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화 〉 chapter 7. 서큐버스 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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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태양이 지고 있었다.
게이트의 세계에서도 해는 뜨고 진다.
해는 게이트 끝에서 올라와서 게이트 끝으로 진다.
해를 보면 게이트 끝, 투명한 벽 너머로 나갈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진실은 알 수 없다.
케이라와 엘레나도, 그리고 루도 모른다고 했다.
루는 답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지만.
“오늘...도 끝... 났네요.”
엘레나다.
그녀가 떠듬떠듬 한국어로 말했다.
그녀도 한국어를 계속 배우고 있었다.
케이라가 이상하리만치 빠른 거지, 그녀도 빠른 편이었다.
특히나 이번 원정에서 많이 늘었다.
지난 일주일, 오거는 못 찾고 노가리만 열심히 한 덕이다.
“돌아가자.”
가람의 목소리가 무감각하다.
평소에는 힘이 딱 들어가 있었는데.
그도 일주일 동안 성과가 없으니까 지치는 모양이다.
이럴 때는 먹는 걸로 조져야 한다.
“오늘 메뉴는 뭘까요? 수장님이랑 같이 오니까 역시 먹을 거 부터가 다르던데.”
“음... 오늘은 그냥 밀키트일걸? 벌써 일주일이야. 이미 계획된 일정을 넘어섰어. 먹을 것도 다 떨어졌겠지.”
“...그런.”
실패다.
가람의 기운을 올리기는커녕, 케이라의 얼굴도 굳어 버리게 만들었다.
케이라가 이 세계에서 제일 마음에 들어 하는 게 식사 시간이니까.
“그...럼, 이제 밖...으로 나가나...요?”
“아마도? 내일이 마지막 수색이 될 거야.”
내일은 찾을 수 있을까?
내일 찾지 못하면 꽤 곤란해진다.
일주일이나 게이트에 들어와 있었으니까, 다시 오거 게이트를 열려면 일주일하고도 조금 더 기다려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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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일주일이나 못 찾았으면 접근 방법을 달리해야만 한다.
하지만 일주일 동안 쓸 수 있는 방법은 거의 다 썼다.
탐색 범위를 넓혔고, 숲 곳곳에 알람 마법을 설치했고, 가람을 미끼로 내세우기도 했다.
베이스캠프를 옮기거나, 키퍼 전원이 동굴 같은 곳에 숨어보기도 했다.
그런데도 모두 소용없었다.
우리는 그 모든 노력으로 고작해야 몇 개의 은신처를 발견했을 뿐이었다.
은신처에는 얼마 전까지 오거가 있었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오히려 독이 된 것 같다.
일단 게이트를 나가자고 결론이 났을 때쯤 발견된 은신처 때문에 이틀을 더 체류했다.
“오늘도 4개의 팀으로 나눠서 수색하겠습니다.”
가람이 키퍼들을 모아놓고 작전 브리핑을 시작했다.
GGC에 A급 이상 키퍼는 모두 4명.
엘레나, 나연, 박정식, 이찬구.
각 키퍼를 중심으로 수색팀을 짰다.
“오늘은 남쪽 방면을 수색할 겁니다. 평소보다 더 멀리 가겠습니다.”
가람이 일주일 동안 대충 만든 지도를 가리켰다.
수색은 4개의 팀이 자유자재로 움직이되, 일정 거리를 떨어지지 않는 방식으로 했다.
팀장들이 송수신기를 가지고 있어서 거리가 너무 멀어지면 소리가 울렸다.
이런 방식을 채택한 건, 혹시라도 모를 위험 때문이었다.
숲 속에서 오거는 정말로 제왕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78명의 키퍼가 손도 못 써보고 몰살당하는 것도 이상한 그림은 아니었다.
그런 일에 대비하기 위해서 각 수색팀은 언제든 도와줄 수 있는 거리에서 움직이게 되어 있었다.
“위기 상황이거나 오거를 발견하면 수신기를 눌러 신호를 보내주십시오.”
이렇게 뭉쳐 다니는 게 문제인가 싶어서, 거리를 좀 더 벌려 보기도 했지만 앞서 말했든 별 소용은 없었다.
“그럼 출발... 전에 잠시...”
가람의 뒤에 서 있던 나리가 앞으로 나왔다.
수장은 언제나 그렇듯 변함없이 검 같았다.
일주일이나 제자리에 있으면 조금 기가 죽을 만도 한데, 무엇이라도 베어 버리겠다는 듯이 날이 서 있다.
“지난 일주일, 정말로 수고하셨습니다.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마지막 수색입니다. 결과를 얻든지 못 얻든지, 마지막까지 힘을 불태우고 갑시다. 그러면 제가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
나리의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다.
약간 지쳐도 저 목소리를 따라 움직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 덕일까, 사람들의 기세도 약간 바뀌는 것 같다.
저게 수장의 힘일까.
아니면 ‘보답’이란 말의 힘일까.
“그럼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각 키퍼들이 각 팀으로 모였다.
나리는 나연과 같은 팀이었는데, 나연과 눈이 마주치는 그 순간만 표정이 살짝 풀렸다.
금세 돌아오기는 했지만, 역시나 지쳐 보인다.
저건 확실히, 수장의 무게다.
“...누구를 보는 거야?”
“응?”
얼굴을 돌리니, 케이라의 얼굴이... 안 보인다.
후드 때문이다.
하지만 후드 사이로 보이는 눈빛이 매섭다.
“아, 수장님. 힘들어 보여서.”
“어디가?”
“보면 알지. 내가 너 표정을 읽는 것처럼?”
이제 케이라의 표정은 잘 읽는 편이다.
늘 같은 표정인 듯해도, 미묘하게 다른 게 보인다.
이게 전부다 케이라를 사랑해서다.
“...말만 잘해. 하지만 그건 너가 수장을 계속 바라 봤다는 이야기지.”
“어? 그게 그렇게 되나?”
한 방 먹였다고 생각했는데, 잘못 걸린 듯하다.
잠깐만!
“엘레나, 이쪽으로 와줘요.”
“네, 케이라님. 왜 그러시죠?”
엘레나는 케이라에게 절대복종이다.
나는 모르는 모종의 거래가 있는 게 분명한다.
“옆에 서 봐요.”
“이렇게요?”
케이라가 내 왼쪽에, 엘레나가 내 오른쪽에 섰다.
그리고 두 사람이 동시에 팔짱을 꼈다.
폭신폭신.
왼쪽 팔은 거의 케이라의 가슴 사이에 들어가 있다.
너무나 좋다.
오른 팔도 그랬으면 좋았겠지만, 갑옷 때문에 불가능하다.
그래도 겨드랑이 부근에는 살이 조금 노출되어 있어서, 그게 또 묘하게 따뜻해서 좋다.
하지만 두 사람은 아직 인식 방해 로브를 입고 있는 중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심지어 가람에게조차 거대한 덩치의 남자로 보인다.
그 탓에 나는 지금 떡대 둘 사이에 끼여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걸로 보일 것이다.
“케이라, 놔주면 안 돼? 내가 잘못했어.”
“뭘 잘못했는데요?”
“그건...”
나는 차마 말을 꺼내지 못했다.
내가 잘못한 사실을 말해봐야 상황이 바뀌지 않을 걸 깨달았다.
‘그걸 아는 사람이 그래?’
‘우리는 장난인 거지?’
차라리 말을 안 하는 게 나을 때도 있는 법이다.
“정민님, 저희가 이러고 있는 거 싫으세요?”
“아니, 싫지는 않아요. 않은데...”
크루원들 사이에 내 이미지가 무너지는 것 같아서 문제인 거다.
“정민아, 오늘도 버스 타는 구나?”
가람이 웃으면서 말했다.
저 형이 문제다.
저 형 때문에 이상한 별명이 붙었으니까.
일명 떡대 버스라고.
젠장.
진짜 짜증나는 건, 내가 실제로 버스를 타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거다.
빨리 강해지고 싶다.
엘레나를 따라잡는 건 무리겠지만, 적어도 케이라와 비슷한 수준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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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는 처음 보는 곳이네.”
탐색을 개시한 지 2시간.
우리는 그제야 이전에 탐색한 지역을 넘어설 수 있었다.
“케이라, 주변에 별다른 기척은 없어?”
“없어. 고만고만한 동물들뿐이야.”
이 게이트에서 만날 수 있는 건 동물, 그리고 커다란 늑대와 곰이 전부였다.
나타난다는 오거는 전설의 존재였고.
“이쪽으로 가보자. 다른 쪽은 다른 팀들이 가고 있을 거야.”
주로 방향을 결정하는 건 가람이었다.
이게 다 첫날에 내 신탁이 별 효용을 못 봐서 그렇다.
그렇게 또 10분.
앞서가던 가람이 멈춰 서더니 땅을 짚었다.
“발자국이야.”
“곰 발자국이요?”
발자국은 자주 발견했다.
주로 곰 발자국이었다.
곰과 오거의 크기가 비슷해서, 처음에는 발견했다고 좋아한 적도 있었다.
“아니, 이번에는 진짜야. 여기 봐.”
가람이 커다란 발자국을 보여줬지만, 나는 뭐가 다른지 알지 못했다.
대신 엘레나가 말했다.
“냄새가 역하네요.”
“빙고. 곰이랑은 악취가 달라.”
그렇게 생각하니 그런 것도 같다.
하지만 솔직히 그걸 어떻게 구분하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이쪽이야.”
가람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긴 여정의 끝이 보이는 느낌인가 보다.
발자국은 계속 이어졌다.
한 번쯤 끊겨도, 조금만 더 가면 같은 발자국이 보였다.
“여기다.”
또 10분 후, 우리는 동굴 앞에 도착했다.
산기슭에 파져 있는 자연동굴이었다.
“안쪽에 큰 공간이 있고, 생명력이 느껴져요.”
케이라가 바로 내부를 탐색했다.
“한 마리뿐이에요. 오거인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간 보던 것들보다는 훨씬 큰 생명력입니다.”
“그럼 들어가자.”
“제가 앞장설게요.”
엘레나가 뚜벅뚜벅 안으로 걸어갔다.
숲 속이라면 몰라도, 동굴 속에서 오거가 엘레나를 이길 수 없었다.
동굴이 무너지는 것 정도 말고는 변수가 없으니까.
쩝, 쩝.
동굴에 들어가자마자 소리가 들렸다.
무언가를 먹고 있는 소리다.
우리는 서로를 한 번 바라보고는, 다시 앞을 향해 달렸다.
이제 정말로 끝이었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화아악.
동굴 안쪽의 공간에 도착하자마자 엘레나가 빛의 구를 만들어 띠웠다.
수트의 헤드 라이트로 부분부분 보이던 동굴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거기에 오거가 있었다.
말로만 듣던 3m의 떡대가 늑대의 다리를 뜯어 먹다가 눈을 가리고 있었다.
“찾았다!”
나는 기쁨에 차 양 손을 들고 외쳤고, 그 외침에 반응이라도 하듯이 오거의 머리가 터져 버렸다.
퍼버벙!
“어? 이게 무슨...”
나는 손을 내리지도 못하고 멍하니 오거의 머리가 터지는 것을 봤다.
그리고 오거의 목에서 솟아나듯 누군가가 나타나 오거의 머리가 있던 자리를 대체했다.
피처럼 붉은 피부.
머리 양쪽에서 솟아난 두 개의 뿔.
허리 뒤에서 펄럭이고 있는 작은 날개.
하트 모양을 하고 있는 꼬리.
“(서큐버스! 다들 도망쳐요!)”
엘레나가 외치며 방패를 들었지만, 방패에서 빛이 채 나오기도 전에 사방에서 분홍색 연기가 쏟아 졌다.
쉬이이익.
“(그럼... 다들 꿈에서 보자고.)”
무언가 들렸지만, 알 수 없는 언어였다.
그보다는 눈꺼풀이 무거웠다.
몸이 서서히 앞으로 쓰러졌다.
마지막으로 내가 본 건, 무언가 조작하려고 애쓰는 가람이었다.
+++
나는 열심히 허리를 튕겨 올렸다.
“하으읏! 하응, 항!”
거기에 맞춰서 케이라도 신음을 토해냈다.
평소에는 대놓고 차가운 그녀가 저렇게 뜨거워지는 걸 보면, 그것만으로도 두 배는 쾌감이 오른다.
지금도, 내 분신이 더 커졌다.
“하읏, 정민아, 오늘은 너무 커... 항.”
“그래서 싫어?”
“하응, 아니, 좋아. 정민이 네 거라서 너무 좋... 츄릅, 웁.”
그녀를 끌어안고 타액을 나눴다.
그러면서 자세를 바꿔 내가 위로 올라갔다.
기승위는 눈요기할 때는 좋지만, 역시나 내 성에 차지는 않는다.
지금은 있는 힘껏 박고 싶었다.
퍽, 퍽, 퍽, 퍽.
“하응, 하응, 항, 아앙!”
케이라가 맛있게 울었다.
그 울음에 내 분신은 더욱 더 흥분했고, 그녀의 울음은 또다시 더 맛있어졌다.
그리고 울음의 끝에 내 분신도 함께 울었다.
꿀렁꿀렁.
“하아아앙!”
그녀가 손톱을 세워 내 등을 눌렀지만, 전혀 아프지 않았다.
나는 그녀가 원하는 대로 더욱 깊이 허리를 밀어 넣었다.
“하아, 하아...”
나는 늘어진 그녀에게 정액으로 범벅이 된 내 분신을 들이댔다.
케이라가 혀로 할짝대며 정액을 핥았다.
“저도...”
그런데 갑자기 한 사람이 더 끼어들었다.
엘레나였다.
알몸인 그녀도 내 분신에 남아있는 정액을 할짝할짝 핥기 시작했다.
어? 왜 엘레나가?
케이라도 같이 있는데?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내 분신에 다시 피가 돌았다.
이렇게 혀로만 끝낼 수는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웁, 하읍.”
분신의 반란은 케이라의 입으로 제압되었다.
놀고 있던 엘레나는 내 분신 아래 자리한 알을 입에 넣었다.
“합.”
색다른 경험에 쌀 뻔한 걸 겨우 참아냈다.
그러나 금세 쾌감의 파도가 또 나를 덮쳤다.
두 사람의 혀와 입이 쉴 새 없이 움직이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츄릅, 츕.”
“하압.”
“으읏...”
하지만 머릿속에서 이건 이상하다는 신호를 계속 보냈다.
두 사람이 이럴 리가 없었다.
케이라가 성욕에 미쳤다고 해도, 엘레나가 성욕에 제정신을 놓았다고 해도, 두 사람은 사이에는 넘지 않으려는 선이 있었으니까.
이게 꿈이라면 모를까.
...꿈?
그게 키워드였던 모양이다.
주변에 있던 모든 게 순식간에 사라졌다.
내 분신을 빨던 케이라도, 내 알을 물고 있던 엘레나도, 나를 받쳐주던 침대도, 침대가 있던 방도.
모든 게 사라지고 검은 공간만이 남았다.
그리고 아까 봤던 붉은 피부의 여자, 서큐버스가 나타났다.
“뭐, 인간치고는 꽤 하네.”
서큐버스가 혀로 자신의 입술을 핥았다.
저 입술에 내 분신을 박아 넣으면 어떤 기분일까.
...정신 차려!
“오호, 진짜 좀 하는데? 소질이 있어.”
서큐버스가 내게 다가와 손가락으로 내 가슴을 짚었다.
그리고는 스르르 손가락을 내리는데, 나는 그것만으로도 쌀 것 같았다.
나를 보는 눈빛, 손가락의 움직임, 은근슬쩍 보여주는 젖꼭지, 자연스럽게 비벼대는 허벅지까지.
서큐버스의 모든 게 나를 자극시켰다.
“...꿈이야?”
“꿈이지.”
우리는 어느샌가 서로 알몸으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서큐버스의 붉은 피부는 내가 살색으로 바뀌어져 있었고.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해?”
“나만 만족하면 돼.”
서큐버스가 내 가슴에 머리를 기대고 나를 올려다봤다.
케이라가 내게 자주 하던, 내가 제일 좋아하는 구도였다.
그녀는 어느새 케이라로 바뀌어 있었다.
좋아, 해보자는 거지?
“참고로 나는 붉은 피부가 더 좋아.”
“그래? 너, 여자를 좀 아는 구나?”
케이라의 피부가 붉어졌다.
“날개가 있는 것도 좋고, 꼬리도, 뿔도 너무 좋아.”
“아하, 알겠다. 그런 취향이었어? 그랬으면 미리 말을 하지 그랬어.”
서큐버스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소설에서나 보던 악마 그대로의 모습으로 내 위에 올라타 있었다.
불끈불끈.
내 분신이 먼저 의지를 표현했다.
‘나는 절대로 죽지 않을 거야, 넌?’
‘나도야.’
나는 사정없이 분신을 서큐버스가 벌리고 있는 계곡 속으로 밀어 넣었다.
“하으으응!”
목소리도 얼마나 고혹적인지.
평소라면 마음껏 사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난 지금 단호한 결의를 세운 참이다.
내가 다른 걸로는 버스를 타고 다니지만, 이걸로는 절대로 질 수 없다.
이건 남자의 자존심이다.
덤벼라, 이 빌어먹을 년아!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