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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쇼타의 변태목록-21화 (21/142)

〈 21화 〉 노출증 여기사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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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령 옆 영지인 백작령을 향해 지원군이 나섰다.

공작가의 첫째 공자가 이미 가서 지원하고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던 백작령은 아직도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한다. 그린스킨 중에서도 오크면 어렵지 않긴 하지만 웨이브의 주인이 오크 샤먼킹인 데다가 번식력이 고블린 다음으로 강력한 오크니 그 숫자만으로도 백작령은 버티기에 급급하다며 빨리 도와달라 아우성이라더라.

착착 횡과 열을 맞춘 공작가의 병력부터 따로 고용한 용병들, 그리고 아가사 교단의 지원 사제들과 성기사로 인해 행군 자체가 위용이 넘치게 되었다.

이 지원군의 힘이 만만치 않다는 걸 그들 또한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는 건지 당당한 발걸음에서부터 사기가 넘처나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상급 수녀는 마차를 타고서 이동하며 그 호위는 마차 양옆으로 말을 타고 이동했다.

그런데 어째서 나는 그 상급 수녀인 여우 수녀와 함께 마차에 타고 있는 걸까.

앨리스랑 티타니아는 말을 타고 마차의 좌측을 경계하고 있었고 여우 수녀의 남편이자 호위를 담당하는 성기사는 우측을 지켰다. 그럼 합법쇼타여도 완전히 타인이자 엄연히 남성인데 나보다는 남편이랑 같이 마차에 타는 게 호위하는 데 있어 좋은 게 아닌가.

어째서 여우 수녀가 나를 데리고 마차에 탄 것인지 짐작이 가는 게 없었다.

"후후. 긴장했어?"

"…네? 네."

저 짱 큰 찌찌 수인이랑 같이 좁은 마차에 타고서 긴장하지 않는 남성은 없지 않을까.

순순히 긍정하자 여우 수녀는 뭔가 나른하면서도 여유로운 연상의 인상을 풍겼다.

아버지와 이야기할 때의 분위기가 성스러운 신앙자였다면 지금의 모습은…… 좀 실례되는 생각이긴 하지만 창관에서 구르고 구른 마담 같은 분위기랄까.

"공작님과 대면할 때랑 느낌이 다르다고 당황할 거 없어. 그때는 상급 수녀로서의 저이고, 지금은 그저 한낱 사람으로써의 나니까."

"상황에 따라 다르게 대응할 뿐이지 다 같은 자기자신이라는 거군요."

"그런 거지."

고개를 끄덕인 그녀의 가슴이 크게 출렁인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여우 수녀의 복장은 수녀의 것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파렴치했다. 방어력만 따지는 세계관이라 비키니 아머가 존재할 정도긴 하지만 그래도 신을 따르는 신부들과 수녀들은 노출을 자제하는 편인데 이 아비게일 윌리엄스는 그런 상식이 무색할 정도로 수녀복을 개조한 듯 싶었다.

팔 부위는 토시처럼 바꿔 어깨와 겨드랑이를 훤히 내보이고 있었으며 입고 있는 한벌옷 형태의 수녀복은 드레스처럼 보였다. 밑가슴에 난 구멍은 속살을 여실히 드러냈으며 치마의 옆트임은 어찌나 치솟은 건지 다리가 아니라 허리까지 옆트임이 나 착용하고 있는 속옷이 그대로 눈에 들어온다. 검정색의 수녀복과 대조되는 순백의 색이어서 더욱 더 눈에 들어오는 게 가슴 못지 않게 시선을 떼기가 힘들 정도였다.

왜 저런 옷이 상급 수녀 씩이나 되는 이의 복장인 것인지 의아할 정도였다.

무의식적으로 시선이 가슴과 고간에 꽂혀 있다는 걸 당연히 감지한 여우 수녀는 요염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상체를 살짝 숙여 멋진 흉부 율동을 보이며 물었다.

"누나의 옷이 신경 쓰이니?"

몸이라고 하지 않고 옷이라고 표현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 그렇죠."

"우리 꼬마 호위는 많이 밝히나 보네. 완전히 에로 꼬맹이구나."

"…20세인데 꼬마 취급은 안 해주시면 안 될까요."

"킥킥. 귀엽네."

내쪽으로 기울였던 허리를 다시 곧게 세워 등받이에 완벽하게 기댄 여우 수녀가 팔짱을 끼자 자연스레 받쳐진 가슴이 더욱이 부각되었다.

"뭐, 내 수녀복이 조금 야하긴 하지. 하지만 어쩔 수 없어. 기본적으로 지급되는 수녀복은 가슴이랑 엉덩이가 껴서 이렇게 하지 않으면 입을 수가 없을 정도거든."

"그럼 주문제작으로 사이즈를 맞추면 되는 거 아니었나요?"

"내가 이래 보여도 전투수녀거든. 그래서 활동성이 편한 복장으로 하려다 보니 이렇게 됐네."

전투수녀라니. 저런 큰 찌찌와 빵댕이를 갖고도 전장을 뛰어다니며 전투사제 전용무기인 메이스를 들고 휘두르며 사악한 이단의 뚝배기를 깨는 건가.

이왕이면 그 메이스가 철가시가 송송 달려서 성게처럼 생긴 흉악한 메이스만 아니었으면 했다.

가끔 가시가 달린 메이스를 사용하는 전투사제가 용병업을 뛸 때 싸우던 몬스터의 대가리가 메이스에 박힌 채 뜯겨진 모습을 보고 파티의 동료 용병이 트라우마가 생겨서 그만뒀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기에.

이 주제는 넘기도록 하자.

"그런데 제 앞에서 왜 상급 수녀로서 자신보다 왜 사람으로써의 자신을 내비치는 건가요?"

여우 수녀는 분명 아가사 교단의 지원군으로 공작가의 요청을 받고 온 것이다.

그 지원군의 대표로서 상급 수녀의 면모를 보여야 할 터인데 그녀는 내게 너무나 쉽게 원래의 자신을 보여주는 것이다. 설마 외형이 꼬마로 보여서 어떻게 하르트 공작가에게서 뜯어낼 게 없나 흑심을 품는 음험한 수녀인지 하는 망상이 우수수 솟아난다.

그런 거라면 찌찌가 짱 큰 수녀라 해도 용서할 일은 없을 것이다. 공작가는 내 돈줄이니까.

"너는 공작가에서 신경 써서 붙여준 호위니까. 자주 붙어 있을 텐데 마냥 숨기는 건 일상이 너무 힘들어지잖아. 어디까지나 지원군으로써 온 건 맞지만 고귀하고 성스러운 수녀처럼 제 스스로를 억누르기만 할 생각은 없거든."

즉, 싸울 때가 아니라 평소에 쉴 때는 편한 대로 있겠다는 소리가 아닌가.

그런데 이해할 수 있었다. 나도 조금 부족한 형님을 제치고 후계자가 되었다면 언젠가 공작이 되어 체면을 신경 쓰며 평소의 자신과 공작으로써의 자신을 구분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어찌 보자면 나랑 비슷한 성격일 수 있다는 걸까.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굳이 가장 큰 이유를 따지자면 방금 한 얘기야. 딱히 비밀인 건 아니지만 교단의 이미지를 위한 거니까 여기저기 떠벌리는 일은 하지 않는 게 좋다는 거지."

"하면 교단에게 미움 받으니까요?"

"그런 거지."

갑작스럽지만 [성흔]을 드러내지 않아서 존나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격하게 들었다. 신의 흔적이라고도 하는 성흔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으면 교단에서 어떻게든 날 끌어들이거나 친하게 지내려고 귀찮게 했을 테니까.

추기경 바로 아래 등급의 사제라지만 상급 수녀지만 동네 누나 같은 그녀를 이렇게 귀찮게 구는 데 하물며 신의 흔적을 지녔다면 얼마나 더했을까.

정령계에서는 언데드 크라켄을 손 쉽게 상대하기 위해 일부러 [성흔]의 힘을 빌렸지만 여기는 상급 수녀도 있고 사제들과 성기사까지 있으니 딱히 그 힘을 쓸 일은 없으리라.

'그러고 보니 형님은 내가 공작가에 도착하기도 전에 백작령으로 지원을 갔다고 했었지.'

아버지처럼 서류 업무나 보고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다.

'백작령에서 사령관이랑 괜히 시비 붙거나 나한테 귀찮게 구는 건 아니겠지?'

그래도 상급 수녀의 호위로 배정된 나한테 쓸데없이 시비를 털지는 않으리라.

"딴 생각하고 있네. 무슨 걱정이라도 있어?"

"그게…."

아비게일과 내 관계는 이번 오크 웨이브에 한정해서 호위와 호위대상이라는 관계에 불과하다. 이번 일이 끝나면 다시 만나지 않을 관계. 하지만 상급 수녀라는 신분을 고려하면 교단에서도 높은 직위니 친분을 쌓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고 이 정도는 딱히 가문의 치부­집 나간 둘째 공자와 대공자가 사이가 좋지 않은 일­도 아니었기에 솔직하게 밝혔다.

그녀는 팔짱을 낀 채로 내 설명을 들으며 현장에서 높은 직위를 갖고 있을 친형의 시기로 인해 피해를 입지 않을까 고민된다고 하니 묘한 웃음을 지었다.

"괜한 걱정이네. 그런 곳에서 너한테 이유도 없이 시비를 걸 정도의 머리를 가진 인물이라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 감히 우리 꼬마 호위를 건드린다면 말이야."

……아비마망, 멋져요!

유부녀만 아니었다면 눈나라고 불렀을지도 모르겠다. 티타니아는 눈나라고 부르기에는 살아온 세월이 좀……. 앨리스는 내게 검술을 가르친 이라 눈나라기보다는 스승이나 호위란 기분이 강하고.

"저도 형이 그럴 정도로 어리석다고는 생각 안 해요. 다만, 만약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만약이라도 그러면 내가 이걸로 그 애송이의 뚝배기를 깨줄 테니 걱정 마렴."

그리 말하면서 아비게일이 마차의 의자 아래 공간을 활용한 서랍에서 커다란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그건 크고 아름다운………… 성배였다.

아니, 시바 잠깐만요?

그런 내 심정은 모른 채 아비게일은 전설급 아이템이나 다름없는 성배를 쥐고서 둔기처럼 붕붕 휘둘렀다.

"아비게일 님. 그거 성배 아니에요?"

"잘 아네. 맞아. 교단에서 보유한 삼성기(三??) 중 하나인 성배인데 이번 오크 웨이브 토벌 한정으로 지원을 받았어. 신성력을 담으면 물이 되서 상급 포션과 같은 효과를 발휘하는 성유물인데 부서지지도 않아서 둔기로도 딱이거든."

그녀는 성배를 허공에 붕붕 휘두르며 말했다.

"깨지지 않는 물건은 좋은 게 계속 때리면 상대방의 뚝배기가 먼저 깨지게 되어 버리는 법이거든."

말세로다.

상급 수녀가 성배를 둔기처럼 휘두르며 상대방의 뚝배기를 깨는 목적으로 사용한다는 사실을 교단에서는 알고 지원해준 걸까. 내 손모가지를 걸고 장담하건대 아마 모르고 있을 것이다.

아니, 알고서도 묵인하고 있는 거면 존나 이상한데.

"교단은 성배를 둔기로 쓰는 거 알고 있어요?"

"당연하지. 고귀하고 귀품 있는 상급 수녀가 그런 사고를 쳐야 되겠니."

아비게일이 성배를 동네 양아치 누나가 각목을 어깨에 걸치듯 두드리며 싱긋 웃었다.

"이래 보여도 내가 성녀(??)라는 특별한 체질이거든."

……티타니아의 설녀에 이은 두 번째로 등장한 특이체질이었다.

"설녀(雪?) 같은 건가요?"

"설녀는 마력체질이 극음의 냉기 속성을 띠게 되는 걸 말하는 거지? 뭐.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겠네."

많이 뭉친 건지 계속해서 성배로 어깨를 두드리는 아비게일이었다. 그런데 흉부를 보면 어깨가 많이 뭉쳐도 절로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할 만하다.

"성녀(??)는 전신에 신성력을 품게 되는 현상이야. 정확하게 말하자면 땀부터 머리카락 한 올까지 신체의 모든 부위에 신성력이 담겨 있으며 그 용량이 장난이 아니라는 거지."

"와아. 그럼 머리카락으로 부적 같은 것도 만들 수 있는 거예요?"

"그렇지. 내 머리카락 한 올이면 실드 한 번은 칠 부적을 만들 수 있는 거야."

"미친."

교단의 인력이 왜 고급 취급을 받겠는가.

신성력으로 회복시켜 주고 실드 쳐 주고 버프 넣어 주고 완전히 서포트의 끝판왕이기 때문이다. 좀 약해도 사제들이 있으면 더 강한 적을 상대로 싸울 수도 있고 다쳐도 회복시켜 주니 인정받고 대륙에 영향을 끼치는 것인데 성녀라는 체질로 인해 전신이 신성력으로 가득 찬 아비게일이 펼치는 신성술은 얼마나 강력할까.

진짜 판타지에서 나오는 성녀라는 직책이 무색하도록 강력한 신성술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내 성녀체질은 다른 성녀들보다도 더 강한데 이건 따로 이유가 있지만 알려줄 수는 없어."

"그렇군요."

자신의 비밀을 이틀 만에 얼굴을 트게 된 청년에게 알려줬다면 도리어 의심했었을 테니 당연한 거다. 티타니아도 설녀 중에서 최고로 손꼽힐 거라며 자부했는데 아비게일 또한 성녀 중에서 자기가 더 강하다고 말하니 뭔가 데자뷰스러운 느낌이 든다.

그 뒤로도 의외로 죽이 잘 맞아 친해진 우리 둘은 수다를 떨면서 마차를 타고 오크 웨이브로 두들겨 맞고 있을 백작령을 향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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