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화 〉 보추콘 수녀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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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도로 가는 건 나와 기사단에 휴가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한 다이너 경, 그리고 호위기사를 자청하는 아르잔과 원래 같이 다니는 앨리스까지 이렇게 셋이었다. 그 선택에 날 절실하게 갈구하는 고위요정은 입을 비쭉이며 샐쭉한 눈으로 날 노려보았다. 눈가에 물기가 아른거리는 게 살짝 죄책감이 들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주인님! 어째서 절 두고 가시는 건가요? 정령계의 일이라면 요정인 제가 빠져서는 안 되잖아요."
"미안. 그런데 정말 안 돼. 대놓고 크라켄을 키메라로 만들어서 정령사와 강제로 연결시켜 정령계로 보내는 놈들이야. 고위요정인 네가 동행하면 이목이 쏠려서 숨기기 힘들거든. 게다가 티타니아 너는 설녀잖아. 공작가 둘재의 노예가 설녀 체질의 요정이라는 게 엔티알 영지에 소문이 나서 이미 퍼졌기도 해서 데려갈 수가 없어."
엔티알 영지에서 티타니아가 너무 유명해지고 말았다. 거대한 빙벽을 산중턱에 떡하니 만들어놨으니 뛰어난 정령사인 요정이 남자가 고파 내게 붙어 있다는 소문과 함께 실력이 괴물 같다고 알려졌다. 동시에 그로 인해 내 정력이 뛰어나다는 소문이 나서 여자들이 힐끔거리기도 하더라.
메이드가 날 보고 얼굴을 붉히는 광경은 제법 흐뭇했다. 그렇다고 다리를 벌리며 씨를 달라는 야겜 같은 전개는 없었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형수님과 불륜 임신섹스하면서 느낀 건데 너무 극약처방 같은 느낌이 강해서 그런 야겜 같은 전개는 당분간 사양이었다.
"아니, 그런데 앨리스는 기사잖아요. 저런 비키니 아머를 입히고 데려가도 되는 거예요?"
"……저는 괜찮습니다."
복귀한 이후로 내가 선물한 발키리 아머만 입는 앨리스를 가리키며 지적했다. 확실히 비키니 아머로 분류되는 발키리 아머는 천박한 용병이 입는다는 이미지가 강했고 만나는 지인마다 왜 그걸 입냐고 질문을 날렸다. 방어'력'이라는 개념이 도입된 세계기에 당연히 입을 수 있다 생각은 해도 천박하다는 인상은 그대로여서 고결한 여기사인 그녀가 왜 입냐는 거였다.
내가 비키니 아머를 입은 여기사랑 떡치는 걸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앨리스가 노출증이라서 그런 거고.
그러나 이번 황도행은 황성에 입성하여 상을 받는 걸 겸하며 황도 근처의 마이트 남작가의 광산을 차지한 흑마법사 조직을 토벌하는 작업. 그렇기에 비키니 아머 같은 눈에 띠는 갑옷을 입어도 되냐는 질문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였다.
"가능해. 왜냐하면 황도에 입성할 때 신분은 출가외인답게 용병으로 할 생각이거든."
"용병, 이요?"
"맞아. 내가 널 구입할 때의 신분도 용병이었잖아?"
"아."
티타니아의 눈이 동그랗게 변한다. 그녀로서는 잊지 못할 추억일 거다. 평생 곁에 있어도 될 주인을 만났던 때니까.
"나랑 앨리스는 용돈벌이로 용병 일을 한 적이 있거든. 용병 등급도 제법 높아서 신용성이 있는 데다가 귀족이라고 대놓고 말한 적은 없어서 평민으로 취급되는 신분이거든. 그리고 용병에게는 비키니 아머가 흔하지. 비키니 아머를 입은 여기사라는 소문이 딱히 없는 앨리스에게 저런 복장을 하고 황도로 가는 건 이목을 끌지 않기에 딱 좋아."
물론, 이목을 끌지 않는 건 아니었다.
'다른 의미로 존나게 이목을 끄는 존재긴 하지.'
가슴과 엉덩이가 빵빵한 미녀용병이 비키니 아머를 입고 등장한다? 용병 중에 제법 발정 난 개새끼도 있는 만큼 사소한 문제가 터질 거다. 그럴 때마다 일일이 손 봐줘야 한다는 사실이 귀찮기 짝이 없겠지만 괜히 마이트 가문을 장악한 흑마법사들의 신경을 끄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네. 이해했어요."
"두고 가서 미안. 그래도 사랑해."
"네. 저도 사랑해요."
그래도 두고 간다는 사실이 마음에 좀 걸려서 안아주고 볼에 쪽쪽 뽀뽀를 해주니 기분이 풀리긴 했는지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걸 볼 수 있었다. 참으로 다행이었다.
요정과 애정행각을 벌이니 질투심이 나는 건지 입술이 살짝 뾰루퉁해진 앨리스가 내게 물었다.
"그럼 일정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먼저 황도로 가서 아비게일과 합류하고 광산의 흑마법사들을 조진 후에 황성에 입성하여 보상을 받을 생각이야. 나랑 앨리스, 그리고 아르잔만으로는 조금 부족하기도 하니까 아비게일의 협력을 받아야지."
뚝배기 수녀의 성배 브레이커로 흑마법사들의 뚝배기를 깨버리자.
오크들의 뚝배기를 성배로 후려쳐 박살 내는 아비게일의 모습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았다. 내게 있어 성배를 둔기로 사용하며 적들의 뚝배기를 깨는 아비게일의 모습은 그만큼 충격적인 장면이자 '눈나!'를 외치게 만드는 멋진 장면이었으니까.
그렇다고 꼬시고 싶은 마음이 있냐고 하면 반반이다. 한때(?) 게이였던 아르잔처럼 결혼을 못할 정도의 이상성욕이 조금 두렵거든.
대체 그 이상한 성벽이 뭐기에 결혼을 못한 걸까. 오백 살을 먹은 티타니아보다 커다란 맘마통…… 우유가 나온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가슴과 앨리스 뺨치는 둔부를 지닌 여우 수녀는 성격까지 잘 맞아 개꼴리지만 혹시 모르는 거 아닌가.
평소에는 얌전한 수녀면서 밤일을 치를 때만 되면 S(사디스트)에 눈을 떠서 채찍질을 하는 밤의 여왕이 될 거라는 걸 누가 알겠는가. 나는 M(마조)이면 모를까 S랑은 결코 이어질 마음이 없었기에 제아무리 최강의 우유통을 가진 여우 수녀라 할지라도 무리다.
'아. 그러고 보면 아르잔은 아비게일의 이상성욕에 대해서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네. 나중에 물어보는 게 좋겠어.'
그때 마차에서 아비게일이 말하는 투로 보아 아르잔의 성벽을 알고 있던 것 같으니 그와 반대로 아르잔 또한 아비게일의 성벽을 알지도 모른다.
서로의 약속에 의해 비밀이라고 하면 구태여 캐물을 생각은 없지만 말이다. 대놓고 날 유혹하려고 꼬드기려 하는 그녀(?)에게 내가 무언가를 캐물으려고 꼬치꼬치 달라붙으면 되려 그걸 이용해 밀당을 하다가 날 잡아먹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나는 아직 먹힐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런데 아르잔느 경은 정말로 호위로 임명하실 겁니까?"
"뭐 어때. 내 실력에 반해서 성기사를 그만두고 호위를 자처하려는 이라고 이미 아버지께 설명도 드렸어. 날개랑 뿔을 보고는 놀라시긴 했지만 내가 알아서 하라고 하더라고."
앨리스가 날 안쓰럽게 쳐다봤다.
"레온. 덮쳐지지 않게 조심하십시오."
"……."
"여자인 제가 말하기 뭐하지만 성전환이 이루어진 지금 아르잔느 경은 원래 여성인 저보다도 훨씬 더 여성스러운 면모가 강한 이입니다. 지금 엔티알 백작령에서 주문제작을 한 갑주도 날개 때문이라곤 하지만 등까지 파인 게 아니라 아슬아슬하게 엉덩이 골이 보일락 말락 할 정도로 파인 게 딱 보아하니 제 발키리 아머를 보고는 레온의 취향을 고려해 그렇게 제작한 듯 싶어요."
엉덩살의 골짜기가 보일락 말락 하는 게 가슴골 드러낸 것처럼 섹시하긴 하지. 아르잔이 전략을 잘 짜긴 한 듯하다. 내가 저번에 뒷태를 뚫어져라 쳐다보니까 눈웃음을 지으며 요망하게 치마 위로 보이도록 말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더라.
뒷태만 보면 날개 잡고 뒷치기를 하고 싶은 꼴리는 몸매를 자랑했다. 가슴도 앨리스 뺨치는 수준이었고.
"그런데 아르잔느 양에게는 뭐라 설명하실 건가요? 그는 주인님을 이단심판관으로 알고 있는데 아르잔느 양이 그래도 성기사였던 자로서 쉽게 넘어가주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게다가 성흔에 대한 것도 얘기해야 하잖아요."
"그냥 다 설명해야지. 뭐, 별 수 없잖아."
사정을 설명하고 상급 수녀, 그것도 성녀 체질인 아비게일의 남편으로 계속 있으면서 명망 높은 성기사로 있을 수 있는 기회를 버리고 내게 귀의할 정도로 각오를 다진 아르잔에게 거짓말을 하는 건 좀 그랬다. 남자였다면 거짓말을 했을 지도 모를 일이지만 외형이 저런 초절정 미녀가 된 지금 울상을 지으며 날 쳐다보면 죄책감이 양심을 쿡쿡 찌른다.
"그녀를 제법 신뢰하시는군요."
"그럼 당연하지. 오크 샤먼킹의 성관련 주술에 대놓고 돌진하며 동료들 대신 몸을 던진 사람을 신뢰하지 않으면 나는 내 여자들 빼고 다 안 믿게."
"과연. 그건 그렇네요."
가장 믿는 건 내 여자들이지만 그 다음은 목숨빛을 졌다고 할 수 있는 아르잔이다. 그 뒤에는 아버지 정도려나.
내 대답에 두 여자는 납득해 주었다.
그나저나 흑마법사 녀석들의 전력이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성흔]을 가진 나와 성녀 체질인 아비게일, 그리고 성기사이자 격세유전의 힘까지 가졌던 아르잔까지 모두 천적이나 다름없는 존재지만 중과부적이라고 이길 수는 있어도 그 사이에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거나 주력인 녀석들이 도주할 수도 있었다.
그러니 일단 정보를 모으는 시도는 해보겠지만 잘 될 지 모르겠다. 그런 걱정과 함께 우리들은 다음날 황도로 향했다.
◇◇◇
황도에 도착한 날.
야밤에 여관에 머물던 내 침실로 침투한 타이츠의 미소녀 암살자가 서류더미를 내밀었다.
"고객님. 의뢰하신 정보를 가져왔습니다."
"…………………아, 맞다."
나…… '당신의 그림자'에 의뢰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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