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화 〉 chapter 7. 서큐버스 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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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저항이 거세네.’
킴리나가 동굴의 상황을 살폈다.
이정민, 케이라, 엘레나.
세 사람은 아직도 움직이고 있었다.
이정민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허리를 움직였고, 케이라는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했으며, 엘레나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빨고 있었다.
반면 가람은 죽은 듯이 누워 있다.
그의 성욕은 이미 바닥이 났고, 그 탓에 정기 흡수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
이대로라면 서서히 정기를 잃다가 죽을지도 몰랐다.
‘저 남자... 신성도 없이 어떻게 저렇게 버티는 거지?’
이정민의 선전은 킴리나의 예상을 벗어난 거였다.
케이라, 엘레나는 이 정도 버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들의 성욕은 이미 측정한 바가 있고, 능력으로 보아 항마력도 높아 보였으니까.
그리고 킴리나가 서큐버스라는 것도 감안해야 했다.
킴리나는 상대적으로 여성의 성욕을 끌어내는 걸 어려워했다.
하지만 남자에게는 자신 있었다.
500년 동안 갈고 닦은 기술로 남자를 골로 보내는 거야 식은 죽 먹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도 정민은 버티는 중이었다.
신성의 도움도 없고, 무의식중에 방어를 할 만큼 마력이 높지도 않으면서, 오로지 성욕만으로 버텼다.
‘남다른 성욕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츄릅.
킴리나가 혀로 입술을 핥으며 입맛을 다셨다.
저 정도 성욕이라면 그 아래 숨어 있는 정기도 엄청날 게 틀림없었다.
정체된 그녀의 실력에 숨통을 틔워줄 존재일지도 몰랐다.
‘원래대로라면 이대로 다 죽여야겠지만...’
킴리나 일주일 동안 준비한 대 성(?)마법.
오로지 성욕으로만 발동할 수 있는 서큐버스 종족 전용마법, 환락의 거리.
일종의 성역 지정, 영역 전개와 비슷한 거라고 보면 된다.
환락의 거리가 펼쳐진 공간 안에 들어온 지성체들은 바로 잠에 빠지며, 꿈속에서 가상의 존재와 만족할 때까지 성교를 나누게 된다.
만족한 후에는 정기를 빼앗기게 되는데, 빼앗기는 정기의 양은 성욕에 비례한다.
보통 꿈속의 성교는 지성체들의 성욕을 한계까지 끌어내기 때문에, 환락의 거리에서 만족한 사람들은 그대로 죽는다고 보면 된다.
만에 하나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다시 깨어나지만, 그런 경우는 두 가지 밖에 없다.
한 가지는 환락의 거리를 펼친 자보다 성욕이 높을 것.
그러나 그런 경우에는 이미 서큐버스나 인큐버스일 확률이 높으며 성마법을 사용한 존재보다 상위의 존재일 것이다.
애초에 환락의 거리에 걸릴 리가 없다.
두 번째는 아예 성욕이 없는 무성욕자일 것.
성욕이 없으니까 만족하지 못하고, 만족하지 못하니 빼앗길 정기도 없다.
무성욕자는 환락의 거리에서 살아나올 수 있다.
킴리나가 보기에 이정민, 케이라, 엘레나는 이 두 가지 경우에 속하지 않았다.
나름 버티고는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될 문제였다.
문제는 킴리나에게 시간이 부족하다는 거였다.
들어오면 반드시 죽는다 라고 봐도 좋은 대마법이다.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을 리 없다.
길어 봐야 10분?
꿈속에서야 10분이 1시간이 될지, 100시간이 될지 알 수 없지만, 밖에서는 10분이 한계였다.
그리고 그녀가 보기에 10분 안에 세 사람의 성욕이 떨어질 것 같진 않았다.
그래서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육체의 자유를 포기하고 자원을 더 분배해 저들의 성욕을 할 수 있는 데까지 끌어낼 것인지, 지금 세 사람을 죽일 것인지.
후자는 굉장히 안전한 방법이다.
뒤이어 도착할 이들의 동료들을 생각하면, 그 중에 끼어 있을지도 모를 무성욕자를 생각하면, 그녀 자신의 육체를 잠들게 만드는 건 위험할지도 몰랐다.
다만 그러면 저 세 명의 매력적인 정기를 포기해야만 한다.
죽은 상태에서는 정기를 흡수할 수가 없으니까.
‘들어가자. 저 맛있는 걸 놓칠 수 없지.’
솔직히 고민할 필요도 없는 문제였다.
고작해야 인간이, 서큐버스의 성욕을 감당할 리 없다.
킴리나가 진심을 보이면 세 사람 다 쓰러질 게 뻔했다.
10분? 5분이면 충분했다.
그녀는 서큐버스.
성욕의 화신이다.
킴리나는 이정민의 향해 손을 뻗었다.
분홍색 빛이 이정민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고, 킴리나는 그 자세로 굳었다.
“하읏, 하읏.”
“간다, 쌀 거야!”
“하아앙!”
동굴 안엔 대상을 모르는 부끄러운 소리만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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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 이러면? 이래도 버틸 수 있겠어?”
킴리나는 쉴 새 없이 허리를 돌렸다.
동시에 질주름을 풀었다 조였다를 반복했다.
그녀의 아래에는 이정민이 미간을 찌푸리며 버티고 있었다.
킴리나가 긴 손톱으로 정민의 가슴을 스윽하고 그었다.
살이 갈라지며 피가 방울방울 스며 나왔다.
그녀는 손톱 끝에 맺힌 핏방울을 입에 넣었다.
달콤했다.
“맛있어, 너무 맛있네.”
“하윽... 핫...”
정민이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아픔과 쾌락이 같이 오는 표정.
킴리나가 제일 좋아하는 표정이었다.
“아까의 기세는 어디 갔을까? 이제 포기하는 거야?”
“절대... 아직 멀었어.”
퍽, 퍽, 퍽, 퍽.
정민이 아래에서 허리를 들어 올렸다.
제법이었다.
벌써 열댓 번을 싸고도 단단함을 유지하는 분신이나, 아직도 정신을 유지하며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정신력도.
자궁구에 정민의 분신 끝이 닿을 때는 킴리나도 조금은 느끼고 있어서 서비스로 신음을 내줄 정도였다.
“항, 하응, 앙, 하앙!”
물론 목소리에 매혹을 섞어서.
정민이 더 정신을 못 차리게.
“이제 싸도 돼. 나도 같 거 같으니까. 같이 가자. 이번엔 정말... 하응!”
“거짓말 마... 난, 절대로 안... 으읍!”
푸시식.
하지만 정민의 단호한 결의에도 불구하고 킴리나의 허리돌림 한 번에 분신은 힘없이 정액을 토해내고 말았다.
확실히 처음과는 달랐다.
정액의 양도 엄청 줄었고.
정민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번엔 진짜 쌀 것 같아!’
킴리나는 저 표정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방금 전까지 다 이길 것처럼 굴던 얼굴이, 지옥에 빠진 것처럼 바뀌는 게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시간만 더 있다면, 평생이라도 정민이랑 놀아줄 마음도 있었다.
그만큼 반응이 좋은 장난감이었다.
“안 져, ...아직 멀었다고.”
쑤우욱.
정민의 분신이 다시 커졌다.
킴리나는 계곡을 채우는 분신의 존재감에 절로 미소를 지었다.
‘성욕도 이 정도면 괜찮은데, 아아, 인큐버스로 만들어서 데리고 다닐까?’
정민에겐 소질이 있었다.
과장 좀 보태면, 인큐버스의 왕이 될 자질이었다.
한 천 년 쯤 걸리겠지만.
“역시 대단해. 정말 남자다워... 항. 여자를 이렇게나 만족 시킬 수 있다니. 아, 거기, 거기 너무 좋아. 하읏...”
하지만 언제까지고 이럴 수는 없었다.
그녀는 인큐버스 왕의 여자보다, 서큐버스 여왕이 되고 싶었으니까.
정민의 정기를 흡수하고 거기에 한 발작 더 다가갈 생각이었다.
“잘 했어. 여기까지 한 것만 해도 대단한 거야.”
킴리나가 정민과 눈을 맞추며 이야기했다.
방금까지 침대에서 기승위로 사랑을 나누던 그들이었는데, 어느새 서서 결합되어 있었다.
그리고 킴리나의 날개가 넓게 펼쳐져서, 두 사람을 감싸고 있었다.
“...!”
정민이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으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킴리나가 정민의 얼굴에 흐르는 땀을 혀로 핥으며 말을 이었다.
“걱정할 거 없어. 나와 하나가 되면 되는 거야. 그럼 평생, 이렇게 쾌락 속에서 지내자.”
그녀가 다리를 꽉 조였다.
푸쉬시시식.
정민의 분신이 절조도 없이 정액을 토해냈다.
그녀는 계속 질주름을 조이며 정민의 분신을 짜냈다.
마지막 정액 한 방울까지 놓치지 않게.
“하으읏...”
정민의 달콤한 신음이 너무 좋았다.
킴리나는 그 소리를 좀 더 듣고 싶었다.
“이건 해봤으려나?”
푹.
그녀는 꼬리로 정민의 항문 안쪽, 전립선을 눌렀다.
“흐으읍!”
푸시시시식!
멈춘 것 같던 분신이 다시 요동쳤다.
지금 나오는 건 정액인지 물인지 알 수 없었다.
“괜찮아, 괜찮아. 이 정도론 안 죽거든? 그냥 즐기면 돼.”
그녀는 강렬한 자극에 눈을 부릅뜬 정민을 풍만한 가슴으로 끌어 안으면서 계속 전립선을 자극했다.
정말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짜내기 위해서.
푸시식.
정민이 허리를 부들부들 떨었다.
그녀는 그 움직임이 완전히 멈출 때까지 정민과 꼭 붙어 있었다.
자신의 몸으로 모든 걸 받아내고 싶었다.
펑.
모든 건 다 토해낸 정민의 분신은 내부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밖으로 튕겨져 나왔다.
동시에 킴리나의 계곡에서 폭포가 떨어졌다.
“와, 많이도 쌌네?”
한참을 떨어지고도 남아서 그녀의 배가 볼록했다.
그녀가 배를 살짝 누르자, 2차로 폭포가 떨어졌다.
“옳지, 옳지, 잘 했어, 아주 잘했어. 최근에 이렇게 만족한 게 언제인지 모르겠네?”
킴리나가 정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정민은 반응이 없었다.
이미 눈에 초첨이 보이지 않았다.
모든 성욕을 다 소진한 것이다.
이제 그에게 남은 건 정기를 흡수당하고 죽는 결말뿐이었다.
“좋아, 아쉽지만 이것도 좋아. 시간도 딱 맞았고.”
킴리나는 동굴로 다른 사람들이 접근하고 있는 걸 느꼈다.
환락의 거리 지속 시간은 아직도 4분 가량 남아 있었다.
이 정도면 빠르게 정민을 정리하고, 남은 자원을 써서 다른 사람들의 정기도 흡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세 사람을 제외하면 그리 성욕이 강한 사람이 없어 보였으니까.
다들 가람처럼 1초 컷 날 게 뻔했다.
마지막 문제는 그 여자다.
무성욕자로 짐작되는 자.
그러나 무성욕자도 일단 잠에 들었다 깨어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최소 1분 이상.
그 사이에 다른 사람들을 처리하는 거?
정민을 무너뜨린 킴리나에게는 손바닥 뒤집는 것처럼 쉬운 일이었다.
그리고 나서 무성욕자를 죽이면 된다.
무성욕자는 약하니까.
“자, 들어와. 다들 내가 맛있게 먹어 줄... 읍... 츄릅.”
킴리나는 자기 입을 파고드는 혀에 자연스럽게 반응했다.
누군지 모르는 혀였지만, 참 맛있게 키스하는 사람이었다.
한 동안 키스가 이어진 후, 두 혀가 떨어졌다.
“...정민? 어떻게... 하읍, 츄웁.”
정민이었다.
그는 키스를 쉬지 않았다.
킴리나에게 주도권을 주지 않겠다는 목적인 듯했다.
그러나 효과적인 전술은 아니었다.
킴리나는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했다.
‘뭐야? 어떻게?’
그녀가 마지막으로 느낀 건 성욕이 꺼진 정민이었는데, 어느새 성욕이 다시 살아 있었다.
‘마지막 불꽃?’
그런 거라기엔 마지막에 전립선 마사지로 모든 걸 끌어낸 참이었다.
‘...뭐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대응은 같았다.
다시 살아난 거면, 다시 죽이면 되는 거였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때마침 다른 인원들이 동굴로 들어왔다.
그것도 10명이나.
‘이런...’
킴리나는 10명에게 자원을 분배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의 자원이었지만, 10명이나 되니 꽤 컸다.
그러자 정민의 공격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츄웁, 하압.”
그녀는 키스를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다리를 배배 꼬았다.
그녀의 몸이 남자를 원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이 내가...’
킴리나는 빨리 정민을 보내 버리고 자원을 다시 분배하기로 했다.
가랑이를 활짝 벌리고 정민을 받아들였다.
“하윽...!”
다시 느끼는 정민의 분신은 꽤 강렬했다.
한 번 찔러올 때마다 정신이 날아갈 것만 했다.
“좀 더, 조금 더, 아직 부족... 하아앙!”
그래도 충분히 버틸 수 있었다.
환락의 거리의 남은 시간도 충분했다.
들어온 이들 중에 무성욕자는 없었으니, 차례차례 성욕을 꺾어주기만 하면 됐다.
퍽, 퍽, 퍽, 퍽.
정민의 허리가 빨리 움직였다.
조금 전에는 강약조절을 했는데, 지금은 그런 것도 없이 강강강강 이었다.
그 모습에 킴리나는 살짝 마음을 놓았다.
정민도 여유롭지 않은 거였다.
이대로 10초만 지나면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올 거니까.
하지만 그때, 또 다른 비보가 전해졌다.
드디어 무성욕자가 환락의 거리에 들어온 것이다.
“젠장!”
킴리나는 정민의 가슴을 손으로 밀어냈다.
모든 정기를 포기하더라도, 지금 밖으로 나가서 모두를 죽일 작정이었다.
다들 깨어나는 데는 시간이 걸리니까, 죽이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정민이 밀려나는 대신 허리를 더 쳐올렸다.
“하으읏, 갑자기 왜... 하으응!”
“안 놓쳐! 나는 너를 만족시킬 거야!”
정민의 눈동자엔 광기가 느껴졌다.
킴리나는 처음으로 살짝 공포를 맛보았다.
“네 까짓 게!”
킴리나는 정민의 배를 차서 정민을 떨어트렸다.
그리고는 날개를 펼쳐 위로 날아올랐다.
정민과 접촉하고 있는 이 분신이 가장 많은 자원을 쓰고 있었다.
이 분신이 밖으로 나가야 육체를 움직일 수 있었다.
나가서 바로 무성욕자를 죽이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게 그녀의 생각대로 돌아갈 거였다.
팟.
킴리나는 어느 순간 밖으로 나와 있었다.
그녀는 눈으로 보기 전에 자기 몸을 노리고 있는 검이 있다는 걸 느꼈다.
몸을 옆으로 피했지만, 흰 빛이 맺힌 검은 그녀의 왼쪽 어깨를 쳤다.
파지직.
검은 어깨부터 심장까지 들어와 심장을 반 정도 베고 멈췄다.
“크아악!”
킴리나가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앞에는 그 비명 따윈 무시한 채, 검으로 더 베어버리려는 김나리가 서 있었다.
“죽어.”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