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화 〉 보추콘 수녀님 (12)
* * *
"이런 미친."
앨리스가 욕지거리를 내뱉는 보기 드문 광경이 벌어졌다. 하지만 욕만 안 했을 뿐이지 옆에서 같이 이야기를 듣던 아르잔 또한 입을 쩍 벌리고는 다물지를 못하고 있는 걸 보면 부족한 리액션은 아니었다. 하기야, 어떤 시체성애자가 간도 크게 제국의 건국제인 여황의 시체에 좆대가리를 박을 거라 생각했겠는가.
만약 옆나라에서 왕족이 이쪽 황족의 시체를 상대로 그런 짓을 했다면 전쟁감이었다.
"그럼 공자는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건가요? 당장 필리아 남작을 제압해서 흑마법사에 대한 정보를 캐실 생각이신 건가요?"
"일단은 정보만 수집 중이야. 곧 있으면 황제를 알현할 때가 오잖아? 그때 모은 정보를 자료로 정리해서 폐하께 드릴 생각이야. 원래는 우리가 흑마법사들을 조진 다음에 알현하려고 했는데 사이즈가 너무 커졌어."
괜히 못 먹는 걸 먹으려고 노력하면 탈이 나는 법이다. 흑마법사 조직만 해도 상성이어서 아슬아슬하게 가능한데 네크로 미친 시체박이 성애자가 하필이면 건국제의 시체를 건드리는 바람에 완전히 폭망한 셈이다.
그나저나 건국제의 시체를 하급 언데드인 구울로 부활시킬 생각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시체박이인 네크로야 그렇다 치더라도 흑마법사 이 새끼들은 도대체 무슨 깜냥으로 그런 짓을 저지른 건지 모르겠다. 설마 무슨 비밀병기라도 준비 중인 걸까. 그렇다 치더라도 격세유전의 성기사인 아르잔과 성흔의 보유자인 나, 그리고 성녀체질에 격세유전 구미호로 신성력을 아홉 배로 부풀린 아비 누나가 협공을 가한다면 그 비밀병기조차 무의미하리라.
황제에게 직접 보고한 데다가 애당초 오크 샤먼킹 토벌에 대한 포상을 내리기 위해 알현하는 거니 황실이 움직이는 데 꼽사리 끼는 거야 얼마든지 가능할 거다.
"그럼 이대로 있다가 이틀 후에 폐하를 알현하면 되는 건가요?"
"레온이라면 분명 나쁜 생각을 하고 있을 겁니다, 아르잔느 경. 그는 적을 상대할 때만 잔머리가 빠르게 돌아가니까요."
"…앨리스, 요즘 나에 대해서 너무 쌀쌀맞지 않아?"
어깨를 으쓱이는 제스쳐를 취하는 앨리스. 나랑 떡을 칠 때는 그렇게 서로를 물고 빨고 좋다며 사랑을 속삭이는 데 평소에는 이렇게 날 칭찬하듯 까내리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그래도 예전보다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드니 결과적으로는 좋은 거겠지.
"다만, 갈 때는 아비 누나랑 함께 가는 거야."
상급 수녀인 아비 누나랑 함께 모은 자료를 보고한다면 황제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아가사 교단이 협력하겠다는 데 이걸 거절하면 교단은 용감하게 나섰는데 제국은 나서지 않았다, 라는 인식이 주어질 수도 있기에 황제는 높은 가능성으로 협력할 수밖에 없다.
그걸 노리고 아비 누나랑 동행해 황제를 알현하는 거다.
그러나 내 여인과 아르잔은 다른 것에 주목했다.
"아비 누, 나?"
"벌써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됐군요. ……저도 아비의 협력을 받는다면 곧……."
아니, 혼자 감탄하는 아르잔은 둘째 치고 우리 앨리스가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목을 돌리고는 날 핏발이 선 눈으로 노려보는데 그 이유를 모르겠다.
"저한테는 한 번도 누나라 불러주시지 않았으면서 아비게일 수녀와는 벌써 누나동생하는 사이였던 거군요."
"……앨리스. 누나라고 불러줄까?"
"됐습니다."
입에 바람을 넣어 볼을 빵빵하게 부풀려 나 삐쳤어요~ 라는 유아틱한 반응을 보여주는 앨리스. 오늘따라 보기 드문 모습이 튀어나오니 솔까 너무 귀여웠다. 아니, 내 호위나 검술 스승이라는 명목으로 스스로를 옥죄어 일선을 넘지 않도록 노력하느라 감추어져 있던 게 인제 와서 튀어나온 걸지도.
저렇게 말해도 은근히 해줬으면 한다는 듯 내 눈치를 살살 보는 시선에 나중에 침대 위에서 엘리자베스 누나라고 한 번 불러보기로 했다.
"아니, 잠깐만요."
돌연 뭔가가 떠올랐다는 듯 앨리스가 갑자기 미간을 찌뿌렸다. 설마 내가 놓친 중요한 뭔가가 있던 걸까.
긴장한 채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자니 나와 아르잔을 번갈아 보고는 뭐라 형용하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비게일 수녀와 사귀기 시작했다면 아르잔이랑은 무슨 관계가 되는 겁니까?"
뭐긴 뭐야. 내가 부부(??)덮밥 하는 거지.
하지만 이 중세의 사람들이 받아들이기에 부부덮밥은 너무나 먼 미래의 섹스 가치관이다. ……아니, 내가 뭐라는 거야. 이건 21세기에서도 안 쓰는 발언인데.
대답이 궁한 나머지 나는 침묵을 고수했지만 아르잔은 당당하게 말했다.
"뭐긴 뭐예요. '전(?)' 부부가 공동 부인의 자리를 차지하는 거죠."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아비게일 수녀가 부인이고 아르잔느 경도 부인 예정인데 둘이 전 부부였던 관계다? 이걸 대체 뭐라고 해야 할지."
응. 나도 그 난감함 잘 알 것 같아. 그리고 아르잔도 기회라고 바로 치고 들어와 내 여자가 되려는 건 좀 자제해줬으면 좋겠어.
"일단 아르잔에 대한 건 넘어가자. 나는 받아들일 마음이 없으니까."
나는 아직 TS를 받아들일 정도로 발전한 문화인이 아닌 듯하니 말이다. 그런데 진짜 네토리도 아니고 네토라레를 즐기는 사람들은 뭘까. 참으로 대단하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내 주장에 앨리스가 반개한 눈으로 짜게 식은 시선을 보내왔다.
"'아직'이겠죠."
"…어째서?"
"저랑 티타니아 언니로도 모잘라 상급 수녀인 아비게일 경까지 꼬드긴 분이 이렇게 제가 봐도 여성스러운 아르잔느 경을 못 받아들일 일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저 계기가 필요한 것이겠지요."
"……아니, 그 얘기는 진짜로 나중에 하자."
내 머리가 다 아프다.
일행에게 계획을 설명한 나는 다시 금발태닝로리로 여장을 준비했다. 이것도 하다 보니까 익숙해져서 아르잔의 도움이 없더라도 크게 위화감을 느끼지 못할 수준으로 여장이 가능해진 나다.
그렇게 여장을 하려던 나는 아직도 내 방에서 나가지 않은 두 기사를 바라보았다.
살짝 흥분한 시선으로 날 응시하는 앨리스와 멀뚱멀뚱 바라보는 아르잔. 뭐죠? 반대가 된 듯한 이 상황은.
"나, 옷 갈아입을 건데 안 나갈 거야?"
"연인으로써 당연한 요구를 하겠습니다. 레온의 옷 갈아입는 모습 보고 싶습니다."
……그렇다 치자. 나도 섹스 끝나고 아침에 기사복으로 착복하는 앨리스의 뒷태를 느긋히 본 게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아르잔을 쳐다봤다. 넌 연인도 아닌데 왜 안 나가냐는 질문을 던지자 씨익 웃는다.
"저는 원래 남자였는데요?"
"아니, 치사하게 이럴 때만 남자라고 주장하지 말라고."
결국 말씨름이 귀찮은 내가 포기하고 두 기사가 보는 곳에서 여장하여 여관을 나섰다.
◇◇◇
고해성사를 신청한 나는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흰색 법의를 입고 있는 아비 누나와 만남을 가졌다. 새로운 정보로 네크로 새끼가 시체박이였던 데다가 지금 나이트킹덤 건국제의 시체를 구울로 부활시켜 허리운동을 하고 있다고 알려주자 그녀마저 입을 쩍 벌리고 할 말을 잃은 표정을 지었다.
"충격이 크신가봐요?"
"어, 응. 네크로 남작가는 대대로 묘지기를 자처했던 만큼 교단이 운영하는 교회에 꼬박꼬박 다니고 봉사활동도 하러 다니는 사람들이었거든. 그래서 순박한 사랑을 가진 사람이다 싶었는데 설마 구울이랑 섹스하는 사람일 줄은 꿈에도 몰랐어."
그래도 네크로 녀석은 이름부터가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아가페 필리아도 아니고 네크로 필리아는 뭐란 말인가. 대놓고 나 시체박이요~ 하는 의미의 이름.
아니, 이 야겜 게임 개발사 진짜 제정신 맞나. 이름들이 왜 이렇게 돌직구적인지 모르겠네.
"그렇게 돼서 도저히 소수규모로 감당할 레벨이 아니게 됐다고 판단해요."
"응. 나도 그래. 황족모욕죄도 엄청난 건데…… 필리아 남작은 고인모욕죄를 황족에게 적용시킨 거니까 말이야. 게다가 제국을 세우신 시조라면 대검 하나로 압도적인 무력을 보이며 제국을 세운 여걸이라서 수많은 영애의 동경을 받는 분이기도 하고. 실질적인 규모는 우리가 감당이 되도 전체적인 사이즈로 보면 우리가 따로 처리해서는 안 되는 게 맞지."
"그렇죠? 그래서 이틀 후에 폐하를 알현해 오크 웨이브 건에 대한 포상을 받기로 했잖아요. 그때 자료를 드릴 생각이에요."
"나도 그곳에 같이 가달라는 거구나?"
반개한 눈으로 이해했다는 웃음을 짓는 아비 누나. 진짜 이 누나는 성녀체질이 아니었고 수녀가 아니었다면 격세유전에 의한 구미호 버전 부작용으로 늘어난 성욕을 감당하느라 수많은 남자를 치맛폭에 휘어잡았고 여우 같은 계략으로 정치에 관여했을 것 같다. 경국지색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것처럼 치맛폭으로 국가를 뒤흔드는 아비 누나라면 다른 의미로 꼴리겠네.
그렇게 내가 이걸 설명한 이유를 간파한 아비 누나는 실실 웃더니 손을 뻗어 내 볼을 꼬집었다.
"에휴. 우리 '레오나'는 이 누나를 너무 무시하는 것 같다니까. 연하 주제에 아주 건방져."
날 레오나라고 부르다니. 그렇게 부르지 말아달라고 얼마나 간곡하게 사정(물리)했는데!
"아비 누나가 자꾸 그렇게 절 애 취급하면 제 안의 수컷이 화가 날 걸요. 적당히 놀려주세요."
"화나도 되는데."
그렇게 말한 누나의 손길이 치마 안으로 들어가 축 쳐진 내 구렁이를 드로워즈 위로 스윽 훑는다. 어느새 요사스러운 눈빛을 지은 그녀는 꼬리가 하나둘 천천히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달콤한 목소리로 내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누나한테 이걸로 얼마든지 화 내도 돼."
"……꿀꺽."
진짜 요녀다, 요녀. 침이 절로 삼켜지네.
"대신 누나가 먼저 화 좀 풀게 해줄게. 괜찮지?"
"당연하죠. 누나는 내 연인이잖아요. 그럼 뭐부터 할까요?"
"으음. 그래."
좆을 만지는 손만 그대로고 상체를 뒤로 빼 거리를 벌린 아비 누나가 다른 손을 턱에 대고는 날 훑어보며 곰곰이 생각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다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그녀는 손가락을 탁 튕겼다.
"일단 엎드려 볼래?"
"……네?"
뭘 할려고?
갑자기 존나 불안해졌다. 불알이 싸한게 기분이 묘하게 나쁘지는 않은데 굉장히 불안한 느낌.
"누, 눈나?"
또 이 느낌이다. 아비 누나랑 야릇한 분위기에 들어가기만 하면 느껴지는 이 색향, 염기, 흥분. 여러 요소가 조합돼 독에 대한 내성이 극한에 가까운 나조차 쿵쾅거리는 심장을 주체하기 힘들어지며 누나에게 거스르기가 힘들어진다.
누나의 손길에 드로어즈를 벗고는 고해성사실 바닥에 짐승처럼 네 발로 엎드린 나. 그런 내 뒤를 점거한 누나는 자신의 폭유를 잡더니 아래로 축 쳐져 있는 내 좆을 포박했다.
후배위 파이즈리 실환가.
"기분 좋지?"
"헤흐응. 좋아요, 눈나."
"레온. 여기서 더 기분 좋아져 보지 않을래?"
"어떻게요?"
드래곤처럼 커다란 내 왕자지를 숨기기 위해 입은 널찍한 치마 안에서 아비 누나가 배시시 웃음 소리를 내며 말했다.
"후후후. 이렇게지."
그렇게 말한 누나는,
"핥짝."
"?!"
내 청년막이 있을 입구를 핥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