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6화 〉 야생 (3)
* * *
부스스한 머리칼을 헝클어트리며 잠에서 깨어난 로덴은 슬며시 눈을 떴다. 잠들기 전의 난교를 떠올리게 하는 여체의 향기가 물씬 느껴진다.
‘조금 일찍 일어나 버렸군.’
커튼을 쳐둔 창문에서 스며들어오는 빛은 없었다. 체내 시간으로 판단컨대… 새벽이 완전히 끝나, 해가 뜨려면 시간이 좀 남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상체만을 살며시 일으키며 주변을 살펴본 로덴은 그를 기준으로 왼쪽에서 세상 모르고 곤히 잠들어 있는 쌍둥이 자매가 눈에 들어온다.
‘두 사람이 덮고 있던 이불이 완전히 들춰져 있네, 자세를 보아하니… 범인은 메림이구만.’
잠버릇이 영 안좋은 언니 덕분에 동생인 마릴까지 덩달아서 고생한다며 소리 없이 피식거린 로덴은 흐트러진 이불을 다시금 덮어줬다.
그리고는 고개를 반대로 돌렸다. 붉은 눈동자를 동그랗게 뜨고 있던 록시아와 눈이 마주친다.
“…주인님….”
록시아의 목소리는 평상시와 비교하여 미묘하게 더 갈라져 있었다. 지금 막 일어났다는 증거다. 그녀가 눈을 뜬 원인은 높은 확률로….
“나 때문에 일어나버렸나 보구나. 아직 피곤할 텐데, 더 자두렴.”
그리 말한 로덴은 습관적으로 마족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으나… 록시아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주인의 모습을 따라 하듯이 상체를 일으켰다.
“아니에요. 저는 원래 이 시간 즈음에 일어나는 걸요.”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정리하고서 싱그러운 미소를 보여준 록시아는 주인의 눈을 마주 보고 있다가 은근슬쩍 아래쪽을 향해 시선을 흘겼다.
얇은 이불에 가려져 있는 로덴의 하반신은 텐트를 치고 있다. 막 일어난 참이라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아아, 오늘은 저보다 일찍 일어나 버리셨네요. …이왕이면 주무시고 있는 주인님께 봉사하면서 깨워드리고 싶었는데.’
속으로만 입맛을 다신 록시아는 아쉬운 마음을 애써 숨기며 입을 열었다.
“어젯밤도 다들 굉장했었죠. 으음, 언니들이 눈을 뜨려면 조금 걸릴 거 같은데… 주인님만 괜찮으시다면 같이 씻지 않으실래요?”
전날의 네 사람은 난교를 끝낸 직후에 제대로 씻지도 않은 채, 이불만을 덮어쓰고서 그대로 함께 잠들었었다. 소녀의 제안을 딱히 거절할 이유가 없던 로덴은 고개를 끄덕였고, 쌍둥이 자매가 깨지 않게끔 살금살금… 그녀와 함께 욕실로 향했다.
ㅡ솨아아아아….
주홍빛 조명이 안을 은은하게 밝혀주고 있는 욕실속에서 완전한 나체가 된 로덴과 록시아는 느긋한 마음으로 몸을 씻었다.
밀실이 된 공간에서 알몸으로 밀착하고 있던 남녀는 그대로 이끌리듯이 키스를 나누거나 서로의 몸에 손을 뻗기 시작했다.
이윽고 거품칠을 하는 단계가 되었을 때는 로덴이 록시아의 뒤편에서 풍만한 가슴을 조물거리는 모양새가 됐고, 록시아 또한 손끝으로 주인의 귀두를 문질거리거나 기둥을 훑는 모양새가 되었다.
“주인님… 손놀림이 너무 야해요. 아까부터 계속 제 가슴을 집요하게 만지시네요.”
“그러는 너도 중간부터 대놓고 내 자지만 조물거리고 있었더만. 이제 와서 그렇게 말하기야?”
“저는 어쩔 수 없는 걸요. 잠들기 직전까지 저랑 언니들의 몸속을 쉴 새 없이 들락거린 자지인데, 꼼꼼히 씻겨줘야 하잖아요.”
“하여간 말은 잘해.”
두 사람은 서로 가벼운 농담과 애무를 하면서도 당초의 목적대로 차분하게 거품칠을 해나갔다. 달아오른 숨결을 토해낸 록시아는 서늘한 감촉이 느껴지는 로덴의 의수를, 왼손을 살며시 붙잡았다.
“이제는 완전히 적응하셨네요. 그동안 말은 안 했었지만 처음에 내심 걱정했었는데, 익숙해지신 거 같아서 다행이에요.”
“그러게, 시간이 남을 때마다 이쪽을 위주로 움직인 보람이 있더라. 이제 몸이 적응했나 봐.”
로덴이 에스카로스와 멀린과의 전투로 인해 잃어버린 왼손을 대신할… 생체 금속 의수를 끼운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감각도 더뎌진 데다가 완력 조절도 완전치 못해서 제법 애를 먹었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은 통각을 온전히 느낄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변방 영지인 바르멜라에서부터 수도 콜라드까지 이동하는 동안 틈틈이 재활훈련을 한 덕분에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힘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의수로 사랑하는 여자의 몸을 어루만지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로.
“주인님이 이쪽으로 저를 만지실 때마다 서늘한 느낌이 들어서 뭔가 묘하네요. 아, 기분이 이상하다거나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고, 오히려 반대라고나 할까… 시원해서 좋아요.”
“예를 들면 이렇게?”
“응흐하얏…?!”
록시아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로덴은 가슴에서 허리로, 허리에서 엉덩이로 양손을 옮겨서 마음껏 희롱했다.
“주인님은 엉덩이를 참 좋아하시네요.”
“좋냐 싫냐를 따진다면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
토실토실한 엉덩이살을 떡을 주무르는 것처럼 만져대는 것도 잠시…
음탕한 손길에 달뜬 숨을 연달아 토해내던 록시아는 가까운 벽에 손을 짚고 로덴을 향해 엉덩이를 쭉 내밀었다.
“하아아…… 주인님의 야한 손놀림 때문에 이렇게 돼버렸어요.”
뒤쪽에서 드러나고 있는 록시아의 도톰한 보짓살은 끈적거리는 애액이 주르륵 흘러나오고 있었다.
“전날에 복용하신 피임약 효과도 아직 충분히 남아있으니까… 나가기 전에 하고 가요♡”
록시아는 그 말을 꺼냄과 동시에 둔부에 닿고 있는 주인의 물건을 엉덩이골로 문질문질 거렸다.
말과 행동으로 적극적인 유혹을 펼쳐오는 록시아. 바로 전까지 그녀의 몸을 만지면서 저절로 발기해 있던 로덴의 물건에서 쿠퍼액이 새어버리기 시작했다.
‘어차피 이렇게 될 거 같긴 했어.’
첫관계를 가진 이후 본격적으로 성에 눈을 뜨게 된 마족 소녀는 그야말로 틈만 나면 주인을 유혹한다. 단 둘이 있을 때는 더더욱.
로덴은 무어라 대답하는 대신 눈앞에서 살랑거리고 있는 록시아의 골반을 잡아당기며…
ㅡ찌븝! 찌거거걱!
야릇한 열기를 내뿜고 있는 보짓살 사이에 최대치로 발기한 거근을 쑤셔 넣었다.
“끄흣…! 하아아앙♡♡♡”
전날에 그녀의 안에 내보낸 정액이 남아있어서 안쪽은 심각하게 미끌거렸다. 연속으로 그녀를 범한다는 느낌에 더욱 흥분됐다.
욕실 천장에서 떨어지고 있는 뜨뜻한 물을 맞고 있는 두 남녀의 후배위 섹스가 시작됐다.
로덴이 허리를 들썩거릴 때마다 달콤한 교성을 내뱉은 록시아는 학학거리면서도 주인에게 더 요구했다.
“하히익… 헤으으♡ 주인님. 저는 정말로 괜찮으니까… 이대로 제 보지 더 쑤컹쑤컹, 팡팡해 주세요…♡”
그녀는 말을 하면서도 허리를 튕기면서 아랫입으로 머금고 있는 자지를 더욱 꽉꽉 물고 자빠졌다.
“꼬맹이 주제에 야한 말이랑 행동만 고르기는!”
ㅡ찌걱찌걱찌걱찌걱!!!
ㅡ찌걱찌걱찌걱찌걱!!!
도발에 기꺼이 응한다. 더욱 깊숙하게 들어간 자지가 그녀의 자궁을 인정사정없이 휘젓자, 푸슉! 푸슉! 속절없이 흘러넘치는 소녀의 성수가 두 사람의 하반신을 적셨다.
ㅡ피슈슛! 퓨ㅡ! 퓨퓩!
얼마 지나 록시아는 몇 번째일지 모를 절정을 맞이했고, 로덴 또한 사정감이 밀려왔다. 피스톤질의 속도를 줄인 로덴은 쾌락에 빠져있는 소녀의 귓가에 속닥거리듯이 물었다.
“록시아, 슬슬 나올 거 같은데. 입으로 받고 싶어? 몸으로 받고 싶어? …아니면 자궁으로 받고 싶어?”
“히읏… 헤으읏…! 그야 당연히 자궁이죠! 주인님의 정액은 될 수 있다면 아기방으로만 받아낼 거예요♡♡”
“본부대로.”
ㅡ쭈컥쭈컥쭈컥쭈컥!!
헐떡거리면서도 단호하게 말하는 록시아의 뿔을 뒤에서 휘어잡은 로덴은 그것을 뒤쪽으로 잡아당기며 더더욱 격렬하게 허리를 흔들어대면서 사정했다.
ㅡ뷰르륵! 뷰륵!! 뷰르르륵ㅡ! 푸츄우욱!
“아그흣… 크흣…, 응크흐아아앗♡♡!”
록시아의 작은 자궁을 채워내는 감각을 온몸으로 느낀 로덴은 붙들고 있던 뿔을 슬며시 놓아주었고, 서로의 모습을 다시금 되돌아봤다. 애액과 땀 투성이다.
“…좀 더 씻고 나서 나와야겠네.”
“하앗… 하으아아… 그러게요. 주인님.”
두 사람 모두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2회전과 3회전을 이어가고 싶었지만 흐름을 타버리면 둘 다 멈추지 못할게 뻔했기에 당장은 한 번으로 만족하며 얌전히 씻기로 했다.
이후에 방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서서히 눈을 뜬 쌍둥이 자매와 아침 인사를 나누며 여관 자체에서 제공하는 아침 식사를 챙겨 먹은 뒤, 건물에서 빠져나왔다.
오늘 할 일은 수도 근방에 생성되어 있는 던전 탐사다. 로덴 일행은 순조로운 탐사를 위해 그간 소모한 보급품을 다시 보충하기로 했다.
* * *
와일드 던전은 수도의 성문에서 마차를 타고 이동한다는 가정하에 약 3시간이 소모되는 거리에 있는 폐광촌에 존재하고 있었다.
던전으로 들어가는 입구인 일그러진 공간 주변은 길드에서 파견한 모험가들과 수도 경비대 몇몇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심지어 군견들까지 주변에 배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지금 로덴 일행은 그들에게 모험가 인식표와 길드에서 받은 허가증을 들이밀어 통과하면서 던전 입구를 향해 서서히 다가가고 있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삼엄하게 지켜지고 있는 던전 입구와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신비하게 바라보던 록시아가 목소리를 냈다.
“여기는 분명 사람이 별로 드나들지 않는 던전이라고 하지 않았었나요? 그런 것 치고 꽤나 삼엄하게 지키고 있네요.”
“아아, 저거? 들어오는 사람을 통제하는 것보다는 인근 지대에 언제 어디서 출현할지 모를 마물을 신속하게, 피해 없이 제압할 목적으로 배치한 걸 거야.”
타차원과 이어지는 던전이 장시간 유지되다 보면 기존 차원과의 경계가 점차 허물어져서 입구와 가까운 위치에 해당 던전에 사는 마물들이 돌발스럽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그렇기에 던전의 인기와 상관없이 무장 경비를 입구에 대기시킨다.
…라고 설명하는 동안 로덴 일행은 던전 입구를 코 앞에 두고 있었다. 차원의 틈새 너머로 한없이 광활한 풍경과 무성하게 자란 나무들이 보였다.
“여기로 오는 동안 다들 충분히 준비했을 테니 굳이 길게 말하지 않을게. 이대로 들어가자.”
던전이라는 미지의 환경에서 새로운 실전 경험을 안겨주는 것이 주된 목표였기에 로덴은 세 여자에게 굳이 각오를 묻거나 하지 않고 최대한 편한 마음을 유지하며 그녀들과 함께 하나 둘, 안으로 천천히 입장했다.
아주 잠시 시야가 이리저리 뒤틀리고는 네 사람 모두 던전 안으로 무사히 입장했다. 주변을 살펴보면 푸르른 이파리가 정글을 연상케 하는 풍경이다.
“상당히 덥네요.… 저희가 있는 곳이랑은 기온도 많이 다른가 봐요.”
“후! 길드에서 미리 들은대로 나무랑 수풀이 무성한 던전이네. 로덴 오빠, 일단은 어디로 가볼 거야?”
“우리 모두 이곳의 길은 아예 모르는 상황이지만… 일단은 앞으로 가보자, 움직이다 보면 뭐라도 나오겠지.”
그렇게 로덴 일행은 수풀을 헤처 나가며 던전의 1층 구역을 걸어 다니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요란한 발자국 소리를 듣게 됐다.
ㅡ투다다다다다!
“멀리서부터 적의가 여럿 느껴지는군…. 다들 준비해.”
일단 여기서 처음으로 치르게 될 전투이니 만약을 대비해 로덴도 싸움에 거들기로 하며 세 여자와 함께 전투태세를 갖췄고, 로덴 일행은 몇 초 지나지 않아 와일드 던전에 서식하는 마물, 드레이크들과 마주하게 됐다.
ㅡ퀴레에엑!!!
그리고 로덴은 굉음을 내지르고 있는 마물들의 모습을 보자마자 눈을 크게 떴다.
눈앞에 있는 생물들은 로덴이 원래 세상의 지식으로 알고 있는 생물들이다. 설마 이것이 살아있는 모습을 직접 보게 될 날이 올 줄은 미처 몰랐다.
로덴은 일행을 포위한 생물들의, 이쪽 세상의 사람들에게 드레이크라고 착각받고 있는 녀석들의 정확한 명칭을 작게 중얼거렸다.
“공룡인가… 이 둘리 씹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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