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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쇼타의 변태목록-49화 (49/142)

〈 49화 〉 보추콘 수녀님 (3)

* * *

당신의 그림자에서 의뢰를 건네 주기 위해 찾아왔던 로리거유 암살자. 이름은 하사나라고 하더라. 그녀는 어떤 수단을 쓴 건지 모르겠는데 내 그림자 안으로 쏘옥 들어가 숨었다. 신기하게도 [심안]을 써도 간파가 불가능하며 [화안금정]까지 써야 내 그림자에 그녀가 숨어 있다는 걸 알 수 있겠더라.

이런 니미. 당신의 그림자는 이런 고아를 벌써 이 정도 수준까지 육성하는 걸 성공했단 말인가. 하지만 크게 걱정은 안 됐다.

'하사나 같은 경우는 극소수겠지.'

이런 뛰어난 특급 암살자를 육성할 커리큘럼이 있다고 해도 정말 극소수만이 통과할 것이며, 그게 아니라면 애당초 극소수만을 뛰어나게 만들도록 과한 재력이 소모되어야 하는 방식일 테니까. 그 분야의 문명이 발전하는 수준이 아니라면 육성 커리큘럼으로 뛰어난 이를 만드는 데 있어 한계가 있는 법이다.

아마 내 의뢰를 받아들이고 부하들에게 시키는 모습을 보면 당신의 그림자에서도 특급 유망주가 아닐까 싶다. 그렇게 하사나를 그림자에 대동시킨 채 나는 아르잔에게 향했다. 일행들에게는 흑마법사에 대한 정보를 일행과 공유하지 않기로 결정을 내렸고 지금 아르잔을 찾아가는 건 교황청 본부의 고해성사실로 가는 데 있어 뭔가 준비할 거라도 있는 지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귀족 예법을 잊은 건 아닌데 아가사 교단의 예법이 따로 있을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굳이 그게 아니어도 아비게일과 만나 호감을 따 쉽게 협력을 따내기 위한 방법이라든가. 뭐, 결사대에서 함께 활약해서 끈끈한 우정이 있는 아비게일이라면 도와줄 가능성이 반 이상이지만 말이다.

"제게…… 아비게일의 호감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고요?"

아르잔의 얼굴이 안 좋아진다.

그러고 보니 아비게일하고는 소꿉친구라 했는데 내게 호감이 있는 아르잔에게 아비게일의 호감을 따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건 좀 빈정 상하게 만드는 질문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좀 더 상세하게 설명했다.

"혹시라도 아비게일이 협력하지 않을 수도 있잖아. 고해성사실이라는 한정된 환경에서 호감을 사며 협력을 받아내려면 아르잔 말고는 정보를 얻을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거든."

"……아마 거절할 리는 없을 텐데요."

"응? 뭐라고 했어?"

"아무것도 아니에요. 어쨌든, 그런 이유라면 알려줄 수 있는 게 하나 있네요."

그러더니 아르잔이 각오가 서린 눈빛을 하고서 날 뚫어져라 응시했다. 시선이 마치 금속감지기처럼 내 전신을 빠르게 훑는 듯했다. 시바 뭔가 범죄자로 의심 받는 기분이라 뭔가 묘한데.

지금 내 스킬 중에서 [직감]이 호소한다. 어서 도망치라고.

하지만 내 동료인 아르잔을 신뢰하고 있다는 내 호의를 내비칠 기회를 이렇게 버려도 되는 걸까. 심히 갈등하던 나는 결국 이성의 손을 들어주었다. [직감]이가 일을 잘하기는 하지만 결국 가능성에 불과한 걸.

"공자, 제가 앞으로 공자에게 하려는 걸 막지 않겠다고 맹세해 주세요."

"……."

벌써 가능성이 맞았을 거라는 생각이 격렬하게 드는 걸.

◇◇◇

연갈색 피부에 찬란한 블론드 머리카락이 살랑이는 미소녀는 조신한 걸음걸이로 여러 이들의 이목을 끌며 교황청에서 운영하는 고해성사를 신청하기 위해 홀의 로비로 향했다. 상급 수녀인 아비게일이 운영하는 인기 고해성사라던가. 주로 남자들에게 말이다. 하긴 폭유의 미망인 취급을 받는 여우 수녀가 고해성사를 해준다는 데 싫어하는 새끼가 있다면 게이거나 고추가 없는 이들일 것이다.

챙이 긴 모자를 쓰고 프릴이 잔뜩 달린 금발태닝 미소녀는 피부색으로 여러 이들의 이목을 받으면서도 당당하게 홀의 로비로 가 접수원에게 고해성사 서비스를 신청했다.

"고해성사 신청 좀 하려고요. 아비게일 수녀님이 하시는 걸로요."

"네, 알겠습니다. 고해성사실은 저쪽이며 앞서 손님이 네 분이 대기 중이시니 아마 두 시간은 기다려야─"

뻐억. 철퍼덕.

접수원이 가리킨 고해성사실에서 살이 터지는 찰진 소리와 함께 누군가 쓰러진 소리가 난다. 그러자 대기 중이었다는 듯 사제 몇 명이 오더니 그대로 고해성사실로 들어가 머리통에 혹이 난 배불뚝이 중년을 데리고 나와 빠르게 어딘가로 향한다.

"……."

"……."

나와 접수원은 잠깐 말이 없었다.

보아하니 뚝배기를 성배로 후려친 모양인데 고해성사실에서 어떤 변태적인 짓거리를 시도하면 그 의무감 강한 아비게일이 교단의 본부에서 신경 안 쓰고 저렇게 뚝배기 브레이크를 시도한 걸까.

"저기, 저건 대체…?"

"하아. 아가씨. 잘 들으세요."

"……."

아가씨라는 말을 들으니 뭔가 굉장한 상실감이 드네.

"아비게일 수녀님이 인기가 많으시거든요. 게다가 요번 오크 웨이브를 지원 가셨다가 남편이었던 분이 사망했다고 소문이 났어요. 그래서 못 먹는 감 한 번 찔러 보자는 식으로 요즘 들이대는 분들이 많은데 좀 과하면 수녀님이 화가 나서 때릴 때가 있거든요."

"아, 네. 참으로 쓰레기 같은 자들이네요."

"그렇죠! 진짜 상종 못할 발정 난 개새끼들이라니까요. 남편을 잃어서 슬퍼할 기간에도 고해성사를 받아주시는 착한 분이신데 그새 못 참고 저렇게 흉물이나 들이대고!"

"……."

"제가 그녀를 존경해서가 아니라 접수원으로써 하는 말인데───!"

블라블라블라.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접수원은 참하지만 수다가 너무 많아서 멘탈 브레이커라 불린다고 하더라. 뭐 하나 처리하려고 하면 멘탈을 바사삭 가루로 만들 정도로 수다가 많아서 일처리 속도가 엄청나게 느리다던가.

그 마수에 사로잡힌 나를 보다 못한 옆자리의 접수원이 대신 고해성사 신청서를 받아주었다.

……솔직히 조금만 더 빨리 구해줬으면 했다. 아, 고막에서 피나는 거 같아.

그렇게 두 시간 가량 대기석에 앉아 기다리고 있으니 내 차례가 오더라. 그렇게 고해성사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교회의 일반적인 고해성사를 치르는 곳과는 달랐다. 직사각형의 방이었으며 내 좌석으로 추정되는 의자 하나와 맞은편에는 지원군으로 올 때랑 다르게 새하얀 복장의 법복을 입은 아비게일이 베일을 쓰고 있었다.

나는 다른 이들이 감지하지 못하도록 섬세하게 마력을 다루어 고해성사실에 은밀하게 [기막]을 둘렀다. 좋아. 이제 바깥에서 우리 대화를 듣는 일은 없을 거다.

"잘 오셨습니다. 어린 양께서는 무슨 고민이 있어­"

"아비게일. 오랜만이에요."

"어…… 설마 레온 꼬마야?"

"네."

고개를 끄덕이자 반투명한 베일 너머에서 입을 쩍 벌리는 아비게일의 표정이 육안으로 확인되었다.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입을 헤 벌리는 것 정도는 보인다.

정말로 놀란 모양이다.

하기야, 나도 게이라서 한때 여장을 하느라 프로급 분장 실력을 지닌 아르잔에게 여장을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 외에도 성기사 임무 때문에 변장 실력이 늘어났다고 하고.

금태양 소녀라니. 소름이 돋아서 거절했는데 흑마법사 조직들에게 괜히 야만족 출신으로 추정되는 쇼타가 접근을 꾀했다는 소문을 내서 좋을 게 없다며 날 설득하더라. 실제로 내 외형이 너무나 특징적이어서 만약 하르트 둘째 공자라는 정체를 들킨다면 흑마법사들이 경계할 수도 있다.

황실이 날 부른 것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들은 모를 테니 갑자기 황도에 내가 찾아와 교단과 접했다는 소문이 나면 공작가에 다이너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흑마법사들이 신경을 쓸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받아들이게 된 나는…………… 레오나가 된 거다.

시발. 브래지어와 그 안을 채우는 뽕이 어색하기 그지없었지만 그래도 하의까지 여자 속옷을 입지 않아서 다행히었다.

특히 아비게일이 빤히 쳐다보고 있어서 더 부끄러운 것 같았다.

"아비게일. 계속 그렇게 보고만 있으실 거예요? 저 좀 부끄러운데요."

"아? 아, 으, 응. 그렇지. 중요한 얘기가 있어서 찾아온다고 했었지. 나도 참. 너무 의외의 모습에 놀라고 말았지 뭐야."

"내 정체가 탄로날 가능성 자체를 배제해야 하느라 아르잔이 변장시켰어요."

"……확실히. 아르잔이라면 나도 인정할 수준의 여장 실력이긴 하지."

여장? 변장을 잘못 말한 거 아닐까? 아르잔은 분명 성기사 임무 때문에 여장보다는 변장에 가깝다고 했는데.

아마 여자로 변장할 때가 많아서 여장이라고 굳이 콕 집어 말한 게 아닐까 싶었다. 나는 고해성사를 위해 배치된 의자에 앉아 아비게일을 마주했다.

"이제부터 본론으로 들어갈게요. 고해성사 배정 시간이 인당 삼십 분이라고 했으니 시간이 얼마 없어요."

"아, 응. 그렇지. 그래서 레온 꼬마는 무슨 일로 여기까지 온 거야?"

"아비게일. 혹시 마이트 가문에 대해 아세요?"

"응."

수긍하는 그녀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요즘 광산에서 씨가 마른 건지 광석이 잘 나오질 않는다며 가격을 천정부지로 높히는 만행을 저지른다고 들었어. 성기사들도 그것 때문에 무기 공급이 난해해졌데. 우리야 사람이 다치면 신성술로 치료하면 되지만 무기를 고치려면 대장간에서 금속이 필요하니까."

"그거 다 어떤 흑마법사 조직이 조작한 거예요. 마이트 가문은 그놈들한테 장악돼서 꼭두각시 신세를 지고 있는 거고 그걸로 노예 시장에까지 손을 댄 듯해요."

"……자세히 말해 봐."

베일을 벗은 아비게일의 눈이 날카로웠다. 나조차도 잠깐이나마 움찔한 예기를 띠운 눈빛.

그래서 내가 한 일은,

"그 새끼들이 뭘 했냐면요­"

눈나한테 고자질이다. 그렇게 미주알고주알 전부 고자질을 하여 알려주니 아비게일은 반개한 눈으로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다더니 불알이 찌릿할 정도로 무서운 살의였다.

아니, 눈나 수녀 아니세요? 성기사나 이단심판관도 아니고 이게 뭔 살기일까.

그런 내 껄끄러워 하는 반응을 눈치챈 아비게일이 살기를 싹 거두고는 입가를 손으로 가리며 눈을 크게 떴다. 실수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녀는 내 손을 잡았다.

"어머, 미안. 레온 꼬마한테 실례가 되는 짓을 저질러 버렸네. 미안해서 어쩌지."

"에이. 저랑 아비게일 사이인데 뭐 어때요."

아비게일이 내 손을 조물딱거리며 사과하니 뭔가 기분이 좋아져서 어깨를 으쓱이며 별 일 아니라는 투로 대답했다.

여성의 부드러운 손길은 언제 느껴도 좋으니까.

"후후. 그래. 나랑 레온 꼬마의 사이인데 뭐가 문제겠어. 나도 은밀하게 그들에 대해서 알아볼 테니까 너도 들키지 않게 조심해서 정보를 모아. 그리고 널 VIP로 선정할 테니까 이 시각에 매일 고해성사를 하러 오렴."

"…교단에도 VIP가 있어요?"

"긴급상황이면 모를까 평소에는 VIP가 있지. 이걸 많이 적선한다면야."

아비게일이 검지와 엄지를 이어 동그라미를 허공에 그린다. 즉, 교단에 돈을 많이 낸 이들이라는 거다.

하기야, 교단도 공짜로 굴러가는 집단도 아니고 돈을 내야 치료를 해주는 곳이기도 하니 적선을 많이 한다면야 VIP 대접을 한다 해서 이상할 게 없었다. 그리고 아마 긴급상황이라는 건 사람들이 여럿 다치거나 전시 같은 상황을 말하는 거리라.

"알겠어요. 그럼 슬슬 시간도 됐으니까 저 이만 가볼게요."

"아, 저기…."

"네?"

"으음. 그, 그게 말이지."

약간 상기된 얼굴을 하고서 여우 귀를 아래로 접은 채 말을 꺼내기를 우물쭈물하는 아비게일. 그녀에게서 보기 드문 반응에 내가 의아해 하면서도 인내심 있게 기다려주자 뭔가를 다짐했다는 듯 앙증맞은 오른손으로 폭유가 짓눌릴 정도로 꾹 누른다.

"내일도 그, 복장으로 오는 거야?"

"아마 그렇겠죠?"

당분간 내 신분부터 숨겨야 하며 혹여 들킬 경우를 대비해 교황청에 방문할 때는 여장을 하는 게 제일 안전하니 말이다.

"그래? 그렇구나. 다행이야."

"……."

혼자서 뭔가 안도하는 아비게일을 보며 나는 살짝 불안해졌다.

…………아니, 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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