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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인들이 나만 좋아한다-61화 (61/137)

〈 61화 〉 chapter 9. 사령술사

* * *

61.

[신용산의 영웅, 이정민 키퍼를 만나다.]

이틀 전, 신용산 장인 거리에서 일어난 일을 뉴스를 통해 다들 접했을 것이다. 일명 ‘소환사’라 불리는 범죄자가 10년 만에 나타나 ‘딴딴이’를 노리고 테러를 감행했다. 소환사가 불러온 몬스터로 인해 극심한 재산피해가 발생했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모든 키퍼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맞서 싸운 덕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키퍼 이정민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대중에 공개되는 건 처음이라고 들었습니다.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GGC 크루 소속 키퍼 이정민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만나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Q. 신용산 거리의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이정민 키퍼 덕분에 인명피해가 없었다는 제보들이 많습니다. 기분이 어떠신지요.

­ 영웅이라는 칭호는 많이 쑥스럽네요. 누구라도 그 자리에 있었다면 그렇게 행동했을 것입니다. 저는 운이 좋았을 뿐이죠. 영웅은 그 자리에서 몬스터를 막은 키퍼들과 침착하게 대피한 시민들 모두입니다. 저는 살짝 숟가락만 올렸을 뿐이죠.

Q. F급 키퍼라고 들었습니다. 언제 키퍼가 되신 거죠?

­ 키퍼로 각성한지 반년 정도 됐습니다. 그간 훈련에만 전념해서 라이센스를 갱신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근시일 내에 협회를 찾아가 갱신할 예정입니다. 스탯으로 보면, 지금은 대략 C급 키퍼 수준입니다.

Q. 반년 만에 C급이라, 놀라운 성장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A급 몬스터 오크 치프와는 격차가 큰데, 어떻게 상대하신 겁니까?

­ 운이 좋았다고 밖에 말씀 드릴 수가 없네요. 제가 한 일은 딴딴이에 마나를 불어넣은 것뿐인데, 딴딴이가 마나와 반응해 영상에서 보셨던 크기로 변했습니다. 재빨리 휘두른 게 제가 한 일의 전부입니다. 저도 왜 마나와 딴딴이가 반응한 건지는 모릅니다. 그런 부분은 좀 더 연구가 필요하겠네요. 기회가 된다면 신용산 크루와 협업하고 싶습니다.

Q. 마나를 불어 넣었다? 제가 알기로 마나를 직접 움직일 수 있는 키퍼는 없는데, 특별한 능력을 깨우치신 건가요?

­ 저는 ‘마법’이란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마법사입니다.

Q. 마법 말입니까? 협회에서 제공하는 키퍼 등록 정보에는 각성 능력이 ‘화구 생성’이라고 되어 있는데요?

­ 그때는 ‘화구’만 생성할 수 있었습니다. 저도 그때는 그걸로 끝일 줄 알았죠. 그러나 숙련도가 오르자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지금은 불 뿐만 아니라 얼음도 다룰 수 있고, 마나를 직접 움직이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 외에 여러 유용한 마법도 사용 가능합니다. 침묵이나 미끄러지게 하는 마법 같은 것들입니다.

Q. 마법이라면 전 세계 키퍼들이 선망해 왔던 능력인데, 그런 능력을 가지게 된 소감이 어떠십니까?

­ 솔직히 아직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선례가 없으니 제 능력으로 뭘 할 수 있는지, 뭘 해야 하는 지도 감이 안 오고요. 지금은 그저 열심히 능력에 익숙해지기 위해 훈련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제 능력으로 사람들을 돕고,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말씀 해주십시오.

­ 저 말고도 수많은 사람이 이번 테러를 막기 위해 노력했는데, 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키퍼들뿐만 아니라, 소방관, 경찰관, 구급대원 등 이 테러를 막고 수습하기 위해 애쓴 주변의 모든 사람을 기억하고 응원해 주십시오.

강구인 기자 kgin97@h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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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사에 나오다니!

보고도 믿기 힘든 일이었다.

굉장히, 굉장히 신기했다.

“재밌는 댓글이 있나요?”

옆에 앉아 있던 수장님이 물었다.

“아니... 어?”

몇 분 전에 읽었을 때와는 댓글창 상황이 많이 달랐다.

조금 전에는 ‘잘했다’, ‘마법이라니 대박!’, ‘훈남이네’ 등의 칭찬 일색이었는데, 지금은 죄다 나를 욕하고 있었다.

­ 사상 최악의 키퍼네.

­ 군대는 안 갔다 왔겠지? 갔다 왔어도 또 갔으면 좋겠다.

­ 거기는 작을 거야. 작아야 해.

욕하는 이유는 딱 하나.

댓글에 첨부된 사진 때문이었다.

장인 거리에서 몰래 찍은 내 사진으로, 내 옆에는 케이라가 팔짱을 끼고 있었다.

케이라 얼굴은 블러 처리해서 알아볼 수 없지만, 몸매나 아우라만 봐도 남달랐다.

작성자가 한 줄 적어놓은 것도 영향이 컸다.

‘일반인이니까 얼굴은 못 올리는데, 진짜 존예. 그날 본 사람 많을 텐데, 다들 확인 좀.’

그리고 그 밑으로 대댓글이 쫘르륵 달렸다.

­ 카페에서 봤는데 여신인 줄 알았음.

­ 당장 영화에 출연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

­ 진짜 미쳤더라. 남자도 나쁘지는 않는데, 여자에 비하면 오징어였음.

남녀 가릴 것 없이 칭찬 일색이었다.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내가 못하다는 이야기도 제법 있었지만, 그보다는 케이라 칭찬이 더 기분 좋았다.

그런데, 이래도 되나?

“흠... 일단 사진은 내리라고 연락해 둘게요. 얼굴을 가려도 정민씨랑 같이 있으니까 누군지 특정은 되고, 원하시면 고소는... 안 되겠네요.”

“그렇죠...”

법률적인 문제를 떠나서, 케이라는 한국인이 아니다.

외국인도 아니다.

그 어떤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가 없다.

“괜찮아요. 반대로 말하면, 털릴 신상도 없다는 거니까요. 제 신상은 이미 어쩔 수가 없고.”

키퍼는 나름 공인이라서, 이런 걸로 고소해도 안 받아준다.

정도가 심한 건 모르지만, 이 정도는 애교다.

똑똑.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밖에서 소리가 들렸다.

수장님이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나를 봤다.

나 역시 자세를 바로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들어오세요.”

우리가 있는 곳은 게이트 키퍼 협회 본부의 회의실이다.

협회에서 날 만나고 싶다고 하기에 왔다.

아마 표면적으로는 인터뷰 내용과 비슷한 걸 말하게 될 것 같다.

인터뷰보다는 조금 더 자세하겠지만.

그럼에도 어제 서면 인터뷰를 급하게 진행 해 오늘 아침 기사가 나오게 한 건, 협회를 견제할 만한 카드가 하나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영웅’이라는 과분한 호칭이 붙은 김에 대중에 얼굴을 알려두면, 약간이나마 안전에 도움이 된다.

협회의 대응에 따라서는 다 쓸모없는 일이 되겠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

“안녕하세요. 저는 총괄 본부장 이자영이라고 합니다.”

“저는 대빌런전담부서장 박태영입니다.”

남자 두 명이 회의실로 들어왔다.

이자영은 40대, 박태영은 30대로 보였다.

“협회장님과 이야기는 잘 끝나셨나요?”

“네, 잘 끝났습니다.”

협회에 와서 가장 먼저 한 건 키퍼 협회장 김강을 만난 거였다.

협회장은 나에게 소환사를 저지해줘서 고맙고, 앞으로 마법사의 힘을 잘 써달라고 했다.

수장에게는 치매치료약의 진행상황을 물어보더니, 잘 되길 바란다고 덕담을 했고.

협회장은 옆집 아저씨 같은 분위기였는데, 또 모른다.

모든 게 내 착각이었을지도.

어쨌거나 실제적인 이야기는 이 자리에서 하게 될 것 같다.

본부장에 부서장, 직함만 봐도 빡셀 것 같다.

“다행이네요. 협회장님께서 말씀하셨겠지만,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립니다. 정민씨가 아니었으면 많은 사람이 죽었을 겁니다.”

본부장이 말과 함께 내게 허리를 숙였고, 옆에 서 있던 부서장도 같이 허리를 숙였다.

굉장히 정중한 태도였다.

굉장히 부담스럽기도 했다.

“...과찬입니다. 그 정도면 됐으니 이제 그만하시죠.”

“알겠습니다. 우리의 영웅을 어색하게 만들 순 없죠.”

나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진다.

영웅이라니, 진짜 적응 안 된다.

“흠흠. 빠르게 다음으로 넘어가면 안 될까요?”

“알겠습니다. 일단 협회 차원에서 작은 훈장이 수여될 겁니다. 소소하게 협회관련 업체들 할인을 받을 수 있고, 작게나마 연금도 나오는 겁니다.”

“훈장이요?”

“네. 그래서 나중에 협회에 한 번 더 오셔야... 원래는 한 번에 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바로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훈장까지 받을 일인 줄은 모르겠지만, 준다니 거절할 필요는 없겠지.

“알겠습니다. 일정은 차후에 정하는 거겠죠?”

“네. 저희 쪽에서 수여식 준비가 되면 따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두 번째는 정민씨의 능력에 관해서입니다. 이번에 마법사라고 밝히셨던데, 라이센스를 갱신해야 하는 건 알고 계시죠?”

“알고 있습니다. 오늘 하고 가려고요.”

몰랐으면 넘어갈 수 있으나, 마법사란 걸 밝힌 이상 라이센스를 갱신해야 한다.

바빠서 갱신하지 못했다는 변명은 한 번까지만 통한다.

모든 키퍼는 일정 주기로 라이센스를 갱신해야 하고, 하지 않을시 벌금을 물게 되어 있다.

“좋습니다. 혹시 오크 치프를 막았던 얼음 기둥이 정민씨가 쓰신 마법입니까? 그 정도면 거의 B급으로 갱신이 될 것 같던데요. B급 라이센스는 바로 나오지 않는다는 점, 알고 계시죠?”

얼음 기둥에 대해서 알아?

영상에는 안 나오던데, 내가 모르는 다른 영상이 있나?

아니면 그때 그 자리에 있던 키퍼들에게 들었다거나.

어떤 경로로 얻었든, 협회가 내게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건 확실했다.

더불어 케이라의 존재에 대해서도 의심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B급 라이센스가 나올지는 모르겠네요. 그때는 무아지경으로 한 거라 평소 실력 이상이 나왔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평소 이상으로 집중력을 발휘하시다니, 대단하시네요.”

...왜 이렇게 띄워주는 거지?

이정도 되니까 기분 좋은 걸 넘어서서 의심이 든다.

원래부터 의심의 눈으로 보고 있기는 했지만.

“살려면 집중했어야 하니까요. 진짜, 운이 좋았습니다.”

“딴딴이와 마나에 대해서는 들었습니다. 정말로 다행입니다. 딴딴이와 마나가 반응하지 않았다면 진짜 대참사가 일어났을 테니까요. 그 일 때문에 신용산 크루에서 협회에 문의를 했던데, GGC 쪽에도 연락이 갔겠죠?”

이 질문은 수장님이 직접 답했다.

“네, 저희도 받았습니다. 그 건은 신용산 크루와 상의할 예정입니다.”

“알겠습니다. 그 건은 그쪽에 맡기도록 하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그 부분은 태영씨가 설명할 겁니다.”

박태영, 대빌런전담부서장이라고 밝혔던 사람이다.

“저희가 할 일을 대신 해주신 것,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그는 가볍게 목례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소환사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네, 대충은요.”

“그러면 소환사가 자신을 방해한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도 알고 계십니까?”

“그런 것까지는 모릅니다. 혹시 다시 찾아오는 건가요?”

복수.

굉장히 흔한 패턴이다.

저번의 테러범도 그랬고, 소환사도 그 식상함을 벗어나지 못했다.

“네, 그렇습니다. 그는 이제껏 자신을 방해한 사람을 한 번도 용서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반드시 죽였습니다. 지난 10년, 소환사는 활동을 중지한 게 아니라, 복수를 하고 다녔습니다.”

“그런...”

놀라운 사실이다.

소환사가 10년 동안이나 사람들을 쫓아다녔다는 것도, 협회가 그걸 처리하지 못했다는 것도.

“그래서 정민씨만은 저희가 전력으로 지킬 생각입니다. 아니, 이번에는 반드시 소환사를 잡을 겁니다.”

“그럼 오늘의 본론이란 제게 도와달라는 이야기겠네요.”

나에게 나쁜 이야기는 아니다.

이미 표적이 되어버린 이상, 반드시 털고 가야 할 문제니까.

협회 쪽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이미 이것저것 대응책을 이야기 중이었다.

“맞습니다. 정확하게는 미끼가 되어달라고 부탁할 생각입니다. 어떠십니까?

“미끼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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