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7화 〉 chapter 13. 쌍둥이의 역습
* * *
97.
사랑채 앞에서 사람들을 들여보낸 지민이 나연에게 물었다.
“언니, 요즘은 어때요?”
“뭘?”
“뭐긴요. 사랑이지.”
“아... 그게...”
나연이 쓸쓸한 눈으로 사랑채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은 장지문 너머에 앉아 있을 정민을 쫓았다.
“아직 이구나. 신경 쓰인다는 그 사람은요? 그 사람은 변화가 없어요?”
“응, 여전히 여자 친구가 있어.”
나연은 정민의 자지를 빨던 케이라를 떠올렸다.
둘이서 호캉스를 즐기고 왔다는 소리도 들었다.
정식으로 들은 적은 없지만, 정민과 케이라는 연인사이임에 틀림없다.
병원에서부터 서로를 짐승처럼 탐했으니까.
인터넷 기사도 전부 둘이 연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인터넷 기사로 알아야 한다는 사실이, 그녀의 마음 속 상황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세상에 남자가 그 사람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이제 잊어버리는 게 어때요?”
지민이가 울상이 됐다.
나연은 지민과 크루 하우스에서 친해졌다.
운동하는 시간이 우연히 겹친 덕분이었다.
나연은 지민에게 정민을 신경 쓰고 있다는 이야기는 안 했다.
그냥 신경 쓰이는 사람이 있다고만 얘기했었다.
지민은 처음부터 그런 사람은 잊어버리라고 했지만, 그녀는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병원에서의 생생한 사운드는 여전히 녹음기 재생하듯 귓가에 울리고 있고, 언니를 구할 때의 장면은 동영상 재생하듯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다.
처녀에겐 너무나 큰 자극이었다.
“잊어버리려고. 최근엔 잘 생각도 안 해.”
나연은 다짐하듯 말했다.
여전히 밤마다 정민과의 섹스를 꿈꾸곤 하지만, 아무튼 안 되는 일이니까.
케이라라는 예쁜 연인이 떡하고 버티고 있는데, 그녀에게까지 기회가 돌아올 리 없었다.
언니처럼 괴상한 상황이라도 왔으면 하고 바라지만, 망상일 뿐임을 그녀 스스로도 잘 알았다.
“잘 생각했어요. 그 사람이 누군지는 몰라도 언니가 백퍼 아까워요. 성격도, 외모도, 능력도.”
“맞아. 당연히 내가 아깝지.”
‘아니야, 정민이가 더 아까워.’
겉으로는 웃었지만, 나연은 속으로 썩소를 지었다.
정민은 훈남이었다.
연예인처럼 잘 생기진 않았지만, 남자다운 매력이 넘쳤다.
능력은 말할 것도 없었다.
지금 한국에서 가장 핫한 사람이 그였다.
거기에다 남자로서의 능력.
그녀는 케이라를 짐승으로 만드는 정민의 능력을 알았다.
커다란 자지를 실제로 보기도 했다.
그녀가 몰래 보던 야동 속 자지보다 훨씬 큰 사이즈였다.
성격도 좋았다.
친절하고, 장난도 잘 받아줬다.
말도 예쁘게 하는 편이었다.
그리고 이런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정민은 그녀를 죽음에서 구했다.
그녀를 그렇게 만든 범인도 잡게 해줬다.
나연에게 정민은 백마 탄 왕자님이나 다름없었다.
똥차를 날려 버렸으니, 원래는 그 자리를 차지했어야 할 벤츠가 바로 정민이었다.
문제는 그 벤츠에 이미 주인이 있었다는 거였지만.
나연은 케이라가 없는 세계를 끊임없이 망상했다.
그 세계에서라면 정민과 연인이 될 수 있었을까?
그 세계에서도 그녀가 정민에게 빠졌으리라는 것은 분명했다.
지금처럼 충격적인 경험은 없었겠지만, 실연과 배신의 상처에 스며드는 위로의 말을 그녀가 쉽게 넘겼을 리 만무했다.
빈자리가 만드는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정민을 찾았을 거고, 사랑에 빠졌을 것이다.
그리고 나연이 사랑에 빠졌다면, 십중팔구 정민도 나연을 막진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스스로가 봐도 좋은 몸매에 예쁜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더불어 두 사람은 대화도 은근 잘 통했다.
연인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나연보다 예쁘고, 인연이 깊은 케이라만 없다면.
“너는 어때? 좋은 사람 있어?”
“학교에는 다 애들뿐이에요. 그 외 사람들은 이곳에서 만날 기회가 적고... 빨리 졸업하고 대학에 갔으면 좋겠어요.”
“대학 좋지. 대학 가면 남자 친구 많이 사귈 수 있을 거야. 지민이도 귀엽고 착하니까.”
나연은 지민이가 빨리 남자를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녀처럼 소중히 한다고 남는 것도 없다.
오히려 뒤처지는 느낌과 세상 헛살았다는 후회만 남을 뿐.
지민이면 충분히 과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자질이 있었다.
“그래요? 오빠는 맨날 나보고 오징어처럼 생겼다고 놀리는데.”
“그건 정민이가 너 귀엽다고 하는 이야기야.”
“귀여운데 오징어가 뭐예요. 하여튼 오빠란 놈이...”
나연은 이렇게나마 정민에 관해 이야기하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그녀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걸렸다.
+++
밤.
나연은 잠에서 깼다.
시각은 1시 쯤.
평소와 달리 일찍 잠에 들었기 때문에 깬 것 같았다.
평소에는 정민과 케이라의 섹스를 상상하면서 자위하다가 늦잠을 잤는데, 할아버지의 저택에서는 그럴 수 없었으니까.
오늘 같은 날도 정민과 케이라가 섹스를 할 것 같지는 않았고.
“...잠이 안 와.”
더 자려고 누워 있었지만, 20분이 넘도록 잠은 오지 않았다.
나연은 산책이라도 나가야겠다 싶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드르륵.
마루 건너편은 나리 언니의 방이다.
오늘 같은 날은 언니가 편히 쉴 수 있는 몇 안 되는 날.
나연은 잠귀가 밝은 언니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레 움직였다.
끼이익.
그러나 마루는 나연을 배신했다.
나연은 자기도 모르게 숨을 죽이며 옆방의 기척을 살폈다.
숨소리 하나 나지 않았다.
‘어? 뭐지?’
이상했다.
너무 조용해서 이상했다.
이 거리라면 자고 있는 언니의 숨소리까지 다 들려야 정상인데,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산책이라도 나간 건가?’
그녀는 천천히 나리의 방으로 접근했다.
그러다 그녀는 장지문에 비친 달그림자를 눈치챘다.
그림자는 분명 두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은 망측한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설마...’
나연의 직감은 벌써 결론을 내 놓았지만, 그녀의 머리는 애써 결론을 부정했다.
심장이 배신감에 뛸 준비를 해도, 눈은 일단 확인을 하자고 다독였다.
그녀도 케이라가 자주 소리를 없애는 마법을 쓰는 걸 알고 있었다.
크루 하우스에서 케이라의 방이 조용한 건 그 때문이었으니까.
‘정민이랑 케이라일 거야. 왜 여기서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둘이겠지.’
장지문은 꽉 닫혀 있었지만, 틈이 없는 건 아니었다.
나연은 그 틈 사이로, 엉켜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확인했다.
쿵.
심장과 동시에 나연의 두 무릎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게 뭐야...?’
하지만 안의 소리가 밖으로 안 나오는 것처럼, 밖의 소리도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안의 두 사람은 나연의 상태가 어떻든지 상관없이 서로를 탐하는 중이었다.
‘어째서 언니가?’
정민이 허리를 밀자, 나리가 고개를 젖혔다.
‘그 때는 어쩔 수 없이 한 거 아니었나? 케이라는 어쩌고?’
나리는 나연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볼을 빨갛게 물들이고는 사랑을 갈구하는 얼굴.
바로 암컷의 표정.
‘이게 뭐야? 이게 뭐냐고!’
남자에 관심이라고는 하나도 없던 나리가 저러고 있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케이라라는 아름다운 여자 친구를 두고서 정민이 나리와 저러고 있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두 달이나 저러고 있었을 텐데, 나연 자신은 몰랐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미워, 미워, 미워!’
나연은 자신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나리가 미웠다.
나연은 자신에게 기회를 주지 않은 정민이 미웠다.
나연은 이런 상태에서도 정민의 탄탄한 몸을 보며 젖어가는 자신이 미웠다.
스윽스윽.
그녀는 이미 보지를 손으로 비비고 있었다.
두 눈은 처음부터 정민의 몸과 가끔씩 보이는 자지에 고정 되어 있었다.
“하으...”
그녀는 본격적으로 자위를 시작했다.
가랑이를 문을 향해 활짝 벌리고, 손으로 바지 위를 계속 문질렀다.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녀는 멈출 수 없었다.
이미 자기 빼고 전부 다 짐승처럼 놀고 있는데, 자신만 점잖은 척 하고 싶진 않았다.
‘이젠 나도 몰라.’
박창식이 잡힌 지 3달, 배신감을 자위로 달래던 나연은 이제 자위로 만족하고 싶지 않았다.
진짜 물건이 필요했다.
그녀를 구해줄 진짜 물건.
그게 그녀를 구해준 사람의 것이라면, 그녀에겐 더할 나위 없었다.
‘나도 하고 싶다고!’
물론, 그런 결심과 상관없이 정민이 문을 열고 나왔을 때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녀에게 실전은 처음이었으니까.
“...앙?”
“...나연 누나?”
“그, 그, 그...”
나연의 눈동자는 얼굴 바로 앞에서 고고하게 서 있는 자지에 고정되어 있었다.
나리의 애액과 정민의 정액이 뒤섞여 번들거리는 자지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나연이 손을 올려 정민의 자지를 잡았다.
정민이 빼려고 했지만, 육체 능력은 분명히 나연이 더 높았다.
“누나, 지금 뭐하는... 일단 이거 놔, 놓고 이야기해. 으헉... 누나, 그렇게 세게 잡으면 안 된다고!”
이미 눈이 돌아간 나연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손 안에서 열기를 내뿜고 있는 자지만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박동하는 핏줄의 진동을 손으로 느끼면서, 나연은 황홀한 미소를 지었다.
“이거 였어, 이게 내가 원하는...”
그게 나연의 마지막이었다.
어느새 나연의 뒤에 선 나리가 나연의 목을 쳐 기절 시켰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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