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화 〉 노출증 여기사 (15)
* * *
화르륵. 타륵.
모닥불에서 불티가 튀긴다.
먼저 정신을 차린 나는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나뭇잎들을 긁어모아 불이 꺼지지 않도록 장작 대신 넣고 손끝으로 다시 화 속성 오러를 쏘았다. 그렇게 성화무형검을 만들어 모닥불을 쑤시며 꺼지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자니 고이 누워 있던 앨리스가 움찔하며 몽롱한 정신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한다.
"여기는…… 윽. …도련, 님?"
"이제 일어났어? 우리 스승은 잠꾸러기구만."
장난스럽게 말하는 나를 이런 때 장난을 쳐야겠냐며 힐난하는 시선을 노려보기에 냉큼 고개를 돌려 화톳불을 유지하는데 집중했다.
날 보고 한숨을 푹 내쉰 앨리스가 아직 피로가 완전히 가신 건 아닌 지 엉기적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러고 보니 이런 돌바닥에 자면 체력회복에 불편하기는 하겠다. 일반인이었다면 입 돌아갔겠지.
주변을 둘러본 앨리스는 왜 이곳에 우리들이 있는 건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도련님. 저희는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죠?"
"미안. 이프리트가 좀 신이 났던 건지 부락으로 향하던 오크 지원군의 길목에 강력한 일격을 날렸는데 그 여파가 너무 세서 나랑 앨리스까지 여파로 일어난 열폭풍에 휘말렸거든. 부상은 입지 않도록 막기야 했는데 충격까지 흘려내지는 못 해서 그대로 절벽에 떨어졌어. 그리고…… 갑옷은 강에서 빠져나오려고 버렸어. 미안."
"아닙니다. 애시당초 도련님이 절 구하려고 무리하시다 그렇게 된 것이니까요. 오히려 제가 사과해야 합니다. 기사로서 모시는 주인을 지키지 못하다니. 이 불충은 나중에 만회하도록 하겠습니다."
결의를 굳히는 것처럼 진지한 얼굴을 하는 앨리스.
아니 내가 지금 귓밥을 제대로 파지 않고 쌓이게 냅둬서 청각에 문제가 온 걸까. 나중에 티타니아에게 무릎베개를 받으면서 면봉으로 살살 파달라고 해야겠다.
주종관계이긴 하지만 연인인 나와 앨리스는 구태여 그런 딱딱한 관계에 얽매일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나는 스승과 제자라는 달달한 관계를 바라고 있건만, 앨리스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아니, 스승과 제자가 배덕감을 느끼며 달달한 연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거 꼴리지 않는 걸까.
어쩌면 앨리스가 노출증이라 이런 것에는 그닥 관심이 없는 걸지도.
그래도 일단 혼내긴 해야 했기에 나는 검지와 엄지를 뻗어 그녀의 이마를 딱 때렸다.
"아얏. 도련님?"
"바보 같은 생각하지 말라고, 바보 스승. 내 여자가 다치는 걸 가만히 지켜보는 한심한 남자가 되라고 나한테 종용하지 마."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죄송합니다."
고개를 숙이며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는 앨리스.
하지만 나는 봤다. 고개를 숙이기 전에 내 몸을 보고 얼굴을 한 번 붉히고, 숙인 다음에는 자신의 세미누드를 보고 귀까지 홍조를 전염시킨 그녀의 감정표현을 말이다.
그러고 보니 노출증이 있는 앨리스가 세미누드로 이렇게 둘이서 있다고 흥분하려나.
주륵.
……정정한다. 이미 흥분해 있던 모양이다.
"아니, 앨리스. 아무리 그래도 이런 상황에 흥분하는 건 좀 그렇지 않아?"
"죄, 죄송합니다. 도련님께 제 살결을 보여준다고 생각하니까 흥분이 가시질 않아서…… 폐를 끼쳤습니다."
"……."
마치 지상에 나온 인어처럼 지느러미 접듯이 갸녀린 자세로 다리를 접고 고개를 숙이는 앨리스.
그러나 웃기게도 음부를 감추는 최후의 보루는 연인인 내게 보여지고 있다는 사실에 가뜩이나 흥분을 하여 쏟아지는 애액으로 인해 젖어 그 내부의 형태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제 기능을 못하고 있었다.
부끄러운 건 아는 건지 나랑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한다.
"닿기만 한다고 애액을 흘리는 티타니아를 탓할 게 아니잖아. 앨리스도 걔 못지 않게 변태구만."
"…스승을 놀리면 못 씁니다."
"그럼 애액 좀 그만 흘리든가."
"……."
못하는 거냐!
대답을 하지 않는 앨리스의 모습에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저렇게 계속 냅뒀다간 애액을 과도하게 흘려서 탈수에 빠질 것만 같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옆에 거센 물줄기를 지닌 강가가 있다는 점일까.
산에서 흐르는 물답게 식음이 가능한 물이라 저기서 수분을 보충하면 앨리스가 탈수에 빠질 일은 없으리라.
비라도 와서 흙탕물이 된다면 또 모를까.
그래도 하나 남은 속옷을 저렇게 버리면 나중에 재회할 일행에게 얼굴을 들 수 있겠는가. 그러다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이 상황에, 그리고 노출증이라는 성벽이 있는 앨리스에게 딱 맞는 옷이.
'내 초월적인 직감이 이 사태를 대비한 건가.'
과거의 나에게 자화자찬을 던지며 나는 앨리스를 보며 헛기침을 했다.
"크흠. 큼. 앨리스."
"네."
"계속 그렇게 젖어버리면 속옷이 제 기능을 상실하잖아. 그러니까 아예 방수기능이 있는 옷을 입는 게 어때?"
"네? 그런 옷이 여기 어디에 있습니까?"
그렇게 말하면서도 앨리스는 기대하는 눈빛으로 내 공간확장 주머니를 쳐다봤다. 방수 기능이 딸린 속옷이 있다면 좋겠구나 싶은 거겠지. 본인도 애액으로 젖어서 번들거리는 팬티를 입은 채 동료들과 만나기는 상당히 수치스러울 테니까.
그녀의 걱정이 무색해지도록 만들기 위해서라도 나는 이 '갑옷'을 입힐 것이다.
나는 공간확장 주머니에서 천의 면적이 비키니보다도 작아 노출이 살짝 더 심한 비키니 아머를 꺼내 앨리스에게 내밀었다.
"도, 도련님?"
"커흠. '발키리 아머'라는 갑주인데 연결끈은 미스릴 실이고 면적은 오리하르콘을 극한으로 압축해서 비닐처럼 부드럽게 만든 걸 씌웠어. 안쪽은 아라크네의 실이라는 부드러운 재질이라 입는다 해도 가슴이나 고간이 쓸릴 일은 없다고 판매원이 설명해줬지. [자연수복]과 [철벽 미니스커트], 그리고 [방수] 기능이 인챈트되어 있는데…… 이걸 입어보는 건 어떨까?"
참고로 [방수] 기능은 내가 구매한 뒤에 따로 마법사에게 부탁해 추가한 거다.
훗날 섹스한 뒤에 정액을 빼내기 전에 발키리 아머를 겉옷 안에다 입혀서 그대로 하루를 보내라고 시켜보고 싶었기에.
내 설명을 들은 앨리스가 얼굴을 더욱 붉히면서도 눈을 가늘게 뜨고 날 노려본다.
아니, 자기 여자 보지에 정액 가득 채운 채로 돌아다니게 시켜보는 건 남자의 로망 중 하나 아니냐고. 설마 여기서 발정이 난 앨리스를 위해 사용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그나저나 앨리스가 간만에 스승일 때의 분위기로 날 째려보는 데 시선이 너무 따갑다. 마치 내가 교육을 잘못했어~ 라면서 자책이 섞인 듯한 눈빛이어서 뭔가 잘못한 기분이 들었다.
"잘 들어봐, 앨리스. 너는 노출증이 있어. 그 상태로 일행들을 만났다간 보지 형태가 빤히 그 위로 드러나는 젖은 팬티를 입은 게 보여진다고. 그럴 바에는 차라리 이 발키리 아머를 입어서 당당하게 즐기며 합류하는 게 좋지 않을까?"
"저기에 제 옷을 말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
툭. 화르륵.
발로 툭 쳐서 불 속에 넣어버렸다. 앨리스가 벙찐 얼굴로 나와 모닥불을 번갈아 본다.
굴 아래에 묘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
"……."
"옷이 어디 있다고? 내 눈에는 안 보여."
"……그냥 그 '발키리 아머'나 주십쇼."
날 한심하게 바라보면서도 결국 입는 걸 선택한 앨리스가 손을 뻗어 내게서 발키리 아머를 받아간다. 내게서 갑주(?)를 받아간 그녀는 너무 젖어 기능을 잃어가는 팬티와 브래지어를 냉큼 벗어던지며 태어날 때의 자연체 자체가 되었다.
뭐라 지적을 하기도 전에 흠뻑 젖어 축 쳐진 핑크색 음모를 보는 순간 요망하다는 인상이 머리속에 콱 박혀 그만 할 말을 잃었다.
내 바보 같은 표정은 앨리스가 비키니 아머를 입어 음부와 가슴을 가릴 때까지 이어졌다.
"아니, 너무 당당히 갈아입는 거 아니야?"
"어차피 저랑 도련님은"
"도련님 말고 레.온."
"……저랑 레온은 연인이지 않습니까. 속살을 보이는 정도는 괜찮습니다."
내 지적에 고쳐 말하는 앨리스의 얼굴에는 성벽에 의한 흥분 말고도 풋풋한 처녀처럼 부끄러움 또한 지니고 있었다. 티타니아였다면 학학 변태스러운 숨을 내쉬면서도 나한테 달라붙어 아양을 떨었으리라.
집착에 가까운 애정결핍을 가진 변태스러운 고위요정만 보다가 그래도 이렇게 아직 풋풋함을 지닌 미녀를 보니까 뭔가 신선했다.
내가 침묵을 유지할수록 앨리스는 더더욱 부끄러워하며 몸을 엉거주츰 꼬았다.
두 다리는 안절부절 못하고 오른팔은 자신의 몸을 감싹 반대편 팔을 붙잡아 초조함을 있는 그대로 내비친다. 분명 성적 흥분은 유지하고 있는데 애액이 흐르지 않는 걸 보면 발키리 아머에 내재된 [방수] 기능이 똑똑히 활약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더 어색해지기 전에 뭐라도 말을 하자.
"일단…… 붙어 있자. 우리가 하루 내내 자는 바람에 곧 있으면 다시 어두워지거든. 그리고 여기는 이불도 뭣도 없으니까…… 당분간은 체력을 완전히 회복할 때까지 붙어 있자. 열손실이 나는 걸 방지하도록 말이야."
"그, 그러도록 하죠. 한밤중에 부는 밤바람은 무척 차니까요."
나랑 앨리스는 몇 년을 같이 있었으면서 모닥불을 사이에 두고 굉장히 풋처녀랑 모쏠아다처럼 어색해했다. 이럴 때는 동정도 뗀 내가 주도적으로 나가야 남자가 아닐까.
나는 걸음을 옮겨 앨리스의 옆으로 이동했다.
앨리스는 여성치고 키가 큰 편이었기에 가슴 언저리가 내 눈높이여서 눈을 마주하려면 고개를 젖혀야 했다. 목이 아픈 건 싫었기에 나는 당장 자리에 주저앉았고 옆자리를 손바닥으로 토닥이며 말했다.
"앨리스도 어서 앉아. 서로 살을 맞대야지."
"…네."
얼굴을 붉히며 똑같이 앉아 어깨를 맞대는 앨리스.
보기 드문 모습이 평소와의 갭을 이뤄서 존나 귀엽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얼마나 그대로 있었을까. 모닥불이 불티를 흘리며 타닥 하는 소리만 몇 번을 들은 게 두 자리 수를 넘어갈 때 즈음이었다.
"저…… 레온."
"응?"
"열손실을 막기 위해서는 더 많이 살을 맞대야 합니다. 그러면 이렇게 어깨만 붙이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넓은 면적으로 맞추는 게 조,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껴안고 자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
발기이이이이잇!
용자지가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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