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화 〉 노출증 여기사 (3)
* * *
출발은 사흘 후라고 한다.
나야 뭐 아버지가 시키신 대로 상급 수녀의 호위만 하면 되기에 딱히 그 외에는 알 필요가 없어서 가문에서 뒹굴거리며 시간을 때웠다. 티타니아의 가슴을 조물딱 거리며 놀기는 하지만 섹스는 자제했다.
섹스를 하면 교성이 터지고 당연히 소리 차단 대비책이 필요한데 영주대리가 많은 작금의 상황에 그런 짓을 했다간 민감한 몇몇이 시비를 걸어 올지도 몰랐다.
게다가 아버지가 있는 가문에서 티타니아랑 섹스를 하기에는 좀…… 그렇잖은가.
"주인님. 다른 저도 그 호위에 동참하는 건가요?"
"아버지한테 부탁했는데 아무래도 그건 그 수녀님의 의사에 달린 것 같아. 그래도 노예 신분인 이를 상급 수녀의 곁에 두는 건 자기 맘대로 할 수 없다나."
"그렇군요."
수인도 아니면서 귀가 살짝 쳐지며 실망하는 기색을 내비치는 고위요정.
이런 귀여운 반응을 보이는 오백 살 짜리 고위요정이 정말 나보다 몇십 배를 오래 살아온 이란 말인가. 내가 보기에는 내 손길에 환희하며 사랑을 갈구하는 귀엽고 고독한 요정으로밖에 안 보인다.
세계관 자체가 야겜인 것도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오백 살 요정이 이리도 귀엽다니.
이거 밸런스 붕괴 아니냐.
"주인님."
"응?"
"나이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정말로 아니죠?"
"……."
순간 정곡을 찔려 할 말을 잃자 티타니아의 눈망울에 눈물이 글썽이려고 한다.
그에 손사래를 치며 서둘러 반박했다.
"아닌데?! 내가 얼마나 더 오래 살려고 노력해야 하나 고민한 건데!"
좋았어, 방금 전의 나! 좋은 변명거리였다!
스스로에게 박수갈채를 보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즉흥적인 변명치고는 정말로 나쁘지 않았으니까.
차라리 꼬집거나 때리는 거면 그냥 얻어맞고 참는 걸로 끝이 날 텐데 저렇게 울상을 지으니 횡설수설 그녀에게 설명했다.
"나는 인간이잖아. 티타니아는 고위요정이고. 내가 아무리 오래 살아도 삼백 년 이상은 티타니아가 홀몸으로 남게 될 텐데 그때가 되면 외로워서 어떻게 해."
"……."
"티타니아?"
눈을 감고 깊은 고민에 빠졌는지 불러도 답이 없는 요정을 보며 뒤통수를 긁적인 나는 침대 위에 앉은 그녀를 냅두고 조용히 방을 빠져 나왔다.
당분간 혼자 고민하게 냅두고 싶다.
확실히 오백 년을 고독하게 산 그녀가 대충 이백 년 후에 다시 삼백 년 간 고독을 곱씹는다는 사실은 잔혹하기 짝이 없으니까. 내가 아무리 스킬이 많고 만들어진 재능으로 인간의 수명을 초월하여 이백 년 정도는 산다 하더라도 그 이상은 물리적으로 한계다.
키메라가 될 거라면 모를까 수명을 연장시키는 방법은 없으니까.
그러니 그 사실을 자각한 티타니아도 생각하고 싶은 게 있으리라.
'음. 일단 나오긴 했는데 뭘 해야 한담.'
목욕이나 할까.
그러고 보니 티타니아랑 섹스하면서 매일 목욕을 했는데 여기서는 안 하니까 이틀에 한 번 꼴로 하고 있었다. 안 그래도 내일은 그 호위해야 할 상급 수녀를 만난다고 했는데 깨끗한 모습을 보이면 첫인상이 그래도 좋지 않을까.
금발 태닝 합법쇼타가 첫인상이 좀 안 좋게 생기긴 했으니까 목욕이라도 하자.
그런 생각으로 옷가지를 대충 챙기고 공용 욕탕으로 향했다.
달이 중천에 뜬 야밤이었지만 이 시간대에 목욕을 하는 이는 없다시피 했다. 남녀 시간을 나누기는 했지만 새벽 2시에 어떤 미친놈이 목욕을 하겠는가.
지금은 여자들이 목욕을 하는 시간대지만 없을 거라 확신한 나는 탈의실에서 옷을 벗어 고이 접고는 보관대에 놓고 욕탕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드르륵.
……들어가려고 했다.
"스승?"
"도련님?"
설마 앨리스가 이 시간대에 목욕을 하려고 여기 올 줄은 몰랐는데. 아니, 그딴 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내 두 눈깔은 지금을 위해서 시력이 높았다는 것처럼 미세하게 욕탕의 수증기에 가려졌으면서도 몸매의 굴곡이나 형태가 그대로 보이는 앨리스의 나신을 카메라처럼 머리 속에 새겼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티타니아보다 세밀하면서도 조각 같은 복근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늘씬하면서도 흉부는 폭유인 요정과 달리 손으로 잡으면 손이 파묻힐 것만 같은 통통한 팔다리와 상당히 커다란 거유가 시선에 들어왔다.
무엇보다 이미 욕탕에 몸을 한 번 담근 건지 물기에 젖어 촉촉한 나신과 축축하게 늘어진 분홍빛 머리카락과 음모는 섹스로 흠뻑 땀을 흘려 젖은 티타니아를 떠오르게 해서 상당히 야시시해 보였다.
앨리스가 내게 검술을 가르친 스승이며 친누나처럼 느껴졌기에 매력적인 여성인 걸 무시할 수 있었는 데 저 젖은 모습을 보고도 매력을 무시할 수 있다면 그건 친누나라고 느끼는 게 아니라 그냥 고자가 아닐까. 아가사에게 순결을 바친 독실한 신앙자도 지금 앨리스의 모습을 본다면 바지 앞섬이 부욱 텐트를 칠 것이다.
즉, 내 용자지도 완전히 풀발기했다는 뜻이다.
푸슛.
"……."
"……."
욕탕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내 풀발기한 용자지도 그렇지만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 오른 앨리스의 고간에서도 애액이 침 흘리듯 질질 흐르며 허벅지를 타고 흘러 내렸으니까.
젖었는데 어떻게 애액인지 알아 봤냐면 이 수중기 사이에서 애액답게 반짝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설마 앨리스가 지금 나 때문에 흥분한 걸까. 금발 태닝 제자, 줄여서 금태제에게 알몸을 보였다는 사실 때문에?
나로서는 잘 모르겠다.
"저, 스승?"
"……네."
"일단 욕탕에 들어갈까?"
"그러죠."
우리는 너나 할 거 없이 조용하면서도 신속하게 욕탕으로 들어갔다.
또 다시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나는 어색한 분위기를 애써 돌리기 위해 조심스레 앨리스에게 물었다.
"스승은 원래 이 시간대에 씼던가?"
"그렇습니다. 저는 원래 혼자 목욕하는 걸 즐기는 터라."
"그럼 방에 있는 욕실을 쓰면 되잖아."
앨리스 정도의 기사에게 제공되는 방은 화장실과 욕실이 딸린 고급진 숙소다. 그런데 뭐가 아쉽다고 공용 욕탕을 쓴단 말인가.
그 의문은 금방 풀렸다.
"도련님의 호위가 되면서 제 개인 기사 숙실이 사라졌습니다. 지금 저는 객(客)의 입장으로 대우를 받아서 방에 욕실이 없더군요."
"아."
나 때문이구나.
가문을 반즈음 나온 날 따라온 바람에 앨리스는 공작가의 기사가 아닌 한낱 소년을 따르는 호위가 되어 버린 거다. 그때문에 기사 취급도 받지 못하고 그저 공작가 핏줄의 호위 취급을 받을 뿐인 거고.
감히 내 검술 스승에게 이런 차별 대우를 받게 하다니.
나중에 기사 새끼들을 싸그리 털어 버려야겠다.
"걱정 마, 스승. 내가 그 새끼들 다 조져 줄게. 아니, 지금 조지려 갈게!"
첨벙.
"그, 그러실 것까지는 없습─! ……아."
진심으로 녀석들을 조지려 벌떡 일어섰는데 좋지 않았다. 아직 내 용자지는 검술 스승의 모습을 보고 일으킨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는데 그대로 욕탕에서 일어났으니 조금 떨어졌지만 옆에 있던 앨리스의 눈높이에 울끈불끈한 고기막대가 적나라하게 모습을 보인 것이다.
여기서 더 큰 문제는 날 만류하기 위해 무심코 손을 뻗은 앨리스가 날 붙잡으려 했는데 잡힌 건 내 손이 아니라 그 고기막대라는 거고.
꽈아악.
당황했는지 검을 잡듯 거센 악력의 손아귀에 잡힌 내 용자지
보통 남성이었다면 뜯어질 것 같다며 비명을 질렀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체형과 달리 몸이 워낙 튼튼한 내게는 그저 살짝 아픈 대딸 수준에 불과했다.
"……."
"……."
그렇게 자지가 붙잡힌 채로 두 번째 적막이 욕탕에 찾아왔다.
이제는 얼굴이 사과처럼 새빨개진 앨리스는 조용히 얼굴의 절반을 욕탕에 담근다. 머리카락도 핑크라서 그런지 변색된 사과를 욕탕에 담근 것 같은 인상이었다. 나도 멋쩍어서 다시 주저앉아 목욕물에 몸을 담궜다.
어색한 분위기가 지속되자 결국 얼굴만 빼꼼 올린 앨리스가 이쪽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데 도려님은 이 시간이면 티타니아와…… 교합을 치르는 시간이 아닙니까?"
"그렇긴 한데 공작가에서 하기는 뭐 해서 요즘은 안 했어. 괜히 가문 사람들에게 들켰다가 티타니아의 알몸을 보이게 되면 기분이 상당히 나쁠 거 같거든."
"그렇군요. ……혹시 도련님은 자기 여인이 타인에게 속살을 보이는 걸 극도로 싫어하시는 겁니까?"
"?"
왜 앨리스가 저런 질문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야 자기 여자가 다른 남자에게 속살을 보이는 걸 좋아하는 변태가 어디 있다고. 현대인답게 나도 수영복 정도의 노출이라면 쌉가능이지만 성기까지 노출하는 건 극도로 혐오했다.
"뭐, 내 여자가 괜찮다고 하고 속옷을 넘는 노출만 아니라면 포용이 가능하달까. 그런데 그건 왜 물어?"
"……도련님. 혹시 제가 비밀을 밝힌다면 지켜주실 겁니까?"
"미쳤어?"
이런 걸 뭘 질문이라고 하고 있어.
"당연히 지켜야지. 만약 엿들어서 퍼뜨리려는 녀석이 있으면 내가 때려 죽여서라도 막을게. 으딜 감히 내 검술 스승에게 해가 되는 짓을 해."
"그렇군요. 그럼 도련님을 믿고 제 비밀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근데 솔직히 이즈음 되면 예상이 되는 거 아닐까.
아니, 노출하는 여자가 어떻냐고 물어보면 뻔한 게 아닌가. 만약 눈치채지 못하는 녀석이 있다면 둔감남 계열을 컨셉으로 잡힌 둔감계 하렘남 주인공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나는 하고 싶으면 좆을 놀릴 수 있는 19금 계열 주인공이고.
내가 눈치챘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치 않은 건지 앨리스는 한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비밀을 밝혔다.
"저는 사실 노출증이 있습니다."
"어. ……그.렇.구.나."
일부러 국어책 읽기로 답해봤지만 그녀는 꿋꿋하게 진지했다.
아니, 수증기 때문에 내 표정을 읽기가 힘든 건가. 진지하게 그런 건지 고민됐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가족 모르게 노출증이 있었습니다. 저도 몰랐죠. 도련님보다는 한끗발 부족하지만 선천적으로 검에 대한 재능이 있던 저는 매일 같이 검을 휘두르다 땀 범벅이 되고 덥다며 옷을 펄럭이다 알게 됐으니까요. 그때 연무장에 기사가 지나가다 제 가슴골을 보고는 얼굴을 붉혔는데 그때의 경험이 제게는 쾌락으로 느껴지는 걸 스스로 인정하고 노출증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잠깐."
위화감이 드는 부분이 있었다.
"어렸을 때 연습하다가 가슴팍을 잡고 들썩인 거라며. 어린애 가슴을 보고 흥분했다는 건 그 기사가 로리콘이라도 된다는 거야?"
"저는 어렸을 때부터 가슴이 컸습니다."
"아."
우리 스승님 클라스가 얼마나 되는 건지 모르겠다.
그래도 꼴에 기사라고 제법 예의를 차리는 척이라도 할 텐데 어린 시절의 앨리스가 가슴이 크다고 쳐다볼 정도라니. 우리 스승님 가슴은 천하제일! 이라고 외치고 싶지만 이미 티타니아를 본 이후니 거기까지는 하지 않도록 하겠다.
그녀의 이상성욕의 폭로는 계속되었다.
"결국 저는 검을 단련하고 매일 아무도 없는 시간에 몰래 코트 하나만 입고 돌아다니는 좋지 않은 버릇을 갖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마음의 수양도 겸하고 있어 잘 참고 있지만 다른 이들이 제 속살을 보면 흥분되는 건 마찬가지여서……."
"그래서 이런 야밤에 혼자서 목욕을 한다는 거네."
"그렇습니다."
수치스럽다는 듯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숙인 앨리스. 그런데 지금 얘기를 들으니 저 홍조가 수치심 때문인 건지, 흥분 때문인 건지 구별이 잘 안 간다.
근데 솔직히 아쉬운 감이 없잖아 있었다.
'나 때문에 흥분했다고 하면 두근거렸을지도.'
아름다운 검술 스승이 노출증 변태긴 하지만 누나에서 여성으로 보이게 된 순간부터 내가 호감을 갖게 된 여성이며, 그녀가 날 보고 흥분했다고 하면 고백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비밀을 갑자기 왜 얘기하는 거야? 몇 년 동안 날 호위하면서 얘기하지 않았던 거잖아."
"서로의 나체를 보았을 때 제가 노출증이 있다는 걸 이미 짐작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어중간하게 서로 짐작만 할 바에는 그냥 깨끗하게 밝히자고 결론을 내렸죠. 그리고…… 도련님에게는 혐오의 시선을 받고 싶지 않았습니다."
"응? 그건……."
"네."
앨리스가 촉촉한 눈가로 날 지긋이 바라보며 고백했다.
"저도 티타니아 양처럼 도련님을 좋아하고 있거든요."
"……."
헤흐응. 눈나, 내 쥬지 놓아주지 않은 채로 고백하면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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