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7화 〉 발각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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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기 시작하며 로덴과 록시아, 쌍둥이 자매는 지푸라기가 깔려있는 공용숙소의 바닥도,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는 숲 속의 한가운데도 아닌, 푹신한 침대와 익숙한 천장에서 각자 기분 좋고도 여유로운 하루를 시작했다.
다 같이 아침식사를 끝내자, 쌍둥이 자매는 다시금 모기 여왕의 대가리가 들어있는 자루를 챙기고 모험가 길드로 향하기로 했다.
지난밤 동안 길드 측에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을 테니 오늘 방문한다면 틀림없이 보상이 주어질 것이다. 여왕의 대가리는 둘째 치더라도 오벨리스크처럼 역사적인 물건이 숨겨져 있는 장소를 신고하면 제법 짭짤한 포상금이 들어온다.
두 사람도 오늘은 쉬기로 결정했기에 평소에 장비를 챙겨서 길드에 출근할 때와 다르게 순백색의 가벼운 상의와 신축성이 좋은 가죽 바지를 그리고 적당한 크기의 가방을 조합한, 움직이기 편해 보이는 차림새로 외출 준비를 끝마쳤다.
"우리는 나가는 김에 쇼핑도 좀 즐기다가 천천히 돌아올 생각인데… 두 사람도 따라올래?"
"나는 됐어. 집에서 쉬는 게 편하기도 하고, 내일부터 장사하기 전에 미리 준비해둘 게 몇 가지 있거든."
로덴에게 그런 대답이 돌아올 것이라 어느 정도는 예상했기에 그러려니 하며 어깨를 으쓱거린 메림은 알 굵은 녹빛의 눈동자를 떼구루루 굴려서 소녀를 내려다봤다.
"흐음~ 로덴 오빠는 넘어가기로 하고, 록시아는 어떠니? 같은 여자들끼리 이 가게 저 가게 막 돌아다니면서 쇼핑하는 것도 제법 재밌어. 덤으로 마탑 구경도 좀 해보고."
"말씀은 고맙지만, 저도 오늘은 삼촌이랑 같이 집에 남아있을게요."
"록시아. 만약에 장사 준비를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면 이쪽은 걱정하지 말고, 오늘 같은 날 정도는 두 사람이랑 마음 편히 놀다 와도 괜찮단다."
로덴은 모처럼 쉬는 날에 평소처럼 집에 틀어 박히는 것보다는 메림의 말처럼 여자들끼리 한껏 즐기는 게 여러모로 더 좋을 것이라 생각하며 록시아에게 가볍게 권유해 봤다.
소녀가 고개를 가로지르기 직전, 중요한 사실이 하나 떠올랐다. 그녀는 대답을 잠시 미루다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오늘은 언니들하고 같이 나갔다가 돌아올게요."
"오오, 그래, 그래! 잘 생각했다. 나가서 뭐 먹고 싶은 게 있다면 얼마든지 사 먹고, 마음에 드는 옷도 마음껏 골라보면서 언니들이랑 같이 쇼핑도 좀 해보고 그러렴."
"네."
늘 주인을 돕는다는 이유로 스스로 자유시간을 많이 포기하던 소녀가 언니들과 놀러 간다는 발언을 꺼낸 것에 대해 내심 안도했다.
그래. 저 나이 때의 여자애라면 오늘 같은 날에 같은 여자끼리 실컷 놀아보고 싶어 지는 게 정상이지. 집에서 혼자 확인해야 할 것도 있는데 마침 잘 됐어.
얼마 지나지 않아 방에서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돌아온 록시아는 가방을 등에 매고 있었다. 그녀도 쌍둥이 자매와의 쇼핑을 내심 기대하고 있나 보다.
로덴은 쌍둥이 자매와 록시아가 나란히 집을 떠나기 직전, 은화가 가득히 들어찬 주머니와 메모지를 쥐어주고는 홀름 상단에 자기 이름으로 재료 주문을 대신 넣어달라 부탁하면서 배웅했다.
"날이 어두워지기 전까지는 돌아올 계획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알았어. 두 사람은 메림이 엉뚱한 짓 하지 못하게끔 옆에서 주의 깊게 지켜봐 주고."
"후후, 맡겨두세요."
"알았어요. 삼촌."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메림이 볼을 잔뜩 부풀리면서 세 사람을 날카롭게 노려봤다.
"아니, 이 인간들이 사람을 바로 옆에서 대놓고 무시하네… 보통은 이 상황에서 우리 둘 한테 록시아를 잘 지켜보라고 말해야지."
"굳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록시아는 늘 앞가림을 잘하는 편이잖아."
"에라이…… 아무튼, 여자들끼리 실컷 놀다 올게. 이따 봐~"
"잘 놀다 와."
로덴은 세 여자가 집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 모습을 나직이 지켜보다가 곧장 지하실로 내려가 약재들을 손질하고, 손질한 재료를 투입한 자동 배합기를 작동시키는 작업을 스무스하게 처리했다.
해야 할 일이 있는 상태라면 사전에 후딱 해결하고서 푹 쉬는 편이 여로모로 마음이 편하니까.
작업복을 제자리에 걸어두고 자기 방으로 돌아온 로덴은 전날 밤에 쌍둥이 자매와 순서대로 육체의 대화를 나누는 동안 록시아의 기척이 느껴졌던 위치를 가늠하여 벽면을 세심하게 살펴보았다.
…간신히 찾았네. 마법을 활용해서 숨겨두고 있었구나.
전날과 다르게 이번에는 대략적인 위치를 미리 파악해둔 덕분에 록시아가 그간 열심히 배운 마법으로 교묘하게 감춰두었던 엿보기용 구멍의 이음매를 발견할 수 있었다.
로덴은 지금까지 이 구멍을 통해 소녀가 봤을 광경을 다시금 떠올려보니 참으로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하나…."
아무래도 록시아처럼 혈기왕성한 시기에는 성별에 상관없이 야한 일에 자연스레 흥미를 가질 수밖에 없겠지. 그래, 이해할 수 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
솔직히 말하자면 록시아가 성에 관해 관심을 가지게 돼버렸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일이지, 결코 잘못된 일이 아니다.
이럴 때는 알면서도 모르는 척. 조용히 넘어가 주는 게 보호자로서 올바른 선택이고, 그녀를 위한 것 이리라.
…하지만 성욕을 해소하는 방법이 자신과 쌍둥이 자매의 성행위를 훔쳐보고, 그것을 반찬 삼아서 자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면 이야기가 많이 달라진다.
어제 막 알게 돼서 아직 티는 내지 않고 있지만 이대로 시간이 지난다면 소녀를 대하기 점점 어색해 질게 뻔하고, 앞으로 쌍둥이 자매와 밤의 시간을 보낼 때마다 옆방에서 훔쳐보고 있을 록시아가 미치도록 신경 쓰일 것이다.
로덴은 순간적으로, 이 일에 관해서 쌍둥이 자매와 먼저 상담을 나눠볼까 하는 고민이 스쳐지나갔지만… 금방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신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한테까지 지금까지의 관음 행위가 까발려지면 소녀가 얼마나 창피하겠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록시아 하고 나랑 단 둘이 있게 될 때 이야기를 나눠봐야겠어. 최대한 좋게 말해봐야지.
꾸르르륵….
로덴은 소녀의 은밀한 취미생활에 관한 고민으로 머리를 많이 굴려서 그런지 벌써부터 공복이 느껴졌다.
조금 이른 시간이긴 하지만 달리 할 것도 없고… 밥이나 먹자.
거실에서 간단한 점심 식사를 준비한 로덴은 평소와는 달리 몹시도 고요함이 느껴지고 있는 식탁에서 조용히 끼니를 챙기기 시작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록시아와 같이 지내게 된 이후로 밥을 먹을 때마다 항상 같이 먹었었는데, 오랜만에 혼자서 식사를 하게 되니 굉장히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는 그녀들과 같이 있는 게 너무 당연해서 빈자리가 이 정도로 클 줄은 몰랐는데…
* * *
한편, 모험가 길드와 홀름 상단에서의 볼일을 먼저 끝마친 쌍둥이 자매와 록시아는 쉬는 날을 만끽하기 위해 도심지를 본격적으로 쏘다니기 시작했다.
여러 모험가들과 상인, 시민들이 돌아다니는 거리는 활기가 넘쳐났다.
"조금 전에 길드에서 나눈 이야기는 나중에 로덴 오빠한테도 전해줘야겠네. …그나저나, 록시아! 오늘은 잘 따라왔어. 가끔은 여자끼리 도시 구경도 해보고 쇼핑도 막 즐기고 그래야지~"
"난 솔직히 록시아는 오늘도 삼촌이랑 같이 집에 남아있을 줄 알았는데, 우리를 따라온다고 했을 때 의외였어. 뭐 사고 싶은 물건이라도 있니?"
"그게 있죠. 실은…."
양 옆에서 나란히 걷고 있는 쌍둥이 자매를 올라다 본 소녀는 봉긋하게 솟아오른 가슴 위에 손을 얹고는 쑥스러워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차고 있는 브래지어가 꽉 끼게 된 바람에 언니들이랑 옷가게에 좀 들러보려고 해요. 아무래도 삼촌한테 이걸 말하기는 많이 창피해서요…."
그 말을 듣고 자세히 바라보면 록시아의 가슴이 더욱 탐스럽게 부풀어 올라있는 게 느껴지긴 했다. 메림은 감탄스럽다는 듯이 소녀의 가슴을 빤히 바라봤다.
"오오… 그 사이에 더 커져버렸구나? 몇 달 전에도 속옷을 싹 갈아치우더니. 그야말로 폭풍성장이네. 축하해."
"요즘에는 같이 지내서 잘 느끼지 못하고 있었는데, 록시아는 날이 갈수록 빠르게 성숙해지고 있구나."
"지금 같은 기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나하고 마릴 이상으로 가슴이 크고, 섹시한 몸이 돼버릴지도…."
쌍둥이 자매의 가슴을 올려다본 록시아는 아직 그녀들 보다는 조금 더 작은 편인 자신의 가슴을 번갈아 봤다.
"지금보다 더 커진다고 생각하면 불편할 거 같긴 한데… 아무래도 가슴은 큰 편이 더 좋은 거겠죠?"
"당연하지! 작은 건 작은대로 수요가 있다는 이야기도 종종 있지만, 아무래도 대다수의 남자들은 가슴이 큰 걸 선호하는 법이거덩."
"… 예를 들면 삼촌도 그런가요?"
"어… 음… 아마도…?"
흠… 섹스할 때마다 가슴을 떡처럼 조물거리고 신나게 물고 빠는 걸 생각하면 그 오빠도 가슴을 꽤나 밝히는 편이긴 했지.
메림은 록시아가 꺼낸 질문에 말을 더듬거리면서 조심스레 대답했고, 록시아는 객관적으로 큰 편에 속하는 쌍둥이 자매의 가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주인님이 아직도 저를 여자로 바라보지 않는 건… 두 언니들처럼 가슴이 크지 못해서 아이로만 보이는 걸까요?
조물조물.
소녀는 무의식적으로 가슴에 얹어둔 두 손에 살며시 힘이 들어가 버렸다. 설령 무겁고 불편해지더라도 지금보다도 더… 정확히는 눈앞에 있는 쌍둥이 자매보다 젖가슴이 더 커졌으면 하고 마음속으로 강렬히 바라게 됐다.
"로, 록시아! 지금 여기서 그러면 안 돼!"
그러자, 록시아의 모습을 쭉 지켜보고 있던 마릴이 화들짝 놀라며 소녀의 손을 낚아챘다. 지금 그녀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장소는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거리.
주위를 신경 쓰면 아닌 척하면서도 흘끔거리고 있는 몇몇 남자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앗… 죄,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그만…."
"괜찮아. 다음부터 조심하면 돼. 일단은 옷가게 먼저 들러보자. 우리도 같이 예쁜 걸로 골라줄게."
"정말 고마워요. 메림 언니, 마릴 언니…."
그렇게 해서 쌍둥이 자매와 록시아는 평소에 애용하는 옷가게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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