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9화 〉 chapter 16. 드래곤 아쥬블란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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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정말 이 방법밖에 없나? 다시 생각해 보라.’
‘없어. 쉽고 간단한데다가 너도 원하는 것 같은데 뭘 망설이지?’
‘내가 원한다고? 어떻게 그런 망발을!’
아쥬블란카르가 발끈했다.
발끈한다는 거 자체가 이미 흐트러지고 있는 증거라는 걸 그녀는 모르고 있었다.
‘억지로 하는 건 취향이 아닌데... 심지어 영체 상태라...’
‘그렇군. 그대 같은 애송이는 아직 영체 상태에 익숙하지 않다. 계약은 그저 마력의 전달만으로 완료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걸로 가는 게 어떤가?’
‘그 말도 옳아. 그런데 나 같은 애송이는 몸을 쓰는 게 마력을 쓰는 거보다 편한데?’
아쥬블란카르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녀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변수였다.
드래곤이야 육체든 영체든 마나와 마력 사용이 손가락 움직이는 것만큼 간단하지만, 인간에겐 어떤 상태에 있든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마력 쓰는 건 내가 알려줄 수 있다. 영체 상태로 관계를 맺는 건 내가 알려줄 수...’
그녀가 말을 멈췄다.
정민의 바지가 사라지고, 늠름하게 서 있는 그곳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영체 상태에서 구경만 했던 물건.
반투명한 영체 상태임에도 그 존재감은 남달랐다.
‘다행히 여기서도 잘 되네. 전에 정신세계에서 서큐버스랑 한 적이 있는데... 여기도 비슷하구나.’
‘아, 아니, 그런 적이 있다면 마나를 쓰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나?’
‘흠... 왜 그렇게 빼는 거야? 우린 이미 실제로 한 사이잖아?’
시무룩한 말투와 시무룩해지는 그곳.
그녀는 무심코 잘못했다고 빌 뻔했다.
방금 전 늠름한 모습은 너무나 멋있었는데, 고개 숙이고 있으니 너무나 안타까웠다.
[아니야, 정신 차려. 저런 흉물에 홀리면 안 돼.]
그녀가 마음을 다잡았다.
5700년 드래곤 생이 한순간에 흐트러지는 걸 그녀는 잘 보았다.
저건 정체성을 날려 버릴 정도로 위험한 물건이었다.
저기에 휘둘리는 것도 분명 그녀 자신이건만, 동시에 그동안 누적해 온 자기 자신의 삶을 잃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분명 그녀의 본심이었다.
그걸 잃는다는 건 죽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니까.
본체는 아무것도 모른 채 가볍게 접근해버려서 삶 자체가 뒤바뀌어 버렸다.
나태가 섹스에 저렇게 미쳐 있는 것도 아쥬블란카르는 이해했다.
그만큼 본체가 느끼는 쾌락이 컸다.
간접적으로 느끼고 있는 아쥬블란카르도 혹해서 기대감을 품게 할 정도로.
‘난 아직 그대와 한 적이 없다. 내가 본체와 분리된 것은 오래된 일이니까. 그대와는 입장이 다르다.’
‘아... 맞네. 그래서 그렇게 표정과 달리 주저하는 거였구나.’
‘내 표정이 왜?’
그녀가 거울을 만들어 자기 얼굴을 살폈다.
양 볼이 발그레해져서 기대감에 한껏 차 있는 얼굴이 보인다.
그녀 생각에는 표정 관리는 했었는데, 전혀 안 되고 있었다.
‘어때? 설레고 있지?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내가 다 알아서 할게.’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정민의 얼굴을 보자, 그녀의 얼굴이 빨개졌다.
이번엔 그녀 자신도 표정 관리가 안 되는 걸 느끼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그녀는 결심했다.
‘물러나라. 지금 당장 물러나지 않으면 나 스스로 본체로 돌아갈 것이다.’
‘진짜? 본체로 돌아가나 지금 하나 어차피 똑같지 않아?’
맞는 말이다.
하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다.
‘다르다. 나는 변하기 전에 죽는 것이니까. 그래도 아쥬블란카르라는 순수한 드래곤이 여기 존재했다는 건 증명한 셈이니까!’
그녀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다.
위대한 드래곤 아쥬블란카르.
그녀의 실체는 거기에 있어야만 했다.
정민의 좆에 정신이 팔린 육노예 드래곤이 아니라.
그걸 놓친다면, 나태에게 하는 복수도, 생명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후우...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뭐냐, 다가오지 마라! 그대가 더 온다면...’
‘5,700살이나 먹었으면 변화가 두렵겠지. 그동안 몰랐던 본성을 받아들이는 것도 쉽지 않을 거야. 게다가 그 본성이란 게 전혀 생각지도 못한 거라면야.’
‘무,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나는 위대한 드래곤이다. 그게 내 본성이다!’
정민은 계속 다가왔다.
그녀가 물러나면, 또 그만큼 다가왔다.
이제는 물러날 곳도 없었다.
‘그것도 맞는데, 다른 것도 있어. 내가 꺼내 줄게.’
‘안 돼, 안...’
찰싹.
아주 약한 터치.
그냥 정민의 손이 엉덩이에 닿았다 떨어지는 수준.
그런데 그것만으로도 아쥬블란카르는 미친 듯한 쾌감에 휩싸였다.
[왜? 뭔데 이거? 왜?]
찰싹.
아까보다 조금 더 센 터치.
그리고 그만큼이나 늘어난 쾌감.
‘그만, 그만 해! 제발...’
‘엉덩이를 이쪽으로 돌리고 할 소리는 아닌 거 같은데... 아직도 자기 객관화가 안 돼? 더 수치를 줘야겠어?’
찰싹.
이번엔 정민이 손을 조금 더 붙이고 있다가 땠다.
정민의 손 모양을 따라 화상 입은 듯한 자국이 생겼다.
원래 육체라면 생길 리 없을 자국이었다.
드래곤의 육체가 고작 체온으로 화상을 입을 리 없으니까.
그만큼 그녀가 정민의 손을 뜨겁게 느끼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녀에게 정민의 터치는 그만큼 고통스러웠고, 또 그만큼 인상적이었고, 또 그 이상으로 그녀를 흥분시켰다.
그녀는 결국 자신의 마음을 막을 수 없었다.
‘헤으응.’
그녀가 묘한 신음과 함께 주저앉았다.
그와 함께 그녀의 다리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액체.
영체 상태임에도 묘하게 사실적인 묘사에 정민이 키득거렸다.
정민은 그녀의 고개를 뒤로 젖혔다.
정민이 본 블란카의 모든 얼굴보다 더 심한 얼굴이 거기에 있었다.
풀린 눈빛, 달아오른 볼, 벌어진 입술 사이로 삐져나온 혀, 흐르는 침.
‘이게 정신 상태니까 더 제어가 안 되나 봐? 어떻게, 이제 좀 자신의 본성을 알겠지?’
‘네헤...’
‘너무 맛이 가면 별론데... 정신 좀 차리고 말 좀 해 봐.’
정민의 말에 그녀가 바로 일어났다.
입가에 흐르는 침을 닦으며, 옷차림을 변경했다.
하얀 원피스가 사라지고 망사 스타킹에 가죽 벨트 두 개만 남았다.
하나는 허리에, 하나는 목에.
그녀는 무릎 꿇고 이마를 바닥에 댄 채 양손을 정민에게 받치듯이 올렸다.
양손 위에는 초커에 달린 쇠사슬 줄의 손잡이가 올려졌다.
아쥬블란카르는 극M 성향이다.
본체가 엉덩이 때리기 몇 번으로 시오후키를 했을 때부터 결정된 사항이었다.
다만 그녀는 본체가 M 성향을 보일 때부터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육체 호르몬 분배가 조금 이상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치부했다.
혹은 정민의 자지에 정신이 팔려서 아픔을 쾌락으로 느끼는 것이거나.
그러나 실은 육체의 문제도 아니고, 정민의 자지나 밤 기술 때문도 아니고, 그녀의 정신이 그런 성향이었다는 게 증명됐다.
그런 게 아니라면, 육체도 아닌 영체 상태에서 이 정도로 반응할 리가 없다.
‘저는 맞는 걸 좋아하는 주인님의 노예입니다. 주인님께서 은혜를 베풀어주시기를 간절히 바라옵니다.’
이것이 그녀가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실체였다.
‘싫다면?’
‘잘못했습니다. 주인님, 제가 다 잘못했습니다. 제발 자비를...’
그녀는 바로 정민의 발을 잡고 사죄의 말을 내뱉었다.
실체를 인정한 이상 더 빼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이제 이 쾌락을 느끼지 못하는 건 죽는 것 이상으로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 그런데 이건 뭐야? 여기 왜 이래?’
정민이 아쥬블란카르의 아래로 내려가 그녀의 비부를 가리켰다.
애액으로 번들거리다 못해, 애액을 질질 싸고 있는 형편없는 보지였다.
‘그, 그건...’
‘사실대로.’
‘주인님께서 방치해 주시면 방치해 주시는 대로 노예는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주인님은 제 모든 것임으로 저는 주인님이 존재하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며, 주인님을 생각만 해도... 하읏!’
푸쉬시시.
정민의 얼굴 위로 맑고 투명한 액체가 떨어졌다.
시오후키인지, 오줌인지 전혀 분간은 안 가지만, 아쥬블란카르가 또 한 번 가 버린 건 확실했다.
‘내가 아까 너무 맛이 가면 별로라고 했을 텐데?’
‘그, 죄송합니다. 죄송... 하응.’
그녀는 다시 정민의 발밑에 엎드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녀는 요도에서 액체를 내뿜었다.
주인님이 매도하는 걸 듣기만 해도 정신이 나가 버릴 것만 같았다.
‘하아... 이 지조 없는 년을 어떻게 교육하면 좋을까?’
‘하읏, 다 주인님의 뜻대로... 주인님이 바라시는... 하으윽!’
[아, 이거야, 이게 바로 주인님의 물건. 크고 단단한...]
그녀는 주인님의 물건이 비부를 비집고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내부와 딱 맞는 크기와 모양이었다.
원래 하나였던 것을 두 개로 잘라낸 것처럼, 둘은 딱 붙어 있었다.
깊게 들어가면 영체 상태에서는 모든 남녀가 그렇지 않을까 싶고, 본체일 때야 블란카가 육체를 조정해 알아서 맞춘 거지만.
지금 아쥬블란카르에게 그런 사소한 건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이런 거였다.
크고 단단한 물건이 자궁 입구를 강하게 밀어붙여 고통을 주고 있다는 점.
자지가 빠져나갈 때마다 질 내부가 같이 빠져나갔다가 다시 들어온다는 점.
빠른 스피드의 왕복 운동 덕분에 질이 마찰로 인해 타는 듯이 뜨겁다는 점.
주인님의 손이 엉덩이를 때릴 때마다 엉덩이에 계속 자국이 남는다는 점.
대량의 정액이 임신시킬 듯이 자궁 안을 채우고, 질을 채우고, 그것도 모자라 밖으로 질질 샌다는 점.
영체 상태라 임신할 수 없다는 게 너무나 슬퍼서 오히려 흥분된다는 점.
이런 게 그녀에게 더욱더 중요했다.
파아앗.
정민이 아쥬블란카르의 왼손등에 입맞춤하자, 왼손에서 자궁까지 푸른 선이 연결됐다.
그녀는 푸른 선으로부터 묘한 힘이 전달되는 걸 느꼈다.
묘한 힘은 그녀 내부에서 그녀가 좋아하는 반응을 일으켰다.
그녀를 흥분시켰다는 뜻이다.
‘됐지? 난 메시지 창 떴어.’
‘그래, 됐다.’
아쥬블란카르의 목소리가 변했다.
차림도 원래의 원피스로 돌아왔다.
지금은 정민의 성노예가 아니라 위대한 드래곤이었다.
‘거 봐. 알아서 조절되잖아.’
‘그대의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나는 지금 인생 최대의 인내를 발휘하는 중이다.’
‘난 금방 익숙해질 거라고 생각해.’
정민이 웃음과 함께 자신 있게 말했다.
그녀에게 이제 정민은 신과 같아서, 그의 말이라면 뭐든지 될 것만 같았다.
[익숙해질 것 같습니다, 주인님. 시간만 있다면요.]
‘그대의 말이 맞을지도 몰라. 그때를 기대하지.’
‘나도 기대해. 너무 맛만 간 모습만 보이면 내가 질릴 거니까, 알지?’
‘그대는 욕심쟁이다.’
‘칭찬으로 받겠어.’
아쥬블란카르는 웃는 정민의 얼굴을 눈에 새겼다.
마음에도 새기고, 비부에도 새겼다.
언젠가 볼 수 있을 거라고 믿지만, 영원히 볼 수 없을지도 몰랐다.
‘나는 이제 본체와 하나가 될 거다. 바로 나태를 봉인할 거고, 그 후에 그대도 본체로 돌아가면 된다.’
‘실패할 확률은?’
‘드래곤에게 그런 건 없다.’
‘그럼 이따가 보자고.’
‘그래, 나중에...’
아쥬블란카르가 정민에게 다가갔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정민에게 그녀는 가벼운 입맞춤을 했다.
쪽.
‘뭐야?’
‘인사 대신이다. 그럼, 안녕히.’
그녀는 그대로 완전히 투명해졌다.
그녀가 본 마지막 정민의 모습은, 물 때문에 흐릿해진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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