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어떤 쇼타의 변태목록-66화 (66/142)

〈 66화 〉 착정마(馬)왕 성기사 (2)

* * *

사봉(四?) 쥬필리아 네르탈은 육봉성의 네 번째 기둥으로 키메라 연금술에 뛰어난 실력을 지닌 이다. 삼봉, 그리고 육봉과의 합작으로 뛰어난 전투병기 키메라를 제작하던 연구실은 마이트 가문 소유의 광산 지하였고 관리를 하던 건 그녀가 제작한 자아가 없는 호문쿨루스와 육봉인 네크로의 특제 구울들이다. 이곳은 간부가 아니면 같은 육봉성의 흑마법사들도 침입할 수 없을 정도로 일급기밀로 취급되는 곳이었고 주로 사봉 쥬필리아가 관리했다.

평소에 일반적인 관리는 구울과 호문쿨루스들이 프로그래밍된 대로 알아서 척척 하기에 쥬필리아는 편히 낮잠을 잤다.

연구는 막바지에 이르렀고 자신들의 '결실'은 황도를 박살낼 것이다.

거기서 얻을 태초의 마녀, 흑마법사들의 신으로 숭배를 받는 그녀의 유산을 얻는다면 자신들을 한 층 더 조직의 덩치를 키우고 제국과 맞먹는 힘을 갖게 될 거다. 그때부터는 자신의 비밀스러운 취향을 참으며 살아갈 필요도 없겠지. 황실비고의 물건들을 판 자금력 또한 자신의 삶을 풍족하게 만들어 줄 테고 말이다.

그렇게 좋은 미래를 꿈꾸던 그녀는 갑자기 네크로가 만들었을 구울 몇몇이 작동을 정지한 걸 보고 의아해 하다가, 아래것들의 시끄러운 소란에 직접 연구실을 나가 물어보니 교단과 황실의 전력이 야습을 감행했다는 보고를 듣게 됐다.

"그게 무슨 개떡 같은 소리야?! 갑자기 교단하고 황실에서 여길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건데!"

"그, 그게 잘 모르겠습니다."

"모르면 다야? 엉?"

쥬필리아는 신경질 적인 얼굴로 자신의 옆에 대기하고 있는 호문쿨루스(수인 버전) 중에서 말 계열의 사역마의 어깨에 팔을 들어 걸치고는 부하를 노려봤다.

"빨랑 알아 와! 안 그러면 우리 호스의 좆맞으로 청년막을 뚫어 버릴 거니까!"

"히익! 네, 넵!"

부하가 마음에 안 들면 자신이 만든 수인 계열 호문쿨루스들로 성고문을 가하는 악독한 키메라 연금술사의 악명은 조직 내에서 유명했다. 그럼에도 불평할 수 없는 건 여섯 간부 중에서 네 번째 자리를 차지하는 강자이며 상사이기 때문이었다.

사라진 부하를 불만스럽게 쳐다보던 그녀는 바닥에 침을 탁 뱉고는 신경질적으로 손톱을 물어 뜯었다.

"시발. 이러다 나가리 되는 거 아니야? 일주일 만 더 있었으면 '그걸' 완성할 수 있었을 텐데! 젠장. 녀석들이 여기 오기 전에 그냥 깨워야 하나?"

하지만 '그건' 아직 완성되지가 않았다. 만약 함부로 출동시켰다가 당하면 조직 내에서 자신의 입지가 상당히 좁아지게 될 터. 가장 최선이 육봉의 자리로 하락하는 거고 최악의 경우에는 다시 상급 조직원으로 돌아가는 거다.

잘난 맛에 사는 쥬필리아는 결코 그런 몰락을 원하지 않았다.

'그 짓거리는 절대 못하지!'

한때 전(?) 기둥을 상사로 모셨던 쥬필리아는 그 간부의 성노리개나 다름없는 대우를 받으며 생활했다. 받아주는 척, 자기는 진심인 척을 하여 버티면서 그의 지식을 속속 빼 먹은 그녀는 결국 지식을 완전히 흡수한 뒤에 관리하던 키메라와 호문쿨루스의 지시 권한을 수정해 빼앗는 걸로 그를 죽이고 간부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또 상급 조직원으로 돌아간다? 적어도 자신을 가만두지 않으려는 놈이 한둘이 아닐 터인데 그걸 당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진짜로 좆 돼버리기 전에 그냥 나가리 되는 게 낫겠지."

황실과 교단이다.

흑마법사를 가장 잔인하게 족칠 수 있는 이들. 교단이 있다는 시점에서 상성부터가 밀리며, 설사 도망친다 해도 잡힌 부하들이 자신의 정체를 나불 거릴 테고 황실의 추적망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려울 터.

결국 여기서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 된다.

"젠장. 여기서 사용할 수밖에 없겠네."

그녀는 마치 귀부인처럼 호문쿨루스들의 호위를 받으며 다시 연구실로 들어갔다. 연구실의 중앙에는 공룡과도 같은 커다란 뼈가 자리하고 있었다. 박물관에 가면 전시되어 있을 법한 두꺼운 뼈로 이루어진 거체는 안구도 없으면서 텅 빈 동공에서 푸른 안광을 흉흉하게 떨고 있었다. 날개뼈와 이마에 발기한 자지처럼 우뚝 솟은 굵은 뿔은 이 실험체가 어떤 존재인지 알아볼 수 있는 특징적인 것이었다. 그 뼈에는 마이트 남작가의 광산, 바로 이곳에서 채굴되는 금속을 키메라 연금술로 합성시켜 유전자 단위로 새기는 것으로 신성력 등등 여러 상황에 내성을 갖도록 만들었다.

삼봉이 주기적으로 찾아와 저주를 걸어 이지를 억누르는 건 성공했지만 제어가 불가능한 폭탄 같은 괴물.

폭주를 억누르고 완전히 세뇌하여 지시체계를 완성할 때까지 이제 얼마 안 남았는데… 하필이면 이 시국에 찾아온 교단과 황실이 원망스러웠다.

'십새끼들. 조금만 더 늦게 오지. 벌써 찾아내고 지랄이야.'

쥬필리아는 그 실험체의 앞에 가서 마법진을 여기 저기 건들기 시작했다. 명령체계가 완성된 건 아니지만 오랜 시간 동안 흑마법으로 저주를 중첩시켜 바위를 물로 깎아내듯이 이지를 마모시켰기에 깨우는 순간 명령을 듣지 않고 폭주하게 될 거다.

'내가 교단에 잡히거나 황실 기사단의 검에 목이 잘리는 것보단 낫지.'

사봉 쥬필리아는 자신의 욕망이 가장 소중한 흑마법사였다. 그녀가 마음을 열어 주는 건 동물과 자신이 직접 제작한 호문쿨루스들뿐이다. 같은 조직의 간부인 기둥들과는 나름 협력하는 사이이긴 하지만 어찌 됐든 이런 상황이라면 목숨부터 건사해야 한다는 게 그녀만의 신념이자 정론이었다.

점점 더 바깥이 소란스러워지는 걸 느끼면서도 그녀는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크오, 크오오오오오오!!

실험체의 푸른 안광이 붉은색으로 변하여 더욱 흉흉해졌다.

"꺌꺌꺌! 모두 뒤져 버리라지!"

실험체를 깨운 쥬필리아는 자신의 존재를 눈치채기 전에, 저거의 정신이 흐리멍텅한 때를 노려 연구실 비밀통로를 통해 호문쿨루스들과 함께 빤스런을 시도했다.

◇◇◇

육봉성이 비등록 흑마법사들이 모여 서로의 발전과 자유를 갈망하는 조직답게 공적에 따라 흑마법의 공유도 하고 그래서 떠돌이보다는 발전이 훨씬 빠르다. 상사들의 좆 같은 내리갈굼 문화가 정착해 있음에도 육봉성이 그 세를 잃지 않는 건 그래서였고 그들의 실력은 결코 무시할 것이 못 되었다.

그러나 그게 교단의 성룡기사단이나 황실 기사단과의 정면승부에서 비벼볼 만하다는 소리는 절대 아니다.

"끄아악!"

"슬로우! 세쿠스리­꺼억!"

"조심해라! 이놈들, 하급 발기부전 저주까지 갖고 있다!"

……고작 며칠 밖에 유지가 안 되는 하급 발기부전 저주에 상급 기사가 경고하자 기사들이 격하게 공감하며 더욱 열심히 흑마법사들을 소탕하기 시작했다.

다른 저주를 몸으로 때웠으면 몸으로 때워지, 발기부전 만큼은 해주가 가능해도 몇 초라도 겪고 싶지 않다는 그들의 의지가 가득했다. 물론, 성룡기사단과 사제들 또한 활약하고 있었다.

"신이시여!"

"죄인은 피를 달게 받아 회개하라!"

그중에서도 가장 이목을 끄는 건 성녀체질로 전신이 신성력으로 가득해 저주나 흑마법이 먹히지 않아 맨몸으로 흑마법사 사이를 누비며 성배로 뚝배기를 깨는 상급 수녀 아비게일과 교황에게 갈굼을 당해 분풀이를 하는 성룡기사단의 추기경이었다.

흑마법사들이 전투용 호문쿨루스와 언데드를 소환해 최대한 병력을 보충해 보지만 숫자의 차이가 그리 크지도 않은데 질적의 차이가 너무나도 컸기에 손수무책으로 밀린다.

온갖 흑마법이 난무하며 어떻게든 상대하려고 해도 교황청 직속 사제들과 성룡기사단이 내뿜는 성스러운 기운에 속절없이 소멸하니 흑마법사들로서도 방도가 없었다.

철그럭. 철그럭.

그러다 그들이 비장의 수단을 꺼냈다. 언데드 특유의 붉은 안광과 흘러 넘치는 사기(死?). 녀석은 평범한 언데드가 아니었다.

일개 소환수처럼 볼 품 없는 스켈레톤이 아니라 칠흑의 갑주를 입고 손에는 대검이 들려 있었다. 딱 봐도 생전에 무도(??)를 걸었다고 생각되는 언데드. 실력이 뛰어난 네크로맨서가 소환하고 유지할 수 있다는 데스 나이트였다. 결국 질량전으로 되질 않으니 아예 데스 나이트를 여럿이 합작하여 소환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흑마법사들의 계획이었다.

그런 데스 나이트의 등장에 추기경이 기사단장 렉스를 돌아보았다.

"제가 상대해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 그러시죠."

"기사로서 호승심이 돋을 텐데 쉽게 양보해 주어서 고맙습니다."

감사를 전하는 추기경에게 렉스 경이 손을 내저었다.

"폐하의 어명을 무인으로서의 호승심 때문에 지체할 수는 없는 노릇일 뿐입니다."

"그렇군요. 그럼 슬슬 제가 나서도록­"

펄럭.

전투수녀의 법의를 펄럭이며 아비게일이 날아갔다.

제법 빨랐으나 둔기술의 기본만이 엿보이는 동작에 데스 나이트는 자연스럽게 검을 양손으로 쥐고 들어 성배를 막고 반격을 넣으려고 했지만,

콰직­!

소 수인의 힘을 계승했다고는 전혀 믿기 힘든 아비게일의 압축형 근육에 의해 피지컬 차이로 짓눌려 뚝배기를 내어 주고 말았다. 이미 격세유전까지 발동해 구미호가 된 아비게일의 근력은 통상의 아홉 배였으며 순수 힘만 따지자면 여기서 가장 강한 존재라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상성인 신성력까지 들어오는 밀물처럼 넘치는 상황이니 데스 나이트가 제법 강한 언데드긴 해도 성배를 둔기로 쓰는 그녀의 적수는 돼지 못했다.

단 번에 뚝배기가 깨뜨린 수녀의 모습에 추기경과 렉스 경이 입을 다물었다.

'쟤 더 강해진 거 같은데…?'

'굳이 황실이 필요했나?'

둘이 그런 의문을 느끼고 있을 쯤, 아비게일이 뒤돌아 두 남정네를 응시했다. 그 요사스러움이 넘치는 눈빛에 둘은 흠칫했다.

"뭐 해요? 숙녀가 이렇게 열심히 뛰는 데 가서 안 싸우시고!"

"쯧. 간다. 가."

"…실례했습니다."

두 남정네가 여성의 질타에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며 다시 흑마법사들을 학살하기 시작한다. 그 모습을 본 아비게일의 머리 속에는 흑마법사 소탕을 제외하면 한 가지 생각만이 존재했다.

'어서 얘네들 흙에 버무리고 레온이랑 섹스해야지!'

떡맛을 알아버린 수녀는 입술을 핥으며 이곳이 전투지가 아니었다면 무릇 남성들의 이목을 끌 정도로 요염한 분위기를 형성하여 둘렀다. 이제 남자친구도 생겼으니 성욕도 아홉 배로 늘어나는 부작용이 있는 격세유전을 걱정 없이 마음껏 사용하기로 했다. 어차피 교황청에다 오크 웨이브에 대한 보고도 끝났고 이번 일만 끝내면 복귀할 예정인데 그때부터는 자신의 연인인 레온과 함께 할 예정이니 말이다.

여자가 이미 둘, 아니… 어쩌면 곧 자신의 소꿉친구로 인해 셋까지 늘어나게 될 지도 모르지만 아비게일은 자신의 성취향도 맞춰줄 수 있는 남자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아무리 고결해야 하는 수녀라지만 아가사 교단이 결혼 금지인 것도 아니고 그녀도 멀쩡하게 성욕을 품는 수인이다.

부작용이 강한 격세유전이 있음에도 참았던 건 자신의 성욕을 만족시켜줄 수 있는 남자가 없었기 떄문인데 그게 해결됐으니 결코 포기할 수 없다. 미래에 대한 핑크빛 망상을 위해 열의를 불태우며 더욱 가열차게 흑마법사들의 뚝배기를 깨버리는 상급 수녀 아비게일 윌리엄스였다.

­크롸라라라────────!!!

그때, 광산을 울리는 포효와 함께 모두가 굳었다. 교단이고, 황실이고, 육봉성이고 너 나 할 거 없이 다들 심장에서부터 울리는 본능적인 생존욕구가 폭주하며 경직됐다.

쿵. 쿵.

거친 발걸음과 함께 커다란 지하통로에서부터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그것. 청은빛의 뼈로 구성된 녀석은 마치 미스릴로 제작된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결코 그게 아니란 걸 모두가 알 수 있었다. 언데드 특유의 붉은 안광이 텅 빈 동공에서 데굴데굴 구르고 있었으며 해골임에도 그 안쪽에는 박동이 울리는 심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본 드래곤(Bone Dragon)

주신이자 용신(?) 아가사의 사도인 드래곤의 시체로 만든 최악최강의 언데드.

"이런, 미친……."

누가 나지막히 중얼거린 혼잣말에 모두가 격하게 공감했다. 조종도 못한다고 알려진 저런 괴물을 만들어서 뭘 하려고 그런단 말인가. 무심코 몇몇이 흑마법사들을 쳐다보았지만 그들 또한 일급기밀을 알 수 없었던 이들답게 벙찐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모두가 벙찐 상황에서 본 드래곤이 입을 열었다.

과연 저 드래곤의 유해는 뭘 말하려는 걸까. 자신을 부활시킨 흑마법사에 대한 분노일까? 아니면 광기에 의한 전투욕일까? 손에 땀을 쥐게 하며 혹여 모를 공격에 대비하는 이들에게 본 드래곤은 말했다.

"나는 짱 쎄다. 졸라 쎄다."

지하광장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

"……."

"……."

그 드래곤의 본명은 트랜스패렌시(transparency)였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