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화 〉 chapter 5. 엘레나 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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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다시 한 번 사겠습니다.]
남자는 박창식의 연락을 받았을 때, 이게 무슨 일인가 했다.
김나연은 이미 중독됐고, 해독제는 찾지 못해서 사경을 해매고 있었는데, 왜 또?
“일은 잘 됐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무슨 문제가 생겼습니까?”
[그걸 당신에게 알릴 이유는 없습니다.]
“한 번 판 사람에게는 다시 팔지 않는다가 제 방침이라서요. 같은 일이 두 번 일어나면 아무래도 꼬리가 잡히지 않겠습니까?”
[...A/S는 가능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A/S요?”
[나연이가 회복했습니다. 다시 그 스크롤이 필요합니다.]
남자는 결국 박창식에게 스크롤을 팔았다.
그는 일이 어떻게 된 건지 조사할 필요를 느꼈다.
독 두더지는 스크롤 때문에 만들어진 건데, 어떻게 해독제를 구했는지 알아봐야 했다.
조사는 쉽지 않았다.
GGC 사람들은 다들 단합이라도 한 듯 입을 꾹 닫았고, 외부에서 초청한 키퍼들은 접근하기 힘든 사람들이었다.
내부 사건이라 관련 기사도 전혀 나오지 않았고.
그래도 그는 겨우 최근 GGC에 들어간 한 키퍼의 이름을 알아냈다.
이정민.
‘이정민? 어디서 들어봤는데, 이정민? 아!’
남자는 이정민이 누군인지 떠올렸다.
고블린 게이트 때 자신을 귀찮게 한 사람이었다.
‘설마 이놈 때문인가?’
직감이 남자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남자는 직감을 믿는 편이었다.
그 직감 덕분에 여기까지 왔으니까.
“다 철수야. 새로운 아지트를 찾아. 연락처도 모두 없애고. 모든 흔적을 지워야 해.”
“...네?”
마른하늘의 날벼락을 맞은 남자의 부하가 앓는 소리를 냈지만, 남자는 신경도 안 썼다.
“무기랑 사수도 준비해. 스나이퍼 라이플로.”
“알겠습니다.”
‘죽인다. 내 일을 두 번이나 망치다니, 그냥 넘어갈 순 없어.’
이정민의 거주지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협회 데이터 베이스에 파고드는 루트는 원래 가지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스나이퍼 라이플과 사수를 구하는 게 어려웠다.
남자는 직접 이정민을 칠까도 생각했지만, 참았다.
‘상대는 감각이 뛰어나지. 거기에 마법을 쓸 지도 모르는 인물이야. 몬스터 변이를 일으켰을 테니까. 내 능력은 들킬 가능성이 높아.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으로 가자.’
이정민이 변이를 일으키기 않았을 수도 있다.
이정민이 F급 키퍼인 걸 생각하면 아닐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러나 남자의 직감은 이정민이 범인이라고 가리키고 있었다.
‘이번에 죽여야겠어, 아직 아무것도 모를 때. 나중에 후환이 될 놈이야, 촉이 온다.’
그렇게 3주가 지나고, 남자는 사수, 부하와 함께 이정민의 원룸이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약 800m 떨어진 건물의 옥상이었다.
“어떻습니까? 가능하겠습니까?”
“800m면 가뿐하죠. 바람도 나쁘지 않고...”
“대기 하셨다가, 제가 신호하면 쏘세요.”
박창식이 어제 잡혔다는 정보는 이미 확보한 상태였다.
그러면 이정민도 공격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다고 봐야 했다.
신비한 마법의 힘이 어디까지 미칠지 모르니, 공격은 신중하게 하는 게 맞았다.
이정민 쪽의 반응을 살피는 게 먼저다.
남자가 쌍안경을 들었다.
‘자, 어디 보자...’
이정민이 집으로 복귀한 건 아까 전에 확인했다.
그 후에 3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났으니, 지금도 자신들의 존재를 모른다면 공격해도 괜찮다는 뜻이었다.
‘...뭐야?’
이정민과 여자가 침대 위에서 알몸으로 뒹구는 중이었다.
남자는 쌍안경에 보이는 광경을 일단 의심하고 봤다.
“와... 몸매 죽이는데요.”
옆의 스나이퍼가 순수하게 즐기는 것과는 달랐다.
‘여자? 여자가 언제 들어갔지? 그런 이야기는 없었는데? 로브를 입은 남자...가 아니었구나.’
예상 밖의 존재가 있었지만, 그 덕에 남자는 이정민이 마법사인 걸 확신했다.
여자를 남자로 느끼게 하는 능력이라면, 그리고 그 외에 화구 생성 같은 다른 능력도 있다면, 마법사라고 보는 게 맞았다.
“조금 더 보는 게 어떨까요. 완전... 와...”
스나이퍼가 라이플에서 눈을 떼고는 쌍안경으로 바꿔 들었다.
대화면으로 즐기니 감탄사가 끊이질 않았다.
“오우야. 와... 정말... 진자 대단하네요.”
“...”
남자도 같은 장면을 보고 있었지만, 별 감흥은 없었다.
여자든 남자든 그에겐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강한 것만이 중요할 뿐.
오히려 저런 허접한 짓거리에 마음을 빼앗겨 자신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하는 이정민에게 실망했다.
그리고 그런 이정민에게 걸려 두 번이나 넘어진 남자 자신에게도 실망했다.
‘나도 아직 멀었네.’
남자는 조금 더 기다렸다.
이정민이 보여주는 저 모습이 기만일 수 있으니까.
눈으로 보기에는 여자와 즐겁게 관계를 나누고 있지만, 뒤로는 이미 별동대를 파견해 자신들을 노리고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10분, 20분이 지나고, 남녀의 절정이 한 번씩 지나간 후에도 그들을 노리는 무언가는 없었다.
되려 이정민은 아무런 생각없이 2차전에 들어가려고 하고 있었다.
걱정은 기우였다.
이에 공격할 시간이었다.
“준비하시죠.”
“네. 저 남자가 타깃이죠? 반드시 죽이겠습니다.”
조금 전까지는 굉장히 사무적이었지만, 어느새 분노를 토해내는 스나이퍼다.
“둘 다 죽일 겁니다.”
“네? 어쩜... 저 분은 세상의 보물인데...”
“...뭐라고요?”
“아, 아닙니다. 장난이에요. 클라이언트의 명대로, 둘 다 죽이겠습니다.”
“좋아요. 웬만하면 남자를 먼저 쏘세요.”
“알겠습니다.”
몇 초 후, 스나이퍼가 입을 열었다.
“준비 완료 됐습니다. 쏠까요?”
“네.”
“복상사도 나쁘지는 않을 거야. 그만하면 즐길 만큼 즐겼잖아?”
톡.
방아쇠를 당기는 소리가 났고, 남자의 쌍안경에 피가 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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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장과 이야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크루 지분 10%라니, 아직도 믿겨지지 않았다.
인생 역전도 이런 인생 역전이 없었다.
“10%라니, 상상도 못 했어.”
“그게 그렇게 대단해?”
케이라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무덤덤했다.
집까지 오면서 그렇게 설명을 해줬는데도, 여전히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는 느낌이다.
귀찮더라도 같은 말을 반복해야지.
오늘 나는 기분이 최고로 좋으니까.
“당연하지. 키퍼 중에도 그 정도 벌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는다고. 개인이 버는 돈이 아니야.”
“그런데 그거, 내 거잖아.”
어라? 핵심을... 제대로 파악했네?
“응? 아, 맞지 다 케이라 거야. 전부 케이라가 한 거니까.”
“그런데 왜 너가 좋아해?”
이제 뼈를 때리네?
아니, 물론 케이라 거지만, 내가 좀 좋아했기로서니 이렇게까지 냉혹하게 나와야겠어? 우리 사이 이런 거 아니었잖아.
“그... 케이라 일이 내 일이니까. 내 일처럼 좋아하는 거지. 당연한 거 아니야?”
“맞아. 당연하지. 내 일은 너 일. 이건 내 거.”
케이라가 내게 훅하고 다가와서는 내 분신을 잡았다.
그녀는 어느새 헐벗고 있었다.
검은색 속옷이 하얀 피부와 너무 잘 어울렸다.
또 이건가... 살짝 긴장했던 내가 바보같이 느껴졌다.
케이라가 그러면 그렇지.
“...그런데 내 거 왜 이래?”
내 분신은 그녀가 손으로 주물주물 거리고 있는데도 여전히 물렁물렁했다.
“어제 일을 떠올려 봐. 네가 너 걸로 뭐 했는지.”
“마력충전.”
“그래, 마력충전 했지. 스크롤 찾느라 마력 다 썼다면서 내 정액 다 가져갔잖아. 그것도 3시간 동안이나.”
솔직히 몇 시간이었는지 잘 기억도 안 난다.
3시간 이상인 건 확실했다.
그만큼 정신없이 박아댔다.
물론 좋았지만, 너무 좋았지만, 그래놓고 오늘 또 하긴 힘들다고.
“아직 충전 안 됐어?”
“되겠냐.”
“...어떻게 하면 될 것 같아? 이러면 돼?”
케이라가 내 바지를 내리더니 분신을 입에 물었다.
따뜻해서 기분이 좋았지만, 어제 진짜 역대급으로 뽑아냈기 때문에 분신은 미동도 안 했다.
“...뭐야, 진짜 왜 이래? 죽은 거 아니야?”
“안 죽었어. 너야말로 너무 심한 거 아니야? 마력충전은 어제 다 했잖아. 오늘은 별로 힘쓰지도 않았으면서. 오늘은 좀 쉬자.”
우물우물.
케이라가 내 분신을 입에서 빙빙 돌렸지만, 분신은 요지부동이었다.
그제야 케이라가 일어났다.
웬일로?
생각해보면, 케이라가 먼저 섹스를 포기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굉장히 실망한 표정이 맘에 걸렸지만, 어쩌겠는가, 내 분신이 반응을 안 하는데.
“그래, 잘 생각했어. 다음에 하자. 다음에 또 얼마든지 할 수 있잖아.”
“그럼, 껴안고 있는 건 돼?”
“응? 그거야 뭐...”
케이라가 바로 내 품에 안겼다.
“잠깐만 이러고 있을게.”
“...그래.”
무슨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야 좋다.
내 어깨에 느껴지는 그녀의 숨결도 좋고, 가슴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움도 너무 좋다.
이런데도 내 분신이 가만히 있는 걸 보면, 진짜 어제 고생하긴 한 모양이다.
즐거운 고생이었지만, 그래도 고생은 고생.
휴식은 언제나 필수다.
그렇게 한 3분쯤 지났을까.
그녀가 천천히 떨어졌다.
얼굴이 약간 상기돼 있었다.
“이제 됐어?”
“응. 됐어. 충전 완료.”
“응? 충전은 어제 많이 했잖아?”
“그건 마력 충전이고, 이건 너 충... 아니, 마력 충전이지. 마력 충전했다는 이야기였어.”
케이라가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귀가 빨개지는 걸 보면, 얼굴도 빨개졌을 것 같다.
좀 놀려 볼까?
“뭐야, 안고 있는 걸로도 마력 충전이 되는 거였어? 그럼 이제 안고만 있어도 되겠네?”
평소라면 안 된다고 소리칠 타이밍이다.
내가 그동안 본 그녀는, 내 분신에 지독히도 관심이 많으니까.
그런데 그녀는 소리치는 대신에, 고개를 천천히 들고서 내 눈을 빤히 쳐다봤다.
나만을 바라보는, 꿀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푸른 눈동자.
“그럴지도...”
그럴지도...
그럴지도...
그럴지도...
메아리처럼 그녀의 목소리가 내 귀에 맴돈다.
약간 떨리는 목소리와 발그레해진 볼, 거기에 부끄럽다는 듯이 바로 고개를 숙인 모습까지.
첫 사랑을 하는 소녀의 고백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가, 오늘은 계속 현자 모드이던 분신이 어제처럼 빠방해졌다.
이거... 할 수 있겠는데?
그런데 지금 해도 되나?
뭔가 순정만화 분위기잖아?
한 명은 바지와 팬티를 벗었고, 한 명은 속옷만 입고 있는 상태라는 점에서 그런 걸 따지기는 무리인 것 같지만, 방금 대화의 흐름은 분명 순정 만화 느낌이었다.
내 분신이 서 버린 건 충분히 이해하지만, 동시에 약간 동심을 깨는 것 같은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어떤 액션을 취하기도 전에, 내 분신을 꽉 잡는 손이 있었다.
“잡았다, 요놈. 이렇게 나올 거면서 고집부리기는.”
어?
케이라의 목소리가 싹 바뀌었다.
순수하던 소녀는 어디가고, 농익은 숙녀가 거기에 있었다.
“아니, 케이라, 지금 무슨...”
케이라가 내 입을 자기 입으로 막았다.
그녀의 혀가 날 범하듯 내 입을 탐색했고, 동시에 그녀는 내 셔츠를 벗기면서 나를 침대 위로 눕혔다.
“...거짓말은 안 했으니까. 내 몸한테도 상을 줘. 아흑... 이거야...”
내 위에 올라타서 엉덩이를 내리는 그녀.
거짓말은 안 했다는 말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그럼 상이야 얼마든지 줄 수 있다.
푸욱.
“하아앙!”
그녀의 신음이 원룸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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