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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쇼타의 변태목록-70화 (70/142)

〈 70화 〉 착정마(馬)왕 성기사 (6)

* * *

뒷처리는 순조로웠다. 아비 누나가 남은 신성력을 쥐어 짜 성배로 만든 성수를 한 모금 씩 마시니까 부상을 입었던 기사나 성기사들의 거동이나 체력이 문제없이 해결되더라. 전투까지는 요원하지만 짐을 나르는 건 수월했다. 그 '짐' 미스릴이 섞여 그나마 좀 가벼워졌지만 그래도 존나 무거운 드래곤의 뼈라는 걸 빼면 말이다.

"끄아아악!"

"힘 뺀 새끼 누구야!"

딱 봐도 통뼈인 드래곤의 뼈를 기사들과 성기사들이 으쌰으쌰 해서 다 함께 나르는 데 욕지거리가 튀어나온다. 분명 저기 드는 척만 하고 힘 안 넣는 녀석이 있나 보다.

하긴, 이제 막 부상이 나았더니 이런 짐꾼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이 만족스러울 리가 없다. 광산 지하를 더 조사했지만 나오는 건 연구 자료와 그들의 계획이 일부 적힌 작전서 말고는 흑마법사가 더 나오지 않더라. 그래서 이렇게 마음 편히 드래곤의 뼈를 나르는 건데 의도치 않게 가장 큰 공을 세운 이가 따로 있었다.

"이 더러운 신의 개새끼들! 으아아! 내가 가만두지 않을­!"

"시끄러워요. 입에 걸레를 물었나. 좀 조용히 있으세요."

빠악!

망설이지 않고 뒷목을 가격해 기절시킨다.

"…끄륵."

바로 아르잔느였다. 내가 믿고 비밀통로를 맡긴 거긴 하지만 이 시설의 관리자였던 사봉 쥬필리아는 자신의 호문쿨루스들과 직속 흑마법사들을 데리고 그곳으로 도주하던 걸 발견해 전투를 벌이고는 나머지는 다 죽인 채 간부인 그녀만 사로잡은 것이다. 이렇게 보니까 격세유전이 사기긴 사기다.

구미호만큼은 아니지만 성뢰를 일으키게 해 주는 페가수스 모드를 성전환의 부작용으로 상시 유지할 수 있게 된 그녀는 호문쿨루스와 휘하 흑마법사들을 다 지저버리고는 쥬필리아를 잡을 수 있었다.

듣자하니 키메라 연금술사라 직접 전투보다는 연구에 특화된 흑마법사라 다구리 속에서도 날뛰며 이들을 쓰러뜨릴 수 있었다고 하더라. 사실 저 수인을 모티브로 호문쿨루스를 제작한 키메라 연금술사가 재수가 없었다. 아니, 호문쿨루스를 본 드래곤처럼 특수한 가공으로 제작해 신성력을 견딘다고 했는데 하필이면 살과 뼈로 이루어진 인공생명체는 성스러운 기운을 버텨도 전류에 감전되어 마비가 돼서는 아무것도 못하고 당했다더라.

내 성화라면 오히려 타면서도 버티고 달려들었겠지만 하필이면 아르잔느의 성뢰라서 반항도 못하고 쓰러진 거다.

"성흔 보유자님."

그때 추기경이 내게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나는 아비 누나의 상사라는 추기경에게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추기경님.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하하. 그렇게 이 늙은이를 치켜 세우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일개 종이라면 성흔 보유자님께서는 신의 사도 후보나 다름없는 성자시니까요."

"말을 편히 해 주세요. 아비 누나의 윗사람이 제게 그러시면 누나가 곤란하실 거예요."

"어이쿠 이런. 제가 그만 들떠서 부담을 줄 뻔했네요."

추기경은 능글맞은 얼굴로 아르잔느와 수다를 떨고 있는 아비 누나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마치 동네 아저씨가 잘 자란 딸을 보고 흐뭇해 하는 것만 같았다.

"혹시 추기경님은……."

"네. 저도 아비게일 저 아이의 문제 되는 성벽에 대해서는 알고 있습니다. 애당초 저 둘을 이어준 게 저였으니까요."

"네에?"

추기경의 입에서 나오는 폭탄 선언에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니, 말하는 걸 보면 아르잔느 성벽도 알고 있는 것 같던데 왜 이어준 거람.

설마 둘을 괴롭히고 싶었던 걸까.

"아비게일과 아르잔, 아니… 지금은 아르잔느라고 했나요? 저 둘이 제 짝을 찾기는 어렵겠다 싶어 차라리 소꿉친구인 둘을 이어주면 외롭지는 않겠지 하는 생각에 제가 결혼을 주선했습니다만…… 서로를 존중해서 그런지 관계를 맺는 기색이 보이질 않더군요. 덕분에 저 둘을 마음고생 시켜서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답니다. 그런데 마침 성흔 보유자님께서 나타나셨더군요."

날 응시하는 추기경의 눈길에는 감사의 뜻이 가득 담겨 있었다. 호의로 가득 찬 시선.

마치 연인이 되기 전에 앨리스가 날 바라보던 시선과도 얼추 비슷한 인상이었다.

"저 아이의 이상한 취향을 맞춰주는 것부터 제 양자였던 아이를 받아준 것까지, 성흔 보유자님께는 정말 감사할 일이 한둘이 아니군요."

"아니, 사실……잠깐만요. 양자?"

"네. 아르잔, 느는 사실 제 양아들입니다."

"……오."

양아들이 여자가 돼서는 합법쇼타에게 대쉬하며 아양을 떠는 걸 봐야 하는 아버지인가. 아니, 그보다 나는 이번에 그녀를 확실히 신뢰하게 되면서…… 그녀에게 고백할 마음이 생겼다. 사실 아르잔느가 내게 고백해 오고 있지만 그렇게 마음고생을 시켰으니 적어도 고백은 내가 하자는 심정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뜮금없이 아르잔느의 아버님, 그러니까 장인어른을 마주하게 될 줄이야.황도에 와서 장인어른을 둘이나 뵙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추기경님. 부디 편히 불러 주세요."

"아니, 성흔 보유자님께 그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멋쩍다는 듯이 뒤통수를 긁적이며 말했다.

"나중에 장인어른이 되실 분에게 그런 존댓말을 받으면 제가 곤란합니다."

"흐으음? 허허허. 벌써 저희 아르잔느와 그런 관계가 되신 겁니까?"

"지금은 아니지만………'곧'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곧이라. '곧'……."

내 대답에 멋드러진 중년인 추기경께서는 손으로 턱을 훑으며 생각에 잠기셨다. 잠시 고민하시는 장인어른(예정)께서는 사색에 잠긴 눈으로 정말로 동성처럼 아비 누나와 즐겁게 수다를 떠는 아르잔느를 응시하시더니 이내 피식 웃으셨다.

"훗. 그렇게 된 거군요. 그렇다면 저도 한낱 늙은이에 불과하지만 보잘것 없는 힘을 보태겠습니다."

"네?"

내 의문에 답해줄 생각이 없는 건지 그 길로 돌아가 다시 성기사들을 전두지휘하며 드래곤의 뼈를 옮기도록 지시하는 추기경. 무슨 의도로 힘을 보태겠다고 한 건지 짐작이 가질 않는다.

아르잔느가 좋아할 법한 선물이나 취향에 대해 알려주시겠다는 걸까. 궁금했지만 괜히 다가가 물어서 지금 전두지휘를 하는 장인어른(예정)을 방해하는 실례를 저지를 수는 없었기에 찝찝함을 떨쳐내지 못하고 부부(?)였던 둘의 곁으로 갔다.

두 사람은 다가오는 날 반겨주었다.

"어서 오세요, 공자."

"어서 와, 레온."

피로가 가득한 기색을 감출 수 없는 얼굴이었지만 둘은 최대한 밝은 표정을 지으며 내게 걱정을 끼치려 하지 않는 언행에 돌연 가슴이 뭉클해진다. 두 사람이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었다. 긴장을 풀어 주는 안도감이 차오르자 나도 모르게 두 사람을 껴안았다. 키가 작아서 두 사람을 껴안은 게 아니라 두 사람 사이에 껴안기게 됐지만.

"후우우. 다행이네. 정말로 다행이야."

갑작스러운 포옹에 당황하던 두 사람이 안도가 듬뿍 담긴 내 혼잣말에 가까운 중얼거림에 날 빤히 내려다 보더니 이내 싱거운 웃음을 지었다.

되려 두 사람이 날 다정하게 안아 준다. 두 사람이 살아 있다는 실감을 느끼며 긴장이 풀린 나는 누적된 피로가 폭발한 건지 살며시 눈을 감으며 수마에 빠져들었다.

"……시발."

"모솔 서러워서 살겠나."

"개 같은 야만족. 개 같은 야만족."

저 멀리서 황실 기사들이 피눈물을 흘리는 듯한 원망이 쏟아져 나왔지만 난 모른다.

◇◇◇

흑마법사 토벌전은 피해자가 제법 발생했지만 키메라 연금술이 더해진 본 드래곤과의 전투치고는 적다고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의 실사를 적나라하게 적은 보고가 각 세력의 정상에게 올라갔다. 제국의 황제부터 교단의 교황을 비롯해, 요정왕국의 수뇌부는 물론, 각 소국과 왕국, 야만족들까지 그 정보를 접하게 됐다.

흑마법사 조직­이름이 육봉성인데 차마 보고서에 육봉성이라 적을 수는 없었는지 그냥 '흑마법사 조직'이라는 멋대가리 없는 조직명으로 알려졌다­이 온갖 연구를 통해 신성력도 버티는 본 드래곤을 만들었으며 그걸 처리한 게 새로운 성녀 후보로 추천된 미망인 아비게일 윌리엄스와 성흔을 가졌으며 공작가의 자식인 레온 하르트라는 보고서가 말이다.……그리고 신의 사도 후보인 성흔 보유자인 레온 하르트에 대해서는 자세한 신상정보까지 퍼지며 그 화려한 여성편력마저 알려지게 됐다.

그리고 그 장본인은 대륙에 퍼진 자신의 신상정보를 보며 얼굴이 굳었다.

이름: 레온 하르트

나이: 20

성별: 남

설명: 공작가의 둘째로 직접 가주위를 포기하고 집을 나갔다. 물욕과 명예욕이 적으면서 어떤 면에서는 주지육림이 소원인 청년. 공작가의 직계지만 모계 쪽이 북부 설산 야만족의 핏줄이며 검술 실력부터 황실 기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으며 불꽃 속성의 오러는 위력적이고 성흔을 통해 일으키는 신성력 또한 신의 사도 후보답게 성자와 맞먹는 수준이라고 한다. 용병일을 용돈벌이로 종종 했지만 최근에는 없다고 한다. 별다른 문제를 일으켰다는 얘기 또한 없다. 다만, 여성편력이 화려하다. 자신을 호위하는 두 여기사부터 성녀 후보인 미망인 상급 수녀, 그리고 요정 노예까지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추신: 뛰어난 여자를 좋아하는 듯하다.

하사나에게 부탁해 당신의 그림자에서 빼돌려 온 보고서를 본 나는 여성편력 부분에서 얼굴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아니, 하사나. 내 여성편력은 지들이 왜 궁금해 한데냐?"

"격세유전 수인에 오크 웨이브에서 빙산을 만들었던 요정에 성녀 후보인 상급 수녀까지. 하나 같이 보통 인물이 아니니 여성편력이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 게 아니겠습니까. 아마 귀족 사회에 나가시면 이제 영애들이 대시할 겁니다."

그림자 속에서 얼굴을 빼꼼 내민 하사나의 발언에 나는 이마를 탁 쳤다. 반은 야만족 출신이라고 귀족 사회에 나가지 않을 수 있었는데 이젠 틀린 듯했다.

마이트 광산 옆마을의 여관에서 휴식을 취하는 원정대. 나 또한 따로 방을 잡아 휴식을 취하면서도 하사나의 보고를 듣고 있는 데 일이 상당히 귀찮게 됐다. 아마 활약도 활약이지만 성흔을 드러낸 게 가장 큰 원인일 거다. 신의 사도라는 건 교단을 넘어서 대륙의 모든 이에게 의미가 깊은 것이니까.

'하지만 어쩔 수 없었지 뭐.'

입가에 쓴웃음이 걸린다.

아비 누나를 구하려면 성흔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을 정도로 강한 에너미를 흑마법사 녀석들이 준비했으니 말이다. 성흔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피해가 커졌을 거고 그 피해자 중에 아비 누나가 있었을 가능성도 없다고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후회하지는 않지만 귀찮은 일이 예정된 미래에 씁쓸한 미소가 사라지질 않는다.

똑똑.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하사나가 곧장 그림자 속으로 쏘옥 들어갔다. 저건 진짜 어떻게 하는 거지.

"누구세요?"

­레온 공자님! 저 다이너 경입니다.

날 이단심판관이라며 숭배하는 맛탱이 간 기사가 찾아왔다. 아니, 근데 얘는 토벌대에 끼지도 못했는데 왜 여기 있다냐.

"들어와."

"네. 실례하겠습니다."

다이너가 여관방 안으로 들어온다.부디 나랑 상관이 없는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근데 너 여기 어떻게 왔냐? 황도에 있던 거 아니었어?"

"토벌대가 나설 때부터 말을 빌려 타고 쉬지 않고 달려왔습니다. 솔직히 레온 공자님이 이 여관방을 잡는 것보다 제가 먼저 도착했을 겁니다. 그보다 중요한 얘기가 있습니다."

다이너가 울상을 지으며 서글프다는 듯 말했다.

"레온 공자님. 저희 아버지의 세뇌가 아직 풀리시지 않았습니다. 진짜 흑막이 아직 잡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시발."

사봉 키메라 연금술사 쥬필리아, 육봉 시체박이 네크로. 그 외에도 흑마법사 간부가 한 놈 더 있는 듯했다. 흑마법사가 뒤져야 그 저주가 풀릴 테니까.

나나 아비 누나 성흔으로 해결할 수도 있는데 본 드래곤과의 격전으로 신성력을 다 써서 회복하려면 꼬박 하루가 필요했고 그 시간이면 저주를 건 흑마법사가 트리거를 원거리에서 작동시켜 마이트 남작의 뇌를 곤죽으로 만들지도 몰랐다.

아니. 쉴 수 가 없네, 쉴 수가!

"제 아버지에게 저주를 건 녀석은 저주계열에 특화된 흑마법사라는데 토벌대에 잡힌 이들 중에 그만한 실력을 가진 흑마법사는 없었던 듯합니다. 부디 도와주십시오! 게다가 공자님께서 원하시는 아다만티움의 위치를 아는 건 가문의 주인인 아버지뿐이십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그건…."

진작에 도망쳤을 테니 불가능하지 않겠냐 대답하려는 순간, 내 그림자가 격하게 일렁인다.

'응?'

의아함에 화안금정을 키니 내 그림자에서 하사나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다른 그림자로 이동했다는 거다. 그러고 보니 당신의 그림자 수장은 희귀 금속을 굉장히 필요로 하는 성격이고 나는 당신의 그림자 전체를 고용한 대가로 마이트 남작가의 아다만티움을 보수로 주겠다고 했었다.

즉, 그 흑마법사 간부 놈을 잡아 족쳐야만 보수를 받을 수 있다는 뜻.

괜히 그놈한테 동정이 들려고 한다. 지금이야 정보조직으로 일하는 당신의 그림자지만 그 근본은 암살자. 지금 그 조직에게 찍혔으니 제국 제일 암살조직에게 쫓기게 생긴 흑마법사 간부에게 명복을 빌어 주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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