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인들이 나만 좋아한다-6화 (6/137)

〈 6화 〉 chapter 2. 게이트

* * *

6.

키퍼가 된 지 4일 째.

케이라가 이 세계로 넘어온 지 4일 째.

나는 지난 3일간 했던 일을 여전히 반복하고 있었다.

종이에 ‘모으기’ 룬을 적고 있었다는 뜻이다.

룬을 적고 또 적고, 흑마법으로 마나를 모으고, 또 흩어지는 마나를 붙잡고.

발전하고 있는 것 같진 않았다.

첫날처럼 내 심장에 아무런 마나도 없다.

그래도 해야지 뭐.

스승은 케이라 한 명 뿐이고, 그녀는 믿음을 가지고 하라고만 하니까.

그리고 그녀도 믿음을 가지고 국어를 배우고 있다.

3일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한글을 쓰는 폼이나 글씨체가 자연스럽다.

누구와는 달리, 정말로 빠르게 발전한다.

저러다 1주일 안에 한국어를 마스터하는 건 아닐까?

“케이라, 게이트에 들어가 봤어?”

케이라가 고개를 슬쩍 들더니 나를 쳐다봤다.

미세한 눈동자의 움직임으로 보건데, 왜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자기 공부를 방해하냐는 뜻인 듯하다.

내가 어깨를 으쓱하자, 그녀가 시계를 슬쩍 보고는 답했다.

오늘은 내가 게이트에 가기로 한 날이고, 집에서는 1시간 뒤쯤에 출발할 예정이었다.

“(이터널 게이트라면.)”

“전에도 들은 거 같은데, 이터널 게이트는 뭐야?”

“(항상 열려 있는 게이트.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지. 키퍼가 아니라도 들어갈 수 있어.)”

내 눈이 절로 번쩍 떠졌다.

그런 게 가능하다면, 너도 나도 그 게이트에 몰릴 텐데?

나도 당장 달려갔을 거다.

“그런 게 있다고?”

“(내 세계의 역사로는 게이트 발생 후 100년 정도 후에 나타나기 시작했어. 여기는 30년이라며? 그럼 아직 신경 쓸 단계는 아니야.)”

100년이라, 그럼 손자들 이야기겠네.

부럽다.

그들은 키퍼가 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잖아?

...이미 키퍼가 된 나는 부러울 필요가 없긴 하지만.

“이터널 게이트 안은 어때? 다른 게이트랑 달라?”

“(넓이 말고는 크게 다를 게 없다고 들었어.)”

“들어? 너는 다른 게이트에 들어가 본 적이 없어?”

“(없어. 난 키퍼가 아니니까. 이번에 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약간 아쉬워하는 듯한 목소리였다.

새삼 깨달았다.

케이라는 키퍼가 아니었다.

나에 의해 이 세계로 소환된 이세계인일 뿐.

뭔가 이긴 기분이다.

공부는 졌지만.

“난 키퍼야.”

“(그래서?)”

어? 이게 아닌데...

아쉬워하는 것과 달리 그 어떤 부러움의 시선도 느껴지지 않았다.

공과 사의 구분이 명확한 건가. 아니지, 이럴 때는 다른 사람의 일에 관심이 없는 건가.

어느 쪽이든 놀리는 맛이 없다. 쳇.

“나는 지금부터 게이트에 들어가. 조언해줄 건 없어?”

“(게이트 안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 항상 조심해.)”

“정론이네.”

정론은 항상 옳으며, 이럴 때일수록 정론은 옳을 수밖에 없다.

인생 내내 고대하던 게이트라고 들뜨지 말고 조심해야지.

“(나에게 해줄 조언은 없어? 3일 동안.)”

케이라는 내가 없는 3일 동안 혼자 지내야 한다.

머리도 좋고, 적응도 빨라서 사고를 저지를 것 같은 걱정은 안 된다.

다만...

“라면 좀 적당히 먹어. 배터지도록 먹으면 고생해.”

지난 이틀, 케이라는 거의 라면만 먹었다.

다른 음식도 좋아했지만, 라면만큼 빠진 건 없었다.

그녀는 라면을 토할 정도로 먹어 댔다.

“(그런 완벽한 식품은 섭취할수록 이득이야. 고생은 없어.)”

어이없어서 헛웃음이 나올 정도다.

그녀는 지금 키퍼가 못 된 것보다 더 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런 라면신봉자가 어디에 숨어 있었던 걸까.

이쪽 세계로 넘어오지 않았으면 어쩔 뻔 했니.

“살찌잖아. 체형이 망가질 걸?”

“(체형? 그런 걸 왜 신경 써?)”

“어? 그거야 당연히...”

보기 좋다, 인기가 생긴다, 매력이 넘친다... 등등의 이유를 생각하다가 말을 멈췄다.

케이라에게 그게 의미가 있을까?

가족과 스승 없이 혼자 마법 연구를 하던 친구인 것 같은데, 그녀에게 인기 따위는 의미가 없다.

“(내가 귀족도 아니고... 아, 내 체형이 망가지면 너가 준비하기가 어려워?)”

“응? 그게 무슨 소리야?”

갑자기 케이라가 스웨터를 잡고 들어올렸다.

그녀의 하얀 배가 드러났다.

“(어때?)”

어떠냐니.

그녀는 지금 내 옷을 입고 있었다.

상의고 하의고 다 그녀에게는 커서, 방금 전까지 야릇한 느낌이라고는 전혀 들지 않았다.

그런데 아침에 먹은 거 때문에 살짝 빵빵해진 배를 보자마자 나도 살짝 스위치가 들어갈 것만 같았다.

“아니... 지금...”

“(자, 만져 봐.)”

어느새 내 앞에 선 그녀가 내 손을 잡아 배에 댔다.

군살하나 없는 매끈한 배도 좋지만, 적당히 살집이 잡히는 배도 괜찮았다.

애초에 케이라의 얼굴로 모든 게 커버가 된다.

진짜 체형이 망가진 정도가 아니라면.

결국 난 스위치가 들어가고 말았다.

그녀도 눈치 챘는지, 시선이 내 다리 사이로 가 있다.

“(하자.)”

“응? 아니야, 이건 생리적인 현상이고... 나 지금 게이트에 들어가야...”

케이라는 내 말을 무시하고는 내 바지를 벗겼다.

분신이 자신의 운명을 알았는지 기분 좋다고 서 있다.

“(그러니까 하자. 생각해보니 이게 제일 중요해.)”

“뭐가?”

그녀가 내 앞에서 뒤로 돌더니 바지와 팬티를 한 번에 벗었다.

큰 스웨터 때문에 탱탱해 보이는 엉밑살만 살짝 보였다.

그녀가 엉밑살의 존재를 알 리도 없는데, 어떻게 저렇게 유혹적일 수 있을까.

“(3일 간 혼자 있어야 되는 거잖아? 그동안 불의의 사고로 마력을 쓸 수도 있어.)”

만약을 대비해 마력을 충전해야 한다는 건가?

흠잡을 데 없는 논리다.

“그, 그건 맞지만, 잠깐만...”

나는 아직 마력을 깨우치지 못했으니, 그녀에게 마력을 건넬 방법은 성교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해서 괜찮은 걸까?

마력을 전해 준다는 핑계로 몸을 섞다니.

“(자, 시간 없잖아? 나가야 한다며?)”

하지만 하얀 다리를 쭉 뻗은 채 내게 엉덩이를 들이대고 있는 케이라를 보니 쓸데없는 생각 따윈 다 날아가 버렸다.

나는 탱글탱글한 엉덩이를 잡고는 내 물건을 그녀의 계곡에 갔다 댔다.

그곳은 이미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지 않았다.

“잠깐만, 너는 아직 준비가...”

“(괜찮아.)”

쑤우욱.

내가 뭘 하기도 전에 그녀가 엉덩이를 내려 내 물건을 삼켰다.

“하응.”

그녀의 안은 생각보다 부드러웠다.

걱정했던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약간 뻑뻑한 느낌이라 멈칫 거리는데 나대신 그녀가 먼저 움직였다.

퍽, 퍽, 퍽.

애로틱했다.

책상을 잡고 허리를 굽힌 채, 엉덩이를 내게 밀었다 당겼다 하는 모습을 위에서 보고 있으니 자연스레 물건에 피가 더 몰렸다.

“하아앙...”

퍽, 퍽, 퍽, 퍽.

케이라는 달뜬 신음을 내뱉으며 엉덩이를 계속 내게 부딪혀 왔다.

나도 그녀의 움직임에 맞춰 허리를 움직면서 손을 뻗어 그녀의 계곡의 끝에 달린 열매를 어루만졌다.

“하윽!”

그녀의 신음소리가 금방 바뀌었다.

그녀의 안도 어느새 열기로 후끈해졌다.

그리고 방 안도...

‘게이트 가기 전에 이렇게 힘을 빼도 되는 걸까?’

잠깐 그런 생각이 들긴 했지만, 금방 사라졌다.

탱글탱글한 엉덩이와 내 치골이 부딪히는 느낌이 너무나 좋았으니까.

“하으응!”

+++

게이트 키퍼 협회 내의 소강당.

“하합...”

나도 모르게 하품을 하다가 급히 입을 막았다.

다행히 주변 사람들이 눈치 챈 것 같지는 않았다.

역시 섹스는 에너지가 많이 든다.

마력을 빼앗겨서 그런 건지도.

피곤해.

“여기에 계신 두 분은 B급 키퍼로 이번 일정 동안 저희를 지켜주실 겁니다.”

단상 위에 남자가 옆에 서 있는 두 남녀를 가리켰다.

잘빠진 수트와 각종 무기로 무장한 두 남녀는 멋져 보였다.

키퍼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랄까.

짝짝짝.

짧은 인사와 박수 후에 다시 남자가 말했다.

“그럼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다들 짐을 들어 주세요.”

남자는 이번 일정의 주최자이자 책임자로, 게이트의 주인인 김상기였다.

단상 아래에 있던 8명은 그가 준비해준 커다란 배낭 2개씩을 앞뒤로 맸다.

한 사람의 게이트 키퍼가 들고 갈 수 있는 건 자기 몸 부피 정도의 물체다.

두 개의 배낭은 거기에 딱 맞춰서 설정되어 있을 거다.

효율적으로 채운 건지, 무게도 상당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데, 김상기와 호위를 맡은 두 키퍼의 짐은 채굴팀보다 현저히 적었다.

어쩔 수 없는 아랫사람의 비애다.

“제 손을 잡으세요.”

김상기가 단상 아래로 내려와 양 손을 들었다.

그 손을 채굴팀 두 명이 각각 잡고, 이어 다른 채굴팀이 앞사람의 어깨를 잡는 방식으로 전부 몸을 연결했다.

호위 두 명은 김상기의 뒤에 서서 어깨를 잡았다.

이런 식으로 몸과 몸이 연결돼 있어야 게이트의 주인을 따라 게이트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한 번에 데려갈 수 있는 사람의 수는 키퍼마다 다르다.

10명이면 평균적인 수치다.

많이 데리고 가는 사람은 몇 백도 가능하다고 한다.

어떤 키퍼는 사람대신 물건을 그 정도 부피만큼 가지고 들어갈 수 있다고도 하고.

얼마나 데리고 들어갈 수 있는지, 얼마나 가지고 들어갈 수 있는지는 게이트 내에서 뭐가 발견되는지와 함께 키퍼의 권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미스릴 광산에 10명을 게이트 안으로 데려갈 수 있는 김상기는 C급 키퍼임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당당하게 서 있을 수 있다.

아무도 못 데리고 들어가는 나와는 다른 세계의 이야기다.

대신 나는 누군가를 데리고 나올 수 있으니 역시 다른 세계의 이야기지만.

“이제 갑니다.”

김상기가 소강당에 있는 다른 사람들, 협회 직원을 바라봤다.

그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김상기의 머리 위에 푸른빛이 반짝였다.

그리고 푸른빛은 다음 순간, 일행 전부를 감쌌다.

화아악.

눈부신 빛에 눈을 감았다 뜨자, 소강당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탁 트인 푸른 하늘이 나타났다.

사방을 둘러봐도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이게 게이트 안이라니.

이건 또 하나의 세상이었다.

“조금 무겁겠지만, 10분만 걸으면 됩니다. 다를 움직이죠.”

김상기가 앞장서고, 채굴팀이 뒤를 따랐다.

앞뒤로 맨 배낭은 무거웠지만, 그 생각이 안 날만큼 게이트 안이 신기했다.

우리가 떨어진 곳은 산기슭이었다.

주변엔 풀과 나무들이 가득했고, 벌레와 작은 동물들도 보였다.

삭막할 줄 알았는데, 게이트 안은 생동감이 넘쳤다.

지구와 다를 게 전혀 없었다.

10분 쯤 지나자, 산 밑에 도달했다.

“자, 여깁니다. 사전에 브리핑 한대로 나눠서 들어가시면 됩니다.”

산 밑에는 동굴이 몇 개 뚫려 있었다.

미스릴 광맥으로 이어지는 갱도와 숙소로 쓰는 동굴이었다.

나는 왼쪽의 동굴로 들어가 배낭을 내려놓았다.

동굴 안에는 나무로 만든 작은 가구 몇 개 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 가구들은 게이트 안의 재료들로 직접 만든 거다.

그 외에 가지고 온 물품들은 게이트 주인이 밖으로 나갈 때 한꺼번에 다 사라진다.

그래서 게이트 안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업이 한때 유행하기도 했다.

인건비도 안 나와서 끝나긴 했지만.

나는 배낭에서 공구를 꺼내들고 밖으로 나왔다.

사람들이 저마다 공구를 들고 조금 큰 동굴, 갱도 앞에 모여 있었다.

“다 모였으면 바로 들어가 봅시다. 시간은 금이니까요.”

어두컴컴한 갱도 안으로 김상기가 저벅저벅 걸어갔다.

이제 일 시작이다.

나는 숨을 크게 내쉬고는 뒤따라 들어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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