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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인들이 나만 좋아한다-109화 (109/137)

〈 109화 〉 chapter 15. 지구해방작전

* * *

109.

파아앗.

푸른빛이 사라지자, 푸른 하늘이 보였다.

몸이 떨어지고 있었다.

높이는 약 20m?

“제가 받을게요!”

엘레나가 나와 케이라, 블란카까지 안고서 광장으로 짐작되는 바닥에 착지했다.

로저스가 협회의 두 키퍼를 책임졌다.

“(여긴 샌프란시스코입니다!)”

걱정한 거치고는 멀리 오지 않았다.

다행이다.

S급 마정석까지 동원한 공간 이동 마법진으로 워싱턴까지 이동은 할 수 있어도, 케이라가 녹초가 되는 건 분명했으니까.

샌프란시스코라면 케이라가 한두 번 정도 공간 이동할 수 있을 것이다.

“블란카, 어디야?”

지금 묻는 것은 본체의 위치는 아니다.

멀리서 이동한 것을 멀리서 느끼는 것이므로, 블란카라도 본체의 위치는 정확히 알기 힘들다.

그냥 샌프란시스코 어딘가라는 것 정도?

하지만 이 근처에서 본체가 마법을 사용하는 것은 잘 느낄 수 있으며, 그 힘이 향하는 곳도 비교적 정확하게 알 수 있다.

그곳이 바로 폭탄이 이동할 곳이다.

“(아직, 아직이다. 기다려라.)”

광장의 주변 사람들이 갑자기 나타난 우리를 보면서 웅성거렸다.

“****!”

“****!”

통역은 안 됐지만, 그들의 놀람이 누구를 가리키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로저스다.

그를 모르는 미국인은 없다.

조금만 더 지나면 우리도 알아보기 시작할 것이다.

갑옷과 로브는 못 알아보기 힘드니까.

그런 일이 일어나 상황이 복잡해지기 전에, 블란카가 입을 열었다.

“****.”

“모두 잡으세요!”

케이라가 손을 뻗었고, 내가 그 손을, 엘레나가 내 손을, 차례로 모든 일행이 하나로 연결됐다.

파앗.

다시 한번 푸른빛으로 시야가 채워졌다가 사무실이 나타났다.

“****!”

“****!”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었을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우리를 보고 지르는 게 아니다.

웅웅.

사무실 중앙, 책상 두 개를 부수고는 자리 잡은 철 덩어리,

단백질 대신 철로 된 핏줄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흉물스러운 물건 때문이었다.

“엘레나!”

내가 외치기도 전에 엘레나가 M­EMP 마정석을 꺼냈다.

그녀는 마정석을 폭탄에 가져다 댔다.

화악, 치직, 파지지직!

마나가 사방으로 퍼지는 게 느껴졌다.

동시에 사무실의 컴퓨터와 모니터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마지막으로 폭탄이 치직 거리면서 진동을 멈췄다.

“(이번엔 제가 갑니다!)”

못해도 1t은 되어 보이는 폭탄을 로저스가 가볍게 들었다.

“(비켜요!)”

로저스가 외치자, 그의 앞에 있던 사람들이 좌우로 벌렸다.

그는 폭탄을 건물 밖으로 던졌다.

쨍그랑.

창문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로저스가 사라졌다.

그는 어느새 건물 밖, 폭탄의 아래에 떠 있었다.

그가 폭탄을 하늘로 쳐올렸다.

후우웅!

폭탄은 미친 듯한 속도로 하늘로 올라가 점이 되었다.

그리고 하늘 저편에서 폭발했다.

콰아아아앙!

큰 폭발이었다.

저번 테러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못해도 2km는 되는 높이에서 터진 것 같았는데, 여기까지 후폭풍이 밀려왔다.

저런 게 건물 안에서 터졌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무조건 9.11의 재림, 어쩌면 그 이상이다.

이 건물도 50층은 넘어 보이는 데다가, 주변에 30층 이상의 빌딩들이 모여 있다.

“(됐어요!)”

“(우리가 막았습니다!)”

우리와 함께 따라온 협회 키퍼 둘이 환호했지만, 아직 끝은 아니다.

2차 테러가 있을지도 몰랐다.

“블란카, 다른 조짐은 없어?”

“(지금은 없어.)”

2차는 없는 건가?

그럼 본체를 찾으러 갈까?

“케이라, 공간 이동은 몇 번 더 할 수 있어?”

“...한 번.”

케이라의 얼굴에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얼굴도 반쪽이 될 정도로 야위었다.

장거리 공간 이동에 연이은 공간 이동.

여기서 한 번 더 공간 이동을 한다는 건, 그녀에게도 목숨을 거는 일에 가까울 것이다.

그래서 지금 결정을 잘해야 했다.

남은 공간 이동 한 번을 어디에 쓸지.

본체를 찾으러 갈 것인지, 2차 테러를 대비해서 공간 이동을 남겨둘지.

둘 중에 안전한 선택은 공간 이동을 남겨두는 거다.

그래야 2차 폭탄이 공간 이동됐을 때 대응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그러면 본체를 놓치게 될 것이다.

지금 놓치면, 또 테러를 걱정하며 불안하게 지내야만 한다.

블란카의 소망도 늦어지고.

“후우... 블란카, 미안해.”

“(미안하면 꼭 잡아라.)”

“꼭 잡아 줄게. 걱정하지 마.”

“(말만 잘...)”

그순간, 블란카의 분위기가 또 바뀌었다.

영혼이 다른 곳에 간 듯한 분위기.

“블란카?”

“(본체가 이동하려고 해!)”

“좌표는요?”

“****!”

케이라는 블란카가 말해준 좌표를 계산하고는 고개를 저었다.

“너무 멀어. 나 혼자서는 이동할 수 없어.”

“괜찮아, 도망친 걸 거야.”

상황으로 볼 때, 그럴 확률이 높았다.

준비된 폭탄이 있었다면, 바로 여기서 2차 테러를 가했을 것이다.

폭탄을 가지고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서 폭탄 테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기에는 본체의 마나가 부족할 것이다.

마나가 부족하다는 건 블란카의 정보다.

본체는 봉인되어 있고, 의식이 없기 때문에 마법을 쓰는데 평소보다 배 이상의 마나를 소모하는 상태라고 한다.

본체가 샌프란시스코 근처로 이동한 후에 폭탄을 공간 이동시키는 건 바로 그 때문이다.

마나의 부족이 없다면, 아무도 모르는 본거지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바로 폭탄을 이동시켰을 것이다.

블란카의 정보로는 본체를 두 번 이동하면 마나가 대부분 소모된다고 하니, 다시 마나를 채울 동안은 안심해도 될 것 같았다.

“(본체는 어떻게 됐습니까?)”

다시 사무실로 돌아온 로저스가 물었다.

“도망간 것 같아요.”

“(그런... 그래도 테러는 막았습니다. 우리들의 승리입니다!)”

“네, 맞습니다. 우리들의 승리예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약간 찜찜했다.

결국 본체와 범인을 놓쳤으니까.

“****.”

“****.”

그때, 사무실 곳곳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져갔다.

협회 키퍼들이 그들의 말을 듣고는 핸드폰을 꺼내 우리에게 영상을 보여줬다.

테러범이었다.

케이라가 급히 전원의 통역 마법을 갱신했다.

“(오늘 오전 10시경, 샌프란시스코의 빌딩 폭파를 보았는가? 이것은 벌이다. 우리의 경고를 무시한 벌. 악마에게 홀려 악마를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깨우는 체벌이다. 정신 차려라, 감언이설로 무장했어도 그의 본질은 악마, 지구를 멸망의 구렁텅이로 빠트릴 악마다. 어서 ‘리’를 죽여라. 그를 따라다니는 ‘이세계인’도 죽여라. 그것만이 이 세계를 구원할 것이다. 그것만이 새로운 폭발에서 미국을 구원할 것이다. 악마를 죽여라! 그리고 깨달아라! 모든 키퍼는 악마다!)”

“풋.”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어디서 예약이라도 한 모양인지, 폭발이 실패했음에도 영상이 올라온 것이다.

바보 같은 놈들.

내 웃음은 전염되어 일행의 웃음과 로저스의 호탕한 웃음으로 이어졌고, 이윽고 사무실의 모든 사람도 다 함께 웃었다.

“하하하하하하!”

이것은 비웃음의 웃음, 안도의 웃음, 기쁨의 웃음이었다.

“****(하하! 빌어먹을 놈들 꼴 좋다!)”

“****(악마는 무슨 악마! ‘리’는 영웅이다!)”

“****(역시 로저스야! 로저스는 진짜 캡틴이라고!)”

“****(테러범은 꺼지라고!)”

영상을 보던 사무실 사람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그들의 말을 여전히 알아듣지 못하지만, 우리를 욕하는 게 아니라는 건 분명했다.

찜찜했던 기분이 사라지고, 승리가 실감 나기 시작했다.

우리는 수백, 수천 명의 목숨을 지켜냈다.

그것만으로도 우리들의 승리가 분명하다.

그리고 오늘의 전리품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케이라가 블란카에게 물었다.

“블란카님, 본체의 위치 기억하고 계시죠?”

“(물론이다.) ****.”

“케이라?”

“다 저를 잡아 주세요. 본체가 있던 자리로 이동하겠습니다. 무슨 실마리가 이겠죠.”

모두 케이라를 잡았고, 오늘 세 번째로 시야가 푸른빛으로 가득 찼다.

파앗.

이동한 곳은 어둠 속이었다.

엘레나가 신성 마법으로 빛의 구를 만들었고, 내부가 드러났다.

창이 하나도 없는 넓고 높은 공간이었다.

한쪽의 주방을 보면, 건물의 지하 식당 같은 느낌?

식탁과 의자는 다 치워져 있었고, 대신 마법진이 그곳에 자리했다.

“하아... 하아... 나는 블란카와 마법진을 살필게.”

“(저와 이 친구들은 이곳을 조사하겠습니다. 뭔가 남아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엘레나, 저랑 위로 올라가 봐요.”

이 공간에는 어떤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위에는 누가 있을지 모른다.

가장 강한 엘레나가 움직이는 게 맞다.

저벅저벅

어두운 계단을 엘레나의 마법에 의지해 올라갔다.

5층 정도 올라가니 지상 표시가 나왔다.

“열게요.”

문밖엔 공사 중임을 알리는 펜스가 처져 있었다.

그 너머는 로비였고, 사람들이 한두 명 돌아다녔다.

안내 데스크도 있는 걸로 보아, 꽤 큰 빌딩인 모양이다.

하기야 그렇게 큰 식당이 있는데 작은 빌딩일 리가 없다.

당연히 이런 곳을 사적으로 이용하는 테러범의 배후도 꽤 큰 세력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안내 데스크 뒤의 마크를 쓰는 단체처럼.

“정민님, 저건...”

안내 데스크 뒤쪽, 직원들의 머리 위에는 커다란 마크가 붙어 있었다.

지구를 양손으로 감싸고 있는 마크.

“설마 했는데...”

모든 키퍼가 악마라는 걸 깨달으라고 할 때 느끼긴 했는데, 진짜인 줄은 몰랐다.

지구해방작전.

테러범의 배후에는 이 단체가 있는 게 틀림없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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