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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인들이 나만 좋아한다-52화 (52/137)

〈 52화 〉 chapter 8. 데이트

* * *

52.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나리가 내 앞에서 정식으로 인사했다.

그녀는 지금 내 와이셔츠를 입고 있었다.

레깅스는 애액으로 젖어서 입을 수가 없었고, 크롭티도 땀과 정액으로 엉망이 되었기 때문이다.

둘 다 빨아 입기보다는 버리는 게 나을 정도였다.

“그럼, 돌아가보겠습니다. 다음에 또 부탁 드리겠습니다, 정민씨.”

그녀는 지금 와이셔츠만 입고 있다.

속옷 역시 벗고 있는 게 나을 정도로 더럽혀 졌으니까.

셔츠 아래 몸도 찝찝할 것이다.

그래도 얼굴만은 밝아 보였다.

물티슈로 한 번 닦았을 뿐인데, 그녀의 얼굴에서는 광이 났다.

저게 다 내 정기를 흡수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나도, 그에 상응하는 것을 그녀에게서 받았다.

쾌락? 사랑?

그런 것은 당연하다.

몸매 좋고, 반응 좋은 그녀와의 섹스는 즐거웠다.

서큐버스의 기술이 그녀의 몸짓 하나하나에 묻어난 덕도 있지만, 저 말투의 변화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정민씨?”

저렇게 깍듯하게 존대를 하는 나리 수장님이, 방금 전까지는 반말을 하면서 쾌락에 울부짖었다.

그 모습은 상상만 해도 이미 5번이나 뺀 내 분신이 다시 발기할 정도로 자극적이다.

“저... 정민씨? 왜 그래?”

내 분신이 다시 발기한 걸 알았는지, 나리 누나의 말투가 다시 바뀌었다.

평소보다 옅은 눈 화장 탓인지, 꿈뻑꿈뻑하는 누나의 큰 두 눈동자가 매우 귀엽다.

말투와 동작 하나하나에서 사랑이 느껴진다.

저 표정은 나연 누나에게나 보여주던 나리 누나의 진짜 얼굴이다.

저 얼굴을 볼 수 있게 되다니, 설마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다.

“또... 하고 싶은 거야? 그럼...”

나리 누나가 셔츠 단추를 풀려고 했다.

빨리 멈춰야 했다.

저 단추가 세 개쯤 풀어지고 앙가슴이 보이기 시작하면, 나도 주체를 할 수가 없다.

“아니에요, 수장님.”

“아... 실례를.”

나리는 바로 수장님 모드로 돌아왔다.

예의 그 검이다.

“시간이 시간이니까요.”

어느새 새벽 5시다.

또다시 사랑을 나누기엔 너무 늦었다.

잠을 청하기에도 늦었지만, 그녀는 괜찮을 것이다.

정기를 듬뿍 받아서 그런지 피로가 아예 없어 보이니까.

그리고 나도, 그녀에게서 기운을 받아서 괜찮다.

[이세계체류계약의 숙련도가 올라갑니다.]

[이세계체류계약이 새로운 이세계의 기운과 접촉합니다. 차원 메타노르, 차원 제니비아, 차원 윙, 차원 네메아의 기운을 흡수합니다.]

[차원 메타노르, 차원 제니비아 기운이 차원 지구, 차원 아르케이나, 차원 케루온의 기운과 반응합니다.]

[잠재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21/24 ­> 21/27]

[차원 윙, 차원 네메아의 기운은 극히 미약합니다. 반응이 약합니다.]

[잠재력이 상승하지 못했습니다.]

나는 처음에 메시지를 보고 벙 쪘다.

3이라니, 잠재력 3이라니.

이대로라면 C급을 넘어 B급이 되는 것도 꿈은 아니었다.

아니, 분명 도달할 수 있었다.

[계약을 통해 4가지 차원의 새로운 기운을 접했습니다. 잠재력 상승 폭이 늘어납니다. 지금은 ‘약상’ 상승입니다.]

상승폭도 늘어나 버렸으니까, 케이라와 엘레나, 그리고 수장님과 섹스를 계속한다면, 금방 잠재력이 30을 돌파할 것이다.

그러면 또 헬조선식 뺑뺑이로 스탯을 올리면 된다.

케이라는 기술 훈련을 우선시 하면서 스탯을 올리라고 했지만, 그것도 B급은 되고 난 후에나 할 고민이다.

일단 B급은 찍어야 한다.

적어도 그게 GGC크루 하우스의 기본이다.

이젠 수장도 곧 B급이 될 테니까.

[소환게이트의 숙련도가 올라갑니다.]

[연결 가능한 차원이 2곳 늘어납니다. 차원 윙, 네메아는 정보부족으로 연결하지 못합니다.]

[현재 연결 가능한 차원 : 아르케니아, 케루온, 메타노르, 제니비아]

왜 수장님을 안았는데 계약이 성사된 건지, 자그마치 4개의 차원이나 연결이 된 건지, 그 중에서도 2개는 누락 된 건지.

알 수 없는 것 천지였지만, 자세한 건 케이라와 상의하면 될 것이다.

케이라는 내게 처음부터 수장을 안으라고 말했었다.

이미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말했다고 보는 게 맞다.

그녀는 언제나 철두철미하니까.

아무튼, 이 사실을 수장님께도 알려야 한다.

“수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네, 뭔가요? 정민씨.”

“저 수장님과 이세계체류계약을 맺은 거 같습니다.”

“...그 계약이면, 케이라와 엘레나가 맺은 거 말입니까?”

“맞아요. 수장님과도 그 계약을 맺게 되었습니다. 아마 서큐버스의 힘이 작용한 것 같아요.”

“아...”

“크게 달라질 건 없습니다. 주 1회 저랑 섹스해야 하지만, 그건 이미... 그렇게 하는 거잖아요?”

“...그, 그렇습니다. 주 1회...”

수장님의 표정이 조금 전보다 안 좋아진 것 같다.

“주 1회는 최소예요. 그보다 더할 거니까, 늘 각오하셔야 해요. 저는 서큐버스보다 성욕이 강한 남자랍니다.”

정확하게는 약해진 서큐버스를 이겼을 뿐이지만, 뭐, 그래도 서큐버스를 이긴 건 사실이다.

“네, 각오하겠습니다.”

수장님의 표정이 다시 밝아진 건 분명 기분 탓이 아니다.

“그리고 계약을 맺었으니 수장님의 기술 중 하나를 제가 쓸 수 있게 됐어요. 지금 한 번 빌려 보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물론입니다. 하지만 제 기술이라고는 화이트 스트라이킹 밖에 없는데, 괜찮을까요?”

조심스레 자신의 부족함을 어필하는 수장님.

그러나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상황이다.

“계약을 맺었으니 수장님도 무언가 변화가 있을 거예요. 아마 서큐버스의 힘을 쓸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기미는 없었는데...”

수장님의 눈동자가 이쪽저쪽을 오갔다.

상태창을 살피는 듯했다.

눈을 크게 뜨는 걸 보니, 역시 변화가 있는 모양이다.

내가 직접 살필 수도 있지만, 저렇게 놀라는 걸 보고 싶었다.

“...서큐버스의 특성과 기술이 생겼습니다. 이제 진짜 서큐버스가 되었네요.”

“...괜찮아요. 서큐버스라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잖아요?”

“네. 서큐버스가 싫다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좋아요. 이렇게 정민씨랑... 좋은 관계를 맺게 되었으니까요.”

수줍어하는 수장님은 이번 주 내내 봤지만, 봐도 봐도 새로운 건 왜 일까?

나도 서큐버스 김나리의 매혹에 제대로 걸린 걸지도?

“저도 좋습니다. 덕분에 동경하던 분과 좋은 관계를 맺었으니까요.”

그리고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 타이밍의 이 미소라면, 케이라는 앞뒤 안 가리고 내게 달려들며, 엘레나는 귀까지 빨개진 채로 고개를 푹 숙인다.

수장님은 어떨까?

“...”

수장님은 정지한 듯 굳어 버렸다.

이것도 꽤 재밌는 반응이다.

“흠흠. 자, 그럼 손을 줘 보시겠어요?”

“...손이요?”

나는 잠시 어떻게 힘을 빌리는지 설명하고는, 수장님의 왼손 등, 날개 문양에 입맞춤했다.

쪽.

[기술:서큐버스 종족 전용 성마법(S), 차원 공통 백마법­고급(A), 차원 공통 흑마법(B), 제니아 격투술(C), 화이트 스트라이킹(C)]

나는 주루룩 뜬 기 술 중에, 서큐버스 종족 전용 성마법(S)을 골랐다.

“됐어요?”

“네, 그런데...”

[성마법을 쓰러면 스탯 ‘성욕’이 필요합니다.]

사용할 수가 없었다.

“...혹시 수장님에게는 ‘성욕’이라는 스탯이 있나요?”

“네, 막 생겼습니다. 혹시, 성욕... 아, 성욕이 있어야 성마법을 쓸 수 있는 거군요.”

수장님도 방금 관련 지식이 떠오른 모양이다.

“그런데 원래 성욕은 스탯에 잡히지 않아야 하는데... 저는 이상하게 잡혔지만, 원래는 스탯 상에 나타나지 않는 게 정상입니다. 그리고 제가 보기엔 정민씨는 충분히 성마법을 쓸 수 있을 정도로 성욕이 넘쳐납니다. 지금도 정민씨에게서는 강한 성욕이 느껴져요. 그걸 사용만 할 수 있다면, 스탯이 없어도 간단한 성마법은 쓸 수 있을 겁니다.”

“그래요? 그럼... 혹시 수장님께서 먼저 시범을 보여주실 수 있나요?”

“물론이죠.”

수장님이 두 눈을 감았다.

잠깐 기다려도, 다른 변화는 느껴지지 않았다.

심장의 마나를 퍼트려 수장의 주변을 점유해 보았지만, 역시 변화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

그러다 성욕은 성욕으로 봐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

나는 두 눈을 감고, 성욕을 일으켰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바로 눈앞의 대상을 상대로 망상했다.

달콤한 입술과 긴 생머리, 큰 가슴과 탄력 넘치는 허벅지.

내 분신이 절로 일어섰다.

우웅.

동시에 무언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따뜻한 기운이 수장님 주변을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내 주변에도 비슷한 기운이 있었다.

이게 성욕?

이걸 움직일 수 있을까?

걱정과 달리, 성욕은 재빨리 내 말에 따라주었다.

내 상상대로, 분신 앞에 검처럼 정렬한 것이다.

“읏...”

내 성욕의 움직임을 느낀 건지, 수장님도 성욕을 검집 모양으로 만들었다.

마치 넣으라는 듯이.

“아...”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발기가 풀리자마자 모든 것이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검을 만드느라 잠깐 정신을 다른 데 돌렸더니 발생한 일이었다.

“역시 잘 하시네요. 그렇게 하시는 겁니다.”

“뭔가 신기하네요.”

“저도 사실 신기해요.”

수장님과 나는 서로를 바라보면서 웃었다.

생각해보면 둘 다 처음 써보는 힘이었다.

그런데 그걸로 한다는 일이, 검과 검집을 만들어 합체였다.

“저기...”

“응, 누나.”

그게 의미하는 바는 딱 하나밖에 없다.

그걸로 생각을 조금만 빨리 넘어갔어도 발기가 풀리는 일은 없었을 텐데.

“읍, 츄릅, 하압.”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입술을 탐했다.

시각은 5시를 넘어 6시를 가리켰지만, 뭐 어때, 아직 해도 안 떴다.

밤은 아직 남았고, 그 정도면 즐기기에는 충분했다.

“우읍, 정민씨, 이거, 하아...”

“응, 누나, 갈게... 읍!”

+++

‘써 보자.’

케이라는 내가 새로 깨달은 능력, ‘성욕’에 대해서 듣자마자 그렇게 말했다.

그래서 게이트로 왔다.

꼭 성욕 때문에 온 건 아니다.

원래 가기로 되어 있었다.

훈련 때문이었다.

멤버는 소연, 가람, 나, 케이라, 엘레나 다섯 명에, 크루원 한 명까지 더해서 총 여섯 명이었다.

같이 가는 크루원은 한사랑으로, 저번에 서큐버스를 오거 게이트로 데리고 들어오는 데 일조했던 사람이었다.

‘죄송합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한사랑은 사건이 일단락 된 다음에 수장님께 그렇게 사죄했다.

수장님은 당연히 용서했다.

어차피 한사랑의 잘못도 아니었다.

약한 건 죄가 아니니까.

심리적으로 부담감을 가지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아무튼, 이번에 한사랑과 함께 가게된 건 한사랑의 게이트에서 오크가 나오기 때문이었다.

고블린 다음은 오크.

이건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물론 몬스터 등급이 F(고블린)에서 D(오크)로 갑자기 뛰는 것도, 이 세계 사람이라면 모를 리 없다.

그래서 아직 스탯 상으로는 F급 키퍼에 불과한 소연은 한껏 긴장한 듯했다.

“선배, 잘 지켜줄 거죠?”

“물론이지, 나만 믿어.”

각자 상대하던 고블린이랑 다르게, 오크는 함께 상대하기로 했다.

오늘의 난 마법 대신 검을 들었다.

엘레나에게 배운 검을 시험해보는 장소였다.

“쟤를 믿는 게 아니라 우리를 믿어야지.”

뒤에서 지켜보던 가람이 말을 보탰다.

당연히 우리 뒤에는 가람을 비롯해 일행들이 있다.

최대 A급 몬스터인 오크 투사가 나오는 이 게이트에서, 일행들은 무적에 가까웠다.

“에이, 그건 당연한 거죠. 오빠.”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나와 소연이 일행들을 뒤로 하고 앞서 나갔다.

일행들을 적당한 거리에서 쫓아올 것이다.

“선배, 이렇게 둘이 다니는 것도 참 오...”

“잠깐...”

나는 소연의 말을 끊었다.

내 감각이 무언가의 존재를 감지했기 때문이다.

취이이익.

영상에서나 듣던 오크의 숨소리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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