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6화 〉 chapter 13. 쌍둥이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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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돈.
원룸에서 살던 공시생일 때는 돈만 생각했다.
돈이 있어야 먹고 사니까.
공무원이 되고자 했던 건 내게 다른 재능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나마 시험 보는 것 정도 잘한다고 생각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그렇게 1~2년, 혹은 3~4년 공부하고 공무원이 된 후엔 어떻게 됐을까?
인연이 있어 결혼을 했다면 생활비 버느라 전전긍긍하고 있었을 거고, 혼자라면 조금은 느긋하게 살겠지.
어쨌든 평생 돈 때문에 걱정하면서 살았을 게 뻔하다.
어느 쪽이든 내 집 마련은 꿈도 못 꿨을 테고.
그러나 지금은 그런 걱정이 전혀 없다.
키퍼가 된 순간에 돈 걱정에서는 해방됐다.
돈 욕심이 있다면 또 모르지만, 내겐 GGC 지분 10%면 충분하다.
사람.
친구야, 뭐.
친하게 지내는 고딩 애들 몇 정도는 있다.
키퍼가 되고 나서는 만나지 못했지만, 그건 의도한 게 아니다.
키퍼가 되고 반 년 동안, 아주 바쁘게 살았기 때문이다.
물론 내 친구는 다 남자애들이다.
여자 친구는 두 명 있었다.
둘 다 짧게 만났고, 성격 차이로 헤어졌다.
한 명과는 스킨십도 거의 못 했고, 한 명과는 첫경험을 했다.
하지만 상대는 그리 성적인 관심이 많지 않았다.
짧은 연애 기간 동안 3번 정도 관계를 가졌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다행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여기까지 성적으로 발전한 걸 보면, 내게 이쪽으로 재능이 있다는 건 분명하니까.
전 여자 친구와 두어 번만 더 관계를 맺었더라면, 내 인생 자체가 바뀌었을 것 같다.
아무튼 그동안 사람에 욕심은 없었다.
돈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키퍼가 된 후에는, 사람에 욕심을 부릴 필요가 없게 됐다.
좋은 사람들만 계속 만났다.
소연이, 가람 형, 수장님... 그리고 누구보다 케이라와 엘레나.
이 이상 누가 필요할까 싶다.
명예.
이름을 날리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던가?
유치원 때는 그런 생각을 했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이미 내가 이름을 알리지 못하는 사람이란 걸 깨달았다.
외모, 운동, 머리...
그 어느 것 하나 뛰어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나만 좋아하는 게 있어서 죽을 정도로 몰두하는 스타일도 아니었고.
이 세상의 주인공이 내가 아니라는 건 그때부터 깨달았던 것 같다.
그때부터 내 목표는 적당히 먹고 살면서 즐기는 거였다.
그러다 키퍼가 됐다.
그것도 그냥 키퍼가 아니라,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키퍼가.
그리고 거의 주인공급 행보를 보이고 있다.
나 스스로 이렇게 평가하긴 좀 그렇지만, 객관적으로 봐도 분명 그렇다.
이젠 내가 멈춘다고 해도 주변에서 가만히 놔주지 않을 정도다.
이런 명예를 원한 건 아니지만, 싫지는 않다.
사람들이 고맙다고 해주고, 멋지다고 해주는데 싫어할 리가 없다.
그만큼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지만, 아직은 괜찮은 거 같다.
하지만 더 가지고 싶은 건 아니다.
이정도면 충분하다.
그럼 이대로 만족하며 살 것인가?
그것도 한 방법이다.
나는 지금 행복하고, 이보다 더 큰 행복을 상상할 수도 없다.
세상 어디에 내 하렘보다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곳이 있을까?
그래도 사람이라고, 내게도 욕심이 없는 건 아니다.
“저는 이세계를 여행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세계 여행.
이건 처음에 이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생각했던 거다.
“이세계로 넘어갈 수도 있는 건가? 아니지, 당연한 것이겠구먼. 왜 그 생각을 못했지?”
“당연하지 않습니다. 아직 못하는 일이니까요. 차후에는 가능하도록 노력할 겁니다.”
“놀라워. 이세계라... 그런데 왜 이세계지? 여행이라면 다른 나라도 많지 않느냐.”
“그...”
이걸 입 밖으로 낸 적이 없어서 살짝 고민했지만, 이야기 못 할 이유는 없다.
“케이라와 엘레나의 고향에 가보고 싶습니다. 두 사람이 평생 고향에도 못 간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일 테니까요.”
일단은 케이라와 엘레나가 고향에 갈 수 있도록 하는 게 먼저다.
지구가 제법 익숙해졌다고는 하나, 여긴 결국 타향. 고향과 비교하는 건 말도 안 된다.
오늘 와서 수장님이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는 장면을 보니 더더욱 케이라와 엘레나를 고향으로 데리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둘 다 고아지만, 둘 다 친구는 있을 테니까.
“좋은 생각이야. 그 이야기를 내 앞에서 한다는 게 참 또...”
“제게 누구 앞이라서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수장님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곳이 수장님의 홈그라운드라 배려를 하긴 했지만, 할 말은 해야지.
그래야 수장님이 어웨이에 있을 때도 챙김을 받을 수 있다.
“맞는 말이야. 지나친 편애는 독이 되겠지. 그 문제야 나리가 알아서 할 일이고... 이세계로 가서 또 하고 싶은 건 없나?”
“이종족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엘프나 드워프, 드래곤 같은 종족들 말입니다. 이세계의 오크는 게이트 내에 나오는 오크랑 다르다고 하던데, 그쪽도 관심이 많습니다.”
나는 엘프와 드워프 같은 이종족을 실제로 보고 싶다.
다른 나라의 건축물을 본다거나 유적지에 관한 관심은 전혀 없는데, 이상하게 이건 마음이 끌린다.
내가 키퍼 소설 중에도 이세계물을 좋아했었기 때문인지도.
최근 엘프를 화면으로 보고 나서는 그 마음이 더 커졌다.
그래서 미국에 한 번 오라는 미국 키퍼 협회의 초청을 거절하지 못했다.
“엘프 여인와 드워프 여인, 드래곤 여인도 모자라 오크 여인까지 탐하겠다고? 니 놈의 통이 크긴 큰 모양이구나. 크툴루라고 할만 해.”
“네? 아닙니다. 저는 그런 의도로 이야기한 게...”
싸늘하다.
등 뒤에 비수가 날아와 꽂히는 것 같다.
케이라, 엘레나, 그리고 수장님까지.
눈빛만으로도 날 죽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의도가 아니긴. 니 놈의 사탕발림으로 넘어갈 남자는 없느니라. 뻔히 보이는데 무슨 발뺌이냐.”
“아닙니다. 진짜 궁금할 뿐이라고요!”
억울했다.
적어도 지금은 그런 생각이 전혀 없었다.
정말로!
물론, 나중일은 어찌될지 모르긴 하지만...
“됐다. 니 놈 머릿속이 어찌 돼 있는지는 알았으니 더 변명할 필요 없다. 앞으로도 나리나 빼먹지 말 거라. 니 놈의 그 크툴루 같은 통으로.”
“아니, 그... 후... 수장님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제가 전력으로 사랑하고 있습니다.”
나는 진심을 담아 또박또박 말했다.
그 덕일까, 할아버지의 얼굴에 처음으로 옅은 미소가 피었다.
“좋다. 그럼 나가 보거라, 우리 나리랑 이야기를 좀 해야 할 듯하니. 밖에 나연이도 들어오라고 해라.”
나와 케이라, 엘레나는 밖으로 나왔다.
나연 누나가 안으로 들어가자, 밖에는 지민이가 남았다.
“이쪽으로 와. 엄마 아빠 만나야지.”
지민이가 당연하다는 듯이 앞장섰고, 내가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케이라와 엘레나가 따라 붙자, 지민이가 멈춰 섰다.
“두 분은 왜요? 두 분은 기다리시면 여기 집사님이 따로 안내해 주실 거예요.”
명백하게 날이 서 있는 반응에 조금 당황했다.
[지민이 말대로 해. 우선 가족끼리 이야기 해. 아버님, 어머님께는 엘레나랑 같이 따로 인사드릴게.]
케이라와 엘레나는 우리 가족과 서로 안다.
거의 두 달을 크루 하우스에서 지냈으니까.
훈련이다 게이트다 바빴으니 친분은 적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지민이 옆에 섰다.
어차피 지금 우리 모두의 관계를 부모님께 설명할 생각은 없다.
차차 하긴 하겠지만, 오늘은 아니다.
오늘은 수장님 일로 심력을 다 소모했다.
“야, 너 왜 말이 차갑냐? 내 친군데 좀 잘해 줄 수 없어?”
“몰라. 난 분명히 한국인이 좋다고 했어. 엄마 아빠도 한국인이 좋댔어.”
그러면서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가는 지민.
“야, 같이 가!”
그런데 한국인 누구?
한국인도 많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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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의 이야기는 적당히 잘 끝났다.
두 분은 아주 편안하게 잘 지내고 계셨다.
소일거리로 농사를 짓는데, 그게 아주 재밌다고 하셨다.
웅찬 할아버지가 전 국정원장인 건 모르시지만, 모르시는 게 훨씬 맘이 편하지 않을까 싶다.
가족에게 웅찬 할아버지는 그냥 부자 할아버지다.
지민이의 통학이 조금 힘들긴 했지만, 지민이도 크게 불만은 없는 모양이다.
이게 다 내가 용돈을 두둑이 보내주기 때문이다.
저녁은 모두 함께 모여 먹었고, 우리는 여기서 하루 묵고 가기로 했다.
나도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수장님도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게 좋으니까.
그런데 왜 나랑 수장님이 함께 있는 걸까.
“정민씨, 너무 좋아, 하윽! 더, 더!”
나는 선 채로 강하게 허리를 튕겼다.
나리 누나의 몸이 약간 떠올랐다가 다시 내려오면서, 자지가 보지를 한 번에 뚫었다.
“하아아앙!”
나리 누나가 허리를 휘며 쾌락을 내뱉었다.
온 기와집이 떠나갈 듯이 큰 소리였지만, 나리 누나도 서큐버스다.
방음 대책은 이미 다 돼 있다.
“그렇게 좋아?”
“응, 씨발 너무 좋아, 미칠 것 같... 항!”
나는 나리 누나가 욕하는 게 너무 좋다.
“그럼 싸 줄게. 다 받아야 해, 누나.”
“응, 알았어. 다 줘, 다... 흐으응!”
선 채로 사정하자, 누나가 다리로 내 몸을 조이며 나를 강하게 안았다.
뚝뚝.
자지와 보지 틈 사이로 찐득한 정액이 흘러나와 바닥에 떨어졌다.
“하앙... 항...”
나는 여운에 잠겨 있는 나리 누나를 들어올려 자지를 빼고 바닥에 서게 했다.
그러자 또 한 번, 주르륵 하고 정액이 흘러 내렸다.
저번 환골탈태 아닌 환골탈태 이후로 정액량이 대폭 늘었다.
쓸모는 없지만, 시각적으로는 굉장히 만족스럽다.
똑.
그런데 정액 떨어지는 소리 사이로 조금 다른 소리가 들린다.
정액보다 가벼운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
소리는 문밖, 마루에서 났다.
“누구야!”
문 밖에는 한 사람이 안을 엿보는 자세로 앉아 있었다.
그 사람은 그 자세에서 한 손으로 자기 성기를 비비고 있었는데, 거기가 축축하다 못해 흥건해서 지금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앙?”
귀여운 신음을 내는 사람은, 내가 상상도 못한 인물이었다.
“...나연 누나?”
누나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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