대비하고자 하사한 백신 같은 무기라는 걸까. 잘 보니 평소에는 그 힘이 반절도 풀리지 않는다는 걸 간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저 힘이 전부 해방된다면 얼마나 강한 위력을 발휘할지 예상이 안 간다.

나랑 이프리트가 합공해서 전력으로 성화무형검을 사용해도 저 편린에 대응할 수 있을까.

­그때 본녀가 상대한 괴물의 이름은 리바이어던. 바다의 제왕으로 대륙을 해수에 가라앉히려고 한 거대괴물이었느니라.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