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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코인 클리어한 야겜에 빙의했다-94화 (94/96)

〈 94화 〉 최후의 심판 (3)

* * *

다섯 개의 향수 모두를 여러 번씩 존나 뿌려보고 확인하고 또 확인한 다음에서야 나는 나에게 일어난 일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치료제가 없다.

싸이코 교수의 차 안에 있던 다섯 개의 향수병에 들어 있는 것들은 전부 다 실 바이러스였다.

나는 한참 향수들을 번갈아 뿌려보다가 마침내 향수병을 옆으로 툭 던져 놓고는 잠시 그냥 앉아 있었다.

그리고 나서 나는앞에서 향수들을 좀 더 확인해 보는 이보람을 바라보았다.

"……."

이보람은 예뻤다.

그녀의 보지속에라면 내 자지를 하루에 몇 번이고 박고 쌀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렇게 이보람에게 느껴지던 성적인 욕망이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여자의 보지에 박고 싶은 마음이 가슴 한 곳에서 스물스물피어올랐고, 그것은 실 바이러스의 발작 증세가 얼마 뒤에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했다.

나는 이마를 짚으며 생각했다.

'씨발……. 전파자 상태로 치료제 없이 발작했다가는, 또 이전 회차에서처럼격리소에 잡혀가서새로운 여자들이랑 무한으로섹스하다가 돈 다 떨어지면 끝나게 될 수도 있는 건가?'

이전 회차들 중에서 격리소 엔딩이 생생하게떠올랐다.

격리소에서는 남자들과 여자들이 수감이 돼서 모두 알몸으로 생활하며짐승같은 섹스를 하게 된다.

왜냐하면 실 바이러스의 전파자가 되면 섹스가 엄청나게 하고 싶어지지만, 한 번 섹스한 사람과는 전혀 섹스하고 싶지 않고 다른 이성과 섹스하고 싶어진다.

그것으로 인해 격리소에 전파자들이 격리되었을 때에도 실 바이러스 전파자들이 섹스를 하고 싶어지는 발작을 일으키게 되면 끊임없이 다른 이성과 섹스를 해야 했다.

만약 돈이 많다면 격리소 운영비로 들어갈 수 있는 돈 중의 일부를 꾸준하게 납입하는 것으로써 평생 격리소에 사는 것도 가능했다.

내가 그 때 격리소에 가서 봤었을 때에는 돈이 많은 사람이 일부러 실 바이러스에 전파가 돼서 격리소에 들어와 매일 파트너를 바꿔 가며 섹스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일반적인 사람은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에 격리소에 일정 금액을 내지 못하면 처분되었다.

점차 의식을 더욱 자주 잃어버리게 될 정도로 섹스에 대한 욕망이 강해지고, 끊임없이 다른 섹스 상대와 섹스를 해야 되는 곳, 그곳이 격리소였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번에는 그 때처럼 격리소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때의 회차보다는 상황이 조금 더 좋기도 했다.

'이번 회차에서는 그래도 총이 있다.'

나는 주머니에 싸이코 교수의 차 안에서 꺼낸 권총을 넣어두고 있는 것을 확인하듯 주머니의 겉에서 총을 만졌다.

만약 무력을 쓰게 되는 일이 생긴다면 이전처럼 칼을 쓰거나 맨손으로 싸우는 것보다는 압도적으로 유리할 것이었다.

일단 아직 선택지는 뜨지 않았다.

지금은 괜찮겠지만 조금 뒤에 선택지가 뜨고 난 이후에는 이 상황에 대한 뭔가 결정을 해야 될 텐데, 그 때까지는 시간이 좀 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우선은 나는 선택지를 기다리기로 했다.

당연히 치료제를 찾아서 다음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치료제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싸이코 교수의 컴퓨터 내부 자료가 담긴 USB를 가지고 있어도 그것을 가지고 어딘가로 가서 거기에 관해 이야기하거나 혹은 인터넷에 정리를 해서 올리기에는 시간적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조금 뒤면 선택지가 뜨겠지. 그 뒤에 일단 움직여 보자.'

내가 그런 생각을 할 때 이보람이 내게 말했다.

"김상훈!"

"어. 왜."

"그럼 대체 어디 있는 거지? 치료제!"

"그건 아마도~."

치료제는 아마도 교수가 직접 가지고 있거나 혹은 교수실에 보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내가 이보람과 같이 학교를 나오기 직전 선택지에서 싸이코 교수의 몸수색을 하거나 그를 앞세워 교수실을 수색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었다.

그렇게 되면 불리해지는 선택지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결과적으로지금 보면 불리한 것을 알아도 그 쪽으로 갔어야 했던 것 같다.

나는 그 선택지를 떠올리며 이보람에게 대답했다.

"아마도 직접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고, 교수실에 뒀을 수도 있을 거야. 싸이코 교수는 너하고 자기 차 안에서 같이 실 바이러스의 향을 마셨어. 그렇다면 무조건 자기가 손쉽게 쓸 수 있는 곳에 지니고 있다는 거지."

"아……!"

이보람이 눈을 크게 떴다.

"야! 그럼 지금이라도 가 보자! 교수 잡아서 치료제 내 놓으라고 하러!"

"지금 교수가 학교에 앉아 있기만 할 리는 없지."

"아, 그러고 보니……!"

"그래. 내가 자료 다 가지고 날랐으니까, 교수는 튀든지, 아니면 나를 잡든지, 둘 중 하나를 택하겠지."

"그러면 지금 교수실에라도……."

나는 이보람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바이러스의 발작 기운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어. 얼마 후면 우리는 지금처럼 정상적으로 사고할 수 없을 거야. 게다가, 교수실의 문을 열 수가 없어. 카드키는 교수가 가지고 있으니까."

"……. 그것도 그렇긴 한데~."

이보람은 답답한 듯 내게 목소리를 높이며 말을 이었다.

"그러면 어떡해! 여기 그냥 이대로 있을 거야?"

지금으로는 그럴 수밖에 없는데.

교수의 몸수색을 하거나 교수를 데리고 교수실로 가는 선택지를 고를 수 있는 시간은 지나갔고, 실 바이러스 발작의 시간도 다가오고 있다.

나가서 돌아다니다가 발작을 일으켜서 밖을 휘젓고 다니는 도중에 체포돼서 끌려가는 것보다야 혹시나 탈출구를 알려줄 수도 있을 선택지에 희망을 가지고 있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나는 이보람에게 말했다.

"조금만 있어 봐. 금방 결정할게."

대답을 하고는 나는 방을 조금 치웠다.

문수경 누나가 어질러 놓은 것들, 그리고 향수들도 조금 정리를 했다.

내가 방 정리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이보람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야, 김상훈!"

내가 정리를 하면서 방을 이곳저곳 다니느라 일어서 있다가 이보람 쪽을 돌아보자, 그녀는 자신의 가슴 쪽에 손을 올리고는 옷자락을 꼭 쥔 채로 내게 말했다.

"하아……. 하아……. 김상훈! 나……. 섹스하고 싶어……."

이제는 시간이 거의 다 된 모양이었다.

실 바이러스의 발작이 일어나게 되면, 곧 이보람은 이곳을 뛰쳐나가 섹스를 외치며 뛰어다니게 될 지도 몰랐다.

만약 내가 이보람을 막아선다면 그녀는 나를 방해자로 간주하고 공격할 것이었다.

뭐, 내가 이보람을 막아설 수 있을까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나 또한 발작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으니 말이다.

나는 이보람에게 대답했다.

"나도 하고 싶어지는 것 같은데."

내가 이보람을 돌아보는 채로 말을 이었다.

"실 바이러스의 효과가 퍼져가는 것 같아. 섹스는 하고 싶은데 이보람 네 보지에 말고 다른 여자 보지에 박고 싶어."

나의 말에 이보람이 소리쳤다.

"미친 새끼야! 누가 너한테 또 벌려 준대! 나도 너랑은 안 해!"

나는 그녀에게 차분하게 대답했다.

"실 바이러스의 효과가 맞아. 실 바이러스는 한 번 섹스한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하고 섹스하고 싶어지니까."

나는 거기까지 말하고 나서 고개를 돌리고는 낮게 중얼거렸다.

"제길……. 역시 이렇게 또 격리소로 가게 되는 건가? 선택지라도 뜨면 좋을 텐데……!"

그 때 밖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삐용! 삐용! 삐용! 삐용!

그 소리에 나는 다시 이보람 쪽을 보았다.

이보람은 치마를 추스르고 방바닥에서 일어나며 내게 말했다.

"야, 뭐야! 경찰차 오는 소리 아니야? 아아아! 교수! 교수가 신고한 게 틀림없어! 우리가 교수 차 타고 왔잖아!"

정말 그런 걸까?

경찰차의 소리가 이 근처로 다가와서 고정되어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아직은 우리를 잡으러 왔다고 확실하게 장담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보람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우리는 싸이코 교수의 차를 강탈해서 타고 왔고, 싸이코 교수는 우리를 신고했을 수도 있다.

'싸이코 교수가 우리를 경찰에 신고해서……! 경찰을 활용해서 우리를 잡은 뒤에 실 바이러스 검사까지 한 뒤에 격리소로 보내려는 건가?'

이후의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상황은 최악을 향해 가고 있었다.

곧 자취방밖에서경찰차 몇 대의 문 닫는 소리가 들렸고 이보람은 내 쪽으로 빠르게 달려와서는 내 옷을 잡고 소리쳤다.

"이 근처에서 멈췄어! 경찰이 왔어……! 차에서 내리나 봐! 차 문 소리도 났어!"

나는 불안이 극에 달한 이보람에게 대답했다.

"아마도 붙잡히게 되면……. 실 바이러스 검사를 하고 격리소로 보내질 거야."

이보람이 나에게 소리쳤다.

"도망치자! 지금이라도 여기서 도망가야 돼!"

그리고.

[도망친다]

[도망치지 않는다]

드디어 이보람의 말과 함께 선택지가 눈앞에 녹색 홀로그램으로 떠올랐다.

이번 선택지는 정말 너무 반가웠다.

어떻게 움직여야 할 지 감이 잘 오지 않던 순간에, 나는 두 가지 선택지를 바탕으로 한 행동에 관해 생각을 해 볼 수가 있게 되었다.

도망친다.

도망치지 않는다.

이런 선택지가 나왔다는 건, 나와 이보람의 우려대로 경찰이 우리를 잡으러 온 것이 맞다는 것을 의미할 것도 같았다.

도망친다는 것은 경찰로부터 도망칠 지를 결정하는 것 같았다.

거기에 관해 생각을 할 때였다.

나는 갑자기 엄청난 것 하나를 떠올려 냈다.

"잠깐……!"

그것……!

그것이 지금 판도를 완전히 뒤바꾸어 줄 수 있을 지는, 아직은 그렇게 확신을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왠지 그런 예감이 들었다.

분명 의미가 있을 거라고.

나는 이보람이 나에게 밀착해 있는 동안 나도 모르게 말을 했다.

"혹시……. 그걸 쓰면 되는 건가?"

"뭐?"

이보람이 나를 보며 물었다.

나는 그녀에게 대답했다.

"아직……! 아직 해 볼 수 있는 게 하나 남은 것 같은데……?"

선택지를 고르기 전에, 나는 반드시 시도해 볼 것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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