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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쇼타의 변태목록-101화 (101/142)

〈 101화 〉 스위치 이단심판관 (4)

* * *

영토는 없지만 백작위를 받고 성검의 인정을 받아 성자까지 된 혼란스러웠던 연회가 끝났다. 이제 나도 돌아가 티타니아와 재회를 하고 그녀랑 폭풍섹스를 한 다음 연인들이랑 알콩달콩 느긋히 살려고 했다. 요정왕국 쪽의 흑마법사는 폐하께서 교단과 잘 협력해 알아서 잘 처리하시리라 믿으면서 말이다.

굳이 내가 껴야 해도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티타니아랑 합류해 해후를 푼 뒤에 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 이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생겼다.

나는 내 손에 쥐어진 성검 아르미사엘을 응시하며 물었다.

"그래. 네가 나이트킹덤을 건국한 초대황제라고?"

­그렇다! 본녀야말로 삼라만상을 꿰뚫어 그 지혜로 제국을 세운 진정한 태양! 태양 같은 미모의 건국제가 바로 나다!

중2병스러운 말투를 구사하며 당당하기 짝이 없는 성검. 아니, 스스로를 엘레오노라 나이트킹덤이라 주장하는 성검의 얘기에 나는 얘가 너무 오랫동안 교단에 처박혀 있느라 미친 게 아닐까 싶었다.

뭐, 에고 소드라도 성자가 없어서 대화를 못하고 교단 창고에 처박혀 수백 년을 보냈으면 미쳐도 무방하지 않을까.

"아니,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 성검의 재료는 예전에 연락이 끊긴 신계의 천사가 주신의 명을 받들어 스스로를 성검으로 단련해 중간계의 인간에게 하사한 물품인 거잖아."

명검, 신검이라 불리는 뛰어난 검을 만드는 대장장이는 역사에 몇 번 있었지만 성검을 만든 이들은 없다. 왜냐하면 성검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으며 그것이 바로 내가 쥐고 있는 성검 아르미사엘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검이 자신이 엘레오노라라며 주장하니 미친 게 아닐까 싶었다.

­본녀는 죽었지. 하지만 그 빌어먹을 필리아 남작 때문에 키메라 언데드로 되살아나 인형처럼 써먹히던 걸 기억하고 있다.

"어?"

얘가 그걸 어떻게 알고 있어.

그런 내 의문은 성검이 설명해 주었다.

­본녀가 말하지 않았던가. 보통 사령술이란 건 시체의 주인의 혼을 불러와 억지로 썩은 몸뚱아리에 다시 넣어 일으켜 세우고 조종하는 거다. 본녀의 시체를 사용했으니 본녀가 부활하는 것도, 그 이후의 기억도 갖고 있는 게 당연하지.

"…그럼 왜 성검에 있는 건데, 요."

­본녀는 역천하여 죽음마저 거스른 것이다!

……이건 중2병어를 해석하자면 죽기 싫어서 발버둥을 친 결과라는 걸까.

어떻게 발버둥을 치면 사라져야 할 영혼이 성검에 박히는 건지 궁금했다.

­본녀의 계약자인 그대의 지식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설명해 주마. 애당초 성검은 신계의 천사인 아르미사엘의 육신으로 만든 것이다. 일컨대 그녀의 혼을 담은 그릇이 성검이라는 거지. 그리하여 성검 아르미사엘은 에고 소드인 것이다. 그런 에고 소드의 영혼에는 수명이 없다고 생각하느냐?

"아마 있지 않을까?"

­그렇다!

건국제란 원래 이렇게 하이텐션의 여성이었던 거냐. 상대만 하는 데 진이 빠지는 기분이 든다.

­아르미사엘의 혼이 죽고 성검의 육신, 즉 검만이 남은 것이다. 어떻게 보자면 일종의 그릇이라 할 수 있겠지. 시체박이 필리아가 죽은 후에 사라져야 할 법칙을 거스른 본녀는 삼라만상의 지혜를 궁리해 이렇게 그릇만 남은 성검으로 다시 부활한 것이다!

"아니, 이게 뭔."

천사의 육신으로 만든 검인데 혼만 죽어서 남은 몸뚱아리인 검신에 죽기 싫어서 스스로 영혼을 넣어 부활한 건국제라니. 이건 이미 성검이 아니라 제국을 모욕하는 마검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제국에서 성검의 진실을 듣게 된다면 선조를, 건국제를 모욕하지 말라며 황실모욕죄로 교단과 싸우려 들거나 성검을 부러뜨리려 할 지도 몰랐다.그리고 성검의 인정을 받은 나는 똑같이 황실모욕죄라며 최악의 경우 사형, 최선의 경우에는 작위를 빼앗기고 앨리스와 헤어지게 만들려고 다른 두 황자가 지랄발광을 떨겠지.

그렇다고 성검을 버리면 성자로 공식적인 인정을 받아 이단 의문이 사그러든 지금 다시 이단이라며 과격파가 활개를 치며 날 이단으로 몰며 무슨 죄목을 뒤집어 씌울지 모른다.

'아니, 교단이 보유한 세 성유물 중 최강인 성검이 왜 폭탄인 거냐고.'

게임에서 레전더리 등급의 아이템을 얻었는 데 알고 보니 존재 자체가 갖고 있기도 뭐한 계륵인 경우랄까.

이미 선배라는 예시가 있으니 불가능한 얘기는 아닌데 너무 황당하네. 그럼 이제부터 나는 성검으로 싸우면 건국제를 손에 쥐고서 휘두르며 상대방을 벤다는 건가? 이러면 앨리스에게 굉장히 실례스러운 행위를 하는 기분이 들어서 별로인데.

­그러고 보니 계약자는 본녀랑 닮은 여아를 반쪽으로 삼고 있더구나. 혹시 본녀를 계승한 여아인 게냐?

자기 핏줄이냐고 묻는 걸까. 그걸 뭐 저리 꼬아서 말하는 건지 원.

"맞아. 현 황제폐하의 사생아인 엘리자베스 나이트킹덤으로 애칭은 앨리스. 내 약혼자야."

­오오오! 계약자가 본녀를 계승한 여아와 약혼자라. 이것은 운명! 그야말로 아가사가 임명한 데스티니로다!

"……."

내 손발이 오그라들 것 같으니 제발 묘하게 짝퉁스러운 어조를 구사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성검의 입을 어떻게 막으라고. 선배는 겉표지를 닫으면 휴면 모드로 들어가기라도 하지 성검은…….

'가만. 성검 전용 검집을 따로 만들면 재울 수 있는 거 아니야?'

내 마법지식으로 성검의 자아(에고)를 잠재울 검집을 만드는 건 어림도 없는 일이다. 내 일행 중에서도 마법 전문은 없으며 다들 검을 쓰거나 신성력, 혹은 정령술을 사용하는 이들.

그러니 마법 지식을 빌리고자 나는 마도서를 펼쳤다.

"선배. 일어나 봐, 선배."

­으으음. 무슨 일인데 깨운 거야, 후배?

비몽사몽한 어조를 보니 휴면이 아니라 아예 자아가 숙면을 취하고 있던 모양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선배처럼 에고가 담긴 검을 본의 아니게 소지하게 됐거든. 그래서 말인데 선배의 겉표지처럼 휴면 모드에 돌입시킬 수 있는 검집을 만들 방법이 뭐 없을까?"

­응? 에고 소드? 후배는 정말로 기연이 죽 쑤듯이 나오는 사람이구만. 좋아! 누군지 한 번 보기나 해볼, 까, 어………어라?

­오오오. 그대는 생전에 본녀와 계약했던 귀쟁이가 아닌가!

………응?

***

아무래도 선배는 초대 궁정마법사였던 모양이다. 건국제 엘레오노라와 함께 혁명을 일으키고 독자적인 세력을 모아 결국 제국까지 건국한 그녀의 초창기 동료라고 했다.

하지만 이해가 안 가는 게 있었다. 아무리 봐도 여자랑 섹스하고 싶어서 숲을 나온 선배가 제국을 세운다는 여걸의 포부에 순순히 동참했을까.

­그거 말이더냐? 본녀는 미녀인데 어떻게든 빛과 어둠을 섞어 보겠다고 딱 달라붙은 것이다.

"오우야. 선배 과감하네."

결국 건국제까지 된 여걸에게 보지 한 번 대달라며 쫓아다녔다는 거 아닌가. 여러 의미로 존경스러운 발자취를 남긴 선구자답다. 결국 땅의 정령왕과 섹스를 하다가 자지가 찌부되서 고자가 됐지만.

­하지만 결국 빛과 어둠을 합쳐 혼돈을 이뤄내는 일은 없었도다. 본녀가 너무 강대한 나머지 빛의 자식인 그가 버티질 못했거든.

­…….

"……."

선배가 조루라서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는 걸 중2병 어(?)로 말한 건가. 그건 둘째 치고 너무 남자의 자존심을 후벼 파는 발언이 아닐까 싶네.

봐라. 선배도 충격을 제대로 먹은 건지 마도서를 부르르르 떨면서도 아무런 반박도 못하고 있지 않은가.

팩트폭행을 너무 제대로 맞은 듯했다.

­저, 저는 조루가 아닙니다!

­누가 그러더냐? 본녀는 그대가 빛의 자식답게 빛의 속도로 쌌다는 말밖에 안 했느니라.

­……크흑.

'오우야. 나라면 자살하고 싶을 지도.'

그냥 상대방이 절륜해서 진 거라면 모를까. 건국제가 별로 감흥을 못 느낄 정도로 빨리 쌌다는 발언, 심지어 빛의 속도로 쌌다는 발언은 '너, 토끼!'라고 확인사살을 한 거나 다름없다.

심지어 후배인 내 앞에서 저 대화를 나누었으니 선배로서 자존심이 팍팍 깎였을 거다. 솔직히 동정심이 절로 가네.

그나저나 초대 황제의 보지에 좆을 박은 적이 있던 건가. 그 점만큼은 부럽기 짝이 없고, 또 존경스럽다. 제국을 세운다는, 딱 봐도 엄청난 개고생을 할 것 같은 위업을 이루면서까지 삽입을 하는 데 성공시키다니.……금방 싼 건 좀 그렇지만 남자로서 존경스러운 부분이 있는 건 확실했다.

­후배, 난… 난……토끼가 아니야!

"알아, 선배."

­알아 주는 건가, 후배!

오크였다면 '오! 친구여!'라고 외칠 법한 분위기였다.

­그나저나 선배로서 충고를 하나 해줘야겠지. 후배도 폐하를 조심하라고.

"뭘 말이야?"

­폐하는 극한의 마조히스트거든.

"……."

제국을 세우고 건국제라 불리는 여황제가 사실은 마조히즘을 가진 개변태라고? 쉽게 믿기 힘든 선배의 고백에 머리가 어질해진다.

­실례로구나. 새로운 즐거움을 추구하는 자라고 해다오.

스스로 확인사살을 꽂으셨다. 아니, 본인이 마조히스트에 중2병이면서 후손들에게는 잘도 안 들켰네.

아니지. 선조가 그런 괴이한 변태라는 걸 기록으로 남길 수는 없으니 그 시대의 고관대직을 비롯한 가신들이 어떻게든 그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걸까.

­어쨌든 계약자. 앞으로 싸울 일이 있다면 꼭 본녀를 써다오! 본녀의 태산 가르기로 그대의 앞길을 막는 방해물을 기쁜 마음으로 치우겠느라!

이건 나도 해석 못하겠다.

"선배. 저게 뭔 소리야?"

­검신이 아플 정도로 세게 휘둘러달래.

"……."

왜 내 주변에는 정상인이 없는 거 같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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