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은거중인 용사는 마왕과 함께 산다-134화 (134/149)

〈 134화 〉 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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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 로덴 일행은 모험가 길드에 다다르는 동안 인근 던전에 서식하는 마물인 드레이크의 가죽과 발톱을 주재료로 만들었다는 옷과 방어구, 목걸이를 착용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드문드문 보게 됐다

“오라버니가 공략한 던전 중에서 드레이크가 나오는 던전도 있던가요?”

“아니, 공략은커녕 듣지도 보지도 못했는데.”

과거에 여러 가지 유형의 던전에 진입하고, 격파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는 로덴이지만 드레이크가 출몰하는 던전에 관해서만은 금시초문이었다

‘드레이크가 출현하는 던전이라… 직접 들어가 봐야 알 수 있겠지만 어느 정도 난이도가 높은 편이겠군하긴, 그러니까 수도 근처에서 반년 넘게 버티고 있는 거겠지.’

고대에 몰락해버린 드래곤의 머나먼 후손 내지 말로라고 불리는 와이번과 드레이크

절대적인 생명체이자 마법의 근원 자체라는 전승이 대대로 전해지는 드래곤과 감히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대부분의 와이번과 드레이크는 강력한 몬스터로 분류된다

그런 녀석들이 서식하는 던전이라면 필연적으로 난해한 환경일 것이다앞으로를 위해 록시아와 쌍둥이 자매에게 난적들과 싸우는 경험을 최대한 많이 쌓게 하고 싶은 입장인 로덴에게 있어서는 희소식이다

선두에서 길을 나아가던 로덴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쌍둥이 자매에게 시선을 돌렸다

“생각난 김에 물어보는 건데 너희는 드레이크를 사냥한 경험… 있나?”

“없어, 없어전~혀 없어여기저기 쏘다닐 당시의 나랑 마릴은 신출내기 모험가라서 그것들을 잡을 실력도, 자격도 없었거든.”

“저희가 본격적으로 자리잡은 바르멜라는 근처에는 드레이크가 서식하지 않았으니까 결과적으로 잡을 기회가 아예 없었죠.”

“그렇군.”

세 사람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록시아가 로덴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주인님은 드레이크를 사냥해 보셨나요?”

“응, 옛날에 여행했을 때 종종 드레이크 무리랑 마주친 일이 있었어쓸데없는 싸움을 피하기 위해 영역에서 물러났었는데, 기어코 끝까지 쫓아오는 놈들만 적당히 손봤었지.”

“그렇군요…어떤 마물이었나요? 드레이크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궁금해졌나 보구나.”

“네! 궁금하기도 하고, 얼마 후에 다 같이 들어갈 던전에서 나오는 마물이라고 하니 녀석들의 특징을 미리 알아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참 기특하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깨닫고 나니 로덴은 록시아의 머리에 손을 얹어서 살살 쓰다듬고 있었다

그리고는 록시아만이 아니라 쌍둥이 자매도 나란히 걷게 걸음걸이를 맞춰서 그가 드레이크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을 풀어주기 시작했다

서식하는 환경에 따라서 개체의 크기와 특징이 많이 달라지는 마물이라서 던전에 있는 놈들과는 아마도 다른 종류겠지만 일단은 알아두는 편이 유익할 것이다

걸어가는 동안 드레이크에 관한 이야기로 계속 떠들다 보니 어느새인가 모험가 길드에 도착했다

바엘 공국의 심장부인 수도에 자리 잡은 길드답게 여관과 주점, 잡화점, 포션가, 대장간, 가죽공방 등등… 다종다양한 시설이 모험가 길드를 중심으로 통합되어 있어서 일반적인 길드보다 몇 배는 더 거대한 규모였다

‘직관적으로 비유하자면 동네 슈퍼랑 대형마트 사이의 차이 같구만.’

그리 생각하며 일행과 함께 안으로 들어선 로덴은 접수처를 어렵지 않게 찾아냈다

거대한 규모에 걸맞게 접수처도 세 개씩이나 지어져 있어서 더 많은 사람들을 더 빠르게 상대할 수 있는 구조다

“모험가들이 가장 많이 쏠리는 시간대를 피한 덕분에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겠네요.”

“어디 보자… 저쪽이 가장 널널해 보이네내가 얘기하고 올 테니까 너희는 잠깐 쉬고 있어.”

함께 길드에 들렀다고 해서 줄도 함께 서야 한다는 법은 없다그나마 줄이 가장 짧아 보이는 접수처에 혼자서 걸어간 로덴은 순번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러면 우리는 기다리는 동안 사전조사나 해볼까? 백지상태로 던전에 들어가는 거랑 아주 조금이라도 아는 거랑은 완전 다르거든.”

“네, 언니.”

그리고 쌍둥이 자매와 록시아는 로덴이 돌아올 때까지 길드를 돌아다니며 한가해 보이는 모험가와 직원들을 상대로 인근 던전에 관한 정보를 가볍게 알아보기로 했다.

딱히 기밀사항은 아니었기에 던전의 위치, 대략적인 환경과 특징, 권장 등급과 인원, 출몰하는 마물의 종류 등등그럭저럭 의미 있는 정보들과 중요한 사실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다

… 잠시 후 각자의 볼일을 끝마친 로덴과 세 여자가 다시 합류해서 대기석에 나란히 앉았다

“접수원한테 들었는데 고생에 비해서 얻을 수 있는 보상이 영 시원찮아서 자리가 늘 남는 던전이야원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들어갈 수 있다고 하더군.”

“아아~ 그럴 거 같긴 했어.”

“저희도 나름대로 조사해 봤는데… 돈벌이로는 별로 같긴 하더라요.”

“최소한 동 등급 모험가 다섯 명 이상이 파티를 해야 안정적인 탐사를 할 수 있는 난이도의 던전인데, 던전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보상이 없다면 인기가 없을만 하긴 해어차피 여기는 일거리가 많은 수도니까 투자 대비 벌이가 좋지 않은 그 던전에 굳이 목맬 필요는 없었던 거지.”

현재 로덴 일행이 들어가려고 하는, 일명 「와일드」라고 이름 지어진 던전은 출몰 이후 무려 반년이 넘어간 지금까지 아티팩트를 습득했다는 이야기가 일절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주제에 위험도는 높아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떨어져 나갔고, 그나마 던전에 서식하는 드레이크의 가죽과 발톱 등의 소재가 나름 비싸게 팔려서 수도에서 활동하는 실력자 파티만 종종 드나드는 던전이 되었다고 한다

접수원에게 알아낸 정보와 그녀들에게 들은 정보를 종합한 로덴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접수원한테는 은 등급 3명 이외에 수행원 1명…이라는 식으로 명단에 올려놨어.”

“오늘 바로 들어갈 생각이야?”

“나도 그렇게까지 악귀는 아니니까 안심해이걸로 오늘 할 일은 끝났으니까 이제부터 푹 쉬고서 던전은 내일 들어가 보자고.”

ㅡ하아아…

로덴의 결정을 듣자마자 록시아와 쌍둥이 자매는 미리 맞추기라도 한 것 마냥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내가 지정한 루트대로 여행하느라 얘들이 고생 많이 하긴 했지….’

요 며칠간 숲과 산을 통과하면서 여러 차례 전투를 치르고, 밖에서 자느라 적지 않게 지쳤을 테니 그녀들이 충분히 쉴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곧장 길드에서 빠져나온 로덴 일행은 던전에 관한 정보를 수집할 때 겸사겸사 알아낸 맛집과 공연장을 거치는 등, 날이 어두워지기 전까지 시내를 원 없이 둘러보고서 여관으로 향했다

* * *

방에 들어서자마자 어느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철저히 문을 잠근 네 사람은 순서대로 샤워를 한 뒤, 목욕가운 차림이 되어서 개운해진 기분으로 침대에 향한다

풀썩! 아이처럼 눈을 빛낸 메림은 옆사람들을 제치고 가장 먼저 침대에 점프하듯이 뛰어들었다그것도 모자라 양옆으로 뒹굴거렸다

“아흐흐~ 이게 얼마 만에 느껴보는 푹신푹신함인지 모르겠다니까.”

“하아… 메림애처럼 그러지 말라고 내가 몇 번을….”

자기랑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언니가 철없어 보이는 행동을 하면 그녀 대신 창피를 느낌과 동시에 주의를 주는 것은 언제나 마릴의 몫

이쯤 되면 정해진 수순이나 다름이 없는 쌍둥이 자매의 모습에 완전히 익숙해진 로덴과 록시아는 그녀들을 지켜보며 옅은 웃음을 지었다

“그나저나 오빠, 슬슬 ‘할’ 시간이지?”

본방으로 들어가기 위해 상체를 벌떡 일으킨 메림은 기대심이 가득한 얼굴로 로덴을 올려다봤다

언니의 시선을 따라 로덴을 바라본 록시아와 마릴의 얼굴에도 기대심과 홍조가 피어올랐다

도시에 막 진입한 아침의 상황과 달리, 지금은 할 일을 모두 끝마쳤고, 날이 점차 어둑해지려고 하는 야심한 시간그렇다면 네 사람에게 남은 것은 육체의 대화뿐

로덴과 록시아, 쌍둥이 자매는 지난 한 달간 여행을 하면서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냈다

길을 나아갈 때, 마주하는 적들과 전투를 벌일 때, 휴식을 취할 때, 식사를 할 때, 잠을 잘 때, …그리고 남녀 간의 은밀한 행위를 나눌 때조차도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록시아와 쌍둥이 자매는 순서를 돌려가며 그날그날 로덴하고 가장 먼저 할 사람을 바꾸고 있다

마지막에 했을 때의 기억을 더듬던 메림이 능글맞은 미소를 보여주며 입을 열었다

“으음, 저번에 했을 때는 록시아가 먼저 시작했었나? 그러면 이번에 내가 먼저 할 차례….”

“언니였잖아.” “언니였잖아요….”

그야말로 동시에 목소리를 낸 마릴과 록시아가 눈을 번뜩 뜨면서 메림을 노려봤다어디서 장난질이냐고 눈빛으로 말하고 있다

평상시에는 늘 온화한 표정과 분위기를 보여주는 두 사람이라 날카로운 기세가 여실히 부각됐다

“에잉…지지배들이 가벼운 농담도 못하게 하고 있어.”

가위 눈을 치켜뜨고 있는 동생들에게 투덜거리듯이 혀를 삐쭉 내민 메림은 순순히 꼬리를 내렸다그녀들의 말대로 일전에 맨 처음에 맨 먼저 진하게 사랑을 나눴던 여자는 메림이다그리고 메림 다음의 순번은 그녀의 쌍둥이 동생이자 로덴에게 본격적으로 검을 배우고 있는, 제자인 마릴

양 옆에서 메림과 록시아가 보고 있는 상태에서 로덴과 마릴은 침대의 한가운데에 나란히 누웠다

“마릴, 오늘은 어떤 식으로 하고 싶어?”

돌아가면서 하는 만큼 로덴은 맨 처음에 하는 상대방에게 선택권을 주는 편이다그렇기에 질문이 날아올 것을 예상하고 있던 마릴은 미리 생각하고 있던 자세를 요구했고, 로덴은 이에 응했다

그렇게 해서 상체를 일으킨 로덴의 무릎 위에 마릴이 걸터앉는 자세를 취하게 됐다

“오라버니랑 이 자세로 시작하면 무척이나 두근거리더라고요.”

첫사랑을 하는 소녀처럼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얼굴을 붉힌 마릴은 그대로 고개를 푹 숙이고는 로덴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그리고는 고개를 들고 상대방의 목을 끌어안으며 진한 키스를 시작했다

츄우웁! 둘 다 수 없이 입술을 겹쳤던 만큼 제법 능숙한 키스가 이어졌다서로의 타액을 격렬히 탐하던 둘은 이윽고 혀와 혀를 맞닿으며 꽤나 오랫동안 키스를 멈추지 않았다

“하아, 하아앗….”

그리고 키스가 끝난 순간 로덴의 혀와 마릴의 혀 사이에 타액의 실이 이어졌고 그녀는 몽롱한 얼굴로 얇은 실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타액의 실이 끊어지자 상당히 아쉬워하는 얼굴을 보이던 마릴은 로덴의 입가에 묻은 자신의 타액을 핥짝핥짝 거리며 한 가지를 더 요구했다

“저, 저기… 그리고 오라버니 대신 스승님이라고 부르면서 하고 싶어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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