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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쇼타의 변태목록-17화 (17/142)

〈 17화 〉 노출증 여기사 (2)

* * *

별장은 난리가 났다.

밥 주는 존재가 나가리 되게 생겼는데 그럼 난리가 나지 태평하게 있겠는가. 아니, 사실 몬스터=그린스킨 중에서도 오크들의 숫자가 가장 많아서 난리일 뿐이지 공작가의 저력이라면 막을 수 있을 거다.

다만, 공작가의 자금이 좀 털릴 거고 휘하 귀족이 운영하는 영지를 재건하는데 드는 비용이 또 돈을 야금야금 헤쳐 먹을 테니 그때가 되면 별장에 보내는 통 큰 용돈은 전부 산화해 버리겠지.

그럼 사용인들의 월급이 줄고 무엇보다도 내가 곤란해진다.

별장은 딱히 기사들이 없었기에 나와 앨리스, 그리고 티타니아 이렇게 셋이서만 하르트 영지를 향해 출발하기로 했다.

당연히 그 먼 거리를 걸어 갈 수는 없었기에 마차를 고용했다.

나는 창문을 열고 마부에게 외쳤다.

"마부 아재. 빨리 달려 봐. 지금 당신의 월급은 당신의 마차를 끄는 말에게 달려 있어!"

그러고는 슬쩍 수다를 떨고 티타니아와 앨리스를 흘긴 다음 넌지시 마부에게 속삭였다.

"…그리고 빠르게 도착하면 밤에 부인에게 사랑 받을 수 있는 섹스 스킬을 전수해 줄게."

"도련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마부는 환하게 웃었다.

"저는 언제나 질주하였습니다! 이럇! 가자, 이 밥버러지들아!"

중년의 마부는 어디서 그런 힘이 솟았는지 쥐고 있던 고삐를 채찍처럼 거세게 쳤다.

­히히힝!

­히힝!

그 고삐질에 말들이 광분하더니 폭주기관차 저리가라 할 정도의 기백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대단한걸?

"근데 마부. 말들이 죽어 나갈 텐데 밥버러지라는 말은 너무 심한 거 아니야?"

"네? 아니. 그게 이놈들 이름입니다, 도련님."

"응?"

그게 무슨 개소리야.

"저 왼쪽의 수컷 놈의 이름이 '밥버'고 오른쪽의 암컷 놈의 이름이 '러지'입니다."

"……아. 그래."

현대에서 태어 났다면 아동학대라며 개명당했을 법한 이름이었다. 일본에서도 '아쿠마(악마)'라는 이름을 붙였다가 아동학대라며 실제로 부모의 뜻을 억지로 꺾어 버리고는 이름을 개명시켰다던데.

이 시대가 중세라서 마부에게는 참 다행인 듯 싶었다.

이 사람. 시대 잘 만났네.

◇◇◇

마부는 공작가에서 고용한 사람일 뿐이지만 말과 마차는 공작가에서 관리되던 것이기에 이동하는 동안 엉덩이가 아프다거나 흔들리는 게 심해서 멀미가 난다든지 하는 일은 없었다.

말들은 정말로 미친 듯이 달렸으며 중간에 말들이 지쳐서 달리지 못할 때마다 비상용으로 챙겨둔 여분의 포션을 꺼내 먹였다.

너무 먹였는지 나중에는 약쟁이들처럼 침을 질질 흘리면서도 몸은 솔직해져서 아주 잘 달리더라.

덕분에 늦지 않게 공작가에 도착한 난 가문의 정문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본가의 집사를 만났다.

"만나서 반가워, 세바스. 우리가 늦은 거 아니지?"

"아닙니다, 도련님. 충분히 빨리 오셨습니다."

고개를 가로저은 세바스가 절도 있게 인사하며 우리들을 환영한다.

"그런데 어떻게 이리 빨리 오셨습니까? 이 말들은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데요."

"지칠 때마다 포션을 먹여서 쉬지 않고 달려 오니까 되더라. 덕분에 얘들이 죽을라 하네. 가문에서 치료 좀 해 주는 거겠지?"

"물론입니다. 마차는 병사들에게 맡기시고 어서 들어가시지요. 가주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런데…… 저 요정은 누구입니까?"

티타니아는 기본적으로 노예 목걸이를 차고 다녔다.

스스로 내게 귀속된 존재라는 걸 느낄 수 있도록 연결고리가 필요하다며 끼고 다니는 데 덕분에 시비도 많이 걸린다. 내 이름을 밝히면 공작가 자제의 것이라는 사실에 다 벌벌 떨며 도망치지만.

세바스는 일개 노예를 데려왔다고 생각하지 않는지 일단 침착하게 묻는 모습이 과연 공작가의 집사다웠다.

나는 티타니아를 끌어 안아 허리를 팔로 감고서 말했다.

"내 여자야."

"그렇군요. 하긴, 도련님도 이제 그러실 나이가 되시긴 하셨죠."

다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은 집사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래도 가주실에 입장이 가능한 건 도련님과 호위기사인 앨리스 경 뿐입니다. 그 요정 분은 도련님이 쓰시던 방으로 안내하도록 하지요."

"알겠어."

오랜만에 돌아온 본가는 평소보다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근처 영지의 영주대리 자격으로 온 그 핏줄들이 적지 않게 돌아다녔으며 병사들은 발에 땀 나도록 달렸으니까. 너무 수선스러워서 이게 공작가의 모습인지 도때기시장의 모습인지 구별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그래도 내 밥줄인데 이런 한심한 모습을 보이게 해서야 되겠나.

"집사. 정리 좀 하자. 아무리 백작령에서 오크들과 싸우고 있다지만 공작가로서 이렇게 길거리 시장처럼 수선스러운 모습을 보여서야 되겠어?"

"…그렇군요. 나중에 가주님께 말씀 드려보겠습니다."

좀 건방진 어조로 말하는 내게 집사는 부정적인 감정을 일절 내비치지 않았다. 공작 가문의 집사라면 적어도 하급 귀족의 자제가 아닌 이상 불가능할 터인 데도 눈앞의 할배는 불만을 품지 않았다.

왜냐하면 세바스 집사장은 아버지와 형님과 함께 내 실력의 편린이라도 아는 몇 안 되는 이들 중 하나였으니까.

내가 여기서 난동을 부리며 집사장을 족 쳐도 가문은 그걸 저지할 힘도, 마음도 없다는 걸 잘 아는 거다.

중간에 집사 하나를 불러다 티타니아를 내 방으로 안내하도록 시키고 나는 그대로 세바스를 따라 앨리스와 함께 아버지가 업무를 보고 있는 가주실로 향했다.

똑똑똑.

"공작님. 세바스입니다. 레온 도련님께서 오셨는데 들여 보내도 되겠습니까?"

"들여 보내라."

"알겠습니다."

세바스는 우리와 함께 가주실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진중한 표정으로 업무를 보고 있는 아버지가 있었다.

나처럼 화려한 금발에 날카로운 이목구비.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가(?家)의 주인답게 훌륭한 몸을 한 그는 철혈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다.

물론, 겉으로 보기에 그렇다는 거지 속내는 핏줄에게 다정하시고 가족을 아낄 줄 아시는 분이다. 그러지 않았다면 내 실력을 알고도 그렇게 가문을 반즈음 나가는 걸 허락해 주지 않았을 테니까. 가문을 위해서 완전히 놓아주지 않는 것도 있지만.

"왔느냐."

"네."

말씀하시면서도 보고 있던 서류 업무는 손에서 놓질 않으신다. 오크들의 침공 때문에 바빠져서 놓았다간 곧장 밀릴 테니 멈추지 못하시는 거겠지.

아마 내 형님도 후계자답게 서류 일부를 부담하고 있으리라.

"오크들이 쳐들어 왔다면서요. 뭐부터 할까요?"

"당장 널 보내서 그 돼지코 녀석들을 제거하고 싶다만…… 아무래도 이번 웨이브의 대장 오크는 오크 샤먼킹인 모양이다."

"헐."

오크 샤먼킹.

단순히 무력이 압도적인 게 오크 킹이라면 오크 샤먼킹은 상식을 벗어나는 주술을 다루는 오크 샤먼들의 대장이다. 그래도 나름 킹이라고 전사를 숭배하는 오크들조차 오크 샤먼킹을 따르는 걸 보면 그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잘 알 수 있었다.

오크 샤먼킹의 저주 비슷한 주술을 떨쳐 내려면 아가사 교단의 사제들이 필요했다.

아무리 나라도 오크 샤먼킹의 주술을 당당히 쳐 맞았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진짜 그놈들의 주술은 저주 계열에 가까운 데 저주는 아니니 [저주내성] 스킬도 먹히지 않아서 말이다.

"그럼 영지에 있는 교회에 부탁하면 되잖아요. 인력을 좀 더 지원해달라고."

"이미 신청했다. 교회의 상급 수녀와 그를 지키는 성기사가 온다고 하는구나. 문제는 성기사가 제법 강하긴 하지만 그래봤자 고작 익스퍼트. 상급 수녀가 다치기라도 했다간 교단에게 큰 빚을 지게 되는 일이니 너는 그 상급 수녀를 지키는 역할을 담당해 줬으면 한다."

"상급 수녀면 대단한 사람 아니에요?"

"그렇지. 추기경이 되기 바로 전 단계의 신분이니까."

추기경 바로 아랫 단계라.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대단한 신분인 거다.

교황 바로 아래가 추기경이었으니까. 성녀나 성자가 아닌 이상 추기경에게 견주는 신분은 교단 내에 없다고 보면 된다.

상급 수녀야 제법 많기는 하지만 그렇다 해서 높지 않은 신분이 아니라는 건 결코 아니었다.

"그런데 그분이 제 외형을 보고 호위를 맡기려고 하실까요?"

"걱정 마라. 내 둘째 아들의 실력은 나와 맞먹는다고 진작에 서찰을 보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를 무시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아버지는 두 눈을 서슬퍼렇게 뜨셨다.

"날 무시하는 거라 봐도 좋겠지."

아무리 교단의 위세가 황실과 동격이라 해도 공작가를 무시하는 짓거리를 벌일 리는 없을 테니 안심해도 되겠다.

"근데 제 호위인 앨리스 경도 함께 그분의 호위를 맡는 건가요?"

"그래. 앨리스 경도 함께 상급 수녀와 후위를 맡거라. 그럼 수녀의 안전은 무조건 보장할 수 있을 테니까."

"네. 알겠어요. 그런데……."

"음?"

나는 검지와 엄지를 잇고서 돈을 뜻하는 제스처를 취하며 능글맞게 물었다.

"이거는 얼마 생각하셨어요, 아버지?"

"……."

원래 가족일수록 계산은 꼼꼼히 해야 하는 법이다.

질렸다는 시선을 보내는 집사와 앨리스의 눈빛은 무시하자.

"나가 임마!"

아버지는 돈다발을 던져서 아들의 머리를 때리셨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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