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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애정결핍 요정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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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世?)에 자신이 사용하던 아바타로 환생했다면 어느 인물이든 지 환호할 것이다. 그야 자신이 애정을 갖고 키운 게임 아바타가 약할 리가 없으니까. 애정을 갖고 키웠는데 그게 약하다면 아바타 문제인 게 아니라 유저가 하드한 걸 좋아하는 변태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나는 환생하면서 얻은 아바타의 육체, 그 안에 잠재된 재능은 무쌍을 펼칠 정도는 아니지만 오만하게 굴 수준은 되었기에 무력적인 면에서 충분히 만족했다.
하지만 한 가지 불만 만큼은 결코 사라지질 않았다.
"왜 컨셉을 거근 쇼타로 잡았을까. 뒤져라. 전생의 나. 아, 이미 뒤졌던가."
그렇다.
난 거근 쇼타 컨셉의 아바타였던 거다.
아바타가 19금 가상현실게임의 것이었기에 커스터마이징 과정 당시 "헤흥. 눈나아~♡" 컨셉에 꽂혔던 난 그만 거근 쇼타가 특징인 아바타를 만들어 육성했던 것이다. 여성 아바타에게 맨날 저 대사를 지껄였는데 그걸 보고 유저들이 정색 까는 반응에 낄낄 댔는데 막상 환생하여 현실로 맞이하니 이렇게 불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가족의 걸음폭을 신경 써야 한다거나 높은 책장에서 책을 꺼내려면 굳이 점프를 해야 한다든가.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매사에 더 신경을 써야 했으니까.
그래도 이점이 더 많은 환생이었다.
일단, 아바타의 잠재력을 계승해서인지 무력이 뛰어났으며 커스터마이징 그대로의 모습 덕에 성기의 크기가 흑형들이 보면 형님이라고 울부짖으며 존경심에 대가리를 박을 정도다. 그리고 제국에서 공작가 자제로 태어나 부유했으며 어지간한 일들은 시종이 알아서 했다.
더욱이 그는 진작에 가주위를 이을 마음이 없다고 자신의 이복형인 대공자에게 선언하고 그 대가로 별장에서 유유자적 느긋히 수련을 반복하며 시간을 때웠다.
미친 잠재력 덕분에 성인이 되기도 전인 이른 나이에 오러를 사용하는 경지에 오를 수 있었다. 실제로는 오러를 훨씬 더 잘 다루는 실력이었지만 너무 튀는 돌은 몰매를 맞는 법이었기에 적당히 오러를 발현하는 수준이라 속이고 이제부터 하고 싶은 일을 해보기로 했다.
"나는 하렘을 꾸리고 싶었지."
그래서 요정 노예를 구매했다.
우연찮게 알게 된 용병의 인맥을 통해 가문 몰래 노예상단에서 팔고 있는 요정을 헐값에 얻었다. 가문에서 준 용돈 만으로 충분하고도 남았기에 오히려 "왜 이렇게 싸지?! 여기 요정(엘프)에 대한 인건비 이것밖에 안 돼!?"라고 경악했을 정도다.
이 세계 주민들이 이종족과 다툼도 없이 조화롭게 아울러 살아가고 있지만 이종족이 비교적 인간 노예보다 싸고, 저번 주에 내가 구매한 요정 노예는 더더욱 쌌다. 심지어 더 이해가 안 가는 건 그 용병이 삥땅을 좀 쳤음에도 그렇게 쌌다는 거다.
막말로 노예 상단이 노예에게 먹였던 밥값만 받고 팔아넘긴 것 같았다.
왜 이렇게 싼 것인가.
그게 궁금해서 레온은 충성심 하나 만으로 날 따라 별장으로 온 여기사이자 스승인 앨리스에게 상담을 받았다. 그러자 그녀가 내게 제정신이냐는 눈빛을 했다.
"도련님. 요정입니다. 요정."
"그래. 그게 왜?"
"……여태까지 도련님께 검술만 가르친 게 후회되는군요. 상식도 가르쳐 드렸어야 했는데."
자신의 여기사가 왜 이러는 지 알 수가 없었다.
"도련님이 아시는 요정(엘프)에 대해서 전부 설명해 보십시오."
갑자기 이상한 질문을 던졌지만 최대한 기본적인 상식만 답하고자 전생의 매체에서 봤던 요정에 대한 정보를 떠올렸다.
"자연을 사랑하며 마력 친화력이 높아서 정령 계약을 한 요정들이 많고…… 여성 개체는 가슴이 작다?"
"부족한 게 많고 틀린 건 하나밖에 없지만 가장 중요한 걸 모르시군요."
"뭘?"
여기사가 진중한 표정으로 자신의 핑크빛 머리카락이 수북한 뒤통수를 긁으며 난처하다는 표정을 했다.
"틀린 것부터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도련님이 말씀하신 것과 달리 여성 요정들은 일단 가슴이 꽤 큽니다."
"응? 그래?"
"네. 평균적으로 450년에서 500년을 살아가는 게 요정입니다. 나이를 먹으며 계속해서 성장기인 부분이 있는데 그게 바로 여성의 가슴이죠."
그럼 요정들은 다 거유라는 거 아닌가.
핑크빛 미래가 그려지는 기분이 들었다. 거유 요정들로만 구성된 메이드 부대를 창설하면 어떨까.
앨리스가 이 생각을 들었다면 혐오의 시선을 보내겠지만 남자의 로망이란 게 있지 않은가.
"그리고 추가적으로 설명하자면 노예인 요정을 조심해야 합니다."
그건 반대가 아닌가. 약해서 노예사냥꾼들 따위에게 잡힌 걸 테니까.
내 표정을 읽은 것인지 여기사 앨리스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 중생을 어찌 해야 하냐는 표정이 깨달음을 얻으려는 이 같았다.
"하아. 노예가 전부 죄를 짓거나 약해서 잡힌 거라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이종족 중에는 일부러 노예가 되겠다고 자처하는 이들도 많으니까요."
"……어째서?"
"요정은 오래 산 만큼 성욕이 많습니다. 결혼을 하면 그 짝과 평생을 살지만 그 짝이 죽은 뒤에 홀로 남아 성욕해소를 못하는 요정들은 노예가 되서 미모를 이용해 주인을 침대로 꼬드기고 관계를 맺어 성욕을 해소하는 거죠. 그런데 문제는 그 성욕을 인간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가 아니라는 거죠."
"꿀꺽."
다음 말이 예상되기에 긴장하며 침을 삼켰다.
"실제로 역사에서도 수많은 귀족 및 거부들이 애첩으로 요정 노예를 구입했지만 되려 그녀들에게 잡아 먹혀 복상사로 죽은 사례가 두 손으로 꼽을 수가 없습니다. 그중 비슷한 사례는 노예가 아니었지만 저희 나이트킹덤 제국의 왕자가 요정과 사랑에 빠졌다가 그대로 복상사로 비명횡사한 사건이 있었죠."
"미친."
그간 귀족가문의 자제랍시고 예절교육을 때려 박은 입에서 천박한 욕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도저히 안 하고는 못 배길 것 같았다.
아무리 고려해 보려고 해도 이해를 못한 나머지 앨리스에게 물었다.
"그럼 중간에 그만 두면 되는 거 아니야? 왜 끝까지 하다가 뒤지는 건데."
"도련님. 그것도 종족의 성기차이 때문입니다."
"엉?"
"고간에 있는 요정의 성기는 작습니다. 기록된 신화에 따르면 초반에는 그렇지 않다고 하더군요.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채식을 위주로 하는 남성 요정은 정력이 부족해져 음경이 퇴화하여 작아지고 그에 맞춰 여성 요정의 음부도 좁아졌다고 합니다."
"……워."
상상을 초월하는 역사의 사실에 머리가 아찔해진 난 이것밖에 반응할 수가 없었다. 흑형들이 형님이라 부를 법한 거근을 지닌 나로서는 도저히 남성 요정들을 동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전생에서 아바타 설정을 인간으로 해서, 거근으로 커스터마이징 해서 천만다행이라고.
그렇게 설정했던 날 칭찬해주고 싶어진다.
'요정들에게 그런 비화(??)가 있었다니.'
지구에서 도도새는 천적이 없는 외딴 섬에서 살다가 날개가 퇴화됐다던 이야기를 고려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라 생각했기에 알아서 수긍했다.
"그런데 왜 그게 복상사를 멈추지 못하는 이유가 된 거야?"
"성기능이 퇴화된 남성 요정에게서 최대한 많은 씨를 받아 종족을 늘리기 위한 생존본능의 의지로 요정의 음부는 삽입된 남성의 음경이 빠지지 않도록 질경련 수준으로 꽉 잡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빼지 못하고 쾌감에 계속 싸다가 죽어버리는 거죠."
"……."
이번에는 말도 안 나왔다.
천국(정신)을 맛보려다 그대로 자기 쪽이 쥐어 짜여서는 천국(물리)에 가버린 꼴이 아닌가.
그리고 지금 그 병신짓을 한 인간이 나라는 사실에 그만 시간차로 정신적 충격을 받고 있었다. 파리가 자기 집이라 착각하고는 들어갈 지도 모를 정도로 벌어져서는 닫히지 않는 입을 보며 앨리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신이 모시는 도련님이 설마 이리도 기본상식이 부족할 줄은 몰랐다.
이건 비단 그의 잘못 만이 아니라 자신의 패착이기도 했다. 검술의 재능을 보고 그에게 검술만 가르쳐서는 안 되는 일이었거늘.
스승으로서 스스로가 부족함을 통감한다.
"어쨌든,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당장 편지를 보내 노예 상단에 거절하시면─"
"근데, 늦었어."
"네?"
순간 뭘 들었는지 망각했다가 겨우 받아들인 앨리스가 당황한다.
난 멋쩍다는 표정으로 뒤통수를 긁적이며 말했다.
"배송이 오늘 오후거든."
"……곧 오겠군요."
침통한 표정을 지은 여기사는 이내 결의가 서린 표정을 했다.
뭘 생각했기에 여기사의 기도가 이렇게 바뀌었는지 궁금해졌다.
"스승. 이상한 생각을 하는 건 아니지?"
"도련님. 오늘 도련님의 안전을 위해 기사 앨리스, 목숨을 걸고 그 노예 요정을 죽이겠습니다."
"그렇게까지는 안 해도 되거든?!"
사생결단을 내려는 충성스러운 여기사의 모습에 기겁하며 만류했다.
'나는 절륜 스킬 덕에 안 죽는다고!'
전생에서 가상현실게임에서 만큼은 남자의 자존심을 세우고 싶어서 일부러 스킬 칸을 낭비하는 [절륜] 스킬을 습득해 숙련도를 최고치까지 찍었었기에 정력이 부족할 일은 없었다.
환생한 후에 몽정을 한 뒤로는 자위를 하고 있는데 그 횟수가 하루 최대 30번을 거뜬히 넘어갔다. 적어도 자신이 복상사로 죽을 일은 없다고 자부하는 나였다.
띵동.
콩트를 찍는 우리는 그 자리에서 정지 버튼을 누른 티비 화면처럼 멈췄다.
"왔네."
"왔군요."
앨리스를 대동한 채 저택 바깥으로 이동하니 그곳에는 목줄을 찬 순백의 요정이 있었다.
백옥 같은 새하얀 피부부터 산 위에 쌓인 눈처럼 순백의 머리카락, 어찌나 반짝거리는 지 눈동자마저 파란 진주처럼 빛나는 것 같았다. 누가 보면 설산 위에 존재하는 한 떨기 꽃의 요정이라 해도 믿을 정도의 외모다.
그녀는 검지와 엄지로 양끝 치맛자락을 잡고 살짝 들고는 고개를 숙였다. 고품스런 인사법에 나와 앨리스는 움찔했다.
설마 요정 사회에서 귀족이었던 걸까.
"반갑습니다, 주인님. 티타니아라고 합니다. 오늘부로 불량품 요정인 절 구입 해주신 주인님의 은혜에 견마지로를 다하겠습니다."
그 초월적인 미(美)를 보며 나는 무척이나 진지하게 생각했다.
이 정도면 천국 가도 억울하지는 않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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