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화 〉 노출증 여기사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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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의 지원군이 도착했다.
검은 사제복을 입은 수십의 사제들과 상급 수녀를 호위하는 백은의 갑주를 입은 성기사들은 화려하기 짝이 없었다. 수는 적지만 앞으로의 활약을 생각하면 공작가의 기사단 못지 않은 전공이 기대되는 강자들이었다.
사제들은 하나같이 고급인력으로 마법사와 비견되는 귀한 전력이니까.
막말로 용병들 사이에서도 '파티에 사제가 있으면 좀비가 될 수 있다!'라는 격언이 돌아다니니까.
웃긴 건 저게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고기방패가 되어 죽지 않는 전사로서 적이 죽을 때까지 때리기 때문에 생긴 말이라는 거다. F급 용병이 오크를 상대로 얻어터지면서도 사제의 지원을 받아 단신으로 오크를 잡았다는 이야기는 용병 업계에서 유명한 술안주거리다.
일단 나와 앨리스, 그리고 어제 대화를 나누며 허락을 받은 티타니아까지 셋이서 상급 수녀의 호위를 해야 했기 때문에 아버지를 따라 그들을 맞이하는 자리에 섰다.
그리고 선두에서 무리를 이끌며 당당히 오고 있는 상급 수녀를 보고 나는 감탄을 터뜨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찌찌 짱 커………!'
왜냐하면 가슴이 존나 컸다.
쇼크네. 설마 오백 살 묵은 고위요정의 가슴을 뛰어넘는 폭유가 존재했을 줄이야.
장담컨대 저렇게 큰 찌찌는 정말 저 상급 수녀가 젖소 수인이 아닐까 싶은 합리적인 의구심을 품게 만든다. 하지만 그 또한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는 게 그녀의 머리 위에서 쫑긋거리는 여우 귀와 검은 수녀복 뒤로 살랑거리는 여우 꼬리를 발견할 수 있었으니까.
저 상급 수녀라는 여인은 결코 젖소 수인 같은 게 아닌 단순한 여우 수인이라는 뜻이다.
……그런 것치고 흉부와 둔부가 너무 빵빵해서 무릇 나뿐만 아니라 공작가 기사단 남성들조차 시선이 주고 있었지만. 아니, 몇몇은 아예 다리가 안쪽으로 모아지면서 자세가 불편해졌다.
공작가에 도착한 그들의 대표로 한 발짝 앞으로 나선 상급 수녀가 가슴 위로 손을 나긋이 얹고는 고개를 살짝 숙인다.
"아가사 교단의 상급 수녀 아비게일 윌리엄스입니다. 교단을 대표하여 제국의 명성 높은 공작가가 다스리는 공작령을 지원하러 왔습니다."
"만나서 반갑소. 내가 하르트 공작령의 영주인 덴버 하르트라 하오. 교단의 지원에 감사를 표하는 바이다. 그대들이 여기까지 오는 길에 쌓였을 피로를 풀 수 있도록 환영의 준비를 해두었소이다. 어서 들어오시오."
"배려에 감사를 표합니다."
"그럼 내일 있을 진출에 의논하고자 하니 윌리엄스 상급 수녀는 날 따라와주시오. 그리고 나머지 사제와 성기사는 집사장의 안내를 따라주길 바라오."
"알겠습니다."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한 뒤 상급 수녀와 그녀의 호위는 우리를 따랐고, 그 외의 성기사와 사제들은 휴식을 취하기 위해 세바스의 안내를 따랐다.
가주실로 들어간 우리는 대칭되는 위치를 취했다.
아버지의 뒤로 호위인 것처럼 나와 연인들이 서 있었고, 반대편의 손님용 소파에는 여우 수녀와 그녀를 지키는 성기사가 절도 있게 대기했다. 여우 수녀처럼 찬란한 금빛 머리카락의 훤칠한 미남은 무릇 여성이라면 길을 가다가 저도 모르게 뒤돌아 한 번 즈음은 더 보려고 할 정도의 미모였다.
독점욕이 강해 슬쩍 내 연인들의 눈치를 살펴 봤는데 딱히 성기사에게 관심이 끌리는 듯한 기색은 일절 없어서 내심 안도할 수 있었다.
"윌리엄스 상급 수녀. 지금 옆 영지인 백작령에는 내 첫째 아들이 백작과 함께 고군분투하고 있소. 최근에 들어온 전보에 의하면 이번 오크 웨이브를 이끄는 건 오크 샤먼킹이라 하더이다."
"오크 샤먼킹. 어떤 의미로는 오크 로드보다도 난감한 적이군요."
괜히 상급 수녀가 아니라는 듯 여우 수녀는 아버지의 얘기를 듣자마자 인상을 찌푸렸다. 귀족을 앞에 두고 이런 표정을 짓는 건 실례지만 그만큼 이야기가 심각하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그렇소. 놈의 개인적인 전투력은 오크 로드보다 떨어지나 가진 주술은 아군의 사기를 높이고 강화시키며 머리까지 좋아 인간에 가까운 두뇌능력으로 오크 군을 지휘하지. 심지어 적에게 거는 주술은 성가시기 짝이 없소. 그래서 미리 묻는 거오만 윌리엄스 상급 수녀는 오크 샤먼킹의 주술을 해주하실 수 있소?"
"주술은 저주와 달라서 확신할 수 없습니다."
상급 수녀라고 해도 오크 샤먼킹의 주술을 치료하는 건 힘들다는 걸까.
이러다 그 새끼한테 주술로 한 방 맞아서 최악의 경우로 신체에 마비가 오는 건 아니겠지. 시바 그런 주술이 고간에 맞으면 나는 미쳐버릴 자신이 있다.
사내 새끼가 고자가 되어버리고도 안 미친다면 그건 성별을 초월한 변태거나 성욕을 버린 부처밖에 없지 않을까.
"하지만 주술로 적에게 디버프를 거는 건 저주와 비슷한 맥이 있죠. 그러나 전투를 하는 현장에서 즉각 대응한다면 막는 건 가능합니다. 제가 오크 샤먼킹과의 전투에 참여 해도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 신체에 이상을 일으키는 주술은 걱정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문제는……."
여우 수녀가 쓴웃음을 지었다.
"절 지킨답시고 기사들이 우글우글 몰려 있으면 되려 비효율적이라는 거죠. 그렇다고 오크들로부터 호위를 소수로 짤 수는 없는 노릇이고요."
오크 샤먼킹은 오크 로드와 달리 친위대를 무조건 넷 달고 다닌다. 잠을 잘 때나, 밥을 먹을 때나, 떡을 칠 때도 넷이 호위하는 거다.
즉, 녀석을 토벌하려면 친위대를 뚫어야 하는데 성기사라면 모를까 주술막이용으로 사제를 데려다 놓고 싸우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아니, 오크를 전부 황천길로 보내 버리면 친위대고 뭐고 오크 샤먼킹 혼자 남으니 그렇게 해도 괜찮지만 문제는 빠져나가기 힘들 정도로 포위된다는 걸까. 번식력이 고블린 다음으로 가장 뛰어난 그린스킨답게 그 수가 세기 힘들 정도라 오크 샤먼킹과 한바탕 난리를 친 후라면 도망가는 건 무리라고 봐야 했다.
잠시 고민한 아버지가 슬쩍 날 흘기시더니 복잡한 눈을 하셨다. 아니, 왜.
"흠. 그래도 오크 샤먼킹과 싸우게 된다면 소수정예일 경우, 주술의 해주가 가능하겠소?"
"어느 정도의 전력을 말씀하시는 거죠?"
"이런 말을 하면 팔볼출 같지만…… 여기 있는 작은 체구의 소년은 서찰에 쓰여 있던 내 둘째 아들로 성인식을 치른 나이라오. 이 녀석의 실력은 단신으로 우리 공작가의 기사단 하나를 홀로 상대할 수 있는 실력과 기량을 지니고 있소. 나와 동격이라 봐도 좋지."
"저 소년이, 아니 공자가 서찰에 있던 그분이라고요?"
여우 수녀가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의뭉스러운 시선을 보낸다.
그래. 합법이긴 하지만 쇼타가 힘을 숨김 같은 전개를 그 누가 당장에 믿겠는가. 저렇게 반신반의하는 것도 아버지가 서찰에 써 가면서까지 주장했기에 그런 거리라.
아마 평민이 했다면 개소리 말라면서 버럭 소리를 지르지 않았을까.
그런데 날 응시하는 여우 수녀의 시선이 오묘했다. 뭐랄까. 반신반의뿐만 아니라 옅지만 열기가 느껴진달까.
뭐. 내 착각이겠지.
이내 신경을 껐다.
"내가 이놈을 괜히 윌리엄스 상급 수녀에게 붙여 주려고 한 게 아니오. 공작가의 이름을 걸고 보장하지."
"네. 공작님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저희 아가사 교단은 그를 믿겠습니다."
"이해해 줘서 고맙구려."
그 후, 여우 수녀와 아버지는 좀 더 군사적인 대화를 나누겠다며 이만 퇴실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딱히 군략에 관심이 없던 나는 그대로 내 여인들과 함께 가주실을 나섰다. 사령관이 어지간히도 병신 같은 지시를 내리지 않는 이상 내 여자들 데리고 현장에서 도망칠 실력은 있었으니까.
당연히 가문에서 내가 할 일은 전투 말고는 없었기에 방으로 돌아가 쉬려고 하는데 같은 방을 쓰는 티타니아는 나무에는 매미가 있는 게 상식이라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내 옆에 딱 달라붙어 팔짱을…… 빌어먹을. 내 쪽의 키가 작아서 손을 잡았다. 흠. 손이 부드럽고만.
쥬륵.
그런데 너무 만지작거린 건지 티타니아의 치마 안에서 물기가 흐르는 소리가 미세하게 났다. 발정이 난 거다.
…아니, 제발 여기서 애액을 바닥에 흘리지는 말아 줘.
전음으로 그리 말하자 티타니아가 살짝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방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치마 아래로 주르륵 흘리는 일은 없겠지. ……없어야 한다.
그런데 평소에는 딱 호위를 위해서만이라는 듯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따라 걷던 앨리스마저 슬쩍 눈치를 보더니 내 옆으로 다가와 마찬가지로 살며시 손을 겹쳤다.
좌 티타니아, 우 앨리스. 폭유와 거유가 어깨 언저리에서 느껴지는 게 아쉬웠지만 수컷으로써 존나 우월감 드네.
복도를 걷는데 초보 집사가 아름다운 여인을 둘이나 끼고 방으로 돌아가는 날 보며 부럽다는 듯, 그러면서도 커다란 네 개의 과실을 보고 입을 헤 벌리다가 옆에서 같이 일하고 있는 시녀에게 그만 좀 보라며 옆구리를 꼬집히는 일이 있었다. 아무래도 둘이 사귀는 사이인 모양이다. 주근깨가 있지만 나름 곱상해서 흥미가 돋는 게 내가 좀 더 섹스에 미친 망나니 귀축이었다면 돈으로 꼬셔서 저 시녀와 하룻밤을 보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소소한 사고를 일으키며 방에 도착하자 티타니아는 곧장 나랑 앨리스를 끌어다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게 하고는 그 앞에 서서 경찰이 심문하듯 진중한 얼굴로 물었다.
"주인님. 앨리스 씨. 두 분 관계에 진전이 있으셨던 건가요?"
돌직구구나. 티타니아는 첫 만남부터 손을 만지니 절정해서 애액을 뿜어 버리고 만질 수 있다는 사실에 환호하면 성노예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내 옆에 딱 있겠다고 주장하던 당돌한 요정이 아니던가.
게다가 우리가 사귀기 시작했다는 티를 좀 많이 내기도 했고.
"어,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런데 앨리스는 잘 숨기고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진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니?
"진짜로 잘 숨기고 있었다고 생각하신 거예요?"
티타니아는 크리스마스 날에 산타는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어린애처럼 충격이라는 얼굴이었다.
"아니, 처음부터 알겠던 데요. 앨리스 씨가 주인님 좋아해서 첫날부터 성노로 들어온 절 그렇게 죽일 기세로 노려보시던 거 아니었나요? 대련할 때도 살 떨려서 저는 앨리스 씨가 진작에 주인님이랑 사귀는 사이인 줄 알았다고요."
"……면목이 없다."
그때 살벌하게 칼을 휘두른다 싶었는데 그랬던 건가 싶어 옆에 앉아 있는 앨리스를 보았다.
잘못한 어린이처럼 고개를 팍 숙이고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을 짓는데 예전이었으면 재미로 괴롭혔겠지만 지금 사귀는 사이가 되니 이조차도 귀여워 보인다.
"저는 이제야 두 분이서 사귀시는 구나 싶어요. 앨리스 씨는 그렇게 꾹 참기만 하고 주인님은 눈치가 없어서 직구로 호감을 드러내지 않으면 잘 모르시는 듯 했으니까요."
"…눈치 없어서 미안."
스스로 눈치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그것도 아닌가 보다.
"최근에 두 분이 사귀기 시작하셨고 주인님도 품에 안은 여인이 둘이 되었으니 결정을 내려 주셔야 해요."
"무슨 결정?"
"여자들의 관계요."
존나게 진지하게 말했다.
궁서체였다.
"영광스럽게도 주인님은 성노인 절 연인으로 받아 주시는 데 앨리스 씨마저 연인으로 인정하시겠죠. 그럼 후일 문제가 없도록 주인님께서 서열을, 최소 여인들의 관계 구조를 결정해 주셔야 해요. 그러지 않으면 언젠가는 문제가 곪다가 크게 터져서 다칠 테니까요."
어른스러운, 연륜이 느껴지는 주장이었다. 적어도 융통성 없는 기사답게 활동하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없는 앨리스나 실력만 믿고 반 망나니처럼 구는 나보다는 훨씬 어른스러운 태도였다.
과연 500년을 산 고위요정.
……잠깐. 혼자서 오백 년을 산 건데 그러면 연륜이고 뭐고 의미가 없지 않나.
그냥 우리 티타니아가 똑똑하다는 걸로 하자.
"근데 너희들이 알아서 정하면 안 되는 거야?"
"안 돼요. 저랑 앨리스 씨야 괜찮겠지만 나중에 주인님이 더 들이실 여자가 성향에 문제가 없다고 누가 다짐해요."
틀린 말은 아니다. 사람이 많으면 그중에 병신이 있다는, 일명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티타니아의 지적은 헛점이 있다.
"그런데 당분간은 너희 둘만 있어도 다른 여자한테는 눈도 안 돌아갈 거 같은데."
그리 말하자마자 둘은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고는 날 노려봤다.
"거짓말하지 마세요. 오늘만 해도 지원 오셨던 상급 수녀님 가슴 보고 헤벌레 하셨잖아요."
"눈이 빠질까 봐 걱정했습니다."
너희들 이럴 때만 마음이 잘 맞는구나.
하지만 어쩌겠는가. 모성애의 상징이야말로 남성들에게는 불가항력의 마성을 내뿜는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도 없고.
그만큼 여우 수녀가 매력적이기도 했고.
생각해 봐라.
요망한 여우 속성으로도 모자라 수박 같은 흉부와 달덩이처럼 보이는 둔부, 그리고 순결할 것만 같은 수녀면서도 정보에 의하면 결혼까지 한 유부녀라지 않은가. 나 같은 금발 태닝 거근 합법쇼타에게 어울리는 극상의 마망이다.
헤흐응. 아비마망.
"그래서 주인님, 여자들끼리의 관계 구조는 어떻게 할까요?"
"일단은 나이로 자매 관계를 형성하는 건 어떨까. 여자가 더 생길지 부터가 의문인데 괜히 복잡하게 지금부터 고민하지 말고 지금은 둘만 있으니까 단순하게 하자고."
"자매 관계라. 그럼 제가 언니라는 건데…… 앨리스 씨는 괜찮으세요?"
"저는 딱히 문제 없습니다. 티타니아 언니."
바로 써먹는 앨리스. 아주 칭찬해.
기특해서 손을 위로 올려 머리를 강아지 칭찬하는 마냥 쓰다듬어 주니 부끄러워하면서도 좋다고 더 기대어 온다. 그런 우리를 보며 티타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럼 저희끼리만 있을 때는 언니동생 사이가 되고 타인이 있을 때는 대충 눈치를 보면서 불러요."
"근데 생각해 보니까 그건 네가 노예를 그만두면 쉽게 해결되는 문제 아니야?"
"저는!"
그 여우 수녀만큼은 아니지만 가슴이 웅장한 티타니아가 흉부에 손을 얹고 당당히 자기 의사를 밝혔다.
"주인님이랑 닿기만 해도 발정이 나는 이 관계를 노예라는 신분 말고 변명할 자신이 없어요!"
"……."
뭔가 병신 같은데 당당해서 멋져 보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