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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쇼타의 변태목록-103화 (103/142)

〈 103화 〉 스위치 이단심판관 (6)

* * *

나와 연인들은 가문의 별장으로 복귀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내가 새롭게 백작위를 받으면서 황도 근처, 자작령에 있는 황실 소유의 저택을 하사받았고 완전히 가문으로부터 독립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별장을 관리하고 있을 사용인들에게 편지를 보내서 티타니아를 이쪽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물의 정령왕과 계약한 그녀라면 안전하게 여기까지 올 수 있겠지. 이쪽이 직접 가지 못해서 미안할 따름이다. 그래도 폐하에게 받은 집을 무시하고 공작가의 별장에 가서 머무는 건 배려를 무시하는 행위였기에 할 수 없지 않은가.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는 점은 마그리트 자작령으로 오는 길이 굉장히 편하다는 거다.

길이 험하다거나 잘 포장됐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 황도 인근에 존재하는 유일한 영토로 제국 내 거래의 중심지가 되기 때문이다. 황도로 가기 전에 들르는 영지로 이곳에서부터 수많은 영토로 길이 이어지니 상인들이 운영하는 상단은 황도에 가기 전에 이곳에 들른다. 덕분에 사람은 붐비고 마차 이동은 흔히 볼 수 있는 마그리트는 조금 과장하자면 사람이 발을 디딜 곳이 별로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사람이 많고 안전도 확보된 곳이라 그런지 물가도 싸고 돈의 흐름이 분주한 곳이다. 한낱 요정 또한 이곳으로 향하는 마차를 구해서 얻어 타고 오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리라.

"와아아."

"좋네요."

내 여자들은 그렇게까지 화려하지 않지만 웅장함이 가미된 4층짜리 대저택을 보고 감탄을 흘렸다.과연 황실 소유의 저택이었다는 걸까.

"어서 오십시오, 여러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만나서 반가워. 이 저택의 새로운 주인이 된 하르트 백작이라고 해."

"네, 하르트 백작님. 만나뵙게 되어 무한한 영광입니다. 저는 저택을 관리하는 집사장 세하스 찬이라고 합니다."

세'하'스 찬? 세'바'스 찬이 아니라?

"공작가에서 형님이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오우."

'세바스랑 형제였구나.'

그곳에는 저택과 함께 딸려온 사용인들이 있었다. 폐하께서 저택을 관리하던 인원들까지 통으로 넘겨준 거다. 월급 또한 앞으로 오 년 간은 황성에서 지급해준다고 하니 당장은 걱정되지 않지만 오 년 후에는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노동을 뛰며 백수를 그만두겠지. 참으로 안타까운 이야기다.

그래도 오 년은 유유자적 내 여자들이랑 알콩달콩한 삶을 보내면 된다는 사실이 그나마 위안이 된달까.

저택으로 들어가자 일행은 더욱 더 감탄하며 눈을 빛냈다. 내부 장식은 귀족들이 쓰기에는 소소한 느낌이지만 예술미가 일절 떨어지지 않는 문양과 배치로 건축미마저 느끼게 했기 때문이다. 건축에 대해서 아는 거라곤 전혀 없는 나조차 그 단조로우면서도 실용미와 예술미가 포함된 구조에 묘하게 가슴이 일렁인다.

"후후. 이곳이 성자님께서 생활하시는 공간이로군요. 황실에서 제공했다더니 과연 부족함이 없네요."

"……진짜 여기서 지낼 겁니까?"

"네. 당연하죠."

전신망사 본디지 차림이면서 수녀의 순수함을 상징하는 베일을 쓰는 바람에 더욱 배덕적으로 느껴지는 복장의 음마 이단심판관, 마르가리타가 고개를 끄덕인다. 전신망사 본디지로 꽉 조이는 가슴이었지만 그 크기가 아비 누나의 격세유전 모드 뺨치는 중량감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 고개를 끄덕였을 뿐인 데도 출렁이는 수준이 남다르다.

본의 아니게 시선이 꽂히자 마르가리타가 요사스럽게 느껴지면서도 자연스러운 분위기의 눈웃음을 지으며 스스로 팔짱을 껴 유방을 더욱 부각시킨다.

가녀린 팔에 받쳐져 부각되는 가슴의 위용은 차마 고추 달린 수컷으로서 눈을 뗄 수가 없는 마성을 품고 있었다. 시선을 떼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거부할 수가 없다니.

괜히 음마(서큐버스)가 아니라는 걸까.

꽈악. 홱.

"뎃?"

그러다 갑자기 머리를 강하게 잡는 악력과 함께 시야가 돌아간다. 그리고 동시에 부드러운 어딘가에 파묻히며 시야가 살구빛으로 가려진다.

이 부드러움은…… 아비 누나의 맘마통인가.

"아스모데우스 씨. 우리 레온한테 떨어져 주시겠어요? 그럼 파렴치한 복장으로 있으면 교육에 안 좋다고요."

노출이 극심한 비키니 아머 장비보다 매니악하게 묘한 노출이 있는 본디지가 더욱 비난을 받는 세계. 참으로 바람직해서 아랫도리에서 눈물이 찔끔 나올 것만 같았다.

그나저나 눈나. 내 나이가 벌써 20인데 교육에 안 좋다는 건 무슨 말이야.

그래도 맘마통으로 날 달래려는 기색이 있었기에 가만히 있었다. 응애, 나 아기 성자.

"후후. 별로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죄송해요. 다음부터는 주의할게요."

"네. 앞으로는 조심해주세요."

순순히 고개를 숙이고 사과를 건네는 그녀의 대응에 아비 누나도 더 이상 뭐라 하지 않았다. 다만, 경계를 완전히 풀지는 않는다.

그야 아비 누나는 내가 체형에 맞지 않게 얼마나 커다랗고 훌륭한 물건(?)을 가졌으며 절륜한지 잘 알고 있는 데 음탕한 종족이라는 음마(서큐버스)와 동거를 한다니 경계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간단히 생각하면 되는 거다. 내 여자들이랑 동거하는 데 중간에 인큐버스 한 마리가 난입해봐라. 얼마나 경계심이 가겠는가.

마망 같은 포용력을 갖던 눈나가 이렇게 경계심을 보이니 신선해서 가만히 방관만 하기로 했다. 그나저나 방을 어떻게 나눠야 한담.

저택처럼 2층도 아니고 4층이나 되는 대저택인데.

그때, 집사장 세하스가 다가와 일행에게 설명했다.

"이곳의 4층은 폐하께서 사용했던 업무실과 침실이 있습니다. 3층에는 그 가족분들이 머무는 방들이 있고 2층에는 사용인들이 머무는 방이니 마님들께서는 3층의 방을 고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세바스처럼 유능한 집사인 세하스였다. 눈치가 백단이여.

"세하스. 방은 충분한 거야?"

"예. 3층의 방은 열 개나 됩니다. 네 분께서 모두 쓰시기에는 충분하십니다."

"……."

"……."

"……."

"어머."

아무래도 세하스는 마르가리타까지 내 여자라고 착각한 모양이다. 하지만 본 드래곤을 토벌하면서 황도의 영웅, 혹은 드래곤 슬레이어로 불리는 내 영웅담이 와전되면서 야만족의 핏줄답게 절륜한 좆대가리로 여자를 몇이나 후리고 다닌다는 소문 또한 났기에 착각해도 무리는 아니라는 사고까지 닿으니 딱히 뭐라 타박할 마음은 들지 않았다.

수정하라고 지적은 해야겠지만.

"마르가리타 아스모데우스 씨는 아가사 교단의 이단심판관이야. 복장은 이렇지만 확실한 거니까 따로 오해하지 않아줬으면 좋겠어."

"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설명을 듣고 순간 눈가가 파르르 떤 세하스였지만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표정의 평정을 유지하며 허리를 직각으로 숙여 사과했다.

"성자가 되면서 나중에 요정왕국에 들를 일이 생겼는 데 그때 사절단으로 동행하실 분이셔. 여기 손님이 머물 객실은 몇 층의 방이야?"

"1층에 연회장과 함께 손님용 객실이 여럿 있습니다. 그곳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세하스가 손가락을 딱 튕기자 시녀 한 명이 다가왔다.

"그녀가 손님이 머무실 객실로 안내해드릴 겁니다."

"네. 고마워요."

시녀를 따라가는 마르가리타가 사라지고 이내 세하스는 우리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절도 있는 자태로 말했다.

"그럼 가주님과 마님들께 저택을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절 따라와 주십시오."

1층에는 가주가 연회를 벌이기 위한 홀과 손님용 객실이 가득하다는 말과 넘어갔다. 2층에는 사용인들의 방과 각종 사용도구들, 그리고 주방장에서 요리사들이 우리를 환대하기 위한 요리를 준비 중이더라. 안내가 끝나면 타이밍에 맞춰서 저녁식사를 할 수 있도록 말이다.

3층에는 세하스가 말한 대로 부인이나 가족이 숙면을 취할 침실과 티타임을 가질 법한 방, 그리고 놀랍게도 건폐율이 위층보다 더 높은 2층이었기에 작은 정원마저 조성되어 있더라. 가끔 산책을 하기 좋겠다. 귀부인들의 산책으로는 딱이었다. 내 여자들이야 워낙 실력파들이 많아서 산책만으로는 불만일 수도 있겠지만 평화도 좋은 법이니까.

내 여자들은 각자 방을 정하겠다며 3층에서 헤어지고 나와 세하스는 4층으로 올라왔다.

"사실 이곳을 건축하신 건 건국제이신 초대 황제폐하이신 엘레오노라 나이트킹덤이십니다. 대대로 황가에 전해 내려온 물건입죠. 이 저택을 타인에게 선물로 주었다는 얘기에 깜짝 놀랐지만 백작님 같은 분이 받으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나름 이 저택을 관리한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꼈을 텐데 소유권이 나한테 와서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어?"

"있지만 그만뒀습니다. 그래봤자 십분지 일에 불과하죠. 저택을 관리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도 없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었다.

"세하스는 집사장으로서 황제의 저택을 관리한다는 사실이 자랑스럽지 않았던 거야?"

"자랑스럽죠.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건 없고 끝이 있다는 걸 이 늙은이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저택의 끝도 이 노구의 차례에 왔을 뿐입죠."

"대단하네. 세바스가 지금의 세하스를 보면 자랑스럽다며 인중을 늘릴 거야."

"하하. 그거 참 다행이군요."

그 뒤로도 세하스의 설명을 들으며 4층을 돌아다니고 있는 데 성검이 웅웅 울린다. 뭐 할 말이라도 있나 싶어 검집에서 살짝 뽑자 엘레오노라, 이제는 아르미사엘이 된 성검의 텔레파시가 머리속에 울렸다.

­오오오. 본녀의 비밀기지가 아직도 남아 있었을 줄이야! 계약자여, 이곳에 본녀의 무지막지한 위험성을 품은 제단이 존재한다! 그곳으로 가자. 어서, 어서!

……얘는 또 왜 이렇게 발광한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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