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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코인 클리어한 야겜에 빙의했다-96화 (96/96)

〈 96화 〉 최후의 심판 (5)

* * *

'뭐야, 이게?'

두 명의 경찰을 따라 원룸형 하숙집의 복도에서 나와서바깥으로 발을 내딛은 나는 밖의 풍경을 보자마자 입을 벌렸다.

경찰차가 꽤 여러 대가 서 있었다.

흩어져 있는 경찰차를 세어 보니 다섯 대나 됐다.

누가 보면 무슨 탈옥수라도 잡으러 나온 것처럼 경찰차가집 주변에 여러 대가 받쳐져있었다.

나는 내 앞을 걸어가는 경찰에게 말했다.

"아니, 무슨……. 지금 저 잡으려고 이렇게 다 나온 거에요? 바쁘실 텐데 확정도 아닌 용의자가협조를 하려고 하는 상황에서굳이……."

내 앞을 걷는 경찰은 내 말에 대답하는 대신 나를 돌아보며 한 마디를 했다.

"여기서 잠깐 기다리세요."

그렇게 말한 경찰은 깔려 있는 많은 경찰들 중 한 명에게 당부했다.

"잘 지키고 있어."

그가 말을 하자 직급이 아래로 보이는 세 명의 경찰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예!"

"예!"

그리고 대답을 한 경찰들은 이보람과 내가 잠시 서 있게 된 쪽으로 걸어와서 우리를 에워싸듯 대기했다.

나는 내가 나오기 전에 예상하지 않았던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차량 도난 하나 잡으려고 이 정도의 인력이 투입될 것 같지는 않은데, 무슨 다른 게 있나?'

내가 이보람과 함께 대기하는 동안에 앞으로 나갔던 경찰은 여러 대의 경찰차들 중 한 대의 뒷자리창문이 내려온 뒤에 그 안의 사람과 뭐라뭐라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조금 뒤였다.

그 경찰차의 문이 열렸다.

­탈칵

­탈칵

경찰차의 뒷좌석이 양쪽으로 열리고, 거기에서두 명의 장년의 남자들이 차의 좌우로 내렸다.

"……!"

둘 중 한 명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경찰차 한 대의 뒷좌석에서 내린 두 사람 중 한 명은 싸이코 교수였다.

그는 옆 방향의 뒷좌석에서 내린 고위 경찰로 보이는 이와 친해 보였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둘은 막역한 사이인 듯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걸어왔다.

그 둘이 내 쪽으로 약간의 거리를 두고 와서 섰을 때, 싸이코 교수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드디어 잡았네. 이 쥐새끼 같은 놈이 내 차를 훔쳐서어디로 도망가나 했더니, 바로 앞이었나?"

나는 싸이코 교수에게 맞서서 목소리를 높였다.

"저도 저지만 교수님도 도망가셔야 되지 않을까요? 자료가 퍼지면 교수님이야말로 끝입니다."

내가 말을 하자 싸이코 교수는 자신의 턱을 스스로 한 번 매만졌다.

그리고는 싸이코 교수가 나에게말을 했다.

"내가 그냥 여기 왔을 것 같나 보지?"

그가 말을 이었다.

"자네가 나한테 무슨 실 바이러스에 관련이 돼 있다는 이상한 누명을 씌운다는 걸 알았네.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 내가 주변의 인맥을 좀 동원했어. 현재 인터넷에는 실 바이러스에 관한 허위 정보가 판을 치고 있고, 그 민생을 교란시킬 수 있는 가짜 자료들은 전문가 분들께서 전부 내려 주고 있으시다, 이 말이야."

역시 대단했다.

내가 실 바이러스에 관련해서 싸이코 교수의 자료를 풀 것을 대비해서 그 짧은 시간 안에 벌써 조치를 한 것이다.

가짜 자료들로 인터넷을 시끌시끌하게 해서 내가 진짜 자료를 업로드해도 뜬소문으로 치부되어 내려버릴 수 있도록 한 것이 그의 작전이었다.

"교수님은 가짜 자료들을 풀어서 진짜 자료를 덮겠다는 말인가 보네요?"

싸이코 교수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아~, 그리고 그게 지금 중요한 게 아니지. 표면상으로는 일단 자네는 내 차를 훔친 절도 혐의가 있지만, 사실 다른 것도 있지 않나?"

그가 말하는 다른 것이란 실 바이러스 전파자가 된 것을 말하는 듯했다.

실 바이러스의 전파자가 되면 타인에 대한 감염 위험 때문에 격리 조치가 되는데, 싸이코 교수는 차를 빼앗아 타고 간 것 외에도 그것을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나는 이미 실 바이러스를 치료했다.

"없는데요."

내가 당당하게 대답하자 싸이코 교수가 이를 갈았다.

"웃기지 마……."

그렇게 말한 교수는 손을 들어올려 나를 가리켰다.

"너!!! 지금 실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지!"

그는 나를 가리키던 손을 다시 내린 뒤에는 이보람을 보며 말했다.

"내가……. 내가 똑똑히 봤어! 저 놈 옆에 있는 년이 실 바이러스 전파자야. 그런데도 저렇게 멀쩡히 있다는 건, 둘이 이미 했다는 거지. 그래서 일시적으로 괜찮아진 모양인데, 둘 다 전파자가 됐어. 당장 격리소에 쳐 넣어야 돼……!"

내가 이보람과 섹스를 했고 둘 다 전파자가 된 것은 맞다.

그렇지만 지금 나와 이보람은 모두 실 바이러스 치료제를 사용해서 아무런 이상이 없는 상태다.

나는 싸이코 교수에게 말했다.

"그 실 바이러스를 교수님이 전파시켰죠. 향으로. 그리고 그 향은 교수님 차 블랙박스에 있을 거고요."

내가 그 말을 했을 때, 무슨 소리가 들렸다.

­콰직!

나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보니까 한 남자가 싸이코 교수 쪽으로 부서진 칩 같은 것을 들고다가가고 있었다.

"아, 여기 블랙박스가 손상이 돼 있어서 확인을 할 수가 없겠는데요?"

여기까지 보고 난 이후에는 모르고 싶어도 모를 수가 없었다.

차량 털이범 하나를 잡기에는 과도한 인원이 투입됐고, 그 투입된 인원들 중 높아 보이는 사람은 싸이코 교수와 친한 것으로 보이고, 그에게 불리한 증거도 제거되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하……. 다 한 패거리인 건가요?"

싸이코 교수는 어깨를 으쓱했다.

"음? 여전히 알 수 없는 말을 하는구만. 나는 내 도난당한 차량을 찾고, 그리고실 바이러스에 전파되었으면서도 거리를 활보하는 이들을 격리소로 잘 인도해서 다른 사람들이 위험에 처하지 않게 하려고 하고 있는데 말이야."

나는 싸이코 교수가 하는 이야기를 반박했다.

"잘 못 짚으신 것 같은데요. 저희는 교수님의 위협 때문에 할 수 없이 차량을 빼앗아서 도주할 수밖에 없었고, 실 바이러스에는 전파되지 않았습니다."

"그럴 리가 없다. 분명……."

나는 두 손을 들어 보이며 싸이코 교수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이렇게 멀쩡하지 않겠습니까?"

싸이코 교수는 나에게서 여유를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었다.

전파자 상태로 발작 시간이 다가오는 것에 의해 쫓기는 것과, 그리고 지금처럼 내가 정말 아무렇지 않아서 그렇다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에는 분명 차이가 있을 거였다.

싸이코 교수는 이런 나의 여유를 알아챈 것 같았고, 아마도 그는 내가 치료제를 사용한 것도 추측이 가능할 것이었다.

싸이코 교수는 나를 보며 웃었다.

"크크……. 크크크크크크크……! 재미있군……."

잠시 웃던 싸이코 교수의 눈빛이 변했다.

"그래서?"

싸이코 교수는 형형하게 눈을 뜨며 소리쳤다.

"내가 너를 전파자라고 하면 전파자가 되는 거야! 어차피 너같은 놈들! 격리소에서 잠깐 있으면 전파자가 맞든 아니든 전파자가 되는 거다! 어딜 감히 네깟 놈이 나한테 대들어! 내가 누군지 알아!"

싸이코 교수의 야야기는 다분히 권위적이었다.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나 또한 내가 이겼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그래서 전혀 기죽지 않고 교수에게 말했다.

"정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실 바이러스의 개발자시죠."

싸이코 교수는 발뺌하며 외쳤다.

"헛소리! 뭣들 합니까! 저런 새끼는 당장 잡아다가 공정한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됩니다!"

싸이코 교수가 그렇게 외치자 자리에 모인 많은 경찰들이 자신의 높은 상관인 듯 하면서도 교수와 친분이 있는 것 같아 보이는 남자 쪽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자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찰나였다.

내 눈앞에는 녹색 홀로그램으로 선택지가 떴다.

[순순히 잡혀간다]

[교수에게 발포한다]

[도망친다]

[교수와 더 이야기를 한다]

네 개의 선택지 중 어느 것을 고르느냐에 따라 이번에도 완전히 그 진행이 달라질 것이었다.

잡혀간다면 교수의 입김 때문에 풀려나기 어려울 것 같고.

이렇게 인원이 많은 곳에서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 이야기를 시도해 보는 것이 언뜻 보면 가장 일반적인 선택지처럼 보였다.

나는 선택지가 뜬 뒤에 빠르게 움직이는 제한시간의 모래시계를 보며 판단했다.

'내 선택은…….'

그리고 나는 이번에도 잠시 동안의 생각 후에 고민을 마쳤다.

나는 싸이코 교수에게 큰 목소리로 말했다.

"잠깐만요!"

당장 붙잡혀 가기 직전의 상황이라고 볼 수 있는 때에 내가 목소리를 내자 나를 붙잡으라고 지시를 내린 고위 간부나 다른 사람들, 그리고 싸이코 교수까지 모두 나를 쳐다봤다.

나는 목소리를 크게 해서 싸이코 교수에게 더 말을 했다.

"교수님! 제가 공정한 심판을 받아야 된다고 하셨죠?"

싸이코 교수는 나의 말에 즉시 대답했다.

"그래!!!"

나에게 심판이라.

웃긴다.

이 세상이 원래 그런 걸까?

정말 정당한가 그렇지 않은가가 아니라, 돈과 권력이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가 좌우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여기서도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싸이코 교수 자신이 많은 사람들에게 실 바이러스를 전파시키고 그것을 이용해서 더 큰 편취를 할 계획을 했으면서그는자신의 과오는 덮고 실 바이러스 전파자가 아닌 나를 전파자로 만들려고 하고 있었다.

더 이야기를 하는 것이 나에게 더 유리한 선택지를 고르는 길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나는 쏘기로 했다.

"그 심판, 교수님부터 받으시죠."

한순간이었다.

주머니에서 순식간에 총을 꺼냈다.

나는 싸이코 교수에게 총구를 겨누었다.

그리고 곧바로 방아쇠를 당겼다.

"뭐……!"

싸이코 교수는 뭔가 말을 하려는 듯해 보였지만 그의 말은 더 이어지지 못했다.

­타아아아아아앙!

나는 싸이코 교수에게 발포하는 두 번째 선택지를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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