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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인들이 나만 좋아한다-64화 (64/137)

〈 64화 〉 chapter 9. 사령술사

* * *

64.

5톤 트럭 2대의 장비는 지하 훈련실로 다 들어갔다.

장비만으로 넓은 훈련실이 꽉 찼다.

걸어 다닐 공간이 사이사이 조금씩 있는 게 다 였다.

이런 곳에서 연구가 가능할까?

적어도 묠니르를 휘두르는 건 못할 것 같았다.

그러면 모든 장비가 다 부서질 게 뻔했다.

“오셨네요.”

장비 사이에서 갑자기 우수연이 나타났다.

엘레나에게 듣기로는 새벽부터 일어나 훈련실, 아니 연구실로 왔다고 했다.

식사도 도우미에게 전해달라고 해서 먹었고.

그럼에도 그녀는 피부하나 상하지 않았다.

최소 4시간은 연구실에 있었을 텐데도, 피곤은커녕 생기가 넘쳐 보였다.

키퍼도 아니라는데, 저건 타고난 거겠지?

“네. 제가 어떻게 연구를 도와드리면 될까요?”

“일단은 마나를 측정해볼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그럼 이 안으로 들어가 주세요.”

철컥, 철컥.

연구실 중앙에 있던 은색 원기둥이 좌우로 열리며 빈공간이 드러났다.

“...이게 뭐죠?”

“마정석을 이용한 다중 에너지 흐름 분석 장치예요. 이 안에 있으면 어떤 에너지라도 분석이 가능하거든요. 중앙에 서 주시면 돼요!”

굉장히 자부심이 느껴지는 목소리라, 무심코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혹시, 직접 고안하신 건가요?”

“네! 맞아요. 대학교에서 연구과제로 만들었던 거예요! 어떻게 아셨어요?”

...그냥 좀 나랑 사는 세계가 다른 것 같다.

어떻게 이런 걸 대학교 연구과제로 만들 생각을 하는 거지?

“말투에서 티가 나시던데요? 여기 서면 된다고요?”

“네, 네. 제가 티를 냈다고요? 흠... 아닌데... 아, 잠깐만요. 측정 장비를 연결해야 하거든요.”

우수연이 원기둥 벽에서 선을 꺼내 내 손목에 붙였다.

양쪽 손목과 양쪽 발목, 그리고 머리까지.

휙휙.

그녀가 열심히 움직이는 동안 내 눈앞에서 포니테일로 묶은 그녀의 머리가 이리저리 움직였다.

눈동자가 저절로 포니테일을 따라 이리저리 움직였다.

“이제 됐어요. 밖에서 신호하면 마나를 사용해 주시면 돼요. 파괴적인 거 말고 가능하시죠?”

“가능해요.”

“다행이다. 이거 이렇게 조잡하게 보여도 비싸거든요. 실험 한 번에 하나씩 날리기에는 조금 부담이 돼서...”

저 말은, 내가 파괴적인 것밖에 안 된다고 하면 이 장비를 매번 갈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신용산 크루가 한국에서 제일 돈이 많은 건 알고 있었지만, 진짜로 스케일이 다르다.

“그럼 저는 나가 볼게요.”

위이잉, 철컥, 철컥.

원기둥이 닫히고, 안쪽에서 등이 켜졌다.

갑자기 SF 영화 속에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게이트 안에 들어가면 조악한 무기를 쓰는 오크랑 싸워야 하는데 말이다.

다른 차원 중에는 지구보다 과학기술이 뛰어난 곳도 있겠지?

100% 확률로 있을 거다.

다음 소환은 SF 어떨까? 내 맘대로 되는 거였다면 그랬을 텐데.

“준비 끝났어요. 이제 마나를 일으켜 주시면 돼요!”

스피커를 통해서 들려오는 목소리도 하이톤이다.

나는 무심코 심장에 모인 마나를 끌어 올리려다가 멈췄다.

이 실험은 잠시 후에 묠니르와 마나 반응 실험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마나를 쓰고, 그때는 성욕을 쓴다면...?

내가 두 가지 힘을 쓴다고 알려지게 된다.

그러면 곤란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아니면 귀찮은 일이 벌어지거나.

나는 그 어느 쪽도 원하지 않으니, 여기에서는 성욕을 끌어 올려야 한다.

그게 차라리 낫다.

성욕을 끌어 올리기 위해서 망상에 돌입했다.

방금까지 본 게 있어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우수연이 그 대상이 됐다.

포니테일로 드러난 하얀 목에 키스 마크를 남기고 싶다.

순간 케이라와 엘레나가 머릿속에서 반항을 했지만, 나리 누나는 오히려 괜찮다며 상상 속의 우수연을 포박했다.

이게... 세 사람 쯤 되니 이제 이런 일은 죄책감 축에도 끼질 못했다.

오히려 저런 순백의 사람을 나 같은 검은색 중에서도 찐한 검은색으로 물들인다는 상상이 더 큰 죄책감을 불러왔다.

그리고 그 죄책감이 성욕을 강하게 불러 일으켰다.

불끈.

분신이 여느 때처럼 빳빳하게 섰다.

성욕도 함께.

“됐습니다.”

“네, 잠시만요.”

나는 가만히 기다렸다.

그런데 잠시 후에도 우수연은 반응이 없었다.

“...수연씨?”

“아니, 이게... 잠시만요.”

우수연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침울해졌다.

성욕을 움직이면 뭐라도 잡힐까 싶어서 성욕을 이리저리 움직여 봤다.

처음 성욕을 각성했을 때처럼 검 모양으로 만들어 봤다.

“...어, 이게... 잠깐만요!”

위이잉.

기둥이 열리고,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우수연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내게 붙어 있던 선을 빠르게 다 떼어냈다.

“상의를 벗어 주실 수 있으세요?”

“...네?”

갑자기?

“심장이랑 단전에 센서를 붙이면 조금 더 정확한 측정을 할 수 있거든요.”

“...그런 거라면.”

나는 어제 처음 본, 이제 겨우 몇 마디 나눠 본 여자 앞에서 상의를 벗었다.

뭔가 부끄러웠다.

그간 운동을 열심히 해서 복근과 가슴은 탄탄했지만, 그냥 보여준다는 게 부끄러웠다.

그러나 우수연은 그런 것도 없는지, 센서를 척척 붙일 뿐이었다.

“좋아요. 이젠 뭐가 잡힐 거예요. 저만 믿으세요.”

방금 전에 품었던 의심은 다 사라졌는지, 아주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알겠어요.”

“아, 맞다. 말 편하게 하셔도 돼요. 저보다 나이 많으시죠? 저는 23살이에요.”

23살이면, 나보다 3살 어리다.

아무런 연관도 없이 초면에 말을 놔도 되나 싶지만, 큰 눈으로 멀뚱멀뚱 쳐다보니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아, 응. 그래.”

“저도 오빠라고 불러도 되죠?”

오빠?

그 소리에 분신이 불끈하고 좀 더 힘을 낸다.

요즘 이런 일이 많아서 특수 제작한 바지를 입고 다니는데, 그럼에도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은 느낌이다.

“오빠? 아, 괜찮아. 편한 대로 해.”

“네, 정민 오빠. 근처에 삼촌은 많은데 오빠가 없어서. 오빠가 처음이에요.”

오빠가 처음이에요.

오빠가 처음이에요.

오빠가 처음이에요.

이게 그런 뜻이 아닌 건 아는데, 나도 잘 아는데... 그럼에도 너무 강력하다.

“그럼 제가 신호하면 다시 마나를 일으켜 주세요.”

“응, 그래.”

철컥, 철컥.

신호를 기다릴 것도 없었다.

이미 성욕 만땅이었으니까.

나도 오빠라 불리는 게 처음이라 굉장히 두근거리고 있다.

꼬셔볼까?

꼬신다고 넘어올까?

아니 그전에, 꼬셔도 돼?

신용산에서 가만히 안 있을 텐데?

케이라도, 엘레나도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은데...

그럼에도 성욕은 아까보다 훨씬 더 거세게 끌어 올랐다.

확실히, 평소의 양보다 많이 움직이는 게 가능했다.

그러나 여전히 분석 장치는 성욕을 감지해내지 못했다.

“히잉... 이게 안 나올 줄은 몰랐어요. 마나라면 마정석에서 나오는 에너지랑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다른 건가 봐요. 이러면 처음부터 새로 시작해야 되는데...”

“그래? 그럼 어떻게 해?”

“음... 일단 다음 순서로 넘어갈게요. 자, 여기요.”

수연이 내게 묠니르를 건넸다.

“오크 치프를 잡았을 때 쓴 기술 써 주세요. 기계가 다 날아가도 상관없으니까 편하게요.”

“그렇게까지는 못 써. 그거 좀 리스크가 있어서. 그냥 약하게 해볼게.”

“오빠 편한 대로 하시면 돼요.”

환한 미소와 오빠.

가슴이 웅장해지는 느낌이다.

기둥이 닫힌 후, 나는 천천히 성욕을 묠니르로 밀어 넣었다.

묠니르는 바로 분홍색을 띠며 커지기 시작했다.

여기까진 괜찮았다.

성욕을 멈추자 더 커지지도 않았다.

조금만 더 넣어볼까?

그 생각을 잠깐 했을 뿐인데, 성욕이 미친 듯이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멈춰야 한다.

손을 놓자, 묠니르가 탕하고 땅으로 떨어졌다.

묠니르의 크기는 원래대로 돌아왔고, 들어가던 에너지도 멈췄다.

그리고 에너지가 반대로 돌아섰다.

후웅.

“크윽...”

성욕은 나가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되돌아왔다.

뜨거운 기운이 온몸을 내달리자, 지나가는 곳의 모든 세포들이 비명을 질렀다.

통제하고 싶었지만 내가 보낸 에너지보다 크게 돌아와서 통제가 어려웠다.

이대로 참는 수밖에 없었다.

“크으읏...”

성욕의 마지막 정착지는 내 분신이었다.

성욕을 한껏 머금은 분신은 잔뜩 흥분해서 바지를 뚫고 나올 듯 커졌다.

“오빠! 괜찮아요? 정민오빠!”

“괜찮... 후우, 후우. 괜찮아.”

“잠시만요. 검사를 한 번 해볼게요.”

수연이 나를 바닥에 앉히고 장치를 작동했다.

이 기둥에 의료용 장비도 포함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상태는 괜찮은데... 성기에 잔뜩 힘이 들어갔네요.”

“응? 아, 어...”

잠깐만, 그게 보여?

얼굴이 화끈 거렸다.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간혹 기술을 쓸 때 성기에 힘이 들어가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오빠도 그런 식인가 보죠?”

“응? 아, 맞아. 그런 식이야.”

그런데 이 이야기를 이렇게 차분하게 할 수 있는 건가?

나는 얼굴이 빨간데, 수연이는 평온하다.

마치 케이라 같다.

이과 사람들은 다 이런가?

“잠깐만 쉬면 괜찮겠네요. 어휴... 이 땀 좀 봐.”

수연이 소매로 내 얼굴을 닦아줬다.

가까이 다가온 수연이 몸에서 체향이 확하고 넘어왔다.

향수라도 뿌린 듯 매혹적이었다.

얘... 지금 이 행동이 남자를 얼마나 흥분 시키는지 모르고 있는 게 분명하다.

알고 있다면 이렇게 할 수가 없다.

“내일도 이렇게 해야 하는데 괜찮겠어요? 오빠?”

“아, 응. 괜찮아. 이 정도야 뭐. 그런데 뭐가 좀 나오기는 했어?”

“음... 에너지 흐름이 과격해졌다는 것 정도? 나머지는 분석을 해봐야 알 것 같아요. 제가 오늘 열심히 분석해서 내일 알려 드릴게요.”

“고마워.”

“고맙긴요. 제가 더 고맙죠. 이렇게 고생하면서 연구를 도와주시는데요. 잘 되면 제가 크게 한 턱 쏠게요. 알았죠?”

수연의 눈이 호선을 그린다.

내가 연구실에 왔을 때부터 저 웃는 얼굴을 한 번도 깨지지 않았다.

잠깐 침울했을 때도 분위기는 밝았다.

...어쩌면 알고 하는 걸지도.

어느 쪽이든, 힘든 연구가 될 것 같다.

참을성이 스탯이 있다면 대폭 상승할 것이다.

성욕의 폭발도 참아야 하고, 수연이를 덮치고 싶은 것도 참아야 하니까.

+++

간단한 연구 보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힘들었다.

뭣보다 심적 소모가 심했다.

수연이가 너무 매력적이었다.

한껏 끌어오른 성욕을 어딘가에서 풀어야 했다.

케이라가 방에 있겠지?

내 방은 2층이었다.

이 집엔 2층에도 방이 네 개나 있었는데, 그 중에 2개를 썼다.

하나는 나, 하나는 박세나.

그 박세나가 2층 거실에서 운동 중이었다.

“헉, 헉”

훈련실에 있던 운동기구들은 전부 2층 거실로 옮겼다.

덕분에 2층 거실이 작은 훈련실이 됐다.

박세나는 지금 런닝 머신을 뛰고 있었다.

“헉, 헉.”

그녀가 뛸 때마다 큰 가슴이 출렁인다.

땀 때문에 돌핀팬츠가 말려 올라가서 엉덩이가 출렁이는 것도 다 보였다.

조금만 각도가 바뀌면 계곡도 보일 기세였다.

“가셨던 일은 잘되셨나요?”

“네, 뭐, 적당히요.”

박세나가 런닝머신에서 내려와 가슴운동기구로 옮겨 앉았다.

내가 서 있는 위치에서 정면이 다 보이는 위치였다.

땀에 젖은 얇은 티 때문에 가슴이 다 보였고, 쫙 벌린 다리 사이도 젖어 있는 게 훤히 보였다.

“운동 기구 좋은 거 많은데, 운동 같이 하실래요?”

그녀가 입술을 혀로 한 번 훑더니, 고혹적인 미소를 지었다.

...이건 또 무슨 일이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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