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화 〉 chapter 7. 서큐버스 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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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아티팩트.
이 단어에는 여러 의미가 있겠지만, 요즘 쓰이는 의미는 딱 하나다.
특수능력이 붙은 장비.
게이트 내에서 아주 적은 확률로 드랍 되거나, 제작 기술을 가진 키퍼들이 만들 수 있는 게 바로 아티팩트다.
만들 수 있다고 해도 들어가는 재료가 온통 비싼 재료들뿐이라, 아주 소수의 사람만 아티팩트를 소지할 수 있다.
거기에 만든다고 해도 원하는 특수능력이 붙는다는 보장은 없어서, 괜찮은 능력이 붙어 있는 아티팩트는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다.
아티팩트의 일반적인 특징은 착용자에 따라서 사이즈를 자유자재로 변경한다는 것이다.
방금도 고블린 샤먼의 손가락 보다 엘레나의 손가락이 얇기 때문에 반지가 작아졌다.
내가 아티펙트를 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엘레나의 검과 갑옷은 모두 아티팩트다.
하지만 아티펙트를 얻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리고 가람도 처음이 듯했다.
“와... 아티펙트라니, 그거 몬스터에게서 볼 수 있는 거였냐.”
“형도 처음이에요?”
“당연하지. 내 긴 키퍼 생활 중에도 게이트 내에서 발견했다는 사람은... 두 명 봤나? 그것도 전부다 건너 들은 거라 확실하지도 않아.”
적어도 10년 이상 키퍼 생활을 한 건 같은 가람이 저렇게 반응할 정도라면, 이건 정말로 희귀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게이트에서도 아티팩트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은 거의 도시 전설 급이었나 보다.
“그런데 무슨 능력이에요?”
“(그게... 한 번 보세요.)”
엘레나가 설명을 하지 못한 채 반지를 내게 건넸다.
그녀의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뭐지?
나는 내 상태창을 여는 요령으로 반지의 상태창을 열었다.
[특성:최후의 한 발(E)]
상태창은 아주 간결했다.
상급 아티팩트 중에는 추가 스탯이 있는 것도 있고, 착용 제한이 걸린 것도 있다고 하는데, 이건 그런 종류의 상급 아티팩트는 아니었다.
나는 특성의 상세 설명을 확인했다.
[최후의 한 발(E) : (남자의 한해서)평상시 잉여 정력을 일부 모아 저장한 후, 모든 정력을 소모했을 때 한 번 더 거사를 치를 수 있는 정력을 부여한다.]
엘레나의 얼굴이 왜 붉어졌는지 알 것 같다.
이거, 누가 쓰려나?
나쁜 건 아니지만, 딱히 좋다고 볼 수 있는 것도 없다.
“왜? 별로야?”
“음... 한 번 보세요.”
그렇게 가람을 시작으로 다들 반지의 상태창을 보았다.
그 결과, 모두가 같은 표정이 됐다.
미묘.
능력도 능력이지만, 외형도 밋밋했다.
민무늬의 금가락지로, 예술적 가치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우리는 연장자이자 경험이 많은 가람에게 시선을 모았다.
“흠... 나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우선 막타는 누가 친 거지?”
“저요! 저예요!”
소연이 들떠서 손을 들었다.
샤먼의 숨을 끊은 건 소연의 바늘이 맞았다.
“그럼 1차적인 소유권은 소연이에게 있지. 물론 도의적으로는 팔고 분배하는 게 맞고.”
“저는 당연히... 팔고 분배할 거예요!”
소연이는 선을 넘지 않았다.
명목상의 소유권, 그걸로도 그녀는 충분히 즐거운 듯했다.
미묘한 능력의 아티팩트지만, 아티팩트는 아티팩트니까.
“나도 찬성. 다른 사람들은?”
나, 케이라, 엘레나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별로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좋아, 그럼 일단 네가 사용하고 있어.”
“네?”
가람이 내게 반지를 건넸다.
“어차피 팔려면 오래 걸려. 이런 거는 경매에 올려야 되거든. 사고 싶은 사람도 모아야 하고... 창고에 박혀 있느니 누가 쓰는 게 낫겠지.”
이어서 가람이 가까이 다가와서 속삭였다.
“...힘내, 써보고 좋으면 싼값에 넘길게. 따지고 보면 너한테 제일 필요한 아이템 아니야?”
그는 그 말을 하고는 내 어깨를 툭툭 쳤다.
나도 그 생각을 하긴 했다.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일들을 해야 하는 상황이니까.
그래도 정력이 생성되는 반지도 아니고, 조금 저장했다가 나중에 쓰는 게 뭐 그리 큰 도움이 될까 싶다.
물론, 내 예상 외로 좋을 수도 있다.
“모두 이의 없지?”
“네!”
“그럼 이제 나가자고, 짧은 기간이지만 훈련 하느라, 또 받느라 수고 많았어!”
짝짝짝.
가람이 박수를 쳤고, 일행이 따라 쳤다.
나가서 맛있는 거 많이 먹어야지.
원정이 끝났다고 생각하니, 따뜻한 치킨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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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들어갈 수 있는 게이트는 모두 들어갔다.
스탯이 오르지는 않았지만, 마법 숙련도는 계속 올랐다.
할 수 있는 게 늘어나는 기분은 언제나 좋다.
잠재력도 2가 올랐다.
잠재력을 올리려고 열심히 한 건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열심히 하게 된다.
할 수 있는 상대가 두 명이니까.
게다가 둘 다 성욕이 장난 아니라서, 할 때마다 강하게 요구해온다.
그래도 셋이서 같이 한 적은 없다.
나는 하고 싶지만, 내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상당히 눈치가 보인다.
케이라는 내가 말하면 들어줄 것 같긴 한데, 엘레나는 잘 모르겠다.
내 생각에는 어려울 것 같다.
엘레나는 지금 나랑 하는 것도 굉장히 부끄러워한다.
할 때는 괜찮은데, 하고 나면 매번 숨는다.
셋이서 하고 나면... 아마 부끄러움에 죽으려 들지도 모르겠다.
남자의 로망.
언젠가... 할 수 있는 날이 오긴 오겠지?
집은 아직 못 구했다.
바빴다는 건 핑계고, 크루 하우스에서 사는 게 너무 편했다.
시설도 좋고, 나연 누나도 있고.
나연은 아직 그 이후로 게이트에 들어가지 않았다.
크루 하우스에서도 나가지 않았다.
따로 말은 안 하지만, 알게 모르게 충격이 큰 모양이었다.
박창식의 소식은 없다.
그런데 지금은 소식이 없는 게 더 무섭다.
죽었다는 이야기니까.
그래서 나연 누나랑은 최대한 많은 대화를 하려고 노력했다.
넷이서 작은 파티를 하기도 했다.
별일이야 있겠냐만 이럴 때는 계속 사람을 만나는 게 좋으니까.
나도 나연 누나랑 있으면 재밌고.
똑똑똑.
“...또 뭐야?”
문이 열리고 나연 누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헝클어진 머리, 얼룩이 뭍은 오버핏 티셔츠, 셔츠 사이로 얼핏 보이는 속옷, 꿀벅지가 다 보이는 돌핀 팬츠.
굉장히 내추럴한 모습이었다.
방에서 며칠 밤새서 게임만 한 것 같은 차림.
실제로 그러했을 것이다.
우리가 게이트에 들어갔다 온 며칠 동안 집에서 그녀가 한 거라고는 그거 말고는 없으니까.
그런데도 피부는 방금 세수한 듯 뽀송뽀송하다.
눈은 퀭한데, 어떻게 피부는 저렇게 생기가 넘칠까.
타고난 자연 미인이다.
“수장님이 같이 오라는데?”
“응? 언니가 왜?”
“그거야 가봐야 알지.”
“음... 그럼 가자.”
나연이 그 차림 그대로 방을 나왔다.
“...그 차림으로?”
“뭐 어때? 지금 시간엔 언니만 있는 거 아니야?”
현재 시각은 아침 7시.
집무실이라 하더라도, 보통은 나리 수장만 있을 시간이다.
“그렇긴 하지.”
“그럼 가자.”
집무실은 10층에 있다.
거주 구역이라고 해야 하나? 무튼 생활하는 곳이라는 조금 격리된 느낌이 들지만, 같은 층은 같은 층이다.
바로 도착했다.
“언니~ 불렀어? 무슨 일인데?”
나라면 노크를 하고 대답을 기다렸겠지만, 나연은 바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에는 늘 보던 오피스 정장을 입은 나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같은 쌍둥이인데, 둘은 지금 완벽하게 대비되고 있었다.
한 사람은 단발, 한 사람은 장발.
한 사람은 갑옷을 입은 듯한 완벽한 오피스 룩, 한 사람은 집에서 뒹굴다 온 잠옷.
그래도 미모는 비슷했다.
눈 화장이 들어간 나리는 카리스마가 있었고, 쌩얼인 나연은 순둥이 같은 게 약간 다른 점이었지만.
그 나리가 나연을 보더니 눈살을 찌푸린다.
카리스마가 순간 2배는 뻥튀기 되는 것 같다.
“...집무실에 올 때는 옷을 똑바로 입으랬잖아.”
“에이, 언니랑 정민이 밖에 없는데 뭐가 어때서.”
“정민이 밖에?”
나리의 눈이 가늘어졌다.
‘외간 남자 앞에서 지금 뭐하는 짓이니?’
이렇게 말하는 눈인 것 같았다.
나연은 그 눈에 헤드락으로 대응했다.
쌍둥이 자매의 가슴은 컸다.
엘레나보다는 작지만, 케이라 보다는 확실히 컸다.
헤드락에 걸리니 그 가슴이 내 얼굴로 다가왔다.
물컹.
“에이, 우리 그런 사이 아니야. 그냥 친남매라고.”
오오, 여기가 천국인가?
순간 가슴에 마음을 잃을 뻔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장소도, 그럴 사람도 아니다.
나리의 눈이 불난 것처럼 타오르고 있으니까.
나는 황급히 나연을 밀어냈다.
“켁, 켁. 이게 무슨 짓이야.”
“미안, 미안, 좀 셌나?”
실제로 나연의 헤드락은 강력했다.
그녀는 가볍게 한다고 했겠지만, 체급차가 나니까.
“근데 남자가 돼서 그런 것도 못 버티고... 쯧, 너 훈련 열심히 해야 겠다?”
“큭, 누나가 괴물이라는 자각은 없어?”
“내가? 내가 뭐가? 이거 봐바, 이 팔뚝이 괴물이라고?”
나연의 분명 팔뚝은 가늘었다.
그러나 키퍼들의 힘은 근육량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키퍼가 되면 몸 자체가 서서히 바뀌는데, 근육도 그때 같이 변한다.
적은 량의 근육으로 큰 힘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아니 그건...”
“그만. 쓸데없는 잡담은 끝나고 해주십시오. 저는 바쁩니다.”
나리가 내 말을 끊었다.
약간 한심하다는 말투였다.
“알겠어. 그래서 무슨 일인데?”
“게이트에 들어가야 될 것 같아.”
“나?”
나연이 자신을 가리켰고, 나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굳이 가야 해? 다른 키퍼들도 있고, 엘레나도 있잖아?”
엘레나가 오기 전에는 나연이 GGC에서 제일 강한 키퍼였다.
나리는 대부분의 게이트 원정에 나연을 대동하고 게이트에 들어갔다.
하지만 최근에는 집에 박혀 있는 나연을 대신해 나와 엘레나를 데리고 가거나, 다른 A급 키퍼를 데리고 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는 너도 같이 가야 해. 크루 수장으로서 명령이야. 거부권은 없어.”
“무슨 게이트에 들어가기에 그러는 건데?”
“오거를 잡아야 해.”
오거를? 왜?
말로 하지 않았지만, 내 의문이 전해진 모양이다.
나리가 설명을 덧붙였다.
“치매 치료약에 오거의 뇌가 필요해.”
“...그런 거라면 가야겠네.”
나연이 승낙했다.
오거를 상대하려면, 한 명이라도 강한 사람이 더 많이 있어야 했다.
“정민씨도 부탁드려요. 엘레나, 케이라도 함께요.”
당연히 우리도 가야겠지.
“네, 알겠습니다.”
가는 건 어렵지 않다.
매일 하는 일이 게이트 원정이니까.
그런데 이번에도 내가 활약할 일이 없다는 게 문제다.
오거는 최소 A급 몬스터니까.
젠장, 빨리 강해지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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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안녕하세요. 수고하십니다.”
한 남자가 경비원에게 인사를 하며 GGC 크루 하우스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정신 속에는 그도 모르는 존재가 숨어 있었다.
‘드디어 왔다.’
남자, 강창식의 부하에 의해 이세계로 넘어온 악마.
서큐버스 킴리나.
그녀는 지금 GGC 크루 하우스 관리직원 중 한 명의 정신 속에 들어와 있었다.
그녀는 이 직원을 통해 내부로 잠입, 정보를 얻을 생각이었다.
여기까지 오는 데 킴리나의 생각보다는 오래 걸렸다.
힘을 회복하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기 때문이다.
이 세계에 도착한 지 벌써 1달이 넘었지만, 그녀는 아직 본래 힘의 반도 회복하지 못했다.
‘그래도 네 놈들을 죽일 정도는 돼.’
킴리나는 이정민의 일행을 죽이고 힘을 한 번에 회복할 생각이었다.
인연이 있는 자들의 정기를 흡수할 때가 효율이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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