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4화 〉 chapter 16. 드래곤 아쥬블란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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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블란카 맞아?”
믿기지 않았다.
몸매도 몸매지만, 존재감 자체가 달랐다.
어렴풋이 느껴지던 위엄이, 지금은 압도적으로 이 공간을 지배했다.
철부지 공주가 황제가 되어 돌아왔다.
“(눈으로 직접 보고도 그런 헛소리를 하느냐, 그대여. 직접 만져봐야 믿겠느냐?)”
블란카가 내 손을 잡고는 그녀의 가슴 쪽으로 가져간다.
내가 현실에서 본 것 중에 제일 거대한 가슴이 흰색 원피스에 눌려 있다.
손만 갖다 대도 손이 푹 들어갈 것만 같다.
저 안에 파묻히면 기분이 어떨까?
탁.
손대신 얼굴이 향할 뻔하다가 겨우 멈추고는 손을 뿌리쳤다.
“그만! 알아! 믿어! 블란카네! 하는 행동이 유치한 게 딱 블란카야!”
위엄이 넘치긴 하지만, 분명히 내가 아는 블란카다.
얼굴에서, 태도에서, 제스쳐에서, 말투에서 느껴진다.
그렇다면 평소처럼 대할 수 있다.
“(그대는 인큐버스 답지 않게 소심한 아이구나.)”
“그걸 어떻게...”
“(눈앞에서 대놓고 광고해놓고는 그렇게 묻는 것이냐? 나를 그렇게 얕보았던 것이냐?)”
그래, 눈앞에서 성욕이란 힘을 쓰긴 했지.
그래도 눈앞에서 섹스는 안 했다고!
“그래서 어쩌라고? 드래곤은 인큐버스를 죽이나?”
“(그건 아니니 걱정하지 말아라. 성욕에 미친 인큐버스 치고 침착하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 블란카가 칭찬이라니, 너도 이제 내 매력에 빠진 거야?”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어떤가, 이제 사랑을 할 수 있는 몸이 되었으니 서로의 매력에 빠져 보겠는가?)”
뭐?
아니, 장난으로 던진 말에 왜 이렇게 진심인데? 진짜로? 진짜야?
블란카가 옅은 미소를 짓고 있다.
성인 모습의 블란카는 고혹적이라서, 저 미소 하나만으로도 빠져들 것 같다.
그러나 잘 보면 어린 모습이 남아 있다.
저 미소는 분명 뭔가를 꾸미는 모습이다.
“안 통하지. 날 놀릴 생각이라면 그만둬. 어린애가 그러는 거 아니야.”
“(후훗.)”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작게 웃는 모습이 매우 우아했다.
어린아이일 때 저렇게 웃으면 때려주고 싶었는데, 지금은 너무 잘 어울려서 내 얼굴이 뜨거워지려고 한다.
“(어린애라... 실로 그대 말이 맞다. 나는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눈 같은 존재지, 이토록 오랜 세월을 살았건만...)”
“뭐? 흡!”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다가 손으로 입을 막았다.
아무리 그래도 대놓고 ‘처녀라고!’를 외칠 순 없잖아.
하지만 충격적인 사실에 내 분신의 제어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블란카가 처녀라니!
케이라의 말로는 저 정도 크기의 드래곤은 5천 살이 넘었다고 했다고!
5천 년 동안 처녀라니, 그게 말이 돼?
자지가 불끈하고 커졌다.
수트에 눌려 겉보기에 큰 변화는 없지만, 블란카가 드래곤이 맞다면 모를 리가 없다.
“(처음, 마지막, 사람들은 언제나 이런 것에 집착하곤 하지. 그대도 마찬가지구나. 좋다, 그렇다면 내게도 기회는 있는 것이군. 강제로 하고 싶지는 않았다.)”
“...진짜 하자고? 왜?”
“(인큐버스가 할 이유를 묻다니, 희극이로다. 그대에겐 내가 처음이란 이유만으로 부족하단 말인가?)”
“아니, 나는 그렇다 쳐도, 너는? 너는 무슨 이유로? 진짜 나에게 빠졌을 리는 없고.”
그랬으면 좋겠지만, 나도 어느 정도는 현실적인 사람이다.
꿀밤만 먹였는데 빠지긴 뭘 빠지겠냐.
“(빠졌다라... 그대의 올곧은 눈빛에 빠졌고, 그대의 넓은 사랑에 빠졌으며, 그대의 침착한 모습에 빠졌다. 이제 보니 그대의 물건도 훌륭하군. 내 처음은 영원히 그대의 것이 되어 내게 남을 것이고, 그대와의 기억은 앞으로의 삶을 지탱해주는 기둥이 될 것이다. 어떤가? 이 정도면 충분한가?)”
목소리가 무척이나 달콤하다.
귀가 녹고, 마음이 흘러넘친다.
분신이 빨리 진입하자고 아우성을 친다.
웬만한 미인에게는 내성이 있는 나도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유혹.
하지만 ‘처녀’말고는 내 이성을 무너지게 할 수 있는 건 없다.
“진실을 말해 봐. 네 말대로 난 인큐버스에 가까우니까, 이유만 합당하면 할 거거든.”
성욕을 제어해 다시 발기를 풀고, 진지하게 물었다.
“(좋다. 내가 한 말이 다 거짓은 아닐지나 모든 진실이 아닌 것도 맞다. 나는 요이아르에서 온 자, 나 역시도 지구에서 오래 버티지는 못하노라. 그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대는 분명 내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맞지 않느냐?)”
드래곤에게는 용안, 드래곤 아이라는 기술이 있다고 한다.
그녀는 기술로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도 볼 수 있다.
또한 그녀는 마나의 주인, 신성을 가지고 내리는 신탁 비슷한 걸 그녀는 태생부터 사용할 수 있다.
그녀에게 제라스에게 숨겼던 것처럼 숨길 수는 없다.
숨길 이유도 없지만.
“그런데 그런 거라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데? 마력 전달만 하면 돼.”
“(그대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구나. 그대의 마력으로는 내 존재를 지탱할 수 없다. 그대의 정으로도 하루 이틀 정도겠지. 그대에게 꽤 부담이 갈 테지만... 그동안 때린 꿀밤의 댓가라고 생각해라.)”
그게 또 그렇게 되는 건가?
내 마력과 마나도 꽤 성장했다고 생각했는데... 확실히 드래곤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
“부담이라니, 전혀. 너만 괜찮으면 하루 종일도 할 수 있다고.”
“(그럼 바로 시작하도록 하지. 그대들은 좀 빠져 주겠나?)”
블란카가 명령하자, 케이라와 엘레나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이 근처의 빛과 소리를 막겠습니다.”
“제가 두 분이 안전하도록 주변을 감시하겠습니다.”
“(좋아, 그대로 행하라.)”
케이라와 엘레나의 두 눈에 초점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에이, 내가 잘못 본 거겠지.
“(그대여, 어서 오라. 내게 사랑이 무엇인지 가르쳐다오. 그대의 그 훌륭한 물건으로.)”
“기대하라고.”
나는 블란카에게 다가갔다.
성인 모습의 그녀는 나보다 조금 컸다.
나보다 큰 여자는 봤지만, 나보다 큰 섹스 상대는 처음이다.
수장님과 나연 누나도 크긴 하지만, 나보다는 조금 작았다.
“(그대는 작구나. 내가 조금 줄일 수도 있는데, 어떻게 하겠느냐? 그대가 편한 대로 하라.)”
와, 내 맘대로 줄일 수가 있다고?
이 무슨 꿈의 몸...
“그럼 이대로 할래. 처음은 이렇게 하는 게 맞지.”
“(좋다. 매일 다르게 나를 경험하겠다는 그 의기가 좋구나. 크기랑은 상관... 읍.)”
종알종알 대는 그 입을 내 입으로 막았다.
1~2cm 차이 가지고 작니 마니 하는 건 솔직히 웃긴 일이다.
나중에 그녀의 키를 2m로 키워달라고 해서 하는 거면 모를까.
고개를 살짝 드는 것만으로 입술이 닿는데, 작기는 뭐가 작아.
블란카의 입술은 서늘했다.
사람의 입술이 서늘하다니, 신기한 감각이다.
“츄읍.”
그녀의 허리를 당기며 혀를 집어넣었다.
커다란 가슴과 가는 허리, 풍만한 둔부까지.
온몸의 굴곡이 그야말로 미쳤다.
몸의 기운도 서늘해서 기분이 좋다.
이 서늘함이 열기로 바뀌는지, 그대로인지도 궁금했다.
“츄릅, 츄웁.”
블란카의 입술과 달리 혀는 뜨거웠다.
서로의 혀가 스쳤고, 얽혔다.
그녀는 처음부터 잘 따라왔다.
드래곤이라서? 드래곤 아이가 있어서 쉽게 배우는 걸까?
“하읍, 츄웁, 하응...”
경적적인 키스가 이어졌다.
혀가 얽히고, 다리가 얽히고, 몸이 얽혔다.
내 손이 그녀의 등과 허리를 쓸고, 엉덩이를 쥐자.
그녀도 내 등과 허리를 쓸고 엉덩이를 쥐었다.
“하윽.”
그녀는 엉덩이를 쥘 때마다 소리를 냈다.
엉덩이가 좋은가?
그렇다면 얼마든지 해줄 수 있지.
나는 계속 엉덩이와 궁둥이를 주물렀다.
탄력이 넘치는 엉덩이와, 마쉬멜로우처럼 쥐는 대로 뭉개지는 궁둥이는 매력적인 대상이었다.
“츄웁, 츄릅.”
키스하는 중에 그녀가 양쪽 다리를 들어서 내게 매달렸다.
내 볼을 양손으로 잡고 내 혀를 강하게 빨아들이는 그녀.
거의 내 위에 올라타 나를 잡아먹듯이 공격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허벅지를 쓰다듬다가, 그녀의 궁둥이를 살짝 때렸다.
찰싹.
“하으윽! 츄읍.”
응?
반응이 조금 달랐다.
엉덩이를 쥘 때도 소리를 내긴 했지만, 방금처럼 다리를 조이지는 않았다.
마치 간 것처럼 말이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그녀는 키스를 계속 이어갔지만, 섹스 마스터인 내 눈은 속이지 못한다.
나는 다시 한 번 궁둥이를 때렸다.
찰싹.
“하읏...”
그녀는 다리를 조이다 못해 다리에 힘을 풀어 버렸다.
떨어지려는 걸 받아서 내려주니, 그녀는 땅에 주저앉고 말았다.
“하으... 하아...”
달뜬 신음에 내 분신이 반응한다.
백금발에 가려진 얼굴로 과연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까.
나는 조심스레 그녀의 턱을 잡고 고개를 올렸다.
반쯤 벌어진 입, 완전히 초첨을 잃은 눈빛,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신음.
“헤으... 읍!”
블란카가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입을 막았지만, 이미 늦었다.
나는 그녀의 뒤로 돌아가 손을 높이 들었다.
그녀가 몸을 살짝 움츠렸다.
보통은 긴장하는 걸로 보겠지만, 지금 내 눈에는 한껏 기대하는 걸로만 보였다.
나는 손을 든 높이만큼 강하게 블란카의 궁둥이를 때렸다.
찰싹.
“하으응!”
블란카는 입을 막을 생각도 못 하고서 짐승처럼 신음을 토해냈다.
하늘 위의 하늘인 마나의 주인, 지상 최강의 생명체가 암캐로 타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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