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은거중인 용사는 마왕과 함께 산다-24화 (24/149)

〈 24화 〉 소녀의 고민 (2)

* * *

한참 성장할 시기의 나이 때인 여자에게 있어 7개월이 조금 넘는 시간이 가져다주는 몸의 변화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그 이전까지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도 못하고, 돌멩이처럼 딱딱한 빵이나 다 식어버린 밍밍한 죽, 남들이 먹다 남긴 찌꺼기로 하루하루 힘겹게 버티고 있던 소녀에게는 더더욱.

로덴과 처음으로 만나게 된 이후로부터 '나 같은 게 이렇게 풍족하게 먹고살아도 될까?'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삼시세끼 꼬박꼬박 잘 챙겨 먹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규칙적인 생활을 반복한 마족 소녀 록시아.

뒤늦게나마 제대로 된 영양분을 섭취하면서 생활하게 된, 그녀에게 찾아온 몸의 변화는 결론만을 먼저 말하자면.

지금까지 못 먹고 자란 것에 대한 반동이라도 왔는지, 아니면 기초적인 신체능력이 대다수의 인간보다 월등한 마족의 피가 뒤늦게 발현됐는지, 과장된 표현 하나 없이 폭발적으로 성장해 버렸다.

일단, 체감이 확 느껴질 정도로 키가 쭉쭉 자란 것은 기본이다.

간신히 여자아이라는 사실을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몹시 빈곤했던 소녀의 가슴은 봉긋하게 솟아올랐고,

아름답게 넓어진 골반과 비례해 엉덩이도 포동포동하게 살이 올랐다.

로덴과 같이 지내기 시작할 시점에는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흐뭇하게 미소 지을만한, 인형 같은 여자아이라는 느낌의 귀여운 얼굴이었지만…

현시점의 록시아는 길을 지나가는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남자들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을 법한, 꽃다운 미소녀라는 느낌의 아름다운 얼굴로 변했다.

…심지어 그녀의 성장은 아직도 끝난 게 아닌, 현재 진행형이다.

* * *

마족의 특성 중 하나는 칠흑 같은 어둠 속을 밝은 대낮처럼 훤히 볼 수 있다.

록시아는 어두운 방안의 불을 켜지 않고도 마법으로 흙을 조종하여 안 그래도 찾기 힘든 엿보기용 구멍을 완전히 메꾸었다.

"하아아아… 주인님 하고 메림 언니… 오늘도 그렇게 격렬하게…."

그리고는 침대에 풀썩 드러누워, 중얼거리면서도 그녀의 주인과 스승의 성행위를 목격하게 된 과정을 더듬기 시작했다.

반년 전, 메림이 록시아의 마법 선생 역할을 계속 수행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1박 2일로 빈 방에 묵기 시작했을 때, 그녀가 주인에게 받게 된 최초의 명령을 먼저 떠올렸다.

­록시아, 다른 사람이 자고 있는 방을 함부로 열면 큰 실례겠지? 그러니 오늘부터 새벽 시간에는 방문을 허가 없이 열거나, 문 틈새를 엿보지 마렴. 이건 '명령'이란다.

­알겠습니다. 주인님.

그 당시 구구절절 옳은 말이라 생각했던 록시아는 아무런 의문도 품지 않고 명령을 내린 주인에게 얌전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평소에는 로덴과 함께 포션 가게일을 돕는 종업원으로서 열심히 일하고, 메림이 혼자서 방문할 때는 그녀의 제자로서 새로운 지식과 주문을 터득하는 생활은 하루하루가 보람이 넘쳐났다.

충족스러운 일상이 쌓이고 쌓여서 4개월이 지나갈 무렵, 그녀의 일상이 변하기 시작한 건 지금으로부터 두 달 전의 새벽에 목격한 것 때문이다.

­메림 언니. 전날에 배웠던 것 중에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

이른 새벽시간에 일어났던 록시아는 실례를 무릅쓰고 메림이 있는 방문 앞에서 처음으로 목소리를 내 봤지만,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한참 주무시고 계시군요. 실례했어요. 언니, 라고 작게 중얼거린 록시아가 얌전히 포기하려는 순간, 로덴의 방문이 열리려는 낌새가 느껴졌다.

그때, 어째서인지 록시아는 서둘러 자기 방 안으로 들어가 몸을 숨기고, 좁은 문 틈에 눈을 갖다 붙였다.

­!!!

틈 사이로 보게 된 것은 조심스럽게 까치발을 들고 나란히 욕실로 향하고 있는 주인과 스승의 모습이었다.

…그것도 알몸으로.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샤워를 끝마치고 돌아온 두 사람은 록시아의 방문 앞에서 진한 키스를 나눈 뒤에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록시아는 두 눈으로 목격한 것의 의미를 모를 만큼 마냥 순진하지도 않았기에 주인과 스승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강 짐작했다.

그날 이후로 지금껏 배운 마법을 최대한 활용해서 주인이 있는 방에 자그마한 구멍을 몰래 뚫어내는 데 성공한 록시아는 메림이 다시 찾아온 날밤, 두 사람이 행하는 섹스를 처음으로 엿보게 됐다.

쯔푹! 쯔푹! 쯔푹!

­아아앙…! 아아아앗! 오빠아아…♡

그 모습을 보며 맨 처음으로 록시아가 떠올린 기억은 노예로 잡히게 됐을 당시 철창 안에서 봐야만 했던, 다른 성노예들이 노예 상인들에게 강제로 겁탈당하는 장면이었다.

­제발 이러지 마세요…

­아악! 그만!! 너무 아파!!

­우리가 뭘 잘못한 거야?!!

여태껏 록시아의 머릿속에 새겨진 섹스라는 단어는 여자가 남자에게 억지로 당해야만 하는…

'고통스러운 행위'를 의미했다.

하지만, 구멍을 통해서 엿보게 된 주인과 스승이 보여주고 있는 섹스는 지금까지 봐왔던 섹스하고는 180도 달랐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로 노예상인을 향해 목이 찢어져라 비명을 지르던 성노예의 모습과 달리,

그녀의 스승은 홍조를 띠며 주인을 향해 기쁨과 쾌락이 느껴지는 신음소리를 내고 있다.

성노예를 마구 때리고, 더러운 침과 오줌을 쳐 갈기는 노예상인들과 달리,

그녀의 주인은 스승이 다치지 않도록 배려하고, 애정을 담아서 스승의 몸을 쓰다듬어 주고 있다.

록시아는 그날을 기점으로 메림이 방문하는 날의 밤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두 사람이 섹스하는 모습을 꾸준히 지켜보게 됐고, 진정한 섹스라는 건 저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품게 됐다.

"도대체 어떤 느낌일까요…."

회상을 끝내고 현실로 되돌아온 록시아는 끼고 있는 반지를 빼면서 본래의 모습, 마족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어차피 메림은 조금 전의 섹스로 완전히 뻗어버렸으니 그녀가 들어올 경우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곧장 잠옷의 치마 부분을 위로 올린 뒤, 새하얀 팬티를 스르륵 벗어내니 털 하나 조차 나지 않은, 순결한 소녀의 보지가 공기에 노출됐다.

"…주인님."

주인의 얼굴을 떠올린 록시아가 가랑이를 수줍게 벌렸다. 그녀의 보지는 상당히 젖어있는 상태였다.

쯔르윽….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침을 묻힌 손가락을 이용하여 그 안에 손가락을 조심스럽게 집어넣었다.

야릇하게 핑크빛이 도는 살이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인해 질척거리는 소리를 내며 휘저어진다.

중간중간 클리까지 살살 어루만지며 자위에 빠져들기 시작한 록시아의 표정은 너무나도 고혹적이다.

"하아… 하으으… 주인니임…!"

시간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는 요염한 분위기는 도저히 그 나이 때의 소녀가 뿜어낼만한 것이 아니었다.

자기 자신을 위로하던 록시아의 행위는 시간이 갈수록 점차 격렬해진다. 남은 한 손으로 봉긋하게 솟아오른 자신의 가슴을 슬며시 주물럭거리기 시작했다.

노예상인에게 채찍질당하면서 배웠던 지식을 떠올린 록시아는 젖꼭지의 끝을 튕겨내거나 살살 꼬집으면서 쾌락을 탐했다.

찔꺽! 찔꺽! 찔꺽!

"주인님… 주인님… 주인님… 주인님…! 주인니임…!!"

조금 전에 봤던 메림의 모습에 자신의 모습을 덧씌워낸 소녀는 칠칠치 못하게도 야한 즙을 흘려내고 있다. 보지를 휘젓는 손가락은 애액으로 번들거렸다.

"……!!!"

야한 것에 눈을 떠버린 록시아는 온몸을 크게 움찔거렸다.

푸슈웃!

남자를 모르는 순결한 보지에서 성수가 뿜어져 나왔다.

"하아아… 후우우… 주인님…."

달뜬 신음소리를 내며 잠시 숨을 골라낸 록시아는 클린 마법으로 주변에 튀겨진 애액들을 깨끗이 정리한 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나서야 잠에 빠져들었다.

주인과 스승이 하는 격렬한 섹스를 엿본 뒤, 그 모습을 반찬삼아 자기 위로를 한다.

…이것이 최근에 추가된, 록시아의 새로운 행동 패턴이었다.

* * *

다음날.

손님이 거의 안 오는 점심시간 때에 잠시 가게를 비운 로덴과 록시아. 그리고 메림은 인적이 드문 숲 속에서 굵직한 나무로 만든 표적을 세워두고 있다.

잠시 후, 표적과 살짝 떨어진 거리에서 완드를 꽉 쥐고 자세를 잡은 록시아가 천천히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아이스니들!"

완드 끝에서 만들어진 차가운 얼음송곳이 표적에 꽂혔다.

"워터 빔!"

완드 끝에서 만들어진 가느다란 물줄기가 표적을 꿰뚫었다.

"라이트닝 볼트!"

완드 끝에서 만들어진 작은 번개가 표적을 지져냈다.

"윈드 커터!"

완드 끝에서 만들어진 바람의 칼날이 표적의 끝부분을 잘라냈다.

"어스 스파이크!"

완드 끝이 가리킨 방향의 땅에서 솟구친 돌덩이가 표적을 강타했다.

"파이어볼!"

마지막으로 퍼엉! 하는 소리를 내며 완드 끝에서 만들어진 작은 불덩이가 표적을 훌륭하게 불태웠다.

연달아 마법을 사용한 록시아의 모습을 옆에서 쭉 지켜보던 메림이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꺄아~! 이걸로 모든 속성의 기본기를 완벽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됐어!! 축하해! 록시아."

"다 메림 언니 덕분이에요."

"후후훗, 나한테서 이 정도로 천부적인 교육자의 소질이 있는지 몰랐는데 말이지. 이거, 이거 직업을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어."

이 아이가 배우는 속도가 무진장 빠른 것도 한 몫하긴 했지만. …뭐, 나도 잘 가르쳐주긴 했지. 음, 음. 그렇고 말고.

그런 생각을 하며 한참 동안 고개를 끄덕거린 메림은 멀찍이서 뿌듯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는 로덴을 향해 씩 웃고는 엄지를 치켜세웠다.

피식 웃은 로덴은 그녀의 장단에 맞춰 엄지를 치켜세웠고, 두 사람을 번갈아본 록시아도 활짝 웃으며 그들을 향해 양 손으로 엄지를 치켜세웠다.

"저번에 록시아가 큐어를 사용하는 것도 다 확인했으니 이제 진정한 세븐으로 됐네? 제자의 모습을 보니까 위대한 업적을 달성한 기분이야."

자랑스럽게 말하며 배낭을 뒤적거린 메림은 그녀가 쓰고 있는 것보다 조금 더 작은 크기의 고깔모자를 꺼내서 록시아의 머리에 씌워줬다.

"기본기를 익히게 된 기념으로 주는 선물이야. 우리 같은 마법사 사이에서는 스승이 제자에게 모자를 선물해주는 게 국룰이거든~"

"와아… 너무 고마워요. 메림 언니. 삼촌에게 받은 완드처럼 이것도 소중히 간직할게요."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던 로덴은 예전부터 궁금했던, 한 가지 질문을 건넸다.

"전부터 신경 쓰였는데, 마법사들이 끼는 고깔모자는 무슨 효과가 있는 거야?"

"아니, 간지용이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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