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8화 〉 chapter 15. 지구해방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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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LA 협회 본부 테러범, 협박 및 2차 테러 예고]
미국 키퍼 협회 본부.
6만 키퍼의 뜻이 모이는 곳에 일어난 테러.
사상 초유의 사태에 미국이 들썩였다.
[불안에 떠는 시민들, ‘불안해서 출근할 수가 없어요.’]
[(PHOTO) ‘리’의 사형을 촉구하는 시위 현장 사진]
시민들은 불안에 휩싸였다.
‘공간 이동 폭탄’이라는 생소한 무기가 주는 공포가 사회를 잠식했다.
일부에서는 집회 및 시위가 일어났다.
시위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도 사석에서 만나면 농처럼 비슷한 이야기를 던졌다.
문명인이라는 가면 때문에 직접적인 행동으로 보이지 않을 뿐이었다.
바다 건너온 한국인과 차원을 넘어온 이계인 보다는 자신들의 목숨이 소중한 법이니까.
[(PHOTO) 부상자를 치료하는 이세계 성기사 엘레나]
‘리’와 이세계인을 옹호하는 사람도 있었다.
주로 엘레나가 테러 현장에서 보여준 선의에 감동한 사람이었는데, 명백하게 일부였다.
[미 정부, ‘테러와의 협상은 없다. 꼭 테러범을 체포하겠다.’]
미 정부와 미국 협회의 입장은 단호했다.
미국과 테러? 절대로 양립할 수 없는 문제였다.
세계의 경찰국가가 일개 테러범에게 휘둘리는 것 역시 있을 수 없는 문제였다.
[주 정부, ‘우리는 이세계인과의 교류를 반대한다.’]
그러나 일부 주 정부에서는 위와 같은 성명을 내면서 테러범에게 신호를 보냈다.
‘우리 주는 테러하지 말라. 우리는 네 사상에 동의한다.’
그야말로 혼란.
그나마 폭동이나 대규모 시위, 공개 처형 같은 마녀사냥이 벌어지지 않은 건, 이 시대의 캡틴 아메리카, 마이클 로저스 덕이었다.
[마이클 로저스, ‘저는 친우를 버릴 수 없습니다.’]
[마이클 로저스, 테러와의 전쟁 선포]
[마이클 로저스, ‘모든 미국인을 지킬 겁니다.’]
로저스는 기자 회견을 통해 강력한 의지와 자신감을 내보였다.
‘로저스라면 어떻게 해 줄 거야.’
사상 초유의 사태인 건 맞지만, 미국인은 로저스를 보면 은연중에 그런 생각을 했다.
그만큼 로저스가 그간 미국에 보여준 모습은 믿음직스러웠고, 그의 공은 컸다.
물론 이 사태가 잘못 마무리된다면 그 모든 것을 날아갈 터였다.
[마법사 케이라, ‘공간 이동 방해 마법진 양산으로 테러를 막을 수 있다.’]
막을 방법이 있다는 것이 로저스에게 미약하게나마 힘을 실어 주었다.
현실성이 없는 방법이긴 했지만, 답이 없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리, ‘테러범을 꼭 잡겠습니다.’]
이정민의 기사는 다른 모든 기사보다 훨씬 많은 양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정민은 테러범을 잡겠다는 말 말고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 태도에 여러 가지 반응을 보였다.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도망치지 않는 모습 좋다면서 박수를 치기도 했고, 책임을 지라며 손가락질도 하고, 당장 사형을 해야 한다고 호통 치기도 했다.
이 모든 게 테러 이후 3일 안에 발생한 일이다.
테러범이 예고한 2차 테러가 3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은 간신히 일상을 유지했다.
만약 3일 뒤에 테러가 일어나고, 또 사상자가 발생한다면, 또 다른 의미의 대공황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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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우리는 블란카, 미국 협회와 함께 대책을 논의했다.
논의한 결과는 아래와 같다.
1. 블란카는 본체의 이동을 감지할 수 있고, 본체가 이동한 위치를 대략 알 수 있으므로, 본체가 이동하자마자 근처로 이동한다.
11. 본체 이동 후에 바로 새로운 공간 이동을 하는 것은 무리이므로, 일행이 이동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하다.
2. 테러범 측에서 폭탄을 공간이동 시키면 블란카가 그 위치를 감지한다.
21. 폭탄의 이동 위치로 일행이 공간 이동해서 폭탄을 막는다.
22. 폭탄의 위치에서 본체의 위치를 역 추적하여, 본체를 쫓는다.
3. 테러범을 체포한다.
세세한 거 다 빼고, 중요한 것만 말하자면 이렇다.
과정 중에서 제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블란카고, 두 번째는 케이라다.
블란카의 역할을 두말할 것도 없다.
블란카가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면 그 어떤 것도 성립할 수가 없다.
케이라도 그에 못지않았다.
재빠르게 공간 이동하지 못하면 모두 실패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또한 폭탄을 막는 데 케이라의 마법이 동원되는데, 이것 또한 이 작전의 핵심이었다.
‘(이전 폭발에서 머스탱님의 감지로부터 폭발까지는 약 10초. 폭탄의 파편에서 얻은 정보로는 타이머형 기폭장치로 추정됩니다.)’
폭탄이 터지기까지 10초.
일행이 공간이동을 하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주어진 시간은 길어야 5초 정도.
5초 만에 처음 보는 폭탄을 해제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었다.
그래서 케이라가 나섰다.
사령 술사의 기억 속에는 전자 기기의 신호를 교란해 일시 정지 시키는 마법도 있었다.
일종의 EMP다.
그녀는 Magic EMP(가칭)를 쓰기 위해 협회로부터 A급 마정석을 받아서 마정석에다가 마법진을 그렸다.
간단한 마법이지만 막대한 마나가 들어간다는 점이 이 마법의 단점이었는데, 지금은 미국 협회라는 부자가 있어서 필요한 대로 마법을 쓸 수 있었다.
마정석과 마법진의 조합이므로 누구나 MEMP를 쓸 수 있었고, 지금은 공간 이동할 일행들이 모두 몇 개씩 지급받았다.
폭탄이 몇 개인지 우리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최악을 상상하고 대비해야만 했다.
이를 위해 지난 3일 동안 케이라는 MEMP 마법을 마법진으로 바꾸고, 수십 개의 마정석에 마법진을 새겼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도 마정석에 마법진을 새기고 있다.
“할 만해?”
나는 체육관을 가득 채운 마법진 중앙에 앉아 있는 케이라에게 컵을 건넸다.
케이라는 MEMP 마법진 말고도 공간 이동 마법진도 그렸다.
LA에서 워싱턴으로 이동해야 할지도 모르니까, 이를 보조할 수 있는 마법진이 필요했다.
미국 서부와 동부의 거리만큼이나 마법진의 크기는 컸다.
“아니, 지루해.”
케이라가 마정석을 내려놓고 컵을 받았다.
한 모금 마신 그녀의 눈이 약간 커진다.
“데자와네?”
“응, 테레사가 구해다 줬어. 한인 타운에 있었대.”
데자와는 케이라가 가장 좋아하는 음료수다.
한국에 있을 때는 하루에 한 캔은 꼭 마셨던 거다.
케이라의 집중력을 위해서 테레사가 구해줬다.
수뇌부의 생각은 모르겠지만, 테레사와 로저스는 우리에게 굉장히 호의적이다.
아직까지는.
“맛있다. 그런데 그보다... 다른 게 부족해.”
“뭐가?”
“뭐긴 뭐겠어?”
케이라가 나를 보며 지그시 바라본다.
이건, 말 안 해도 알겠다.
섹스다.
“...안 돼. 나도 하고 싶은 맘은 굴뚝같지만, 지금은 안 돼.”
“알아, 나도 안다고.”
케이라가 입술을 비죽 내밀고는 다시 마정석을 든다.
귀엽다.
처음 케이라를 봤을 때를 생각하면 꽤 많이 변한 것 같다.
차갑거나 열정적이거나 밖에 못 했던 것 같은데, 삐진 표정을 지을 줄도 알다니.
나는 체육관을 쭉 둘러보며 사람들이 이쪽을 주목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쪽.
부드럽고 촉촉하며, 따뜻하다.
배시시 웃는 케이라를 보니 더욱더.
더 해달라고 또 입술을 내미는 그녀에게 다가가는 찰나, 불청객이 끼어들었다.
“(정말 시도 때도 발정이 나는구나. 교양이라고는 하나도 없군.)”
블란카다.
블란카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케이라 옆에서 세상모르고 자고 있었다.
자는 게 본체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데 더 좋다나?
믿기 어려웠지만, 믿지 않는다고 딱히 방법이 없기에 블란카가 원하는 대로 하게 뒀다.
블란카에게는 분명 드래곤의 위엄이 있었고, 본체를 찾으려고 하는 마음은 진실로 느껴졌으니까.
“발정이라니, 사랑은 성스러운 거야. 너도 그 결과로 태어난 거 아냐?”
“(드래곤은 그런 욕망에 의해 태어나지 않는다. 무식한 것.)”
어?
“드래곤은 마나의 주인, 마나가 모여 탄생해.”
“아... 그래서 저렇게 싸가지가 없는 거구나.”
“(나는 항상 진실만을 말할 뿐이다. 진실이 불편하다면 그대가 진실에서 도망치고 있는 것이겠지. 그대는 겁쟁이로구나.)”
음... 저게 지금 나를 긁으려고 하는 말인 거 알겠는데도 마음이 마구 긁힌다.
말도 말이지만, 저 띠꺼운 표정이 뭔가 참기가 힘들게 만든다.
나는 결국 손을 들어 꿀밤을 먹였다.
딱.
“(윽! 무식한 것이로고! 지성이 있다면 말로...)”
딱.
“(폭력 반대! 대체 이런 게 어디가 가정적이란 말이냐, 케이라!)”
두 번 맞은 블란카가 케이라의 품속으로 들어간다.
‘이제 못 때리겠지’하는 마음인지, 그녀는 나를 보며 혀를 쭉 내민다.
훗, 과연 그럴까?
나는 그녀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높이 들었다.
“(어? 어어? 놔라! 이거 놔! 빨리 나를 내려놓지 못할까! 케이라여! 이 짐승을 어서, 빨리 어떻게 하란 말이다!)”
“저는 힘이 없습니다. 위대한 이여.”
케이라도 블란카가 귀여운지, 어깨를 으쓱 올리며 빙그레 웃는다.
“(리! 너는 내가 본체로 돌아가면 절대로 가만히 안 둘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당장 놔라! 어서!)”
블란카가 발버둥을 친다.
그냥 들고 있을 뿐인데 왜 이렇게 난리인지, 어린애 취급당하는 것이 미치도록 싫은 것 같다.
하지만 진짜 본체로 돌아가면 하지 못할 일이니, 나에게는 지금 충분히 하는 게 좋다.
“싫은데? 억울하면 지금 본체로 오시든지.”
“(으으, 내 본체! 내 본...)”
“...블란카?”
블란카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방금 전까지는 싫어해도 진짜 싫어하는 듯한 느낌은 아니었는데, 지금은 아예 블란카의 영혼이 다른 곳에 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천천히 블란카를 땅에 내려놓았고, 블란카는 바로 케이라를 보며 말했다.
“*****.”
통역도 안 되는 말을 듣고 케이라가 외쳤다.
“모두 모이세요! 공간 이동합니다!”
체육관에서 대기하고 있던 로저스, 엘레나, 협회 키퍼 3명까지.
모두 마법진 중앙으로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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