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화 〉 촉수성애 정령 (2)
* * *
"그보다 사정 좀 묻자. 정순한 기운만 가득해야 할 정령계에 왜 저딴 촉수 언데드가 돌아다니는 거냐?"
내 질문에 이프리트는 눈을 빛냈다.
"흐음. 방법은 나도 모르겠군. 그래도 추측은 간다."
방금 전까지 촉수에 헐떡이던 변태 정령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변화였다.
"네 놈의 생각대로 크라켄 새끼 언데드는 흑마법사가 만든 부정한 것. 시체라기 보다는 사령술로 붙잡아 만든 새끼 크라켄의 영혼을 정령사의 자질이 있는 이의 영혼과 강제로 연결을 만들어 그 패스를 통해 정령계로 보낸 것 같다."
"시바. 그게 가능한 일인가."
"사령술과 키메라 연금술이 뛰어나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지."
나중에 쳐들어올 오크 군대만 해도 개짜증이 나는데 또 어디 떨거지 흑마법사 단체가 이러는 건지 모르겠다. 정령사랑 강제로 계약시켜서 정령계로 보낼 정도면 결코 수준이 떨어지는 단체는 아닐 텐데.
이놈의 흑마법사 집단을 족 치는 건 일단 뒤로 미루고 다른 의문을 꺼냈다.
"그런데 넌 정령왕 씩이나 되는 녀석이 왜 저런 저급한 녀석한테 잡혀서 앙앙거리고 있던 거냐?"
"앙앙거린 적 없어!"
수치심은 아는 지 미소녀 정령왕 이프리트는 얼굴이 시뻘개지며 내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내가 다 봤는데 어디서 이게 어디서 거짓말이야.
구라의 정령이냐?
"나는 촉촉하면서도 까끌까끌하고 따가운 감촉을 주는 촉수가 낯설고도 신기해서 그렇지 절대 기분 좋아서 앙앙거린 게 아니야! 본능적인 혐오감이 들어서 비명을 질렀던 거라고!"
묘사가 굉장히 세세한 게 촉수가 마음에 든 모양이다.
아무리 봐도 그때를 회상할 때마다 눈에 열기를 띠우고 다리를 안쪽으로 오므리려는 게 이 변태적인 취향을 가진 불의 정령왕은 촉수에 당하는 걸 좋아하는 변태였다.
세상에. 그 이 촉수에 당하는 걸 좋아하는 씹변태라니.
요즘 티타니아를 자주 안아주면서도 나는 그녀가 변태라는 걸 부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내 성노예가 된 고위요정은 나로 인해 고독이 채워졌지만 내 냄새만 맡으면 발정이 나서는 가랑이에 애액이 줄줄 흐르기 때문이다.
침대 위에서만 그러면 나도 뭐 문제 삼지는 않겠는데 밖에서조차 내 살내음을 맡으면 곧장 얼굴이 빨개지고 아랫입이 군침을 흘려대니 곤란하다는 거다.
내가 예쁜 여자를 여럿 데리고 하렘을 차리는 걸 바라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 여자들이 씹변태이기를 바라는 건 아니다.
그래서 이왕이면 티타니아 이후에는 씹변태 같은 취향을 가진 여성을 만나지 않기를 바랐는데… 아, 정령은 무성이니까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려나.
'하긴. 정령왕이 변태든 아니든 뭔 상관이야. 자지 박을 수 있는 구멍이 있는 것도 아닌데.'
예전에 용병들 중에 하급 정령을 사용하는 용병을 만난 적이 있는데 피규어처럼 작아서는 성기조차 없더라. 그냥 얼굴이 예쁘고 몸매가 좋은 게 다였다.
정령들이 그러하니 정령왕도 마찬가지로 예쁘기만 하고 무성일 터.
연인 관계가 될 일이 없으니 이프리트가 변태든 아니든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란 소리다. 그리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보다 넌 여기 정령이랑 계약하러 온 거야?"
"그렇지. 정령 계약을 시도했는데 여기에 도착했거든. 그래서 정령을 찾아봤더니 네가 웬 촉수 괴물에게 잡혀서 앙앙거리고 있기에 당황했다."
"앙앙거린 적 없.다.고!"
미소녀 정령왕 이프리트가 발을 강하게 구르자 일대에 불꽃이 파동처럼 일렁이며 충격을 가한다. 내 수준에서는 조금 뜨뜻미지근할 정도의 열기였다.
그녀는 내가 이 정도로 데미지를 입을 거라고 생각하고 불길을 뿜은 건지 전혀 걱정하는 기색이 없었다.
불의 정령왕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 정도 불꽃은 투정에 불과하다는 걸까.
"어쨌든, 여기까지 직접 들어올 정도로 재능도 있는 것 같고 날 구해준 것도 있으니 특별히 계약해 줄게! 정령왕과의 만남으로도 엄청난 일인데 계약까지 하는 거니까 영광으로 알라고."
"정령왕은 이미 봤는데."
"뭐? 거짓말하지 마."
내가 너한테 거짓말해서 어따 쓰겠니.
"내 고위요정 연인이 이랑 계약한 상태거든."
"고위요정이 인간의 연인? 그, 그럴 리가 없어. 그 깐깐한 물젖이 중간계에 나보다 먼저 갔을 리가…!"
……물젖이라니.
아, 이니 물의 젖가슴이라는 표현도 그닥 틀리지는 않으려나.
아름다운 건 매한가지지만 젖가슴의 크기로 따지자면 엘라임이 더 인기가 많을 테고 그러면 이 허세 부리기 좋아하는 어린애 같은 성격의 정령왕이 질투할 법도 하다.
"계약이 가능한 이유 중에 고위요정이 설녀의 체질을 강하게 타고 난 것도 있거든. 그 정령왕 이름은 엘라임이었어."
"사, 사실이었어."
엘라임의 이름을 언급하니 겨우 현실을 받아들인 이프리트가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고양이처럼 날카롭던 눈매가 축 쳐지고 눈물을 글썽이기 직전의 표정은 동정심을 절로 유발했다.
…진짜 예쁘긴 더럽게 예쁘네.
나는 손을 뻗어 나랑 비슷한 키를 가진 이프리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찮아. 너도 나랑 계약하면 이제부터 중간계를 돌아다닐 수 있잖아."
"그렇지? 음음! 나도 녀석처럼 정령왕이면서 중간계로 나간 이들 중 하나가 되는 거야."
"정령왕은 중간계에 나간 것만으로도 화제가 되는 거야?"
"두 말 하면 물론이지."
스르륵.
그녀는 옷이 흘러내리는 것도 모르고 A컵으로 추정되는 절벽과 백보지를 당당하게 내민 채 양허리에 손을 얹고는 긍정했다. 처음 볼 때만 해도 찢어져서 여기 저기 속살이 보여도 옷으로 추정되는 거적대기를 입고 있었는데 내가 문어 괴물과 싸우는 사이 다 찢어진 바람에 흘러내린 모양이다.
그리고 나의 시선은 아직도 흥분이 가시질 않아 금붕어마냥 뻐끔거리는 이프리트의 앙증맞은 보지에 꽂혔다. 저래 놓고 앙앙거린 적이 없다고 태연하게 부정하다니.
'아니, 시바. 그런데 보지가 왜 있지?'
정령왕 즈음 되면 보지가 있는 건가.
내가 정령의 육체가 가진 신비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음흉하게 쳐다 보는 사실도 모르고 이프리트는 자신의 나체를 고스란히 내비치며 설명을 시작했다.
"정령왕과 계약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자질이야. 그런데 그런 이가 몇백 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하니 천 년 마다 바뀌는 정령왕으로써는 재수가 없으면 그대로 중간계에 한 번 나가 보지도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꼴이지."
"정령왕은 수명이 천 년인 건가?"
"정확히는 '정령왕이 된 순간'부터 천 년이지."
이프리트는 팔짱을 끼고는 설명을 이었다.
"정령왕의 자리는 공석으로 있을 수가 없는 법이야. 정령왕이 없으면 그 속성의 정령계가 존재를 유지할 수 없고 무너지거든. 그래서 상급 정령 중 후보를 선택해서 정령계에서 자체적으로 그 정령에게 정령왕의 자격을 부여해. 그렇게 되면 정령왕이 된 정령은 엄─청 강해져서 정령계를 유지하는 일종의 기둥이 되는 거야. 문제는 상급 정령이라 해도 그 '격'을 천 년을 버티는 게 한계인 거고."
"그 격을 버티는 영체가 한계를 맞이하면 무너지면서 자연스럽게 죽어버리는 거군."
"맞아. 그래서 모든 정령은 수명이 없어야 할 정령이 목숨을 걸고 정령왕이 된 것에 존중을 표하며 절대적인 충성을 바치는 거야."
설마 정령왕이 그런 것일 줄은 몰랐기에 이 이야기를 들은 나는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수명이 없는 정령에게 정령왕의 힘이란 걸 부여해 주고 그 대신 수명이라는 걸 선물하는 정령계의 생태가 마음에 안 들었다. 수명이 영원하다는 게 어찌 보면 저주일 수도 있겠지만 마음대로 타인의 생사에 관여하여 주물럭거린 것이 마음에 안 들었다.
"…혹시 네 수명이 얼마 남았는지 물어봐도 될까?"
"흠. 나는 아직 파릇파릇한 젊은 정령왕이다. 수명은 앞으로 820년 정도 남았어. ……엘라임 그 깐깐한 할망구는 이제 사백 년 정도 남았을걸?"
사심이 가득 들어간 여담으로 인해 쓸데없는 정보까지 듣고 말았다. 그나저나 엘라임, 정령왕이 되고서 육백 살이나 먹은 거냐.
하긴, 고위요정인 티타니아가 오백 살인데 성인식을 치르는 백 살에 계약을 했다니 적어도 사백 살은 넘게 먹은 게 당연한 거겠지.
"자. 일단 중간계로 나가려면 계약자를 얻어야지. 정령이랑 계약하려면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조건을 걸어야 한다고 알고 있어. 네가 원하는 건 뭐야?"
"일단 자주 중간계로 나가고 싶어. 그리고 우리 애들이 말했던 맛있는 음식도 먹어 보고 싶고. 그 외에도……."
워낙 하고 싶었던 게 많은 건지 주저리주저리 조건이 끊이질 않는 이프리트였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면 그 조건들이 하나 같이 그리 어렵지 않은 것들이어서 충분히 들어줄 수 있는 것들이었다는 걸까.
"그, 그리고……."
당당히 원하던 걸 밝히던 이프리트가 우물쭈물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뭐, 남사스러운 소원이라도 있던 걸까.
이미 그녀가 촉수에 당하고도 앙앙거린 걸 봐 버린 나였기에 어느 정도 변태적인 조건이 나와도 수용할 자신이 있었다. 뭐든지 수용할 것처럼 자상한 표정을 하니 이프리트가 남사스러운 조건을 꺼내기로 한 모양이다.
"일주일에 한 번… 아니,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뭔데 이렇게 뜸을 들이는 건데. 좀 변태적이어도 괜찮으니까 빨리 말해 봐."
내가 재촉까지 하니 그제야 입을 조금씩 다시 여는 이프리트였다.
하지만 그 말이 워낙에 작아서 잘 들리지가 않았다.
"……줬으면 좋겠어."
"뭐라고?"
"그, 물컹거리는 걸로 날 묶어 줬으면 좋겠어………."
"……."
내가 말이 없자 이프리트는 그래도 수치심이란 걸 느끼는 지 두 손으로 홍시처럼 붉어진 얼굴을 가렸다.
시바. 나는 예쁘고 정상적인 여자들로 하렘 꾸리기를 원했는데.
눈이 돌아갈 정도로 아름다운 미형의 합법로리 미소녀가 촉수로 자기를 묶어달라고 부탁하는 모습은 내 쥬지를 발기탱천하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내 여자에게 촉수 플레이를 하는 게 개인적으로 싫다.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독점욕이 강한 나는 내 여자의 구멍에 촉수를 박는 걸 굉장히 싫어해서 촉수 플레이는 본능적으로 꺼려진달까.
이프리트의 계약 조건은 묶어달라는 거였지만 어디 그게 묶는 것만으로 끝이 날 리가 없지 않은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곰곰히 방법을 모색하던 나는 눈앞의 정령왕을 보았다. 나와 같은 합법인 존재이면서도 동시에 때를 타지 않아서 그런지 순진무구하기 짝이 없는 성향과 사고관을 가진 이프리트.
그녀의 전신을 훑다가 고간에 시선이 멈춘 나는 한 가지 판단을 위해 물어봤다.
"이프리트. 정령들은 성기가 없던 데 너한테는 왜 있는 거야?"
"응? 그건 정령왕에게만 주어진 일종의 특권이야. 정령왕은 수명이 정해져 죽음이 확정된 존재니 정령계에서도 특별히 임신을 허가한 거거든."
'임신 가능 정령왕. 쌉가능.'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이프리트. 남자는 원래 촉수를 한 개 갖고 있어."
"어디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순지무구한 정령왕을 향해 나는 무언가를 가르치는 이처럼 상냥한 표정으로 내 고간을 가리켰다.
이프리트가 시선을 내리자 그곳에는 한 척에 가까운 크기를 자랑하는 내 용자지가 있었다.
"자지라고 하는 건데 어떻게 보면 남자만의 촉수라 할 수 있지."
"이건 밧줄처럼 유연하지 않고 딱딱한데?"
"원래 촉수라는 건 묶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거든."
"그럼 촉수를 어디에 사용하는 건데?"
나는 이프리트의 고간, 정확히는 아직도 미열이 가시지 않아 뻐끔거리는 보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촉수는 구멍에 박으라고 있는 거고 정령인 너는 이곳에 '보지'라는 구멍이 있잖아?"
"오오. 처음 알았어."
감탄하는 불의 정령왕의 반응을 보며 동감했다.
당연히 처음 들었겠지. 개씹소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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