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화 〉 착정마(馬)왕 성기사 (18)
* * *
놀라운 건 내가 용인이 되었다는 사실뿐만이 아니었다.
하반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감각에 고개를 숙이니 축 쳐져 있음에도 평소보다 커진 듯한 드래곤이 있었다. 문제는 그냥 커지기만 했다는 게 아니라 분열을 했다는 점이었다.
'쉬벌. 왜 내 고간에 드래곤이 두 마리냐?'
자지가 두 개로 늘어났다. 이게 히드라 좆도 아니고 뭐시라냐.
내가 황당함에 입을 쩍 벌리고 가만히 있자 내 좆의 크기에 순수하게 같은 남자로서 감탄성을 터트리는 장인어른이었다.
"와. 시발, 쩌네……. 아니, 이게 아니라… 큼! 크흠!"
앨리스가 노려보자 냉큼 고개를 돌려 시선을 회피하고는 헛기침을 하셨지만.
"이보게, 사위. 아무래도 사위는 드래곤 하트와 잘 맞는 체질이었던 듯하군."
"네? 그게 무슨 소리세요? 드래곤 하트는 단순히 막대한 마력의 영약 아니었나요?"
"원래대로라면 그렇겠지."
순순히 인정하신 장인어른께서 이어서 말씀하셨다.
"하지만 고서에 따르면 드래곤의 마력과 잘 맞는 이가 드래곤 하트를 먹으면 신체의 일부가 드래곤처럼 변한다는 내용이 있다. 우리 황가에 바쳐진 드래곤 하트가 있는 데 그걸 먹은 선조께서는 머리에 한 쌍의 뿔이 자라났다고 하더군. 그런데 사위의 육신을 보니…… 생각보다 드래곤의 마력이 너무 잘 맞았던 모양이군. 그… 하반신도 그렇게 된 걸 보면 말이다."
"………드래곤은 음경이 두 개라도 됩니까?"
"그렇다네."
"헐."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다. 지금은 멸종해서 없지만 고대에 있었던 드래곤들은 좆대가리가 두 개였다는 사실!
아니, 그런데 나처럼 좆이 큰 사람이 두 개나 달고 있으면 그건 얻다 쓰라는 걸까. 보지에 하나, 항문에 하나 씩 박으라는 건가.
그러고 보니까 현대에서 수컷 뱀의 성기는 두 개라는 이야기가 있던 게 떠올랐다. 그러니까 뱀인 이무기가 용으로 승천한 존재라는 동양의 설을 드래곤에게 투영해서 좆을 두 개로 늘린 걸까. 아니, 도대체 제작사 녀석들의 뇌구조는 어떻게 되어 있는 건지 진심으로 의심됐다.
안 그래도 항문이 아니면 내 용자지를 뿌리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 여자가 없는 데 그런 흉악한 가정파괴범이 두 개로 늘어났으니 일반적인 섹스는 불가능한 몸이 됐다는 거다.
"그래도 선조께서는 마침 마법사셨지. 폴리모프를 사용할 정도로 고위 마법사셨기에 원래 모습을 되찾으실 수 있었어. 하지만 자네는…… 기사잖나?"
"……."
안타깝다는 듯이 말하는 장인어른의 말을 듣고 나는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마치 의사에게 고자가 되셨습니다, 라는 진단을 받은 환자의 마음이 이러할까.
그러다 문득 뇌리에 내려치는 번개와도 같은 번뜩임.
나는 허리춤에 있는 에고 그리모어 펼쳐 '카사노바', 정령사 선배를 깨웠다.
음? 후배. 무슨 일이야? 갑자기 날 깨우고.………얼레?
내 마력을 느낀 건지 선배가 벙찐 반응을 보였다. 나 또한 장인어른과 렉스 경의 시선을 신경 써 마도서를 사용하는 척을 하며 전음으로 대화했다.
미안한데 드래곤 하트를 먹을 기회가 생겼거든?
드래곤 하트라니……. 내 계약자도 참 공사가 다망한 몸이었나 보군.
그래서 말인데 너무 적합률이 높아서 몸의 일부가 변해 용인이 돼버렸어. 그걸 선조는 폴리모프로 해결했다고 해. 그러니까 선배가 나한테 폴리모프를 걸어줘.
궁정마법사까지 했던 선배가 폴리모프를 못할 리가 없다. 그런 믿음을 갖고 부탁을 하자 예상치 못한 대답이 나왔다.
후배. 날 믿어주는 건 고맙지만 '일단'은 불가능해.
뭐? 어째서?
폴리모프는 생각보다 마력이 많이 소비돼거든. 나야 음욕적인 사념을 연료로 하는 마도서니까 마력보다는 후배가 섹스를 얼마나 많이 하느냐에 따라 달렸지.
그리고,
나는 황실비고에서 수백 년을 처박혀 먼지만 쌓였다고. 남아 있는 사념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잖아.
즉, 폴리모프를 사용하고 싶으면 섹스를 해라?
그런 셈이지. 게다가 폴리모프는 연비가 심한 마법이라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흘에 한 번은 무조건 여자를 안아야만 할 거야. 비축한다면 그 이상으로 오래 유지할 수 있겠지만.
선불이 아니라 후불인 셈인가. 상황이 난감하게 됐다.
'이런 젠장. 이런 몸으로 떡을 칠 수가 없어서 그런 건데 어떻게 떡을 치라는 거야!'
그렇다고 앨리스와 섹스하자고 하기에는 장소가 그랬다. 장인어른의 눈과 귀가 다 있을 황성에서 앨리스에게 자지 두 개로 떡을 치며 실신시키는 짓을 할 수 있을 리가 있겠는가. 방음이 되는 곳이어도 곳곳에 숨은 황제의 눈과 그림자는 나도 신경 써야 한다.
내가 직접 판단한 결과, 앨리스가 있을 때랑 없을 때랑 황제의 눈과 귀는 숫자와 질이 달라진다.
그러니 앨리스랑 떡을 치는 건 무리고 다른 여자라면 들키지 않고 존나게 떡방아를 찧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프리트는 안 된다. 불의 정령왕인 녀석은 절정에 오르면 질에서 조수로 용암 뺨치는 열기의 불꽃이 쏘아진다. 황성에서 그런 사고가 벌어지면 수습할 자신이 없었다. 막으려면 막을 수야 있지만 나도 정령왕의 오나홀 같은 보지를 즐기느라 집중력이 느슨해질 텐데 어떻게 막으라고.
티타니아는 이제 내 집이라 할 수 있는 별장에 있으니 내가 부를 수 있는 건 착정마(馬)왕인 아르잔느와 성녀 후보가 된 아비 누나뿐이다.
아니, 잠깐만. 그냥 두 사람 다 부르면 되는 거 아닐까?
'전 부부였던 만큼 서로에 대해서 잘 알고 있으니 협공이 잘 될 거야. 아르잔느는…… 똥구멍에만 박지 않으면 그렇게 성욕이 폭발하지는 않을 테니 괜찮을 테고.'
그런데 교단 쪽 인물들이었으니 두 사람을 같이 안으면 교단 덮밥이 되는 건가. 아니, 이 경우에는 부부(??)덮밥이라고 해야 하는 게 아닐까. 부부덮밥이라니. 이래서야 빼도 박도 못하고 변태다.
십, 근데 야겜 세계에서 변태가 아닐 수가 없잖아. 여자들이 다 변태적인 이상성욕을 갖고 있는데. 나는 나쁘지 않아!
그리 합리화하며 자기위로를 하고 있는 데 돌연 한 가지 생각이 머리에 전구를 키고는 번쩍였다. 맘대로 범해도 문제가 없으며 뒷처리가 귀찮지 않은 존재가 마침 황성고문실에 한 명 있지 않던가.
"폐하. 혹시 이번에 생포한 흑마법사 간부는 어떻게 됐죠?"
"그 죄인 말인가? 어째서지?"
"제가 심문을 하면서 동시에 제 몸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는 지에 대한 조언을 받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본 드래곤을 만드는 데 참여할 정도의 연금술사라면 도움이 되는 지식이 있을 지도 모릅니다."
"흐음. 일리가 있군."
장인어른께서는 내 말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되려 내 제안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건 옆에 있던 앨리스였다.
"레온. 그 간악한 죄인의 말에 속아 어떤 사고가 벌어질지 모릅니다. 꼭 그녀에게 조언을 구해야 하는 겁니까?"
"연금술사의 지식은 희귀하다는 걸 알고 있잖아."
마법사들은 마법의 연구와 개발에만 집중하는 족속이지 연금술은 기초적인 시약만 공부하는 게 대다수니까 말이지.
선배가 내 주장의 동의하며 그리 중얼거린다. 동의해줘서 고맙구만, 선배.
"확실히 그렇긴 하군요. 스크롤 제작이나 일부 생활에 필요한 공공기구를 만드는 건 그리 어려운 연금술이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 이상의 지식이라면 그 죄인에게 있을 지도 모르겠군요."
"…그런가요."
자신을 지원해주지 못할 망정 방해하는 거냐는 듯이 앨리스가 노려보자 움찔한 렉스 경이 장인어른처럼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한다.
신분이 높은 두 중년이 내 여자에게 꼼짝 못하는 모습을 보니 신선하네.
"제가 로브 하나만 뒤집어 써서 모습을 감추고 고문실에서 그녀에게 정보를 캐겠습니다. 어쩌면 제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흠. 그러도록 하지. 마침 내가 직접 고문하려고 아직 손 대지 않고 있었거든."
"……."
제국의 황제가 손수 가하는 고문은 대체 얼마나 공포스러울까. 다행히도 여성 흑마법사 간부는 사지와 외형이 멀쩡한 상태인 모양이다. 황제가 직접 고문하겠다는 데 그걸 새치기 하고 먼저 손을 대는 미친 놈은 없을 테니까.
그렇게 렉스 경이 가져다 준 로브를 뒤집어 써 뿔과 날개를 숨겼다. 마침 내 체구가 쇼타나 다름없어서 로브 하나만으로 날개와 꼬리, 그리고 뿔까지 전부 감출 수 있었다.
안내는 또 렉스 경이 해주었다. 황제가 완전히 신뢰할 수 있으며 황성 어디를 돌아다녀도 의심받지 않을 처지라서 그렇다나. 한 제국의 기사단장을 이렇게 안내역으로 부려먹으니 괜히 내가 미안해진다.
날 안내하는 렉스 경이 지하감옥에 도착하자 그 문을 지키기 위해 경비를 서던 기사가 칼각과도 같은 경례를 한다.
"충성! 단장님, 이곳에는 무슨 볼일로 오셨습니까?"
"폐하의 명으로 고문기술자를 불렀다. 그 안내를 위해 왔다."
"단장님이 안내역이란 말씀입니까?"
"그렇다."
경비를 서던 두 기사가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었다. 황실 기사단장을 고작 안내원으로 써먹는 고문기술자가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여기 폐하의 허가가 담긴 인증서다. 이거면 문제 없겠지?"
"……네! 문제 없습니다!"
렉스 경이 내민 인증서를 꼼꼼히 확인한 후에 돌려주고는 다시 목성 좋게 외치며 대답하는 기사. 훈련을 잘 받은 FM 같았다. 그래서 지하감옥의 경비를 담당하는 건가.
"그래. 나는 여기서 돌아가니 고문기술자 공이 해주는 부탁은 전면적으로 들어주게나. 그 또한 폐하의 명이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가도록 하지. 밀린 업무가 많거든."
"네! 수고하셨습니다!"
렉스 경이 내게 잘 해보라는 듯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는 길을 다시 되돌아간다. 나는 감사의 인사를 고개를 살짝 꾸벅이고는 경비를 서는 두 기사에게 부탁했다.
"제가 들어가면 나올 때까지 아무의 입장도 허가해주지 않으시면 됩니다. 폐하가 아니시라면 무조건 거절해주십시오."
"어째서죠?"
"……제 고문은 상당히 끔찍해서 제정신으로 보고 있기에도 힘듭니다. 정령술을 사용해 속부터 열기로 찌고 그러다 내장을 상하지 않을 정도로 지져서 평생 통증을 앓도록 할 수도 있죠. 상처를 내고 불로 지지는 것도 있습니다. 거기에"
"윽. 잘 알겠습니다. 거기까지 해주십시오."
"네."
고문기술자 연기가 잘 먹혀든 것인지 두 기사는 인상을 찡그리면서도 지하감옥의 문을 열고 날 안으로 들여보내주었다.
황실 지하감옥은 그리 넓지도 않고 중죄인을 넣는 곳이라 사람이 별로 없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은 흑마법사 간부 혼자라고 했으니 여기서 내가 뭔 짓을 하든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애당초 이곳은 방음이 뛰어났으며 [기막]을 사용한다면 들킬 일은 없다. 나만큼 강자가 억지로 집중하고 간파하려 드는 게 아닌 이상에야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거다.
기대되잖아! 간접경험을 시켜줘서 고맙다고, 후배!
"선배. 어차피 내 여자도 아니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범할 뿐인 여자니까 그리 고마워할 필요 없어. 게다가 듣자하니 그 여성 흑마법사는 자기가 만든 호문쿨루스로 떡을 자주 쳤다고 하더라. 허벌 보지일 게 틀림없으니까 그렇게 기대하지는 마."
허벌 보지여도 수백 년 만의 섹스다! 섹스! 들뜨지 않을 수 있겠냐?!
"……아, 그래."
뭐, 선배가 기대하는 것도 어쩔 수 없겠지. 내 여자라면 간접경험도 절대 시켜주지 않고 여운으로 남은 사념만 연료로 주입시켰겠지만 흑마법사 간부는 내 여자를 죽일 뻔한 이들이고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
이 섹스는 서로의 애정이 오가는 섹스가 아니라 오직 나만의 쾌락을 위한 '의무 공격전'이 될 터. 그러니 애무도 없이 바로 박을 생각이었다.
젖지도 않은 구멍에 내 가정파괴범 규격의 사이즈를 냅다 꽂으면 찢어져서 피가 날 수 있지만 내가 알 바인가.
그런데 섹스를 하면 그 이후에 어떻게 변명하려고? 황실도 바보가 아닌 이상 후배가 그녀를 강간했다는 건 알 텐데.
"그건 걱정 마. 나한테는 기억삭제술(물리)이 있거든."
……괄호 안의 단어가 굉장히 신경 쓰이지만 뭐, 수배가 알아서 잘 하겠지!
믿어줘서 고맙다고, 선배.
흑마법사의 가둔 옥으로 향하는 동안 입가에는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이 참에 다른 흑마법사 간부의 정보를 캐서 요정왕국에서 지랄하고 있을 녀석들에 대한 정보도 구해야겠다.
흑마법사, 보지 딱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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