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6화 〉 발각 (3)
* * *
본디 기능이란 모든 생명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재능의 정도를 레벨이라는 숫자의 단위로서 명확하게 표현한 것이다.
타고난 재능은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면 평생 고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LV1의 기능이 새로이 생기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노력과 열정이 필요하다.
…라는 것이 지금까지 로덴이 이쪽 세상에 지내면서 깨닫게 된 기능의 대략적인 개념이다.
얼마 전에 소녀에게 연금술 기능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아챘을 때, 로덴은 그야말로 하늘을 날아갈 것처럼 기뻤다. 그도 그럴게 이 아이가 그토록이나 자기를 도와주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었다는 것을 반증하니까.
그리고 지금. 록시아의 새로운 재능인 염탐을 확인하게 된 이 순간. 그는 몹시 혼란스럽고 당혹스러워서 몸이 굳어졌다.
주인의 감정 변화를 알아챈 소녀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주인님? 갑자기 왜 멍하니 계세요?"
"아니, 잠깐 생각할게 좀 있어서 그래. 이제 슬슬 안으로 들어가야겠다. …록시아도 요 며칠간 늪지대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느라 고생 많이 했지? 오늘 하고 내일은 마음 편히 푹 쉬다가 모래부터 가게문을 다시 열자꾸나."
"네. 주인님."
고개를 꾸벅 숙인 소녀를 뒤로한 로덴은 재빠르게 욕실로 들어가서 옷을 훌렁훌렁 벗고, 조금 전에 록시아가 미리 물을 갈아준 욕조에 몸을 담갔다.
"끄ㅡ아어어어."
나이깨나 먹은 아저씨가 낼 법한 감탄사가 무의식 속에서 입으로 흘러나와 버렸다.
늪지대에서의 원정으로 피로와 먼지가 쌓인 육체를 뜨뜻한 물에 맡기니, 편안해지는 감각과 함께 혼란스러웠던 머리가 상당히 진정되는 기분이 들었다.
로덴은 온수 속에 늘어지려는 몸을 고정시키면서도 어쩌다가 록시아에게 그런 기능이 추가되었을지 나름의 추리를 해보기로 했다.
염탐은 분명 자신의 존재를 들키지 않고 상대방의 모습을 오랜 시간 지켜볼 수 있게끔 훈련된 사람들이나 관음이 취미인 사람들에게 발현되는 재능일 텐데. 저 아이가 몰래 엿볼 대상은….
자의식 과잉이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지만 아무리 따져봐도 소녀가 오랜 시간에 걸쳐서 몰래 훔쳐볼 대상은 반년도 훨씬 넘게 한 지붕에 같이 살고 있는 자신뿐이다.
평소에는 늘 같이 지내는 관계로 그녀가 몰래 훔쳐볼 수고를 들일 필요는 전혀 없을터. 그렇다면 일상이 아닌 은밀한 시간을 보낼 때, 쉽게 말해서 쌍둥이 자매와 성관계를 맺을 때 이외에는 달리 짚이는 것이 없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그 장면을?
로덴은 오늘까지 록시아와 같이 지내면서도 쌍둥이 자매와 셀 수 없이 많은 관계를 가지긴 했지만, 불상사를 대비하여 최소한의 안전장치 정도는 해둔 상태였다.
ㅡ록시아, 다른 사람이 자고 있는 방을 함부로 열면 큰 실례겠지? 그러니 오늘부터 새벽 시간에는 방문을 허가 없이 열거나, 문 틈새를 엿보지 마렴. 이건 '명령'이란다.
록시아에게 마법을 가르쳐주는 것을 명분으로 메림을 정기적으로 집에 들이게 된 이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로덴이 주인으로서 소녀에게 내렸던 명령.
소녀의 가슴팍에 남아있는 각인은 아직도 멀쩡하게 유지되고 있다. 그렇다면 적어도 '문'을 통해서 엿보았을 가능성은 배제해도 좋을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한 로덴은 멍하니 욕실의 벽면에 팔을 뻗었다.
설마… 벽을 통해서 훔쳐봤다는 이야기가 되는 건가? 그것도 한두 번 수준이 아니라 염탐 기능이 하나의 재능으로 개화될 만큼 지속적으로?
아직은 모든 게 로덴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가설이지만 소녀의 기능에 염탐 기능이 나타났다는 것만큼은 틀림없는 진실이다.
로덴은 소녀에 대한 문제만이 아니라 가게에 채워놓아야 하는 재고라던가 미리 만들어야 하는 원액이 뭐가 있는지 등의 앞으로의 계획을 천천히 생각하면서 목욕을 끝마쳤다.
"후우우."
한층 개운해진 기분으로 욕실에서 나온 그는 곧장 록시아를 찾아보기로 했다. 일단 거실에는 보이지 않았고, 그녀의 방문을 살살 두드려봐도 대답이 없다.
끼이익.
문이 살짝 열려있던 쌍둥이 자매의 방을 확인해보니 커다란 침대에 누워있는 세 여자가 기분 좋게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미소를 머금게 될 정도로 훈훈한 모습이다.
하기야 지금 당장 소녀와 진솔한 대화를 나눈다고 쳐도 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이어나가야 할지를 생각해보면 상당히 막막하다.
차라리 지금처럼 셋이서 나란히 잠들어 있는 이 순간이 딱 좋은 기회였다.
로덴은 그녀들이 깨지 않게 조심스레 방문을 닫고, 자기 방으로 돌아가 문을 잠가두었다. 그리고는 록시아의 방을 향하고 있는 벽에 무언가 이질적인 것이 없는지 살펴보기 시작했다.
"내가 방향을 잘못짚었나…?"
꽤나 긴 시간을 들여서 흔적을 찾아봤지만 딱히 이렇다 할 수확은 없었다. 어쩌면 가정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이나 록시아가 만들어낸 엿보기용 구멍의 위장은 실로 완벽하고도 교묘하다. 이것을 전문적인 수색능력이 없는 사람이 찾아내려면 어느 정도 위치를 측정해서 주의 깊게 바라봐야만 간신히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 터다.
결국, 단서를 찾는 것을 잠시 포기하기로 한 로덴은 자기 침대에 풀썩 드러누웠다.
원래는 내가 쌍둥이네의 방으로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걔네가 일어나면 오늘 밤은 순서대로 내 방에 오라고 미리 이야기해둬야겠어.
무엇이든 의혹이 생기면 반드시 풀어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미를 가진 로덴은 벽에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는 틈을 찾기 위한 계획을 준비하면서 스르륵, 눈을 감고 여유롭게 낮잠을 취하기로 했다.
* * *
그날 새벽.
쌍둥이 자매 중, 가위바위보에서 승리를 거둔 메림이 우선순위로 로덴의 방에 기세 좋게 들어왔다.
그녀는 방문을 닫자마자 성큼성큼, 침대에 걸터앉아 있던 로덴에게 안겨들고는 몸을 목덜미를 핥짝거렸다.
"로덴 오빠, 며칠 안 해서 그런지 여기가 너무 근질근질해…."
후끈한 김이 오르고 있는 일자 보지가 로덴의 두 눈에 사로 잡혔다.
"벌써부터 푹 젖어버렸네."
"오빠의 굵직한 자지에 사정없이 박히는 상상을 하고 있으니까 이렇게 돼버린 거 있지?
애교스럽게 몸을 비비적거리던 메림은 상대방의 손을 붙들어서 질척질척해진 균열 안에 손가락을 휘적거리게 만들었고, 로덴은 그녀가 원하는 만큼 통통한 보짓살을 벌려주거나 클리를 간지럽혀 주었다.
"읏, 하앗, 흐읏! 이거… 조아하♡"
로덴은 벌써부터 발정해버린 메림의 보지에 신경 쓰면서도 평상시보다 신경을 날카롭게 세운 상태로 정면에 있는 벽에 무언가 느껴지는 게 없는지 파악하기 위해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자, 록시아의 방과 이어져 있는 벽면의 중앙에서 조금 아랫부분에 해당되는 위치에 희미한 기척이 감지되었다.
"…!"
허어어…!
느껴지는 것은 틀림없이 록시아의 기척이다!
몰래 엿보는 것에 특화되어 버린 소녀의 기척은 그녀가 있는 벽면을 향해서 정신을 극한으로 집중하지 않는다면 어느 누구도 알아채기 힘들 정도다. 숙련된 자객의 그것과 가히 맞먹는 수준이었다.
수많은 전투 경험 덕분에 악의를 품은 기척에는 한없이 민감한 로덴이지만 록시아의 경우, 주인과 언니들에게 품고 있는 악의 따위는 한 줌의 먼지만큼도 없다. 시선 속에 섞여있는 것은 그저 애정과 음심뿐이다.
그렇기에 아무리 전직 용사였던 로덴이라도 오늘 이 순간까지 소녀의 기척을 눈치채지 못할 수밖에 없었다.
의심이 확신으로 변해버린 순간, 로덴은 가슴이 철렁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설마설마했지만… 록시아가 진짜로 내 방을 엿보고 있었구나. 염탐 기능이 생겨날 정도면 저 아이는 도대체 언제부터 관음을 시작한 거지…?
로덴은 이후로 미림과 타액과 타액을 교환하는 키스를 하거나 보빨을 이어가면서도 희미하게 느껴지는 록시아의 기척을 계속 신경 썼다.
그는 양쪽 귀에 대량의 마나를 집중시킴으로서 매우 희미한 소리조차 놓치지 않을 정도로 청력을 잠시 강화해 보기로 했다.
찔걱… 찔걱… 찔걱….
"하읏… 아앙…! 주인님, 주인님…… 메림 언니…."
앙앙거리는 소녀의 애달픈 목소리와 함께, 로덴에게 있어 굉장히 익숙하면서도 낯익은… 손가락으로 보지를 휘저을 때 나는 특유의 음탕한 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단순히 성행위를 엿보고 있는 것도 모자라 소녀는 그것을 반찬삼아 자위를 즐기고 있다는 뜻이다.
꼭꼭 감춰진 진실의 대부분을 파헤쳐버린 로덴은 정신이 아찔해졌다. 그리고는 메림과의 행위를 계속 이어가야 할지, 아니면 행위를 중단하고 옆방에서 관음을 즐기고 있는 소녀에게FBI! Open Up!을 시전해야 할지 고민이 들었다.
……그건 인간적으로 너무 잔인한 거 같고, 일단은 내일 생각해 봐야겠다.
어차피 지금까지 계속 훔쳐봤다면 한 두 번 더 훔쳐본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도 없다.
로덴은 고민 끝에 지금 당장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평소처럼 메림의 몸을 침대 위에 눕힌 다음, 그녀가 스스로 다리를 양쪽으로 벌리게 한 뒤에 귀두를 조준했다.
쑤우우욱ㅡ!
자세를 완벽하게 취한 로덴은 시간을 지체할 것 없이 기습적으로 허리를 쳐올렸다.
귀두를 오물오물 깨물고 있던 메림의 보짓살이 굵직한 육봉의 모양대로 확장되면서 공성추가 성문을 울리듯이 귀두 끝부분이 메림의 자궁구에 들이박혔다.
"응흐으읏…♡"
달콤한 신음소리를 내지른 메림은 환희가 찬 얼굴로 로덴을 올려다봤다.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이대로 계속해달라는 사인을 보냈다. 어차피 로덴은 그녀의 사인이 없더라도 움직일 생각이었지만.
아무튼, 로덴이 거침없이 허리를 내리 찍자 살과 살이 맞물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본격적인 섹스가 시작됐다.
"앙… 가앗. 흐… 후으아앙…!"
시뻘겋게 달아오른 뜨거운 온도를 서로 나눌수록 두 사람 모두 호흡이 거칠어진다. 기분 좋은 부분만을 공격당하고 있는 미림은 점차 입이 벌어지고 혀를 쭉 내민 상태로 신음을 흘리게 됐다.
찔걱! 찔걱! 찔걱! 찔걱! 찔걱!
"…응, 아흐, 아, 주인님의 자지… 주인님의 자지잇…♡"
로덴은 이성으로는 이러면 안 된다고 깨닫고 있으면서도 옆방에 있는 록시아가 자위에 푹 빠져있는 음탕한 소리에 정신을 집중하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같이 지내기 시작한 이후로 나름대로 순수하게 자랐을 거라 생각한 소녀가 저렇게 되어버렸다니… 차라리 처음부터 몰랐다면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었지만 알아버린 이상 이걸 신경 쓰지 않는 것은 무리다.
주인을 애타게 찾고 있는 소녀가 순결한 보지를 격렬하게 휘젓고 있는 모습이 로덴의 머릿속에 저절로 그려졌다.
자위를 하고 있는 소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메림의 자궁구를 콩콩 두드리던 로덴은 그녀가 절정에 이르면서 보지를 꼭 조여오기 시작하자 치밀어 오르는 사정감을 억제하지 않았다.
뷰르륵ㅡ뷰르르륵! 뷰르륵…!
"흐우읍? 으응! 쭙… 쭈우웁…♡"
그는 메림의 자궁구에 귀두를 바짝 붙여 질내 사정을 하는 것과 동시에 얼굴을 바짝 붙여서 혀를 얽었다.
"흐아아앙…! 으앙… 주, 주인니이임…!"
자지가 꿀렁꿀렁거리면서 메림의 자궁을 백탁액으로 채우고 있는 와중에도 옆방에서 절정을 맞이하고 있는 록시아의 애달픈 목소리가 로덴의 마나로 강화된 귀에 똑똑히 들려왔다.
이후에 로덴은 메림이 혼절할 때까지 보지를 실컷 맛본 뒤에 그녀의 침대에 눕혀줬고, 선수 교대하듯이 방에 들어온 마릴에게도 그동안 해주지 못한 만큼 자궁안을 정액으로 꽉꽉 채워줬다.
물론, 그 모든 행위가 끝날 때까지 옆방에서 훔쳐보고 있던 소녀의 신음소리도 멈출 줄 몰랐다.
…로덴은 조만간에 날을 잡고, 록시아의 관음에 관해서 한번 진솔한 이야기를 나눠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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