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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인들이 나만 좋아한다-67화 (67/137)

〈 67화 〉 chapter 9. 사령술사

* * *

67.

“사랑해요. 사랑해요, 정민님!”

“나도, 나도 사랑해, 엘레나.”

‘...엘레나? 엘레나는 또 누구야? 저 가사도우미 이름은 정혜였던 거 같은데. 그새 애칭이라도 붙였어?’

박세나는 다용도실 밖에서 안쪽의 동향을 살피고 있었다.

사실 살필 동향도 없었다.

짐승처럼 교미를 한다.

끝.

어제도 그랬고, 그제도 그랬고, 그 전날도 마찬가지였다.

박세나의 현 관찰 대상 이정민은 하루 종일 섹스만 한다.

아, 출입이 불가능한 지하연구실에서는 신용산을 도와 연구를 한다고 들었다.

그러나 그것도 그녀가 보기에는 전부 다 연막이다.

그렇지 않으면 지하실에 내려갔다 올라올 때마다 자지가 막대기가 되어서 올 리가 없다.

‘그러면 이 집에 와서만 벌써 세 사람 째라는 건데...’

가사도우미 둘에 우수연까지.

이정민은 누가 봐도 호색한이었다.

‘역시 여자 친구는 연막인가?’

키퍼 협회에도 파란 머리 마법사에 관한 정보는 있었다.

정민도 마법사는 맞지만, 그 날의 영상을 보면 진짜 마법사는 파란 머리 여자 쪽이었다.

소환사의 소환 게이트를 지우던 마법은 영상으로 봐도 강력해 보였다.

협회는 파란 머리 마법사를 자신들 쪽으로 끌어 오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이정민을 공략해야 한다.

이정민과 GGC가 왜 파란 머리 여자를 숨기려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슨 이유든 이정민을 공략하기만 한다면 다 알게 될 것이다.

박세나의 목적이 바로 그거였다.

무슨 수를 써도 괜찮으니까, 이정민을 협회 쪽으로 끌어들이는 것.

그녀는 손쉬운 업무라고 생각했다.

한 집에 같이 사는 남자를 그녀가 유혹하지 못할 리가 없으니까.

자신의 다이너마이트 보디는 가만히 있어도 남자를 끌어당기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경험도 얼마 없어 보이는 샌님은 며칠 지나지 않아, 그녀의 엉덩이 아래에서 울게 될 터였다.

그러나 그녀의 유혹은 통하지 않았다.

여자 친구를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은 간혹 그녀의 유혹은 견디기도 하지만, 이정민은 그런 쪽이 아니었다.

처음 만난 건지 원래 섹파였던 건지는 몰라도, 이미 집 안에서 두 명의 가사도우미와 딱 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 남자였다.

우수연과도 알 수 없는 썸씽이 있는 것 같았고.

그런데 왜?

호색한일수록 박세나를 두고 그냥 넘어갈 수 없을 텐데.

‘내가 매력이 없나?’

그녀는 평생 해본 적 없는 생각도 해봤다.

그러나 솔직히 매력이 없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우수연의 젊음과 발랄함에는 밀린다고 생각하지만, 30대 중반의 밋밋한 몸매의 아줌마나 20대 후반의 내세울 거라고는 조금 큰 가슴밖에 없는 여자에게 밀린다는 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밖에 나가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백이면 백 그녀 자신이 위라고 말해줄 매치 업이었다.

저렇게나 느낌이 다른 세 사람을 한 번에 노리고 있는 이정민이라면 취향이 아니라고 박세나를 내버려둘 것 같지도 않고.

‘...역시 GGC에서 언질을 줬겠지?’

결론은 그거 밖에 없었다.

괜히 협회 사람이랑 엮이지 말라고 사전에 경고를 받았을 것이다.

“하윽, 항, 정민님...!”

‘아니, 그래도 말이지.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잖아. 그래도 한 번 쯤 맛보게 해줄 수는 있는 거잖아?’

박세나에게는 이정민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해야할 의무가 있었다.

그래서 하루 종일 이정민이 섹스 하는 것을 근처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가사도우미 둘이 신음을 내는 걸 매번 옆에서 들어야 했다는 이야기다.

그녀는 남자도 없이 벌써 일주일 째 방에 박혀 있는데 말이다.

더군다나 가사도우미 둘이 얼마나 기분 좋은 신음을 내는 지.

“하윽.... 하으읍... 항!”

집에 다른 사람도 있으니까 막아보려고 애써보지만, 막을 정신이 없는 모양이다.

박세나는 본능적으로 이정민의 물건이 범상치 않거나, 기술이 비범하다는 걸 느꼈다.

그렇지 않으면 절대로 저런 신음이 나올 리 없었다.

‘...나도 맛있게 울어줄 수 있는데, 내가 좀 더 기분 좋게 해줄 수 있는데...’

그녀는 밤일에 정통한 요원이었다.

지금은 밤일에만 정통한 요원은 아니지만, 그녀를 여기까지 오게 한 건 그 밤일이었다.

하늘이 내려준 몸매와 그녀의 혼을 담은 기술은 그녀가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거였다.

‘진짜, 어떻게 강제로 해 버릴까.’

그녀는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금방 떨쳐냈다.

아무리 그래도 영입하려는 대상에게 그런 짓을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런 집에서 일주일만 더 방치된 채 있으면, 그때는 그녀 자신도 어떻게 나올지 몰랐다.

이잉, 이잉, 이잉.

그때, 아주 조용한 진동이 그녀의 몸을 타고 달렸다.

‘3개?’

그녀가 이상함을 느끼고는 핸드폰을 꺼냈다.

정기 연락을 보내지 않은 건 A조였다.

그녀는 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뚜뚜.

아무도 받는 이가 없었다.

그녀는 A조 거점의 CCTV 화면을 켰다.

화면에도 아무도 없었다.

대신 엉망진창이 된 사무실만 있었다.

‘피!’

그녀는 일이 잘못됨을 느꼈다.

신호를 보내 나머지 3개 조를 집으로 오도록 지시했고, 다용도실의 문을 두드리려고 손을 들었다.

그러나 그녀가 두드리기 전에 문이 열렸다.

“적이죠? 정문이에요. 따라 와요.”

“네? 아...”

이정민과 가사도우미는 언제 섹스를 했냐는 듯, 굉장히 멀쩡한 모습이었다.

‘뭐야? 언제? 그보다 나는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박세나는 앞장 서는 이정민을 따라서 갔다.

정문이란 정보도 준 적이 없지만, 이정민은 A조 거점이 정문 쪽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행동했다.

이윽고 그들은 정문이 보이는 2층 거실에 도착했다.

거기에는 또 다른 가사도우미가 먼저 와 있었다.

그녀와 이정민은 그 가사도우미처럼 벽에 딱 붙어서 창밖으로 얼굴이 보이지 않게 했다.

“저기 밖에 있어.”

“몇 명이야?”

“한 명. 하지만 확실하지는 않아. 분명 최고위급 마법사야. 고개를 내미는 순간 이곳으로 순간이동해올 거야.”

“그럼 어떻게 해?”

“일단 엘레나가 나갈 거야. 우리는 여기서 지원을 하고.”

박세나는 지금 대화의 흐름을 쫓아갈 수가 없었다.

최고위급 마법사는 뭐고, 자연스럽게 대응책을 주고받는 가사도우미는 뭐란 말인가?

“잠깐만요. 당신은 대체 누구죠?”

“아, 아직 이 모습이었네요.”

휘리릭.

가사도우미의 머리색이 검은색에서 파란색으로 변했다.

30대 중반의 볼 것 없던 얼굴이 배우 뺨치는 미인상으로 바뀌었다.

“어, 어...”

박세나가 솔직히 밀리는 미모였다.

그리고 그녀는 가사도우미가 누군지 바로 알아차렸다.

“...신용산의 마법사!”

“네, 신용산의 마법사 정민의 여자친구입니다. 지금 비상사태니까 저희 말에 좀 따라주시겠어요? 원거리 공격이 주특기라고 하셨죠? 여기에서 보다가 틈이 생기면 바로 공격해 주세요. 다른 협회 쪽 인원들은 일단 포위해 주시고요.”

“아니, 그게...”

파란 머리 마법사라고 해도 당연히 그녀에게 명령할 권리는 없다.

그러나 그녀가 뭔가 반박하기도 전에, 싸움이 벌어졌다.

콰쾅!

폭발 소리에 고개를 살짝 내밀어 보니,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대치하고 있었다.

남자는 양복, 여자는 어울리지 않게 흰색 갑옷을 입고 있었다.

‘...진짜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박세나는 모든 것이 의문이었지만, 지금은 따질 때가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그녀는 일단 호출기를 열어 각 팀에게 지시했다.

“정문에 적. B, C는 포위, D는 정문 쪽 민간인 소개해.”

+++

[마법사가 공간 이동을 하려고 했어. 공간 이동은 막았지만, 곧 올 거야.]

나는 엘레나와 섹스 도중에 케이라의 메시지를 받고 바로 동작을 멈췄다.

옷을 대충 정리하자, 케이라의 다음 메시지가 머릿속에 울렸다.

[협회 사람들이 있는 건물에서 큰 마나파동 발생. 나보다 강한 마법사야. 엘레나는 갑옷을 입어줘요.]

“네!”

엘레나가 들리지도 않을 대답을 했고, 다용도실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나는 놀란 표정의 박세나를 데리고 케이라가 기다리고 있는 2층 거실로 향했다.

조심스럽게 창밖으로 고개를 내미니, 창백한 피부의 남자가 정문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남자는 아무것도 무서울 게 없다는 듯 대놓고 막아봐라 하고 있었다.

거기에 부응해, 우리 쪽에서는 엘레나가 먼저 나섰다.

그녀는 남자가 정문 앞에 멈춰 섰을 때, 현관에서 튀어 나갔다.

그녀가 검기를 날리며 공격을 시작했다.

쾅.

정문은 부서졌지만, 남자는 멀쩡했다.

남자는 마나로 방패를 만들어 그 공격을 막았다.

소리에 놀란 주변 일반인들이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었지만, 괜찮을 거다.

이 집 주변은 대부분 공터고, 다른 사람이 사는 집은 조금 거리가 있으니까.

“...D조는 민간인 소개해.”

협회에서 알아서 해 주겠지.

그보다 엘레나다.

콰강! 캉! 캉!

엘레나의 검격 한 번에 후두둑 나가떨어지던 오크나 고블린과는 달랐다.

남자의 방어막은 굳건했다.

남자는 방어막을 그대로 유지한 채 결국 정원에 진입했다.

“...저거 괜찮은 거야?”

“그건 엘레나가 판단할 거야. 혹시 한국의 S급 중에 저런 사람 있어? 아니면 다른 나라라도?”

“내가 알기론 없는데.”

“그쪽은요?”

“제가 알기로도 없어요.”

박세나가 빠르게 답했다.

아깐 얼타던 거 같은데, 다시 정신을 차렸나 보다.

“그럼 또 다른 차원일 확률이 높아.”

“악마야?”

“아마도? 목적은... 아타만티움.”

뭔가 기시감이 느껴지는 대사다.

케이라는 신용산에서도 분명 같은 말을 했다.

“...또 그거야?”

“소환사를 부르려고 했는데, 이상한 걸 불러 버리고 말았네.”

“그럼 묠니르는 못 쓰겠네?”

“응. 혹시라도 적에게 넘어가면 위험해질 거야.”

조금 아쉬웠다.

오전의 깨달음으로 인해 묠니르를 실전에서 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수연이에게 가서 숨어 있으라고 말해 줄게. 묠니르랑 같이 지하에서 나오지 말라고.”

“오빠!”

어?

왜 지하에 있어야 할 수연이가, 여기에 있지?

그것도 묠니르를 들고.

“CCTV로 봤어요! 이게 필요할 것 같...”

“수연아!”

나는 수연이를 향해 뛰었다.

그녀는 지금 밖에서 보이는 위치에 서 있었다.

아마 묠니르도 보일 것이다.

“앜!”

수연이를 벽으로 밀치며 묠니르를 뺐었다.

나는 바로 1층으로 뛰려다가, 위험한 느낌에 옆으로 굴렀다.

파지직.

왼팔, 묠니르를 뺏어 들었던 왼쪽이 허전했다.

구르다 멈춰 왼쪽을 보니, 팔이 없었다.

팔은 어느새 2층에 등장한 창백한 남자가 가지고 있었다.

고통은 그보다 조금 뒤에 찾아왔다.

“크아아악!”

“이거지, 이거만 있으면!”

남자가 내 팔을 던져 버리고 직접 묠니르를 잡았다.

노란 빛이 묠니르에 모이더니, 이어 반투명한 흰색 보호막이 그를 감쌌다.

콰가가가가강.

보호막 위로 총탄 세례가 퍼부어졌다.

케이라가 나를 멀리 끌어내는 동안 보니, 박세나의 작품이었다.

박세나 주위로 어디에서 났는지 모를 다양한 종류의 총기 수십 정이 둥둥 더 있었다.

찰칵, 찰칵.

그러나 총알이 다 떨어지고 나서도 보호막은 그대로였다.

“허접하군.”

남자의 목소리는 외모만큼이나 창백했다.

한국어인데 한국어가 아니라고 느껴질 정도였다.

“그럼 이제 내 차례인가?”

화아악.

흰색 보호막이 검은색으로 뒤바뀌더니, 스산한 기운이 맴돌았다.

보호막에서 검은색 안개 같은 것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모두 피해요! 저기 닿으면 생명력을 뺏겨요!”

어느새 2층에 도착한 엘레나가 나와 케이라 앞으로 뛰어오며 방패를 들었다.

빛나는 방패가 안개를 막았지만, 안개는 방패를 피해 2층 거실 바닥을 채우며 발 디딜 곳도 없게 만들었다.

“...이게 뭐야!”

“대체 이게 어떻게...”

박세나는 소파 위로 올라가 안개를 피했지만, 수연이는 안개에 몸이 닿고서는 그 자리에서 픽 쓰러졌다.

그리고 케이라가 옷으로 대충 묶어 놓은 내 팔에서도.

휘이익.

“...엘레나, 정민이의 팔이...”

“크윽.”

이미 검은 연기가 조금씩 흘러나와 다시 흰색이 된 보호막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방법은 간단해. 이 보호막을 뚫으면 너희들의 승리야.”

남자가 차갑게 미소 지었다.

“물론 내가 가만히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말고.”

딱.

남자가 손을 튕기자, 남자 주변에서 공간이 열리며 다섯 명을 토해냈다.

박세나가 그들을 보고는 바로 소리쳤다.

“...A팀!”

협회 1팀 팀장이라고 소개했던 장구민과 비슷한 복장을 한 4명이었다.

그들은 남자처럼 창백한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자, 잠시 놀아보자고.”

남자의 말에, 다섯 명이 우리에게로 향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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