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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인들이 나만 좋아한다-134화 (134/137)

〈 134화 〉 chapter 18. 크루스 상단

* * *

134.

우우우웅.

마나와 성욕을 끌어올려 탐지 마법을 펼쳤다.

마나가 사방으로 뻗어나가면서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알려줬다.

3층에 12명, 1층에 10명, 다행히도 건물 밖에는 사람이 없다.

1층 사람들의 기운은 상당히 정적이다.

이미 다 죽었거나, 잘 숨어 있다는 이야기다.

1층은 급하지 않다.

“****.”

급한 건 내 앞의 남녀.

나는 창문을 깨고 아래를 보았다.

조금 높기는 해도, 떨어져서 죽을 높이는 아니다.

“****?”

여기서 통역 마법을 쓸 시간은 없다.

난 검지를 입에 대 조용히 하라고 신호를 주고는 남자의 손을 잡고 번쩍 들었다.

어, 어 하는 남자를 창밖으로 내밀고 내 손을 쭈욱 뻗었다.

남자의 키와 내 팔 길이를 더하니, 땅 까지 남은 높이는 1m 정도였다.

불안한 눈빛의 남자를 보며 나는 씨익 웃었고, 손을 놓았다.

철푸덕.

남자가 엉덩방아를 찍으면서 떨어졌다.

아팠겠지만, 생명의 지장은 없어 보였다.

다음은 여자 차례.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여자는 가만히 내게 몸을 맡겼고, 남자보다 훨씬 아름답게 착지했다.

나는 두 사람에게 밖으로 나가라고 손짓했다.

그들은 나에게 고개를 숙이더니, 재빨리 저택 밖으로 뛰어나갔다.

다행히 그 둘을 쫓아 저택 밖으로 나오는 복면인은 없었다.

이제 3층이다.

계단을 올라가서 위쪽 상황을 살폈다.

페르난도가 검은 복면인들에게 잡혀 묶이고 있었다.

“****,”

“****.”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바로 죽일 것 같진 않았다.

3층 복도에는 6명의 복면인이 있었다.

5명은 칼을 장비했고, 1명은 지팡이를 들었다.

저 사람이 마법사인 것 같다.

강해보이지는 않았다.

10m 정도 떨어져 있는데, 보유 마나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케이라보다는 5배 이상 약한 게 분명했다.

저 정도면 캐스팅 하는 데도 오래 걸릴 것이다.

나도 성욕을 쓰지 않으면 한세월이니까.

마법사라고 생각 안 해도 될 것 같다.

그렇다면 내가 처리해야 할 건 성인 남자 여섯 명.

여섯 명을 한 번에 제압하는 방법?

나에게는 하나밖에 없다.

불끈.

성욕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아타만티움을 통해 증폭한다.

왼팔과 검이 빨갛게 물드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1초.

검은 복면인들이 빛을 보고 계단으로 달려올 때, 난 계단 위로 올라가 검을 휘둘렀다.

초승달 모양의 검기를 떠올렸다.

화아악.

검이 지나간 자리에 붉은 성욕이 남으면서 초승달의 형태를 띠었다.

완벽한 초승달은 아니고 경계가 일그러졌지만, 위력은 충분했다.

초승달을 매우 빠르게 복면인들을 향해 날아갔다.

예전 성검기를 날릴 때를 생각하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였다.

“페르난도! 어떻게든 몸을 숙여!”

“****!”

복면인들이 놀라서 외치며 검기 앞에 섰다.

그들의 검에도 마나가 모이는 게 느껴졌다.

검기까지는 아니라도, 검의 기운을 모을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었다.

그들은 각자의 기술을 내 검기를 향해 퍼부었다.

카가강.

3:1

세 명의 공격이 검기를 맞췄지만, 성검기는 멈추지 않았다.

그들의 기술을 날려버리고, 그들의 검을 자르고, 그들의 상체를 두동강냈다.

“****!”

남은 두 명의 복면인은 검기의 범위에서 피해서 살았고, 마법사와 페르난도는 땅바닥에 엎드려서 검기를 피했다.

검기는 복도를 관통해 반대쪽 벽을 뚫고 사라졌다.

“합!”

나는 검기와 함께 달려가고 있었다.

옆으로 피한 두 명의 복면인 중 하나는 어버버 하는 사이에 목을 쉽게 베었고, 다른 한 명도 도망치려는 걸 따라가서 베었다.

쿵, 쿵.

이제 남은 것은 마법사 하나.

마법사는 여전히 바닥에 머리를 박고 있었다.

엉덩이가 떨리는 게 아주 안쓰러워 보였다.

맘 같아서는 죽이고 싶었으나 ‘백작의 마법사’라는 것이 걸렸다.

“페르난도, 일어나서 마법사를 묶어.”

“(그 전에, 빨리 아가씨를!)”

페르난도는 현재 손과 발이 묶여 있는 상태였다.

그는 그런 상황에서도 까밀라의 침실을 향해 기어가고 있었다.

“혼자 가서 또 뭐하게? 정신 좀 차려.”

난 마법사의 뒷목을 쳐서 기절시켰다.

어쩌면 목이 나갔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것까진 나도 모르겠다.

“(빨리 아가씨를!)”

검으로 페르난도를 묶은 줄을 베는 건 간단한 일이다.

기어가는 사람의 팔다리에 상처를 내지 않고 줄만 베는 거? 예전에는 시도도 못할 일이었으나 지금은 가능했다.

엘레나의 가르침 덕이다.

하지만 풀어주면 또 날 뛸 것 같아서 그냥 뒀다.

대신 내가 앞서 가서 침실 문을 열었다.

아까 확인한 바로는 침실 안엔 까밀라 포함 다섯 명 뿐이었다.

나머지 네 명은 지부장일 게 뻔했고.

지부장들의 실력은 목욕탕 회동과 파티에서 이미 확인을 마쳤다.

내가 조심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쾅!

“****!”

“****!”

문이 열리자, 서로 검을 겨누고 있던 네 명의 지부장이 나를 쳐다봤다.

뭐야? 얘들은 또 왜 내분이래?

까밀라는 알몸인 채로 침대 기둥에 묶여 있었다.

수건만 두르고 있을 때부터 알아봤지만, 까밀라의 몸매는 뭐...

내가 엘레나를 몰랐다면 저 몸에서 눈을 못 떼지 않았을까?

“****!”

까밀라는 나를 보자마자 눈을 빛내며 소리쳤다.

이건 통역 마법이 없어도 알아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쨌든 이런 상황이면 통역 마법을 걸 시간은 충분하다.

우우웅.

까밀라 덕분에 끌어오른 성욕으로 자연스럽게 통역 마법을 걸었다.

“(어떻게 벌써?)”

“(다비드, 이 멍청이! 일처리가 그러니까 네가 지금 이러고 있는 것야!)”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닌 것 같은데...)”

“(저 빌어먹을 자식이야 부하들이 처리해 주겠지. 그보다 우리는 누가 먼저 할 지나 정하자고. 이 봐! 어서 저 놈을 끌어내!)”

지부장들은 각자 다른 이야기를 했다.

내분이 일어난 게 아니라 처음부터 같은 편이 아니었나 보다.

하기야 까밀라라는 큰 보상을 나누고 싶진 않겠지.

남자라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들 넷 다 바보라는 건 틀림없다.

내가 문을 열고 당당히 들어왔는데, 진짜 부하들이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리님! 리님! 리니이임!)”

까밀라는 내 이름만 불렀다.

희망과 기쁨에 찬 목소리를 들으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닥쳐! 네 년이 거기서 가만히 있다가 내게 처녀만 바치면 돼!)”

“(어디서 승리자 행세지? 까밀라의 처녀는 내가 가져갈 거야.)”

“(이 바보들아, 지금 이럴 때가...)”

“(이 봐! 왜 안 와! 마법사! 어서 와서 마법을 쓰라고!)”

“(제 처녀는 리님 거예요! 리님이 지켜주실 거라고요!)”

음... 좋았던 기분이 조금 날아가는 것 같다.

이런 바보들과 싸우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

빨리 끝내자.

“페르난도, 지부장들 중에 꼭 살려야 되는 사람 있어? 상단의 비밀을 쥐고 있다든가.”

“(...없습니다!)”

페르난도가 불타는 눈으로 내게 답했다.

그는 네 지부장만을 노려보고 있다.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기세다.

“좋아, 그럼.”

나는 가장 먼저 올리베르 아코스타에게 달려갔다.

그가 그나마 멀쩡한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먼저 처리해야 할 것 같았다.

“(젠장! 이 바보 같은 것들!)”

그가 다른 지부장들에게 겨누던 칼을 거두고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그의 움직임은 내 속도에 비해 한참 느렸다.

나는 바로 그의 목을 베었다.

“(지금 뭐하는 짓이냐! 융의 원숭이가!)”

“(이 악마의 자식이!)”

이곳에서도 키퍼는 악마의 자식이라 불렸다.

그러면서도 키퍼를 우대해주는 것 역시 지구와 같았다.

어쩌면 그런 인식이 전 차원에 걸쳐 퍼져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대응하지 않고 차례로 두 지부장을 베었다.

두 명이 한 번에 공격했으나 내 털끝하나 건드리지 못하고 쓰러졌다.

남은 것은 다비드 게레로.

숲 속에서 나와 처음 만났던 지부장이다.

그는 어느새 까밀라 옆에서 까밀라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오지 마! 가까이 오면 이 년을 죽이겠어!)”

“(리님! 구해주세요! 리님!)”

“(아가씨!)”

나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천천히 다가갔다.

“(멈추라고! 진짜 죽어도 괜찮은 거냐?)”

“(아악!)”

게레로는 실제로 목을 찔렀다.

붉은 피가 까밀라의 굴곡진 몸을 따라 주르르 흘러 내렸다.

“뭐 어떻지? 어차피 죽일 생각 아니었나? 나도 상단주가 죽는 게 편해. 상단주가 죽으면 누가 상단주가 될지 알잖아?”

“(그게 무슨 미친 소리냐! 너 같은 외부인이 상단을 이을 수 있다고? 절대로 불가능해!)”

“그럼 누가 잇지? 어차피 페르난도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모두가 죽으면, 페르난도는 나를 지지해 줄 거야.”

“(...페르난도! 네가 설마!)”

“(저, 저는...)”

페르난도는 주저했다.

솔직히 나도 기대는 안 한다.

까밀라가 죽으면 그가 나를 지지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대신 이 대화로 게레로의 시선이 페르난도에게 향했다.

나는 그 틈에 전력으로 발을 굴렀다.

“크헉!”

내 검이 게레로의 배를 꿰뚫었고, 그가 뒤로 밀려났다.

동시에 그의 검이 휘둘러졌다.

촤르륵.

“(아가씨!)”

금발 머리카락이 허공에 흩날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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