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화 〉 노출증 여기사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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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에서 발가벗은 두 남정네가 있습니다. 그리고 청년을 보고 말자지를 세우는 성기(??)사가 있으면 당연히 뭐부터 걱정해야 할까요.
이게 나보다 약하지만 존재 자체가 위협적인 적을 만났을 때의 위기감이라는 걸가. 내 후장이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본능적으로 뒷구멍을 손으로 보호하려 했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며 멈추고 말았다.
저 양반이 '공'이라면 당연히 내 후장이 저 게이의 좆에 꿰뚫릴 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해야 하겠지만, 만약 그게 아니라 '수'라면 내 거시기가 그의 입에 빨릴 위험이 있었기에 함부로 결론을 내릴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아예 위험 요소를 없애면 되는 게 아닐까.
공작인 우리 아버지도 말하셨다.
슥삭해 버리라고.
그냥 여기서 슥삭해버리고 모른 척을 할까, 아니면 슥삭해 버리고 흔적을 깔끔하게 지우는 게 좋을까.
진지하게 고민하는데 아르잔이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항복을 취했다.
게이의 함정인가. 너무나 위험한 상황(?)에 함부로 판단을 내리지 못하겠다.
"멈춰주세요, 공자. 제가 다 설명하겠습니다. 적어도 제가 이 손을 내릴 때까지 다가가거나 설명을 다 하지 않는다면 그때는 공격해도 좋으니 제 말을 들어주십시오."
"……후우. 알겠어요. 제가 납득할 수 있도록 제대로 설명하셔야 할 거예요."
"들어줘서 고맙습니다."
안도하면서도 담담히 대응하는 게 이런 상황에 퍽이나 익숙해 보였다.
이런 훤칠한 미남이 사실은 게이라는 게 내 부랄을 위협할 정도로 존나게 충격적이었지만 가만히 있기로 했다. 눈앞에 저 말자지를 발기시키고 대화를 나누려 하니 벌써 본능적인 거부감이 들었지만 정말로 후장을 노리는 사악한 말 수인이었다면 그 아비게일이 남편으로 삼지 않았을 테니까.
"지금 제 성기의 반응을 봤으니 짐작하셨겠지만 저는 동성애자입니다."
시부레 역시 게이였나. 설마 우리 눈나들처럼 쇼타콘이기까지 하다면 정말로 내 앞이든, 뒤든 한쪽이 위험해질 가능성이 높아질 텐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가사 님께 맹세컨대 저는 타 남성들이 싫어할 짓을 강제로 시도한 적은 한 번도 없으며 오히려 동성애라는 사실 때문에 교단 내에서도 따돌림을 받고 있는 처지입니다. 그러니 공자의 후장을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다는 건 '수'인가요?"
"……공자가 그 용어를 어떻게 알고 있는 건지 모르겠군요. 어쨌든 제가 '수'인 건 맞지만 앞쪽도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이미 포기했거든요."
"뭘요?"
아니, 뭘 포기했는데.
포기한 게 막대기인 건지 쌍구슬인지 내가 어떻게 알아.
[직감]이 내게 그는 무해하다고 다독였지만 내 남성으로써의 본능이 느끼는 거부감 때문에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해탈한 얼굴로 쓴웃음을 짓는데 뭔가 처량하긴 했다. 그렇다고 가까이 다가가 다독이는 일은 없었지만.
"저는 누군가와 이어지는 걸 포기했습니다."
"아니, 아르잔 경. 당신 이미 유부남이잖아. 품절남이라고!"
아비게일은 뭔 죄란 말인가.
그 상냥하고 가슴 크고 마망 속성까지 가진 동네 누나 성격의 여우 수녀가 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고 이런 전생에서 빌리 형이랑 좋은 연인을 맺을 법한 사내와 결혼해 독신 같은 삶을 살아야 하냔 말이다.
거기까지 생각히 닿자 그냥 죽여버리고 불상사로 처리해 아비게일에게 새 남자를 구해줄까 싶었다.
내 살심을 눈빛에서 읽은 건지 움찔하는 아르잔이 말했다.
"공자. 진정하세요. 살심이 눈에서 줄줄 흐릅니다. 부디 제 얘기를 끝까지 다 들어주세요."
"후우우……. 알겠어요. 계속 말해보세요. 아비게일 님은 어쩌려고 결혼하신 거죠?"
"아비게일과 저는 일단 소꿉친구입니다. 같이 자랐고, 같이 교단에 입단했죠. 그래서 서로에게 비밀이 갖지 않는 벽 없는 사이가 되었고 그로 인해 서로의 성벽…… 그래요. 이상성욕에 대해 알게 되었죠. …아비게일의 이상성욕을 알려줄 수는 없지만 일단 그녀는 정상적인 애인을 갖는 게 불가능하다고 보면 되고 저는 공자도 알다시피 동성애자라 다가오는 남성이 없었습니다. 덕분에 우리들은 그냥 서로 위로나 하며 교단의 이미지에 이바지하고자 결혼한 사이가 된 겁니다."
"……워."
아비게일이 동성애자 뺨치는 이상성욕을 갖고 있고 그로 인해서 눈앞의 아르잔과 마찬가지로 사랑을 포기했다는 사실이 믿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자상한 눈나가 사실은 아르잔 뺨을 칠 수 있는 실력의 변태라니?
"혼란스러운 거 압니다, 공자. 저희도 이 관계가 잘못됐다는 건 인정하고 있고 요즘 생활에 대해 회의감을 느꼈고 최근에는 이혼을 고려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니 곰곰히 사실만 거론합시다."
여태까지 수많은 남성들에게 혐오의 시선을 받았던 건지 내 살심이 깃든 눈빛을 보고도 아르잔은 계속해서 침착하게 나를 설득시키려 하고 있었다.
시바 이러면 나 혼자 괜히 별것도 아닌 일로 싸워놓고 사과까지 받았으면서 사과를 안 하는 찌질이가 된 기분이잖아.
"저는 공자를 해할 마음도 없고 성욕을 느낄 지언정 불쾌하게 만들 마음까지는 없습니다. 제가 이렇게 시야를 불쾌하게 만든 것 외에는 공자에게 해를 끼친 게 없지 않습니까. 부디 넓은 아량으로 저라는 존재를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설명은 다 했다는 듯 손을 내리고 두 눈을 감아 고개를 숙이는 아르잔은 분명 기사의 귀감다운 태도였다. 그와 같이 온 성기사들이 그를 상당히 꺼려할 지언정 무조건 배척하며 싫어하는 이가 없는 이유를 알게 된 기분이다.
'머리속 짱돌을 잘 굴려 보자.'
아르잔이 이상성욕을 갖고 있긴 하지만 그건 과한 고독으로 애정결핍에 걸린 티타니아나 노출증이 있는 앨리스와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내 연인들이야 뭐든지 사랑스러워 보여서 받아들이고 있으니 그가 내 친구라면 저런 이상성욕을 당.연.히. 받아주지는 못해도 '이해'를 해줄 수는 있는 법이다. 만약 레즈였다면 티타니아랑 앨리스랑 뒹구는 걸 이해해 줬을 것처럼 말이다.
물론, 티타니아가 설녀라 그런 일은 없었겠지만 가정일 경우 그렇다는 얘기다.
그가 친해진 다음에 내게 커밍아웃을 했다면 조금 소름은 돋았을 지언정 이렇게까지 광분을 일으키지는 않았을 테니 일부러 거리를 계속 둔 아르잔도 잘못이 없다 할 수는 없겠지.
그야 어느 남자가 미남이 자기 보고 말자지를 세우는 데 열불을 터뜨리며 적대심을 품지 않을 수 있겠냐고.
진정하고 현실을 직시하니 뭔가 뿌였던 안개가 가시고 개안을 한 기분이 든다.
"하아아. 아르잔 경. 그 정도 설명하셨으면 됐어요. 저는 당신을 이해합니다."
"그렇습니까?"
"제가 너무 빨리 진정하고 받아들여서 놀랐어요?"
농담으로 던진 건데 아르잔은 진지하게 고개를 주억이며 수긍했다.
"네. 보통은 욕을 하며 거리를 벌리고 심할 경우에는 칼부림이 일어나거든요."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시도하지 않는 파렴치들이군요."
시바 고추 새끼들이 다 거기서 거긴데 게이라고 칼부림까지 하는 놈들은 뭐란 말인가. 나처럼 최대한 스스로를 제어하며 대화를 먼저 시도해야 하는 거 아닌가.
아르잔이 누나 같은 아비게일을 이용한 거였다면 칼부림이 일어났겠지만 둘 다 합의 하에 벌어진 일이라지 않는가.
어떻게 보자면 아르잔도 마음의 상처가 심한 사람일 거다.
그때문에 합체도 하지 않을 거면서 결혼까지 하고 섹스리스 부부로서 교단의 이미지에 이바지 하고자 했던 걸 테고. 나는 차마 그런 이에게까지 극단적으로 거부하며 밀어내는 건 못하겠다. 내 후장을 노린다면 또 모를까, 그는 그러지 않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나라도 이 사람과 친구로 지내주자.
마음을 정리한 나는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봐요, 아르잔 경. 저희 친구합시다."
"친구, 말입니까?"
"예. 제가 게이를 싫어하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절 노리지도 않는 이를 무조건 혐오하며 거부하는 건 잘못됐다고 봐요. 게다가 아비게일이랑 이혼한다고 해도 두 분은 소꿉친구라면서요? 저도 아비게일이랑 친한데 이왕이면 친구의 친구인 아르잔 경하고도 친해지죠 뭐."
"……."
아르잔이 벙찐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아예 멍을 때리고 있는 건 아니란 듯 껄떡이는 말자지가 있었기에 뭔가 생각하고 있다는 건 알아볼 수 있었다.
잠시 복잡한 고민을 하는 듯하다가도 이내 커다란 감동을 받았는지 두 눈을 글썽이더니 한쪽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사내는 눈물을 흘리면 안 되는 법인데 그게 게이(수)라면 과연 허용해도 좋은 걸까 하는 쓸데없는 의문이 들고 있는데 아르잔이 말했다.
"공자처럼 내게 그리 말해준 사람은 없었습니다. 정말로…… 정말로 벅찬 감동이 드는군요. 항상 제 이상성욕 때문에 무시받고 욕을 먹기가 일수였는데 그걸 이해해 준 건 소꿉친구인 아비게일을 제외하면 레온 공자가 처음입니다. 네. 하죠. 친구. 그와 동시에 저는 아가사 님께 맹세하건대 절대로 레온 공자, 당신을 배신하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며 당신이 위험하다면 언제든 도우러 뛰어가겠습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요……."
"아닙니다! 당신이 내보인 신뢰를 배신할 수는 없지요."
아르잔은 내가 악수하자고 내민 손을 거둘까 봐 냉큼 손을 뻗어 악수를 나눴다.
어우. 갑자기 소름 돋네. 똥꼬에 힘이 팍 들어간다. 혹여나 배신당하고 뚫릴까 봐.
갑자기 존나게 진지 빨면서 배신하지 않을 거고 언제든 돕겠다며 신에게 맹세하는 동성(게이) 친구의 신뢰가 무겁다. ……특히 친구 관계가 잘못되면 후장이 위험해질까 봐 무섭기도 하고.
"앞으로 저만 믿으시면 됩니다, 레온 공자. 만약 공작가의 가주가 되고 싶다면 언제든 말씀하십시오. 제가 대공자와 이어져 후계를 끊어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도와드리겠습니다."
"아니, 그건 좀……."
아니 시바 내 형수님(예정)이 남성이면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라는 건데.
뭔 부랄 형수님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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