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화 〉 chapter 12. 메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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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지이익.
나는 케이라 수트의 지퍼를 내렸다.
지퍼는 등에 달려 있었다.
지퍼를 내리자, 케이라가 수트에서 팔을 빼냈고, 그녀의 상체가 드러났다.
순백의 피부는 거친 섹스 직후라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스포츠 브라는 위로 끌어 올렸다.
드디어 꽁꽁 숨겨져 있던 그녀의 앙가슴이 드러났다.
주물주물.
난 그녀 뒤에 누워서 가슴을 만졌다.
물방울 모양의 탄력 넘치는 가슴이 내 손 아래에서 뭉개지다가, 손을 떼니 바로 돌아왔다.
이미 빨딱 서 있는 젖꼭지를 간질이기도 했다.
“내 가슴이 좋아?”
“응, 좋아.”
“왜?”
“만지다 보면 마음이 편해져.”
“그건 엘레나 가슴 아니야?”
“엘레나 가슴도 만지면 마음이 편해지지만, 케이라가 더 좋아.”
엘레나 가슴은 마음이 편해진다기보다는, 마음이 넓어진다고나 할까, 화가 풀리는 느낌이다.
케이라 가슴도 마음이 넓어지긴 하지만, 그보다는 마음이 든든해지는 느낌이다. 힘이 난다고 해야 할까.
뭔 차이냐고 반문하면 나도 할 말은 없다.
니들이 만져 보든가.
“거짓말. 큰 가슴이 더 좋으면서.”
“진짠데? 가슴은 크기가 다가 아니라고.”
“그런데 왜 여기는 죽어 있어?”
케이라가 내 분신을 손으로 잡는다.
아까부터 케이라가 내 분신을 자기 엉덩이로 비볐지만, 내 분신은 여전히 말랑한 상태다.
그녀가 손으로 주무르는 지금도.
“아직 두 번밖에 안 쌌으니까, 힘이 없다느니 하는 말을 마.”
나는 정력왕이다.
객관적으로 그렇다.
처음에는 2~3번이 고작이었는데, 지금은 10번이 기본이다.
이 정도면 키퍼 중에서도 비정상적인 수치다.
최근에는 한계까지 정자를 뽑아낸 기억도 없다.
13번인가 사정하고서도, 쌩쌩했을 때는 나 자신도 놀랐다.
언제부터 이렇게 됐을까?
시작은 헬위크였던 것 같다.
엘레나에게 마력을 주면서, 케이라랑은 섹스하고, 나연 누나하고 운동하던 시기.
엘레나가 1주일 내내 내 마력에 쾌감을 느끼면서, 결국 지구에 남기로 결정했던 사건.
그 이후로 난 4~5번이 기본이 됐고, 할 때마다 한계가 늘어나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점점 발전해가다가, 마침표를 찍은 사건이 바로 나리 누나의 정신세계에서 벌였던 서큐버스와의 한판이다.
그때 뭔가가 바뀐 것 같다.
그전까지 성욕이 육체와 연관되어 있었다면, 그 이후로는 정신의 문제로 넘어간 느낌이라고 할까.
성욕을 쓰게 된 것도 그때부터다.
성욕과 정기를 다루게 된 다음부터는 한계를 느껴본 적이 없다.
육체가 피곤해서 몸을 못 움직일지언정, 발기를 유지하지 못한 적은 없다.
당연히 지금도 그렇다.
“그건 내가 제어하고 있기 때문이야. 이걸 풀면...”
“와...”
단번에 내 분신이 커졌다.
“신기하지? 반대로도 돼.”
난 성욕을 정기로 바꾸었다.
그러자 분신이 다시 죽어 버렸다.
“진짜, 뭐야? 악마야?”
“당연하지. 나는 악마, 인큐버스라고. 나는 모든 가슴에서 성욕을 느끼지.”
주물주물.
대화 중에도 난 쉬지 않고 케이라의 가슴을 만졌다.
진짜 좋다.
평생 이러고 있으라고 해도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케이라는 그게 아닌가 보다.
“...그건 결국 내가 아니라도 된다는 이야기잖아.”
케이라는 오늘따라 어째 좀 더 여자여자한 느낌이다.
평소에도 사랑을 확인 받고 싶어 하고, 어리광도 자주 부리고, 대인배인척 굴어도 실은 집착 쩌는 사람이란 거 잘 안다.
지금은 그게 좀 더 밖으로 표현됐는데, 무슨 일 있나?
나는 케이라를 돌려 마주 봤다.
“케이라, 무슨 일 있어?”
“어? 아무 일도 없어. 진짜 아무 일도 없는데?”
얼핏 보면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보인다.
표정은 그대로며, 이 와중에도 손은 끊임없이 내 분신을 쓰다듬고 있는 성욕 몬스터 그 자체니까.
하지만 순간적으로 흔들리는 눈빛을 난 놓치지 않았다.
“흐음... 진짜 아무 일도 없어?”
“없어, 있으면 다 얘기하잖아. 저번...에도 졸랐고.”
저번이라 함은 ‘지금 나는 잊어버렸잖아.’라고 내게 소리치던 때를 말한다.
그녀에게는 힘든 투정이었을 것이다.
뭔가 알아서 잘한다는 이미지가 있으니까.
그녀뿐만 아니라 내 주변의 여자들이 다들 그렇지만.
그러고 보면 정말로 감사해야 할 일이다.
“그럼 오늘 한 생각들 다 말해 봐. 하나라도 빼 먹으면 오늘 섹스는 없어.”
“아니, 그런 게...”
케이라가 두 손으로 내 자지를 잡고 흔들었지만, 이젠 그런 식의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
“양손으로 주물러도, 입에 넣어도 안 되는 건 안 돼. 나는 성욕을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이거든?”
“...그걸 꼭 다 말해야 해? 그렇게 검열할 필요가 있는 거야?”
“검열? 아닌데? 난 그냥 알고 싶은 거야. 케이라가 오늘 뭐 했고, 무슨 생각 했는지. 너도 알고 싶지 않아?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
케이라가 나를 바라본다.
신비로운 푸른 눈동자가 내게 알려주는 건 두려움과 부끄러움.
내 눈동자도 그런 걸 말하고 있지 않을까.
사실 이런 건 연인 사이에 굉장히 당연한 일이다.
삶과 감정을 나누는 거 말이다.
하지만 육체로 먼저 시작한 우리는 이런 부분이 약했다.
솔직히 감정적 유대를 쌓을 시간도 없었다.
최근에는 사건이 파도처럼 연달아 일어났으니까.
한 건 해결하면, 또 다른 사건이 닥쳐와서 육체적 유대를 맺기에도 벅찼다.
“...메이드를 수색할 때, 이제 너가 나보다 잘 찾는구나 생각했어.”
그거야 이게 마나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태클을 걸진 않았다.
“옛날에는 내가 널 지켰는데, 너를 지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생각했어. 엘레나도 있고.”
나는 너를 지키고 싶다고 말하진 않았다.
“마법진과 메이드가 상관없다는 건 알 수 있었어. 그래서 무리했어. 스켈레톤이라도 한 번에 처리해 보려고. 메이드는... 지금도 모르는 상태고.”
너에게 모든 걸 물을 생각은 없었는데.
“멋진 거 보여줬으니까 상을 받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텐트에서 너가 반응을 안 했어. 엘레나 앞에서 그렇게 비볐는데도... 부끄러웠어. 지금 생각하면 성욕을 제어한 거겠지만...”
상을 줄 생각이었다.
고생한 만큼 더 봉사할 생각이었다.
“너와 함께한 시간은 둥둥 떠 있는 것처럼 좋았어. 그런데 끝나면 뭔가... 불안해. 너를 잃어버릴 것만 같아.”
내가 너를 두고 많이 떠나기는 했어.
가람의 게이트에 들어갔을 때도, 백화를 썼을 때도, 신성을 강제로 끌어 올 때도... 엊그제도 또 그랬고.
“어쩌면 너가 나를 잊어버릴 수도...”
단순히 말하면, 케이라는 불안한 것 같다.
그래서 계속 걱정하고, 비교하고, 확인하려고 하고...
물론 불안 그 이상일 것이다.
내게 말하지 못한 것도 있을 거고, 자기도 모르는 감정들도 있을 테니까.
그 모든 것을 한 번에 정의내릴 수 있는 단어 따위는 없을 거다.
굳이 그러고 싶지도 않고.
다만 지금은 저 불안함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다.
나는 케이라를 꽈악 끌어안았다.
“잊지 않을 거야. 날 믿어줘.”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어.”
“행동으로도 보여줬잖아?”
“모두에게 하는 거잖아.”
말은 이렇게 하지만, 케이라가 나를 꼭 껴안았다.
목소리도 촉촉하게 젖었다.
“사랑해. 내 심장을 보여줄 수 있으면 당장 보여주고 싶어. 다 너로만 가득 채워져 있는데.”
“몰라, 그런 말 안 믿어.”
“사랑해, 케이라. 평생 사랑할 거야.”
“...안 믿을 거야.”
“사랑해. 믿을 때까지 말해 줄게, 아니, 보여줄게.”
“...흐아앙.”
케이라가 서럽게 운다.
그녀가 우는 건 처음 본다.
울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안 운 게 신기하다.
21살, 고아, 연고라고는 없는 다른 세계...
엘레나는 루라도 있지, 그녀에게는 나 말고는 아무도, 아무것도 없다.
나는 그녀를 좀 더 강하게 끌어안았다.
한참이나.
그녀가 울음을 멈출 때까지.
“...흑, 끄윽.”
“좀 괜찮아?”
케이라의 얼굴을 살짝 들어 상태를 보려고 했는데, 그녀가 거부했다.
“싫어, 보지 마, 짜증 나.”
말과는 다르게 그녀는 내 품속으로 더 깊게 파고든다.
“너라면 울어도 예쁜데.”
“또 거짓말.”
“아니야, 진짜야.”
“그래도 안 보여줘.”
우웅.
마나가 진동했고, 케이라가 자신 있게 얼굴을 들었다.
원래의 포커페이스가 거기에 있었다.
눈의 붓기 같은 것도 빠지다니, 마법이란 진짜 대단하다.
“정민아.”
“응.”
“사랑해.”
“나도.”
쪽.
케이라와 입맞춤했다.
평소와 다르게 혀도 오가지 않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충실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이렇게 조금 더 가까워지는 걸까.
그래서였는지도 모르겠다.
몸에서 반응이 왔다.
불끈.
“...어?”
“또... 지금 타이밍은 아니지 않아?”
“아니, 그게...”
나도 지금 타이밍은 아닌 거 안다.
이 플라토닉하고 아름다운 분위기에서 발기라니.
우리가 아무리 육체관계에 진심이라지만, 모든 걸 육체관계로만 치환해서는 길게 갈 수가 없다.
그래서 지금도 빡세게 성욕을 제어하고 있는데, 왜?
심지어 아무것도 안 했는데 안고 있는 것만으로도 분신이 신호를 보내왔다.
‘나 이제 쌀 거임.’
안 돼!
난 조금 더 제어에 신경 썼다.
그 덕에 사정감이 멈추기는 했지만, 발기는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미안... 내가 널 많이 좋아하나 봐. 이런 상황에서도 제어가 안되네.”
“잠깐만, 그거 진짜 ‘제어’가 안 된다는 거야?”
“응? 아, 맞아. 제어가 잘 안 되네. 멋대로 막...”
“그러면 지금 제어를 한 번 풀어 봐.”
케이라가 눈을 빛내며 내게 요구했다.
호기심에 가득 찬 눈을 보니, 또 연구자 기질이 발동한 모양이다.
그러나 나는 거기에 응할 수 없었다.
아니, 응하고 싶지 않았다.
이거, 진짜 잘못하면 바로 싼다.
케이라가 날 건드리기만 해도 쌀지도 모른다.
일종의 무발기 사정처럼...
그 가정 자체는 싫지 않지만, 그걸 보이는 건 나라고 해도 부끄럽다.
부끄러운 수준이 아니라, 수치스러워서 죽고 싶을 거다.
“케이라.”
“응? 왜? 빨리... 하읍.”
나는 케이라의 입을 내 입으로 막았다.
“하앙, 츄읍... 잠깐, 지금이게... 하으읏!”
나는 케이라의 계곡에 얼굴을 묻고 강하게 흡입했다.
입으로 하는 것에 약한 케이라가 바로 자지러지며 계곡주를 뿜어냈다.
“하아앙...”
정신없게 만들어서 이 정보를 날려버려야 한다.
“정민아, 아흑, 항...”
텐트 안이 다시 성욕으로 가득 찼다.
아까보다 2배는 더 짙은 농도다.
그래서 나도 조금 정신없이 케이라에게만 몰두했다.
나와 케이라가 만들어낸 성욕이 어딘가로 향하는 것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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