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3화 〉 착정마(馬)왕 성기사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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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나 사생아 있음! 이러고 주장하신 황제폐하. 그런 장인어른의 발언에 연회장의 귀족들이 입을 쩍 벌리며 멍청한 표정을 지는다. 그리고 그 멍청한 표정을 짓는 이들 중에는 나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아니, 일개 귀족도 아니고 정치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황제가 사생아 선언을 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폭탄을 터뜨리셨음에도 장인어른께서는 개의치 않고 터벅터벅 내게서 조금 떨어져 있던 앨리스에게 다가가 그 어깨에 손을 텁 올리고는 당당하게 선언하셨다.
"최근 내 호위로 일했던 여기사 앨리스는 레온 하르트의 호위이며 동시에 그녀는 내가 예전에 사랑을 나눠 낳은 딸이다. 신분의 차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숨겼다만 지금이라도 그대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자. 어서 자기소개를 하거라."
"……제 본명은 엘리자베스 나이트킹덤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기사의 예법으로 공손히 자신을 밝히면서도 눈은 자신의 친부를 노려본다. 그 눈빛을 받으면서도 장인어른께서는 태연한 표정을 가장하고 있었지만 나는 볼 수 있었다. 뒷덜미에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계신 걸.
딸래미에게 미움을 살 걸 알면서도 과감하게 드러낼 필요가 있었다는 걸까.
왜 이렇게 된 건지 짐작조차 가질 않아 머리가 혼란스러운 그때, 첫째 황자가 갑자기 한쪽 무릎을 꿇으며 외쳤다.
"폐하! 그녀가 제 이복동생이고 황가에 사생아라는 건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그걸 밝힌다는 건 설마 그녀를 황가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뜻입니까?"
"그렇다면 어쩔 꺼냐?"
"아니될 말씀이옵니다. 하르트 공자처럼 친부인 공작이 제 자식으로 인정하고 가문에서 키웠으면 모를까, 그녀는 성인이 되고도 몇 년 동안 황성에 발을 들여본 적이 없는 이입니다. 그런 이복동생을 제국의 법도가 인정하지 않사옵니다."
제국법을 들먹이며 반대를 하는 첫째 황자. 그런데 날 예시로 든 게 상당히 불쾌하다.
'저 시벌 새끼가 날 미끼로 앨리스를 까네?'
죽일까.
"그럼 법을 바꾸겠다."
"……예?"
당당히 자기를 위해 법을 바꾸겠다고 주장하는 장인어른의 주장에 당황하는 황자. 다른 귀족들마저 황자의 옆에 가 무릎을 꿇고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폐하! 제국법은 위대한 건국제께서 만드신 법! 그걸 바꾸는 건 선조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뜻이 됩니다. 도리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고정해 주시옵소서!"
"""고정해 주시옵소서!!"""
다 같이 무릎을 꿇고 사극투로 장인어른을 만류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역사가 중요한 이 중세에서 법을 황제 맘대로 바꾸는 건 도저히 용납 못할 것이다. 선례가 있으면 다음에도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렇기에 황제의 권력이 제국법까지 휘어잡기 전에 막는 것이다.
그러나 장인어른은 여전히 화끈하셨다.
"아니, 시벌. 내 딸을 딸이라 못 부르려고 황제가 된 줄 아는가? 제국법 때문에 내 딸이 황족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데 그럼 어쩌란 말인가?"
"그냥 황족으로 받아들이지 않으시면 될 일"
"이보게, 백작."
"……네, 폐하."
총대를 매고 다 하지 말라고 말하려던 백작의 말을 끊은 장인어른의 부름에 백작의 얼굴은 떨떠름해졌다. 분명 좋은 의도로 자신을 부른 건 아닌 것 같았으니까.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했다.
"자네, 백작부인 몰래 사생아를 둘이나 만들었더군."
"예, 예?"
"그리고 백작가의 재산을 부인 몰래 그들에게 일부 돌렸고 말이야. 거의 친자처럼 키웠더구만. 그런데 뭐, 씨발? 백작 자네가 그렇게 자식을 중요시 하는 데 황제인 나는 그러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나?"
"그게 아니오라……."
백작의 얼굴이 시뻘게진다. 이렇게 자신의 치부를 황제가 까발리며 역관광을 당하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
그런 백작의 모습을 보며 귀족들은 오소소 소름이 돋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생아가 있다는 거야 들킬 수 있지만 어떻게 숫자까지 맞춘단 말인가? 예전부터 오랜 시간을 들여 조사하지 않으면 모를 수밖에 없는 걸 알고 있는 것이다.
다들 침을 꿀꺽 삼킨다. 백작처럼 황제가 만약 자신의 사생아에 대해 알고 있고 그걸 여기서 꺼내들어 공격하면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었다. 연회장에서 온갖 개망신을 얻고 집에서도 처첩들한테 바가지를 긁히게 될 터. 딱 보아도 단단히 준비한 듯한 위풍당당한 모습에 괜히 신경질을 건드리지 말자고 귀족들은 속으로 합심을 선보였다.
"……젠장."
귀족들의 분위기를 읽은 황자가 나지막하게 욕지거리를 중얼거리며 미간을 좁혔다. 여기서 자신을 지지하는 귀족들의 기세가 장인어른에게 넘어갔으니 앨리스를 더는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걸 아는 거겠지.
귀족들에게 힘 업어 외친다면 모르겠지만 황자 혼자서 황제인 장인어른의 뜻을 거역하고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아니, 이름을 보면 진짜로 거역하고 주장할 것 같기도 하고.
그러나 내 불안과는 다르게 황자는 알겠다고 수긍하며 앨리스와 날 노려보며 연회장에서 빠르게 물러났다. 여기 더 있어 봤자 얻을 게 없다는 걸 알기에 저러는 거겠지.
"모두 잘 들어라. 포상은 연회의 마지막 날에 모두 다 함께 치르겠지만 한 가지 미리 결정된 사안을 발표하도록 하마. 엘리자베스는 황족으로서 황위 쟁탈전에 참여하게 될 것이며 그 약혼자는 레온 하르트 경이다. 그러니 알아서 잘 하도록. 괜히 저기 있는 멍청한 자작 부자처럼 시체 꼴 나기 싫으면 말이야. 그럼 실례하도록 하지. 연회를 즐겨라."
할 말만 하고 연회장을 나가시는 장인어른. 발걸음이 유독 서두르는 것처럼 보이는 건 도망치는 것 같았다.
으드득.
……진짜로 앨리스한테 갈굼을 당하기 전에 도망치시는 거였나. 앨리스, 이 갈지 마. 이 상해.
'그보다 이 씹창 난 분위기 어쩔 거냐고.'
장인어른이 폭탄만 던지시고 가는 바람에 조졌다. 귀족들은 혜성처럼 등장한 앨리스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일단 거리를 둔다는 식으로 이쪽을 모른 척을 했고 나 같은 경우는 영웅이지만 동시에 황녀의 약혼자로 등극하는 바람에 함부로 손을 내밀기가 꺼려진 것이다. 아마 이 연회에 모인 이들은 황실 파벌, 귀족 파벌, 중리 파벌로 시작해서 황위 계승전으로 인해 복합적인 정치 관계를 구성하고 있을 텐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앨리스에게 손을 내밀었다간 파벌에서 배신자로 몰릴 수 있으니까.
우리 일행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연회장의 분위기가 안 좋아지니 악기를 들고 연주를 하는 궁중연주단이 울상이다. 자신들의 노래가 전혀 의미를 갖지 못하니까 자존심이 상하는 거겠지. 미안해요, 여러분. 장인어른이 좀 막무가내에요.
속으로 그들에게 사과하며 나는 애인들에게 작게 말했다.
"아무래도 우리가 여기 있는 게 민폐인 것 같은 데 이 즈음에서 빠질까?"
"그러자. 앨리스 동생의 정체가 밝혀진 것 때문에 다들 혼란스러울 테니까 오늘 우리가 즐길 수 있는 연회는 여기까지겠지."
"알겠어요."
"제 바보 아버지 때문에 모두에게 죄송할 따름입니다."
우울한 얼굴로 그리 말하는 앨리스. 하긴, 저 드레스 코드를 맞추는 데 걸린 시간을 고려하면 별로 즐기지도 못하고 나오고 말았다.
준비부터 화장까지 세 시간은 걸렸는 데 즐긴 게 고작 한 시간 반이라니.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었기에 우리들은 그대로 연회장을 퇴장했다. 우울해 하는 앨리스를 아비 누나와 아르잔느가 위로하며 연회장에서 떨어져 우리에게 배정된 방으로 향했다.
원래 연회에 참여하는 이들 대다수가 황성 바깥에서 여관이나 별장을 사용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앨리스의 신분 덕분에 개인 방이 따로 배정되어 있었기에 굳이 쉬기 위해서 황성 밖까지 발걸음을 옮길 필요가 없었다. 당연하게도 남녀로 객방의 장소가 나뉘기에 갈림길에서 헤어졌어야 했지만,
"레온, 따라 와."
"공자님, 따라 오세요."
아비 누나와 아르잔느에게 양팔을 붙잡혀 가슴 사이에 끼워진다. 부드러운 드레스 위로 두 수인 여성의 폭력적인 가슴을 팔로 만끽하는 이 기분은 동자공을 단련한 이(동정 기사)거나 대마법사(42세 동정)라면 대가로 자신의 경지를 바치는 일이 있다 하더라도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을까 싶다.
오랫동안 참았던 아비 누나와 소꿉친구인 아르잔느가 함께 날 안겠다고 미리 말했었기에 오늘은 두 사람과 함께 3P를 할 예정이다.
착정을 하는 듯한 섹스를 하는 짐승 여자들과 함께 처음 해 보는 3P를 해야 한다니. 물리적으로 천상에 갈까 봐 걱정이다.
"레온, 죽지 않도록 화이팅입니다."
"…응."
앨리스의 응원 같지 않은 응원을 받으며 헤어진다. 내 정력은 분명 대륙에서 손꼽히는 수준이겠지만 구미호로 성욕이 아홉 배가 되는 아비 누나나 성욕이 될 대로 쌓인 아르잔느를 상대로 의무방어전을 하는 건 나도 긴장해야 할 일이다.저번에 첫경험에서 똥구멍만으로 착정당해 복상사를 당할 뻔했지만 아비 누나의 말에 의하면 그때 성욕이 꽤 해소되서 이번에는 그만큼 착정당하지 않을 거라 했으니 괜찮겠지만.
게다가 그때 너무 충격적인 일인지라 아르잔느는 정작 보지로 섹스를 하지 않았으니까 이번에 꼭 해야 한다.
'애당초 슬슬 선배한테 사념 좀 먹일 때가 되기도 했고.'
폴리모프 유지도 은근 사념이 많이 들어간다. 진지하게 전투할 때는 마법을 쓰기 위해서라도 폴리모프 마법을 해제하고 싸우는 버릇을 들여야겠다고 생각하며 나는 아르잔느에게 배정된 객실에 아비 누나와 들어갔다. 아비 누나의 방은 연회의 중간 날짜인 내일부터 교단의 이들이 단체로 들어올 예정이라 거기서 섹스를 존나게 하면 냄새가 날 수밖에 없고 민망한 상황이 되기에 아르잔느의 방에서 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다 문득 아비 누나가 서랍장에서 검은 안대를 하나 꺼내왔다.
"아, 잠깐. 레온. 이 안대 좀 쓰고 있어."
"안대는 왜?"
아비 누나가 내게 안대를 직접 씌워 주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제부터 옷 좀 갈아 입을 건데 기대하면서 기다리라고."
"알겠어, 누나."
"착한 아이네. 쪽."
안대를 씌운 누나의 부드러운 볼뽀뽀를 받으니 기분이 업 된다. 그렇게 가만히 있자 사락사락 드레스의 천이 옷을 스치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려퍼진다.
시각을 차단해서 그런지 다른 감각에 더욱 신경이 집중되어 예민해져서 흥분된다. 중간부터 마찰음이 미묘하게 바뀐 걸 인지하고는 다른 옷을 입고 있구나 싶었다. 그렇게 다 됐자 싶으니 아르잔느가 환복이 끝났다고 알려 준다.
"이제 벗으셔도 돼요, 공자님."
안대를 벗자 두 수인 애인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녀들을 본 나는 넋을 잃고 말았다.
"와아."
눈 멀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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