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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쇼타의 변태목록-72화 (72/142)

〈 72화 〉 착정마(馬)왕 성기사 (8)

* * *

툭. 어떻게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출혈이 멈춘 머리통이 여관방 테이블에 올려진다.

"이런 미친."

어느새 내 그림자로 돌아온 로리거유 암살자 하사나가 불쑥 튀어나오더니 "선물입니다." 이러면서 테이블에 올려놓는 게 아니겠는가. 두 눈이 부릅 뜨인 걸 보면 경악적인 걸 보며 죽은 모양이다. 하사나가 아무래도 자기네 조직의 단체를 사용한 것 같은데.

저렇게 목만 남은 신세가 되었지만 흑마법사 간부의 실력은 상성이 좋아서 이겼지 다른 간부였다면 아르잔느 본인 또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어 긴장을 해야 했을 거라고 설명했다. 그런 실력자가 저리 경악한 채 죽어버리다니. 아무래도 내 생각보다 하사나는 조직 내에서 단체를 바로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지위가 높은 듯했다. ……그림자 여왕 후계자인 걸까?

맞다면 좀 소름인데.

'씹. 좋게 생각하자. 그림자 여왕 후계자랑 안면을 튼 거잖아.……그런데 나 쟤 앞에서 아비 누나랑 떡 치고 장구 치고 다 했는데. 젠장.'

본의 아니게 그림자 여왕에게 내 성기 사이즈 정보가 넘어가게 생겼다.…………아니, 이건 좋은 건가? 근래에 변태적인 취향을 가진 여자들과 사귀다 보니 나도 변태가 되어 가는 기분이다. 앨리스 때문에 나도 노출증이 생길 것 같고, 아비 누나 때문에 여장에 익숙해지고, 티타니아 때문에 내 옆에 연인 중 한 명이라도 없으면 불안증이 도질 것 같고. 아니, 나도 이제는 진짜 변태인 건가.

하긴, 전생부터 정상이 아니긴 했다.

어떤 미친놈이 '헤흐응. 눈나.'를 말하려고 쇼타 아바타를 만들어서 플레이하겠냐고. 그저 롤플레잉이라고 더한 변태들이 많아서 그랬을 뿐이다.

남자면서 여캐를 하거나 여캐면서 남캐를 하거나. 아니면 남자면서 비키니 아머를 입어서 주변 플레이어한테 안구 테러를 선사하거나. 그런 놈들과 비교하니 내가 유독 정상으로 보였을 뿐이었겠지. 솔직히 남성 비키니 아머는 선 넘었지만.

나는 사고를 현실로 되돌렸다. 흑마법사 간부의 목을 테이블에 올려놓은 하사나는 다시 내 그림자로 쑤욱 들어간다. 머리까지 잠기기 전에 그녀가 내게 말했다.

"의뢰금은 최대한 빨리 받았으면 좋겠어요."

"……다이너한테 내일 바로 찾아갈게."

빨리 안 주면 나도 저렇게 될까 봐 무섭다.

일단 하루는 자고 다음날이 되자마자 아침 일찍부터 렉스 경을 찾아가 삼봉 조루 메이든의 모가지를 주었다.

"이게 뭐지?"

"도망쳤던 흑마법사 간부에요. 어제 밤에 산책을 나갔다가 오줌이 마려워서 숲에 들렀는데 숨어 있기에 싸우고 죽였어요. 저항이 워낙 세서 어쩔 수 없이 강한 공격을 날렸더니 그대로 목만 남아버리더라고요."

"……."

렉스 경은 벙쪘다.

또 훌륭한 공을 세웠으니 이제는 폐하께서 내게 줄 포상으로 뭘 줄지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고는 조루 메이든의 모가지를 들고 추기경님께 가셨다. 그러고 보니 포상 주려고 날 황도로 불렀던 건데 귀족들이 지랄하고 앨리스와 사귄다는 사실에 분노한 장인어른과 대련하고, 그러다 흑마법사 조직에 대한 정보를 건네니 그 길로 육봉이라 자기를 소개하는 미친 시체박이를 사냥한 뒤에 이곳으로 원정을 나섰다.

생각해 보니까 내가 활약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네.

비등록 흑마법사 조직 발견

본 드래곤 토벌

흑마법사 간부 둘을 사살

진짜 황실비고라도 열어주는 건 아닐까. 그런 막연한 기대를 품으면서도 조루 메이든의 모가지를 내게 넘긴 하사나에게 고마운 마음에 당장 다이너를 찾아갔다. 저주술사를 사살했으니 이제 저주가 풀렸을 거라 하자 그가 환한 얼굴로 외쳤다. 그는 내게 그랜절을 하며 외쳤다.

"이 모든 게 이단심판관님 덕분입니다!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그럴 필요까지는 없고 함부로 이단심판관이라고 부르지 말고, 일단 다이너 경의 아버지부터 좀 찾아뵙지. 정상인지 확인을 하자고."

"알겠습니다! 지금 제 방에서 모시는 중입니다. 어서 가시지요!"

나는 다이너의 안내를 따라 그의 방으로 향했다. 왜 남작 가문의 주인이 여관방에 있냐니까 다이너가 황도에 멀쩡히 있던 양반을 억지로 끌고 왔단다. 곧 은인이 될 내게 감사를 해야 한다던가.

이런 미친놈을 봤나. 그런 이유로 병자인 제 아버지를 황도에서 여기까지 끌고 오다니.

그래도 내 알 바는 아니니까 순순히 따라갔다.

"이단심판관?"

덕분에 나는 옆방에서 쉬고 있던 사제의 중얼거림을 놓치고 말았다.

◇◇◇

의외로 폭탄마처럼 느껴지는 성씨를 지닌 것 치고는 곱상한 인물의 홀쭉한 중년이 침대 위에서 날 반겨주었다.

"쿨럭. 쿨럭. 손님을 뵙고도 일어나지 못하는 점을 용서해 주십시오."

"아니, 그냥 앉아 계세요. 환자가 무슨 무리를 하려는 겁니까."

나는 K­유교를 받은 동방예의지국(전)의 남자다. 적어도 나보다 연상이고 환자이기까지 한 그가 무리하는 걸 보고만 있기에는 양심의 가책이 느껴진다.

그러나 다이너는 광분했다.

"아니, 아버지! 은인이십니다! 가문을 살려 주신 은인이 왔는데 얌전히 침대에 앉아서 고개만 까딱이다뇨?! 어서 일어나­!"

"그만해, 미친 놈아!"

뻐억!

나 때문에 패륜을 저지르려는 다이너의 뒤통수를 재빠르게 후려갈겼다. 녀석이 철푸덕 쓰러져 코를 여관 바닥에 박기 전에 받아 주고는 의자에 대충 앉혔다. 아버지 앞에서 아들을 때린 셈이지만 이 놈은 이래도 쌌어.

패륜아를 처리한 나는 젠틀맨처럼 다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레온 하르트라고 합니다. 갑자기 아들분을 때려서 죄송합니다."

"하하. 제 아들 놈이 철이 덜 들었다는 건 누구보다도 제가 잘 압니다. 공자님이 때려 주셔서 오히려 제 속이 시원합니다. 아 참. 저는 마이트 가문을 이끄는 올 마이트라고 합니다."

"……이름 참 안 어울리시네."

어째서 근육빵빵한 아저씨가 떠오를 것만 같은 이름이었다. 그런데 눈앞의 귀족은 병상에 누워 골골대는 아재였다.

내 중얼거림에 마이트 남작이 잘 못들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네?"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보다 제가 방문한 이유를 아시나요?"

"알고 있습니다. 지금 기력이 쇠해 이런 꼴이지만 광인일 때의 기억 또한 또렷하니까요. 아들 놈이 저희 가문의 가보인 아다만티움을 넘겨준다고 했지요."

그의 진중한 표정에 쉽지 않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주로서 가보를 넘긴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사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게 저한테는 꼭 필요합니다. 원하신다면 정당한 구매로 얻을 의사가 있으니 부디 제게 넘겨주십사­"

"드리겠습니다."

"간청­…… 네?"

"저희 가보인 아다만티움을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쉽게 준다고? 그 아다만티움을? 오리하르콘 또한 뛰어나고 귀하지만 성능이 조금 더 좋을 뿐인 아다만티움이 훨씬 더 귀한 이유는 희소성에 있다.

아직 밝혀내지 못했지만 아다만티움과 오리하르콘은 그 비율이 1:20 정도로 대륙에 나와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가보이기까지 한 아다만티움을 저리도 쉽게 준다고 할 줄은 몰랐다.

내 멍청한 표정을 읽은 건지 마이트 남작이 싱긋 웃으며 물었다.

"제가 가보를 쉽게 내드리는 모습에 의하하신 모양이군요."

"솔직히 그렇네요."

"하하. 별거 아닙니다. 가보가 소중하긴 하지만 제 집안과 자식을 구해주셨으니 그 대가로 어찌 부족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상인이기도 한 자로서 당연한 대가를 내는 걸 아쉬워 하지 않습니다."

이게 상인인가. 사기 쳐서 등쳐 먹으려는 놈들이 이 남작을 좀 본받았으면 좋겠다. 호의를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는 어리석은 상인들도 종종 있으니 말이다.

"값이 조금 후하다고 생각되시면 뇌물이라고 생각해주시죠."

"뇌물이요?"

"제 아들을 잘 봐달란 부탁이기도 하답니다."

"아, 그건 사절요."

"……."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남작이 내게 똥을 넘기려고 하기에 단번에 거절했다. 그렇게 애절하게 쳐다봐도 소용없수다.

나는 광신도마저 데리고 다닐 마음이 없었다. 예쁜 여자라면 몰라도.

"그러시군요.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아다만티움 안 주시려는 건 아니죠?"

"저 올 마이트. 그렇게 쪼잔하게 살아온 상인이 아닙니다."

그렇게 말한 남작은 자신의 펜던트를 벗더니 내게 내밀었다.

"이게 저희 가문의 가보이자 가주를 상징하는 물건인 펜던트로 중앙에 박힌 그 보석이 아다만티움입니다."

"…아다만티움은 보라색 아니었어요? 이건 파란색인데."

"오리하르콘으로 도금해서 그렇습니다."

"……."

와. 상단으로 시작해서 영지는 없어도 귀족위까지 올랐다더니 돈이 많긴 많았다. 오리하르콘 보석이 박힌 펜던트라면 한 가문의 가보라 해도 이상할 게 없었고 아다만티움을 숨기기에도 딱 좋았으니까. 오리하르콘 수준의 금속이라면 아다만티움과 얼추 비슷한 마력반응이 나오니 감쪽 같이 위장을 한 셈이다.

"그럼 저는 이만 실례할게요. 다음에는 조금 더 건강해진 후에 만나도록 하죠."

"네, 하르트 공자님. 다음에는 더욱 건강한 얼굴로 뵙고 감사를 다시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쿨럭. 쿠우우울럭!"

"……."

남작에게 아다만티움 펜던트를 받은 나는 방을 나서며 그에게 작별인사를 건넸다. 자기 아들을 보며 얘도 데려가라는 듯 헛기침을 크게 연달아 터뜨리지만 무시하고 방을 나선 다음 문을 꾸욱 닫았다. 남성 광신도는 사절이다.

나는 펜던트를 쥐고서 그림자를 향해 내밀었다.

"자. 여태까지 고용했던 것에 대한 의뢰금."

"의뢰 감사. 그럼 여태까지 부려먹혀서 더러웠고 다시는 보지 말자."

"……헐."

아다만티움 목걸이를 낚아 챈 하사나가 다른 그림자로 이동하며 악담과 함게 사라졌다. 남의 사생활이나 훔쳐 보면서 딜도로 항문 자위나 하던 녀석이 대체 나한테 무슨 억하심정이 있다고 저러냐.

아비 누나랑 아르잔느한테 가서 위로나 받아야겠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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