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8화 〉 chapter 10. 이터널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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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한성민 부서장이 돌멩이를 들어 게이트를 향해 던졌다.
돌은 게이트를 통과한 후, 아무런 변화 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큰 변화였다.
1시간 전만 해도 돌멩이는 게이트를 통과하지 못하고 그 위에 멈추거나 튕겨져 나왔으니까.
“이러면 어떻게 된 건가요?”
“게이트가 열렸어요. 아마 누구든 들어갈 수 있을 겁니다.”
케이라가 한성민의 물음에 답했다.
“일단 테스트를 해보는 게 맞겠죠?”
“네. 안에 어떤 몬스터가 있을지 모르니 S급 키퍼가 움직여야 합니다.”
“그 부분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제가 갈 거니까요. 다시 나오는 방법은 뭐죠?”
“들어간 위치에 이것과 비슷한 게이트가 있을 겁니다. 그곳으로 나오면 돼요.”
“간단하네요.”
한성민이 자기 장비를 한 번 점검하고는 박세나를 불렀다.
“세나씨, 협회원 중에 게이트에 들어갈 일반인을 뽑아 주세요. 자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더 좋고요. 별 거 아니지만, 일반인 중에 세계 최초로 게이트에 들어가는 명예를 얻을 수 있다고 하면, 다들 지원하겠죠.”
“알겠습니다. 조심하십시오.”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한성민은 게이트에 손을 가져갔고, 그의 손이 게이트 속으로 들어갔다.
돌멩이는 반대편으로 나왔지만, 그의 손은 게이트 반대편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는 풀쩍 뛰어 게이트 속으로 뛰어 들었다.
“협회 일반 직원 중에 사람을 찾아주세요. 빨리요.”
박세나가 다른 협회원에게 지시하자, 내 옆에 서 있던 사람이 스르르 움직여 박세나 앞으로 갔다.
“저, 세나씨. 제가 들어가도 될까요?”
“...네?”
수연이였다.
그녀의 두 눈동자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생기가 넘쳐 보였다.
“제가 게이트에 들어가도 되냐고요.”
“아직 안전이 확보되지 않아서, 위험할 겁니다.”
“괜찮아요. 윌리엄 박이 지켜줄 거니까요.”
“아니, 그래도...”
“들어갔다 바로 나올 건데 괜찮을 거예요. 진짜, 진짜 금방 나올 테니까요.”
“그, ...일단 알겠습니다. 한성민 부서장님이 나오면 말씀 드릴게요.”
“네!”
수연이는 기세로 박세나를 밀어붙여 게이트 입장허락을 받아냈다.
박세나도 만만한 사람은 아닌데, 호기심 폭발한 수연을 막을 수는 없었다.
옆에 서 있던 윌리엄 박도 수연의 성격을 아는지 이미 포기한 느낌이고.
저 모습을 보니 나도 떠오르는 게 있었다.
수연이 강제로 내 바지를 벗길 때가 딱 저랬다.
저런 상태의 수연이는 진짜 막을 수가 없다.
그래서 수연이를 막는 대신에 케이라에게 물었다.
“괜찮겠지?”
“괜찮을 거야. 부서장이 지금 나오면...”
케이라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위잉 하는 소리와 함께 케이트 옆에 작은 게이트가 생겨났다.
세로로 된 게이트로, 성인 남자 정도의 크기였다.
한성민이 그 게이트에서 걸어 나왔다.
그는 들어갔던 상태 그대로였고, 아주 멀쩡했다.
“게이트 주변엔 몬스터가 없습니다. 테스트 하기에는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세나씨, 자원자는 준비 됐나요?”
“저, 부서장님. 협회 직원은 지금 찾는 중이고...”
“한 부서장님! 제가 들어가도 될까요?”
박세나의 말을 끊고, 수연이가 끼어들었다.
한성민이 고개를 기울이자, 수연이가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신용산 크루 소속 우수연이라고 합니다. 연구자죠. 키퍼가 아니라 일반인입니다.”
“아, 우수연씨. 딴딴이 연구의 권위자시죠.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과찬이세요. 그보다 안에 들어가 봐도 될까요?”
“가능하지만, 만약의 일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괜찮으십니까?”
“그건 걱정 마세요. 윌리엄 박도 함께 들어갈 거니까요.”
수연이 자기 뒤에 서 있던 윌리엄 박을 가리켰다.
한성민이 윌리엄 박과 짧게 목례로 인사했다.
“그렇다면야 상관없죠. 하지만 잠깐입니다. 진짜 일반인도 들어갈 수 있는 건지 확인만 하고 나올 거예요.”
“네, 알고 있어요!”
“좋습니다. 그럼 바로 가시죠.”
세 사람은 차례대로 게이트에 진입했다.
나는 수연이에게 파이팅 포즈로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했고, 그녀는 단 번에 게이트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우웅.
수연이는 게이트 속으로 들어가 사라졌다.
게이트를 통과해 바닥으로 떨어지는 일 따위는 없었다.
이것으로 이터널 게이트의 존재가 증명되었다.
세상이 조금 시끄러워질지도 모르겠다.
이제 누구나 게이트 안으로 들어갈 수 있으니까.
모두가 키퍼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온 거다.
위잉.
그 시대의 첫 번째 증인이 들어간 지 30초도 지나지 않아 다시 밖으로 나왔다.
수연이는 들어간 모습 그대로, 아니 들어갈 때보다 훨씬 상기되어 있었다.
그녀가 나에게 달려왔다.
“오빠, 대박이에요! 진짜 대박! 어떻게 저런 세상이 있을 수가 있죠? 이건 물리 법칙에 위배되는 일이에요! 진짜 말도 안 돼! 키퍼들은 이런 걸 자기들만 즐기고 있었던 거예요?”
“저, 수연아, 일단 진정을...”
방방 뛰는 모습은 너무 귀여웠지만, 여긴 사람이 너무 많았다.
“네? 아, 아...”
수연이는 얼굴이 빨개진 채 주변을 둘러보다가, 내 뒤로 호다닥 숨었다.
내 덩치로 숨겨지지는 않았지만, 다행히 사람들의 시선은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
윙, 윙.
같이 들어갔던 두 사람이 나온 것이다.
두 사람도 수연이처럼 들어갈 때와 같은 모습으로 나왔다.
“이걸로 일반인도 게이트에 들어갈 수 있겠네요. 다른 차원에서 부르는 것처럼 저희도 이 게이트를 이터널 게이트라고 부르겠습니다.”
한성민이 사람들 앞에서 선언했다.
다른 차원이라는 말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몇몇 보였지만, 대부분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이터널 게이트의 존재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케이라와 엘레나가 이세계 사람이란 걸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거의 다 알게 됐기 때문이다.
“세나씨, 잠시만 이 곳을 지켜 주세요. 저는 잠깐 회의를 하고 오겠습니다.”
“네, 부서장님.”
“그럼 다들 가시죠.”
한성민이 나와 일행들을 자신의 막사로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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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사에 모인 것은 모두 다섯 명이었다.
한성민, 윌리엄 박, 케이라, 엘레나, 그리고 나.
참고로 수연이는 다른 막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키퍼도 아닌 그녀는 게이트에 관해 이야기할 짬이 안 됐다.
크루 내부 결정권도 윌리엄 박이 더 높고.
“게이트 주변에 몬스터는 없었습니다. 그래도 몬스터가 이쪽으로 넘어올 가능성이 있을까요?”
“있습니다. 아직 마법진은 발동 중입니다. 효과를 확실히 알 때까지는 신중히 움직이는 게 좋을 겁니다.”
한성민의 물음에 케이라가 답했다.
“입구를 안전히 한 후에 움직이는 게 좋다는 의견이군요.”
“네. 다른 키퍼들이 올 때까지는 기다리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연락은 이미 돌렸는데, 신용산 말고는 다들 좀 늦네요. S급 키퍼는 바쁘니 어쩔 수 없긴 합니다만.”
“이런 사안이라면 다들 금방 올 겁니다. 저도 게이트에서 나오자마자 끌려온 거라서. 상황도 오면서 들었습니다.”
윌리엄 박이 말했다.
그가 말한 것처럼 무엇보다도 긴급 사안이긴 하다.
세계 최초로 나타난 이터널 게이트다.
이 게이트를 세계가 주목하게 될 거고, 이 자리에 있는지 없는지가 크루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럼 기다리는 동안 정찰을 하는 건 어떻습니까?”
“위험합니다. 안에 무슨 몬스터가 있는지 모르니까요.”
“그걸 알기 위해서 하는 게 정찰이잖아요?”
“그건 맞지만, 무턱 대고 들어가는 건 내부의 몬스터를 끌어들이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고위 몬스터는 생각 이상으로 영리합니다. 정찰대를 추적해 나가는 게이트의 위치를 알아내는 것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나도 정찰 정도는 괜찮지 않나 싶었는데, 케이라는 역시 허투루 반대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
내 안일한 생각을 바로 접게 만들어 준다.
“윌리엄 박의 생각은 어떻죠?”
“지금은 이세계 친구들의 경험을 따르는 게 맞겠죠. 정찰보다는 수비를 굳건히 하는 게 먼저가 아닐까요?”
이것으로 2 대 1.
우리는 사람은 세 명이라도 의견은 하나 취급이니까.
하지만 한성민은 의견을 돌릴 생각이 없어 보였다.
“흐음... 하지만 몬스터 전문가로서는 정찰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몬스터에 대한 정보가 하나라도 있고 없고는 정말로 큰 차이를 만들어 내니까요. 이곳에 모일 S급 키퍼들이 제 힘을 내기 위해서라도 정찰을 필요합니다. 어떤 몬스터가 있는지도 알아야 하고, 새로운 몬스터라면 약점도 찾는 게 맞고요. 몬스터가 게이트 밖으로 나온 뒤에 조사하는 것보다는, 안에서 조사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제가 정찰을 반대하는 게 아닙니다. 조금 있다가, 조금 더 키퍼들이 모이고 나면 팀을 나눠 충분히 정찰을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절대적인 키퍼의 수가 부족합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을 만한...”
케이라가 재차 반대 의견을 말하는데, 막사의 문이 열리며 박세나가 다급히 들어왔다.
“아, 잠시만요.”
박세나는 한성민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무언가 말했다.
그 말을 듣고 한성민의 표정이 밝아졌다.
“준비가 되었다는군요. 그럼 저는 정찰을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네?”
모두가, 심지어 박세나 까지도 표정이 굳었다.
“협회의 현장 책임자로서의 결정입니다. 저는 대몬스터 전투의 기본 순서인 정찰을 위해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이곳에서 혹시 모를 전투를 대비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부서장님! 그건 너무...”
박세나가 항의의 목소리를 냈지만, 한성민은 듣지 않고 막사를 나갔다.
갑자기 일어난 일에 다들 멍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 봤다.
“일단 따라가 보죠.”
나는 일단 막사 밖으로 나갔다.
게이트 쪽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아까보다 20명쯤 많았다.
“세나씨, 저들은 어디 소속이죠?”
“...협회 소속입니다. 한성민 부서장의 직속이에요.”
“당했네요.”
이건 막을 수 없다.
이미 이터널 게이트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던 모양이다.
한성민 스스로든, 협회 차원에서든.
“이건 그의 독단입니다. 협회에서 징계를 내릴 겁니다.”
박세나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 것 같지만.
위잉.
한성민과 그 부하들 30명은 우리가 게이트에 도달하기도 전에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하...”
결국 이곳에는 박세나가 데리고 온 몇 명의 협회 키퍼와 윌리엄 박, 그리고 케이라와 엘레나만 남게 됐다.
“...세나씨, 혹시 다른 키퍼들은 오는 거겠죠?”
“옵니다. 협회 차원에서 이미 급히 연락을 돌렸어요. 다들 다른 게이트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안 오는 거예요. 협회가 수작을 부리는 게 아닙니다.”
“알겠어요. 그럼 그때까지 아무런 일이 벌어지지 않길 기도하는 수밖에요. 좋게 생각하자고요. 어차피 언제든 정찰은 해야 하잖아요?”
모두 안 좋은 표정을 짓는 가운데, 내가 애써 웃어 보였다.
하지만 효과는 없었다.
“정민아, 정말 그렇게 생각해? 네 영웅이라고 실드치는 거야?”
케이라의 말이 날카로운 비수처럼 내 가슴에 꽂혔다.
“아니... 미안.”
빌어먹을.
미디어와 현실이 다른 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만 있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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