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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인들이 나만 좋아한다-98화 (98/137)

〈 98화 〉 chapter 13. 쌍둥이의 역습

* * *

98.

다행이었다.

수장님이 나연 누나를 기절시키지 않았다면, 자지가 짜부러졌을 것이다.

A급 무투가의 악력이란.

아직도 얼얼하다.

“일단 들어가요.”

“네?”

내가 막을 새도 없었다.

수장님은 나연 누나를 이미 방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조금 전까지 나와 수장님이 흘린 체액으로 젖은 이불 위에 나연 누나가 누웠다.

저래도 괜찮을까?

탁.

수장님이 방문을 닫고, 다시 마법을 걸었다.

“죄송해요. 중간에 마법이 풀렸나 봐요.”

“괜찮아요. 종종 있는 일이잖아요.”

케이라도 가끔 실수하곤 했다.

절정에 오르면 마법을 유지할 정신이 없다고 한다.

실수가 몇 번 반복되고 나서는 마법진을 설치하는 걸로 바꿨다.

케이라는 내 방과 수장님의 방에도 마법진을 설치해 둬서 크루 하우스에서는 그 마법진을 썼었다.

하지만 이곳은 밖.

수장님의 마법에 기댈 수밖에 없었고,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도 예상은 했다.

물론 나연 누나가 문밖에서 자위를 하고 있는 건 예상하지 못했다.

“일단 제가 나갈게요. 누나에겐 수장님이 잘 말해 주세요.”

상의와 하의를 챙겼다.

이 자리에 계속 있는 것이 불편했다.

나연 누나가 자위를 한 게 무슨 의미인지가 궁금하긴 했지만, 어차피 내가 있는 자리에서 이야기하지는 않을 거다.

궁금한 건 수장님을 통해 들으면 된다.

“잠깐만, 정민씨.”

“...응?”

수장님, 아니 나리 누나가 반말로 이야기 한다는 건 섹스를 하고 싶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여기에서? 나연 누나가 있는데?

그에 대한 나리 누나의 답변은 신박했다.

“나연이는 어떻게 생각해?”

“...네?”

“나연이 예쁘잖아. 나랑 얼굴도 같고, 가슴도 같고, 골반도 같아.”

나연 누나의 몸은 얇은 옷으로 가려져 있었지만, 그게 어떤 모습인지는 바로 옆에 시청각 교재를 통해 잘 알 수 있었다.

알몸의 나리 누나는 나연 누나의 머리를 무릎 위에 두고서, 그 머리카락을 넘기고 있었다.

달빛 아래 쌍둥이 자매의 모습이 매력적이다.

“성격은 나보다도 잘 맞는 것 같은데, 안 그래?”

나연 누나랑은 잘 노는 편이다.

아무래도 털털하니까.

수장님은 카리스마 있으셔서 조금 거리가 있고.

섹스할 때는 완전히 다르지만.

잠깐만, 이거 함정 질문인 듯.

“아니야, 난 나리 누나랑 훨씬 더 잘 맞아. 나연 누나에겐 내가 맞춰주는 거지. 나리 누나랑은 속궁합도 잘 맞잖아.”

“나연이도 속궁합 잘 맞지 않을까? 우리 쌍둥이야.”

어라? 그게 그렇게 되나?

“누나, 지금 뭘 하고 싶은 거야?”

“말 그대로야, 정민씨. 우리 나연이, 어떻게 생각해?”

누나가 나를 바라본다.

저 눈빛에 담긴 뜻을 하렘의 주인인 내가 모를 리가 없다.

“...솔직히?”

“솔직히.”

“좋아해. 같이 가고 싶을 정도로.”

나연 누나는 친구였다.

심심할 때 불러내서 편의점 맥주를 할 수 있는 친구.

크루 하우스에서는 편의점 맥주가 아니라 거실 맥주였지만.

누나랑 내 사이는 편한 만큼 무방비했다.

한 집에서 살고, 운동도 같이 했으니 몸을 부대낄 기회도 많았다.

남자로서 감정이 안 생길 수가 없다.

“좋아, 그럼 깨울게.”

“응? 아니, 그래도 지금 당장은... 그리고 나연 누나 의견도 들어봐야 할 거 아니야.”

“정민씨, 착한 척은 그만해. 정민씨도 나연이가 어떤 마음인지 알잖아?”

...모르지는 않는다.

하렘의 주인이 내게 팔짱을 끼고, 헤드락을 거는 사람의 마음을 모른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은근슬젖을 하는 게 무의식적이라고 해도, 호감이 없는 게 아니다.

무의식적인 것을 의식적으로 만드는 건 지금 나에겐 쉬운 일이고.

솔직히 문 앞에서 자위하고 있는 거면 끝난 거다.

자세한 감정선은 모르겠지만, 나연 누나도 이미 선을 넘어 있는 게 분명했다.

“그래도 지금 당장은... 누나도 당황스러울 거예요.”

“안 돼. 나연이는 밀어 붙여야 해. 안 그러면 안 할 거야. 얘 은근히 부끄럼쟁이거든.”

“아니, 그래도...”

내가 녹음기처럼 ‘그래도’를 반복해도, 수장님은 단호했다.

나리 누나는 내가 속옷을 입는 것도 말렸다.

내가 두 손으로 가랑이를 가리는 사이에, 나리 누나가 나연 누나를 깨웠다.

“으음... 언니?”

“응, 나야.”

“언니, 왜 가슴이...”

나연 누나가 주변을 돌아보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누나의 두 눈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 가다가 급하게 올라갔다.

누나는 바로 일어나 내게 몸을 돌렸다.

“뭐야! 지금 이... 아...”

조금 전의 상황이 떠오른 것인지, 누나의 목소리가 줄어들었다.

나리 누나, 수장님이 천천히 나연 누나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나연아, 그동안 말 안 해서 미안해. 나 정민씨랑 사귀고 있어.”

“그, 그걸 지금 말해야 해? 일단 저 놈 좀 치워 봐. 어?”

“정민씨도 빨리 사과 해. 나연이에게 사과하고 싶다며.”

“아, 응... 맞아. 누나, 나도 미안해. 속이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말하기가 어려웠어.”

일단 자리에 앉았다.

성기는 성욕 제어로 인해 고개 숙이고 있지만, 지금 성욕은 아주 빠른 속도로 모이고 있다.

예상치 못한 전개인긴 하지만, 언제고 꿈꾸던 전개이기도 했다.

“집어 치워! 네 사과는 안 받아! 그리고 빨리 나가! 빨리 나가라고!”

“나연아, 진정해. 이렇게 화를 낸다고 변하는 건 없어.”

“언니!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나 지금 배신당한 기분이라고! 언니가 사귀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몰랐는데, 그게 정민이라니... 쟤 케이라랑도 사귀는 건 알아? 아는 데 이래?”

나연 누나가 강하게 짜증을 냈다.

짜증낼 만한 일이다.

“알아, 정민씨는 엘레나랑도 사귀어. 수연이랑도 썸씽이 있고. 그래도 난 정민씨가 좋아, 사랑해.”

“...뭐? 지금 내가 잘못 들은 거야? 그 수연이?”

나연 누나가 수장님을 뿌리치고 몸을 돌렸다.

수장님을 보는 눈빛이 아주 살벌하다.

누나는 수연이랑도 꽤 친하다.

귀여운 동생이라며 만날 때마다 아주 괴롭힌다.

인싸인 누나가 안 친한 사람이 있겠냐만은.

“제대로 들었어. 네가 아는 수연이랑도 곧 사귈 거야. 수연이도 정민씨를 좋아해. 아직 배울 게 많지만.”

“...역겨워. 어린애랑 노는 정민이도 역겹고, 그걸 아는 데도 가만히 있는 언니도 역겨워. 언니가 사람이야?”

아니, 수연이는 성인인데요.

심지어 케이라보다 나이가 많아요.

“난 사람이야. 그리고 그 부분은 전혀 미안하지 않아. 내가 미안한 건 사귄다는 이야기를 늦게 한 거뿐이야.”

“하, 이런 게 어이가 없다는 거구나. 역시 사람의 도리를 저버린 짐승들이랑은 이야기가 안 통하네.”

나연 누나의 화가 극에 달한 것 같지만, 큰 걱정은 안 된다.

내 눈엔 성욕이 보이니까.

누나의 몸에선 연기처럼 성욕이 피어오르고 있다.

저 화가 진짜일지라도, 동시에 굉장히 성적으로 흥분 중이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누나의 입을 다물게 할 수 있는 정황 증거가 있다.

수장님이 마침내 그 칼을 꺼내 들었다.

“그러는 너는? 너는 아까 뭐하고 있었는데? 내 입으로 말할까?”

나연 누나는 문 앞에서 자위 중이었다.

그 모습을 들킨 순간, 누나의 어떤 말도 힘을 가질 순 없었다.

같은 짐승이니까.

“닥쳐! 그건... 그건 실수야! 너희들이 하고 있는 건 짐승들이나 하는 짓이고! 다 나가! 역겨우니까 내 눈앞에서 사라지란 말이야!”

나연 누나가 다시 몸을 돌렸다.

대화도 하기 싫다는 뜻 같아 보였다.

“진짜 사라질까? 이제부터 네 눈앞에 안 보이면 되겠어? 소식도 하나 안 들리도록 하면 돼? 그걸 원해?”

“그래! 사라져! 당장 꺼지라고!”

“알겠어. 정민씨, 옷 챙겨. 나가자, 오늘은 밖에서 마무리 하면 될 것 같아.”

수장님이 일어났다.

누나는 여전히 등을 돌린 채지만, 등이 움찔하는 게 보인다.

흐름상 내가 한 번 당겨줄 때인 듯하다.

“나연 누나. 오늘 많이 실망했겠지만, 너무 미워하지는 말아 줘. 누나한테 미움 받으면 진짜 슬플 거 같아. 난 누나도 많이 좋아하니까.”

“...꺼져.”

여전히 밀어내긴 하지만, 누나의 성욕은 점점 더 증폭 중이다.

회심의 일격은 이번에도 통했다.

이제 쿨하게 일어나는 척하면서 누나가 잡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아주 훌륭한 그림이다.

“알았어.”

드르륵.

수장님이 문을 열었고, 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세 걸음이면 이 방을 나갈 거다.

하나.

이제 슬슬 붙잡아야 할 텐데, 과연 어떻게 될까?

둘.

음... 뭐지?

이래도 안 잡아?

실패인가?

슬슬 불안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저렇게 성욕이 폭발하고 있는데도 참고 있다니, 아까는 참지 못하고 자위를 했으면서.

다른 사람이 볼 때랑 안 볼 때랑 다르다는 건가?

아직은 이성이 앞서고 있는 건가?

믿고 있었던 카드를 까보니 생각보다 별로였다는 이야기는 흔하다.

수장님처럼 나도 밀어붙이면 될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큰일이다.

밀어붙인 만큼 반동이 클 테고, 다음 기회는 언제 올지 모르니까.

그래도 시작했으니 어떻게든 나연 누나와 함께 하고 싶지만... 이런 식으로 방을 나가게 되면, 진짜 끝날지도 모른다.

둘 반.

나연 누나도 그 부분을 알고 있을까?

인싸니까 충분히 알고 있겠지?

아니다, 남녀 사이는 모쏠이나 다름없으니까 모를 수도 있어.

그럼 내가 언질이라도 줘야하는 걸까?

잠깐 멈춰서...

둘 반의 반.

이렇게나 쫄리다니.

나 역시 누나에게 가 있는 마음이 큰 모양이다.

좋아.

누나가 안 잡으면, 내가 한 번 더 잡아야겠다 쪽으로 거의 마음이 기울었을 때였다.

“...거기 서 봐.”

나는 돌아서서 활짝 웃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견디며 걸음을 멈췄다.

“정민이 너, 나 진짜로 좋아해?”

“응, 좋아해.”

천천히 몸을 돌리니, 여전히 몸을 돌리고 있는 누나가 보였다.

“나는 몇 번째야?”

“모두가 첫 번째야.”

“...달콤하네.”

“진짜야.”

“후우...”

누나가 몸을 돌렸다.

누나의 얼굴을 빨갰다.

화가 난 건지, 부끄러운 건지 구분은 잘 안 갔지만 굉장히 예쁘다.

누나가 천천히 두 눈을 감는다.

나는 천천히 누나에게 다가가 누나의 턱을 잡았다.

내 손이 닿자, 누나가 움찔한다.

천천히 입술을 가져간다.

파르르 떨리는 눈썹이 마지막으로 내 눈동자에 들어온다.

나 역시 눈을 감으며 누나의 입술에 키스한다.

촉촉한 입술.

수장님과 비슷하면서도 또 다르다.

풋풋함 때문일까?

드르륵.

조금 더 여운을 느끼고 싶었는데, 문이 닫히는 소리 때문에 정신이 돌아왔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온 기척 때문에 정신이 없어졌다.

“...나리 누나?”

“...언니? 지금 뭐하는... 빨리 나가!”

누나가 다시 등을 돌렸다.

하지만 수장님은 나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나연아, 오늘은 나랑 같이 해야 할 거야.”

“...뭐?”

“...네?”

밀어붙여야 한다는 게, 이런 뜻이었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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