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9화 〉 chapter 10. 이터널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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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5인 1조로 흩어져서 찾는다.”
“목표는 딴딴이다!”
협회 키퍼들은 한성민의 명령을 따라 이터널 게이트 내부로 흩어졌다.
그들은 다른 정찰팀이 들어오기 전에 게이트를 조사해서 소유권을 주장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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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저는 갈게요. 몸조심하셔야 해요. 윌리엄 삼촌, 저희 오빠 잘 부탁드려요!’
수연이는 서울로 돌아갔다.
이곳은 일반인에겐 위험한 장소니까.
죽음의 땅을 조사하고 있던 협회 직원들도 모두 돌려보냈다.
이곳엔 우리 일행 포함 10명이 남았다.
10명은 모두 키퍼였다.
그중에는 S급으로 분류되는 키퍼가 3명이나 있기도 했다.
평소라면 아주 든든한 상황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쩐지 불안했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렇게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금방이라도 비가 떨어질 것처럼 우중충한 날씨도 거기에 한몫하고 있었다.
폭풍 전야.
우리는 이곳저곳에 지원을 좀 더 요청했다.
“신용산 키퍼들이 오후엔 도착할 겁니다. 다들 다른 게이트에 들어가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요.”
“협회에도 재차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빌런 수사 중인 친구들도 다 불렀어요. 15명은 올 수 있어요.”
“GGC에서는 전원이 올 거예요. 수장님이 지금 출발하신다네요. 2시간쯤 걸린답니다.”
다들 협조적이었다.
이 정도 수면 S급 키퍼들이 올 때까지는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이제 2시간 동안만 별일이 없으면...”
그러나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별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마법진의 빛이 사라졌어요!”
제일 먼저 발견한 건 엘레나였다.
마법진의 흰 글자가 검게 변하더니, 이내 스르르 흩어지고 말았다.
“케이라?”
“마법진의 수명이 다했어.”
“그럼?”
“마법진을 설치한 자가 목적을 다 이루었다는 말이,,,”
우웅.
케이라와 나 사이에 푸른 문이 나타났다.
작은 게이트에서 가장 먼저 나온 건 앙상한 뼈밖에 없는 발등이었다.
덜그럭, 덜그럭.
뼈와 뼈가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우중충한 날씨에 너무 잘 어울렸다.
“...스켈레톤.”
나는 익히 알려진 몬스터의 이름을 말했다.
스켈레톤이 고개를 돌리며, 내 쪽을 바라봤다.
두 눈이 있어야 할 자리는 텅 비어 있었고, 대신 두개골 내부에서 보라색 빛이 새어 나왔다.
그리고 그게 시작이었다.
위잉, 위잉, 위잉, 위잉.
수십 개의 문이 동시에 열렸다.
안에서는 스켈레톤 전사, 마법사, 아쳐 등 모든 스켈레톤 시리즈들이 튀어나왔다.
“모두 위로 올라가요!”
문으로 가득 찬 구덩이 아래는 싸울 공간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건 위도 마찬가지였다.
죽음의 땅 전부를 매울 기세로 문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정민님! 이쪽이에요!”
엘레나는 이미 스켈레톤들을 처리하며 길을 뚫고 있었다.
게이트를 막 나온 스켈레톤들은 정신 차릴 새도 없이 엘레나의 검에 조각나 날아갔다.
나는 그녀가 만들어 주는 길을 따라 뛰었다.
위잉, 위잉.
문은 쉴 새 없이 나타났다.
반경 50m나 되는 죽음의 땅 전부가 금방 푸른 문으로 가득 찼다.
엘레나와 키퍼들이 만들어놓은 길 위에도 다시 문들이 열렸다.
그러고도 모자라 스켈레톤 머리 위쪽으로도 문이 열리고 스켈레톤이 나왔다.
죽음의 땅 전부가 덜그럭거리는 소리로 채워지는 데는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전부 얼마일까?
천? 2천? 어쩌면 만 단위를 넘어갈지도 몰랐다.
D등급의 스켈레톤 만 마리라도 지금 인원으로는 무조건 도망쳐야 한다.
그런데 저기에는 스켈레톤 나이트나 위저드도 꽤 많이 있었다.
“...물러나죠.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요.”
윌리엄 박이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지만, 그 ‘기회’가 뭔지 이 자리에 있는 키퍼들은 모두 알아들었다.
스켈레톤들은 아직 정신이 없는 건지, 두리번거리고만 있을 뿐이었다.
지금이라면 거리를 벌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요. 일단은 물러나서 상황을 봐요.”
우리는 빠르게 산 아래까지 물러났다.
다행히도 스켈레톤은 우리에게 반응하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산 중턱에 자리한 스켈레톤 군대의 위용은 멀리서 봐도 대단했다.
“산 위에는 초소 몇 개밖에 없고, 지금 바로 도망치라고 연락을 돌렸습니다. 산 너머는 DMZ라 일단은 괜찮을 겁니다.”
산 아래로 내려오자마자 이곳저곳에 연락을 취하던 박세나가 우리에게 설명해줬다.
“하지만 저 군대가 이 산에서 내려와 도시로 향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부탁드립니다.”
그녀가 허리를 숙였다.
게이트 안으로 들어간 한성민의 잘못을 자기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녀는 같은 협회 소속이니까.
하지만 이건 그 이전의 문제다.
같은 인간으로서, 같은 키퍼로서, 이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론이죠. 저 뼈다귀들을 같이 막자고요. 윌리엄 박도 그럴 거죠?”
“예. 책임소재야 어찌 됐든, 지금은 저걸 막는 게 우선입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의 협력은 꼭 협회...가 아니라 제가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
박세나의 얼굴이 안 좋다.
스켈레톤만 해도 머리가 복잡한데, 협회의 실체가 얼핏 보이니 정신이 없는 모양이다.
“그 문제는 됐어요. 지금 계획은 있나요?”
“주변 기갑여단에서 바로 출동할 겁니다. 그때까지만 어떻게 버티면 됩니다. 이미 키퍼들도 오는 중이고요.”
전차가 온다면 스켈레톤 무리야 장난감처럼 부서져 나갈 거다.
스켈레톤 나이트나 위저드 역시 힘도 못 쓸 거고.
문제가 있다면 그걸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건데...
“케이라, 위 상황을 관찰할 수는 없어?”
“지금 막 하려던 참이야.”
케이라가 두 눈을 감고 양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마나의 움직임과 함께 그녀의 앞에 푸른 물결이 생겨났다.
이윽고 푸른 물결 속에서 산 위의 풍경이 드러났다.
스켈레톤은 여기서 보는 것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서 있었다.
이곳에서 보이지 않는 마법진 구덩이 안도 보였다.
구덩이에는 스켈레톤 나이트보다 덩치가 튼 뼈다귀들이 이터널 게이트를 둘러싸고 있었다.
“...저건 스켈레톤 프린스입니다. A급 몬스터가 20마리라니...”
윌리엄 박이 탄식을 토해냈다.
A급 몬스터 20마리는 S급 키퍼에게도 버거운 상대였다.
“게이트에서 뭔가가 나옵니다.”
박세나의 말처럼 이터널 게이트 위에 세로로 게이트가 열렸다.
게이트에서 나온 건 스켈레톤이 아니라 여자였다.
협회 사람이 아니라는 건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옷차림이 상황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메이드복?”
여자는 다른 스켈레톤처럼 고개를 돌리다가, 고개를 들어 우리를 쳐다봤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을 눈치챈 것처럼.
케이라의 마법 너머 보이는 새빨간 눈동자에서는 생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 어떤 감정도 느낄 수 없는 얼굴이었다.
그래서 섬뜩했다.
저런 사람이 존재할 리 없으니까.
너무나도 이질적인 존재였으니까.
“게이트가 또 열립니다.”
스켈레톤 프린스 사이사이 게이트가 열댓 개의 게이트가 열렸다.
그 덕분인지, 우리를 보던 눈동자가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
“한성민! 협회 키퍼들입니다!”
박세나가 비명처럼 외쳤다.
그녀의 말처럼 게이트에서는 한성민을 비롯한 사람들이 튀어나왔다.
바로 전투가 벌어졌다.
한성민의 검에서 빛이 뿜어졌고, 프린스들이 매섭게 무기를 휘둘렀다.
첫 격돌의 승자는 당연히 한성민.
그러나 곧 한성민과 키퍼들의 모습은 세기도 힘든 스켈레톤들에 가려 사라졌다.
“구하러...”
“구하러 가야 해요!”
박세나는 말하다 멈췄지만, 내가 강하게 소리쳤다.
전후사정이야 어찌됐든, 눈앞에서 사람이 죽는 걸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그러나 우리가 뭘 하기도 전에 푸른빛이 스켈레톤 프린스 사이에서 삐져나왔다.
그리고 연이어 푸른빛이 번쩍하더니, 스켈레톤 프린스, 메이드복 여자를 포함한 스켈레톤의 절반이 산 중턱에서 사라졌다.
“...어?”
“...공간이동 마법이야.”
죽음의 땅을 보여주던 푸른 물결이 사라지고 케이라가 우리들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공간이동? 갑자기? 어디로?”
“마나파동은 2번이야. 한 번은 아마 한성민이, 또 한 번은 스켈레톤이 그걸 따라간 거 같은데?”
“공간이동 키퍼라도 있는 거야? 대체 어떻게? 세나씨, 한성민은 어디로 간 거죠?”
“그, 그게...”
박세나의 얼굴엔 당황이 가득했다.
공간이동 능력자도, 공간이동도 처음 듣는 이야기인 모양이다.
“정민씨, 어딘지 알 것 같아요. 이걸 좀.”
윌리엄 박이 내게 스마트폰을 보여줬다.
SNS의 동영상이었다.
[몬스터 웨이브! 스켈레톤이야! 키퍼들은 다 어디 간 건데!]
격렬하게 흔들리는 화면 속에서 수백의 스켈레톤이 보였다.
스켈레톤의 위, 공중에 서 있는 메이드복 여자의 모습도.
“서울...”
영상이 찍히고 있는 곳은 서울, 그것도 서울의 한복판 시청광장이었다.
“정민님! 스켈레톤들이 옵니다!”
엘레나가 가장 먼저 발견하고 외쳤다.
산 중턱에 있던 스켈레톤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 수는 여전히 수천.
열 명이서 상대할 수 있는 수가 아니었다.
머리가 순간 멍해졌다.
죽음의 땅을 막으려고 나름대로 준비를 해왔는데, 우리가 했던 준비는 다 실패했다.
단순히 실패한 걸 넘어서서 상상했던 것 이상의 최악의 결과가 펼쳐지려고 하고 있었다.
이곳이야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서울은?
여유 있는 키퍼들을 방금 이곳으로 다 불러 모았는데, 서울에 저 스켈레톤들을 막을 수 있는 키퍼가 있을까?
“정민아?”
케이라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내 시선을 끌었다.
그녀가 나를 보고 있었다.
그녀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나를 보고 있었다.
엘레나도, 세나씨도, 윌리엄 박도.
아까부터 내가 알게 모르게 리더가 되어 있는 상태라서, 다들 내 말을 기다리고 있는 거 같았다.
짝.
나는 두 볼을 내 손으로 쳤다.
“케이라, 시청까지 공간 이동돼?”
“3명까지는...”
“좋아, 그럼 바로 시작해. 엘레나도 와서 도와줘요.”
“네!”
케이라가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고, 엘레나는 그 옆에서 그녀를 도왔다.
나는 남은 두 사람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세나씨, 윌리엄 박. 이곳을 부탁드립니다. 스켈레톤 프린스들이 다 사라졌으니 두 분이서도 충분히 시간을 끌 수 있을 거예요.”
“이곳은 어떻게든 될 겁니다. 그런데 서울 쪽을 어떻게 하시려고?”
“맞아요, 정민씨. 세 사람으로는...”
“괜찮습니다.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거예요.”
머릿속에 번개처럼 스쳐 지나가는 방법이 있었다.
성공 여부는 미지수지만, 지금은 이게 최선이다.
“정민아, 다 됐어.”
“그럼, 갑니다. 다들 살아서 봐요.”
나는 케이라의 손을 잡고, 마법진 위에 섰다.
화악.
푸른빛이 시야를 가렸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건물 옥상에 서 있었다.
“...여긴?”
“저쪽이야.”
케이라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스켈레톤으로 가득한 시청광장이 있었다.
“도망쳐!”
“꺄아아!”
주변은 시끄러웠지만, 아직 사상자는 없어 보였다.
평일 오후 시청광장엔 사람이 없었고, 스켈레톤들은 이제 막 움직이기 시작한 듯했다.
그들이 움직이는 방향은 시청 쪽.
메이드복 여자가 제일 앞에 서 있었다.
“엘레나, 막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루의 사랑과 함께할 때, 저는 지지 않습니다.”
루의 사랑.
말 그대로의 의미이기도 하지만, 그녀가 입고 있는 갑옷과 방패 세트의 이름이기도 하다.
순백의 갑옷은 지금도 하얗게 빛나고 있다.
그녀의 검처럼 오리하르콘으로 만든 갑옷이다.
스켈레톤의 공격으로는 흠집조차 내지 못할 것 같다.
메이드복 여자의 힘은 좀 걱정이 되지만, 엘레나가 지지 않는다고 하는 걸 보면 최대 S급 키퍼일 것이다.
그렇다면 엘레나 혼자서도 이 광장을 막을 수 있다.
다른 지원이 올 때까지 몇 시간이고 버틸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시간을 버는 것으로는 이길 수 없다.
엘레나의 손을 벗어난 스켈레톤 프린스 한 마리만 이곳에서 날뛰어도, 수백 명의 사람이 죽을 테니까.
엘레나는 S급, A급이 포함된 스켈레톤 무리 수백을 상대로 압도적으로 이겨야 한다.
그리고 그건, ‘루의 사랑’과 함께할 때 가능하다.
“좋아요, 엘레나. 그럼 가세요. 가서, 이기세요.”
나는 며칠 동안 섹스를 통해 모아두었던 정기를 왼팔로 보냈다.
딴딴이가 바로 반응하며 성욕이 폭발적으로 증폭됐다.
그 힘과 더불어 나만이 열 수 있는 게이트를 열었다.
케루온으로 연결된 게이트를.
화아악.
엘레나가 분홍빛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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