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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인들이 나만 좋아한다-110화 (110/137)

〈 110화 〉 chapter 15. 지구해방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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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샌프란시스코 폭탄 테러, 사상자 제로]

[마이클 로저스, “모든 것은 마법사 머스탱의 공로.”]

[(PHOTO) 하늘 높이 날아가는 폭탄]

[뒷북친 테러범의 경고, 샌프란시스코 근처 호텔에서 업로드한 것으로 밝혀져]

[(PHOTO) 테러가 실패한 걸 모르는 테러범의 사진]

샌프란시스코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기사가 홍수처럼 쏟아졌다.

폭탄을 날려버린 로저스가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케이라도 그에 못지않게 화제가 됐다.

인터넷에서, 길거리에서, 사람들은 로저스의 강함과 케이라의 능력을 칭송했다.

케이라가 입고 다니는 로브와 비슷한 디자인의 코스튬 물품의 재고가 동이 나는 사건도 있었다.

혹자는 공간 이동 마법사를 국가 전략 병기로 지정하고, 케이라를 미국에 잡아 놓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을 펼쳤지만, 소수의 의견이라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사회를 좀먹고 있던 혼란은 가라앉았다.

이제 키퍼 협회를 믿지 못하는 이들은 없었다.

테러범의 예고보다 3일 먼저 일어난 테러를 완벽하게 막은 협회를 믿지 못하면 누굴 믿겠는가?

여론이 바뀌었다.

이정민 일행을 사형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사라졌다.

케이라의 활약과 더불어 테러범의 배후로 추정되는 세력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테러범의 배후, 지구해방작전일 확률 높다.]

[키퍼 협회가 쫓은 범인의 은신처, 지구해방작전 소유의 빌딩으로 밝혀져]

[공사 중이라던 지하 식당, 공사 자재 반입된 적 없다.]

[상부의 지시로 지하 식당 입구를 막은 정황이 드러나.]

이정민 일행은 마음껏 욕하기에 조금 힘든 대상이었다.

자신의 목숨이 달린 일이라지만, 반항하지도 않고 도와주겠다는 상대에게 나 대신 죽어라고 대놓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잘 없다.

현대의 도덕관념 하에서 평범하게 자란 사람이라면 말이다.

반면 테러범은 마음껏 욕할 수 있는 대상이었다.

이쪽은 대놓고 나쁜 짓을 하고 있으니까.

원래 나쁜 놈은 당연히 나쁜 놈이니까 오히려 잘 안 까지만, 이번엔 상황이 달랐다.

테러범의 배후로, 안 그래도 그간 눈엣가시 같은 짓을 하는 이들이 지목됐기 때문이다.

지구해방작전.

게이트와 키퍼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이 세계에서 지구해방작전은 이질적인 존재였다.

그 자신도 게이트와 키퍼의 혜택을 받으면서, 게이트와 키퍼를 사회에서 밀어내기 위한 조직이었으니까.

그런 그들의 이중성을 아니꼽게 보는 사람들은 조직의 탄생 이래로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세계가 소중히 지켜온 ‘표현의 자유’라는 것 때문에 사람들은 지성인의 가면을 쓰고 참았다.

그런데 드디어 가면을 벗어도 된다는 허락이 떨어졌다.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한마음 한뜻으로 지구해방작전을 깠다.

[지구해방작전? 그런데 가입하는 병신들도 있나? 키퍼가 악마라니, 그게 말이 돼?]

[역시 미친놈들이었어. 그러니까 폭탄 테러 같은 거나 하지.]

[키퍼는 악마라면서 지들이 쓰는 건 악마의 기술 아니냐?]

[사회악은 사라져라! 너희들이 숨 쉬는 공기가 아깝다!]

[그놈들은 지들 돈이 게이트에서 나오는 거라는 건 알까? 능지가 어떻게 되기에 지구해방작전 같은 걸 믿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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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해방작전 회장, “우리는 테러 단체가 아니다.”]

[지구해방작전 측, 모르쇠로 일관]

지구해방작전은 아니라는 성명만을 내놓았다.

자신들은 시위만 할 뿐, 폭력적으로 해결하는 단체는 아니라고.

자신들이 원하는 건 키퍼가 게이트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지, 키퍼를 세계에서 배제하는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론은 물론이거니와 미국 키퍼 협회도 물러날 생각은 없었다.

[키퍼 협회, 지구해방작전 소유 빌딩 수색 착수]

[지구해방작전 소유 빌딩에서 은신처로 짐작되는 장소 발견]

지구해방작전은 미국 전역에 30개 이상의 지부와 10개 정도의 마천루를 가지고 있었다.

키퍼 협회는 경찰과 군을 동원해 그 모든 곳을 수색했으며, 4곳에서 의도적으로 만들어 놓은 큰 공간을 발견했다.

샌프란시스코처럼 공사 중 표시의 지하 식당도 있었고, 폐쇄된 대강당도 있었고, 리모델링 예정인 체육관도 있었다.

키퍼 협회는 발견된 곳을 포함, 모든 지부에 키퍼와 경찰, 군대를 주둔시키기로 했고, 의회가 동의했다.

상원 의원 몇이 군대 주둔은 헌법 위반이라면서 반대했지만, 테러와 타협하지 않기를 원하는 미국을 막을 수는 없었다.

[지구해방작전 회장, “증거도 없이 이런 대우는 부당하다.”]

[전 세계 지구해방작전 지부, 미국에 정식으로 항의서한 전달]

지구해방작전의 규모는 매우 크다.

미국에만 회원이 백만에 이르고, 전 세계에 천만 이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잘못하면 역풍이 불 수도 있었지만, 미국 키퍼 협회는 물러나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지구해방작전의 세를 꺾을 작정이었다.

전 세계 키퍼 협회와 연대를 해서라도 말이다.

지구해방작전을 누구보다도 눈엣가시로 생각하는 건 키퍼 협회였으니까.

+++

[오빠, 무사하신 거죠?]

화면에는 걱정 한가득인 수연이 서 있었다.

“괜찮아. 나 튼튼하잖아.”

[그런 거 치고는 걱정만 시키는걸요. 팔은 어때요?]

“잘 돌아가. 누가 만든 팔인데.”

나는 왼팔을 크게 돌리며 이상 없는 걸 보여줬다.

요즘은 이게 금속 팔이 맞는지 의심들 정도로 위화감이 없다.

어떻게 이런 걸 만들 수 있는지, 수연이야말로 진짜 초능력자가 아닐까?

[누가 만들었어도 정비는 꾸준히 해야 해요. 기계니까요. 빨리 돌아오세요. 그럴 작정이었잖아요.]

“미안, 미안. 뜻대로 잘 안되네. 한국 가면 너한테 제일 먼저 갈게.”

[당연하죠. 제가 아니면 누가 그 팔에 기름칠하겠어요.]

그거 말고 다른 데 기름칠을 좀 해줄 생각은 없니? 이를테면 네 침으로 내 자지에 광을 낸다든가...

수연이랑도 기회가 왔을 때 끝까지 갔어야 했나 보다.

이런저런 일로 멀어져 있으니까 그녀의 감정 상태를 잘 모르겠다.

빨리 여기 일을 끝내고 돌아가야 할 이유가 또 늘었다.

“한국은 어때? 시위한다고 들었는데?”

[오빠를 지키러 나온 사람들이 훨씬 많아서 지구해방작전 사람들은 도망치듯 해산했어요. 대신 빨리 오빠와 케이라, 엘레나 언니를 귀국시키라고 난리예요.]

한국에도 지구해방작전의 지부가 있다.

이번 사태에 그들도 피켓을 들었는데, 한국에선 힘을 못 쓰는 모양이다.

다행이다.

케이라와 엘레나를 한국 사람으로 받아들여 줘서.

“(그대여, 빨리 오라. 다들 그대를 기다리고 있다.)”

블란카였다.

“아, 알았어. 수연아, 나 그만 갈게. 다음에 또 봐.”

[네! 몸조심하세요!]

통화를 끝내고 핸드폰을 덮었다.

블란카가 날 빤히 쳐다보고 있다.

“왜?”

“(지구의 벌레들은 한 벌레와 짝을 짓는 거 아니었나?)”

영상 통화하는 걸로 어떻게 아는 거지?

내 표정이 너무 헤벌레 했던 건가?

“눈치가 빠르면 조용히 해주면 안 될까?”

“(두 명, 아니지, 세 명인가? 또 있나? 벌레가 몇 명이든 상관은 없다만.)”

엘레나도 안다고?

최근에 섹스한 적도 없는데?

이런 상황이라고 마력 충전도 그냥 마력을 보내는 걸로 끝냈는데 어떻게 아는 거지?

“몇, 몇 명이든 네가 뭔 상관이야! 벌레의 일에 신경 쓰지 마.”

“(드디어 스스로 벌레임을 깨달은 거구나. 옳게 되었다.)”

“이게! 거기 서!”

블란카가 복도를 지나 체육관으로 들어갔다.

LA 협회 본부 지하의 체육관은 여전히 마법진으로 빽빽했다.

중앙에는 케이라가 공간 이동을 준비하고 있었다.

블란카는 그녀의 뒤에 숨었다.

블란카가 고개만 내밀고 혀를 내밀었다.

‘메롱!’

당장 가서 꿀밤을 먹이고 싶었는데, 케이라가 막았다.

“정민, 빨리 와서 여기 서.”

“후우... 알았어.”

이곳에는 나와 케이라, 엘레나, 블란카, 로저스와 협회 키퍼 2명까지, 그동안 테러를 막아왔던 ‘기적의 팀’ 전원이 모여 있었다.

샌프란시스코로부터 10일, 테러범은 3번의 폭발을 더 시도했다.

한 번은 휴스턴에서, 한 번은 워싱턴에서, 한 번은 라스베가스에서.

3번의 폭발을 막은 건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휴스턴에서는 폭탄의 기폭장치가 마법적인 걸로 바뀌어서 폭탄이 터져 버렸다.

엘레나가 신성으로 폭탄을 감싸지 않았다면, 40층짜리 건물이 날아가 버렸을 것이다.

엘레나가 신성을 썼으니, 내가 또 피를 토하는 건 예견된 일이었다.

겨우 턴 언데드에 익숙해졌나 싶었더니, 그보다 더한 게 나타나 버렸다.

워싱턴에는 베네시아의 도움으로 폭발을 막았다.

LA에서 워싱턴까지는 케이라가 반죽음이 되면 어떻게 이동했지만, 폭탄의 위치로 이동하는 건 도저히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때 도와준 게 일주일의 쿨타임 후 다시 소환된 베네시아였다.

그녀는 케이라가 내 마나로 마법진을 새긴 S급 마정석을 들고서 LA 본부를 벗어났고, 폭탄 위치로 우리를 공간 이동시켰다.

그 덕분에 테러는 미수로 그칠 수 있었다.

라스베가스에서는 세 개의 폭탄이 터졌다.

두 개는 케이라의 공간 이동으로 막았고, 하나는 로저스가 막았다.

마지막 하나는 건물 안이 아니라 광장에 이동됐는데, 눈에 보이는 위치라서 로저스가 직접 처리했다.

운이 좋았다.

마지막 하나도 건물 안이었다면, 늦게 발견하고 결국 폭탄은 터졌을 것이다.

우리는 세 번 다 본체의 흔적만 찾았을 뿐, 본체를 직접 보진 못했다.

우리가 폭발을 막는 데 모든 힘을 썼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본체가 있었던 장소에서 그들이 남긴 단서를 찾아냈다.

다른 은신처에 관한 단서였다.

또한 본체가 힘을 쓸수록 블란카도 본체의 위치를 더 잘 느꼈다.

이젠 힘을 쓰지 않아도 본체가 대략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두 가지와 위성사진 등을 조합, 결국 우리는 테러범의 본진이라고 부를 만한 은신처를 찾아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은신처를 공격하기 위해 모여 있었다.

사람들이 기적이라고 부르는 우리 일행 ‘기적의 팀’ 뿐만 아니라, 협회의 정예 키퍼 30명까지.

“그럼, 갑니다.”

케이라의 말과 함께 마법진이 푸른색으로 빛났고, 내 시야도 푸른빛으로 물들었다.

파아앗.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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